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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로더 신들의 전쟁-148화 (148/575)

00148  Game No. 148 응징 완료.  =========================================================================

Game No. 148

트리플 지역이 완벽히 날아갔다. 이번 전투만 놓고 보면 이영우가 잘했다.

소수의 병력으로 다수의 용족 병력을 잡아먹었으니까.

하지만 의미 없는 것이었다.

이미 먹는 자원이 다르다. 어느새 신전 하나를 늘린 이승우는 총 네 군데서 자원을 채취하고 있었고 이영우는 본진과 앞마당 단 두 군데에서 자원을 채취하고 있었다.

생산 시설 역시 이승우가 잘 갖춰져 있었기에 병력이 회복되는 속도는 상대가 안 되었다.

뒤늦게 기갑병력의 공 2업이 완성되었다.

하지만 말 그대로 너무 늦었다.

이제는 아무리 업그레이드가 잘되어 있어도 용족의 병력을 상대하는 건 무리였다.

―이제 테크까지 타죠.

―이승우 선수 천왕랑 준비합니다.

이승우가 보험에 가입했다.

솔직히 이대로 트리플 지역을 점거만 해도 이길 수 있다.

하지만 이승우는 정말 안전하게 천왕랑까지 준비하고 있었다.

보통 천왕랑을 들키지 않는 것이 좋다. 하지만 지금은 들키는 것도 좋다.

천왕랑 테크를 확인한 순간 이영우의 머릿속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용족의 지상 병력을 상대하기 위해 화차와 천자총통을 생산하는 것도 빠듯한 상황.

겨우 본진과 앞마당 병력으로 신기전까지 조합을 하는 건 미친 짓이었다.

그마저 본진의 자원은 떨어져 가는 상태.

조만간 앞마당 한 군데밖에 자원 채취하는 곳이 남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정말 안 되죠. 제 아무리 이영우 선수라도 말이죠.

―아. 정말 아쉽겠어요. 이대로 경기가 끝난다면 정말.

―예고 올킬까지 한 상태 아닙니까? 사실 이영우 선수도 경기가 거의 끝났다는 걸 알겁니다. 하지만 마지막 희망을 잡기 위해 버티고 있는 거예요.

경기는 거의 끝이 났다. 트리플 지역에서의 전투가 결정적이었다.

이미 7:3의 상황이었지만 이제는 9:1 아니 10:0이라고 하라 정도로 기울어져 버렸다.

―끝내 이승우 선수가 경기를 잡아내는 분위기입니다.

―천왕랑의 숫자와 신기전의 숫자가 크게 차이가 안 나요.

이승우가 천왕랑을 생산하고 있다는 것을 파악한 이영우.

곧바로 신기전을 추가하며 방비 대책을 세웠지만 그 숫자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바람 앞에 촛불처럼 너무 위태로워 보였다.

아무리 이영우라 해도 이건 뒤집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이영우가 다시 트리플을 수복하며 경기를 이어 가려 했지만 어느새 모인 이승우의 천왕랑을 잡아내지 못하고 결국 GG를 선언했다.

***

1세트가 끝나는 순간 커뮤니티가 폭발했다.

이변 아닌 이변이 발생했다.

예고 올킬을 예고한 이영우가 첫 경기에 잡히고 만 것이다. 몇몇 사람이 이승우의 승리를 예측하긴 했지만 말 그대도 몇몇, 소수의 사람이었을 뿐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영우의 승리를 예상했다.

사실 이승우의 승리를 예측한 이들도 반신반의하며 선택한 이들과 그냥 이영우가 싫어서 선택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ㅅㅂ 이승우 새끼 존나 날빌쓰네.>

<개맘에 안듬. 저번부터 존나 이지랄 떨었는데 오늘도 그러네.>

<갓영우 잡으려고 별 쇼를 다한다.>

<그거 아니었으면 갓영우가 개 발랐을 듯 ㅇㅇ>

<정면 승부 무서우니까 그딴 빌드 쓰는거짘ㅋㅋㅋ>

커뮤니티에 험악한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영우의 극성팬들이 단 댓글이었다. 어딜 가나 있는 그런 부류들이었다.

이영우의 극성팬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의 극성팬들도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건 마찬가지였다.

<이거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자원 먹고 싸우는 게임 아닙니다.>

<ㅇㅇ 맞음. 전략게임에서 전략 쓴건데 그게 무슨 문제??>

<정면 승부 드립 쩌넼ㅋㅋㅋ 날빌은 측면 승부냐?ㅋㅋㅁㅊ 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친ㅋㅋㅋㅋㅋ>

<갓영우면 막았어야지 왜 못막냐? 갓 아닌가보네?ㅋㅋㅋ>

반박이 훨씬 많았다.

당연한 것이었다. 누군가의 말처럼 신들의 전쟁은 자원 먹고 땅 따먹는 게임이 아니었다.

만약 신들의 전쟁이 단순히 그런 게임이었다면 지금과 같은 인기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항상 지루한 경기만 반복 되었을 테니까. 솔직히 이번 경기는 명경기였다.

연말에 올해의 경기 후보에 충분히 들 정도로 말이다.

이영우 팬들에겐 그저 날빌에 불과하겠지만.

결국 이영우의 극성팬들이 꼬리를 말고 자취를 감췄다.

이제 화제는 자연 이승우가 몇 킬을 할 것인가로 옮겨졌다. CT에서 나올 수 있는 환국 선수는 박수천밖에 없었다.

이영우가 진득하게 방어를 하는 스타일이라면 박수천은 시간을 초단위로 사용하는, 그래서 타임 어태커라는 별명을 지니고 있는 선수였다.

전장만 잘 만난다면 이승우를 저격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하다.

박수천 역시 우승자 출신, 그것도 리쌍을 4강과 결승에서 잡고 이긴 유일한 선수였으니까.

CT의 마수로는 상대가 안 될 것 같았다.

얼마 전 이제운을 상대로 입이 벌어지는 마수전을 보여 줬다.

그전 임형규전과 김윤호전도 마찬가지다. 최근 이승우의 마수전은 물이 올랐다. 이 말이 딱 어울린다.

냉정하게 평가해서 CT의 마수로 이승우를 잡는다는 걸 어불성설이다.

이것이 현실이다.

마수가 나오면 1승 선물밖에 되지 않는다.

용족도 나쁘지 않다.

비록 MSL 32강에서 무참하게 패배했긴 하지만 황정호의 페이스도 괜찮고 김대형의 성적도 괜찮다.

어떻게든 이승우의 기세를 꺾어야 한다. 그래서 다시 CT쪽으로 힘을 실어야 한다.

이대로 두면 이승우가 정말 올킬을 할지도 몰랐으니까.

***

이영우의 GG가 나온 순간 히어로 센터가 크게 들썩였다.

누군가는 충격에 빠졌고 누군가는 크게 흥분하여 목이 터져라 이승우의 이름을 외쳤다.

충격과 공포가 장내를 잠식했다.

완벽한 패배.

처음부터 끝까지 이영우의 뜻대로 풀린 것은 하나도 없었다.

손발이 경기 내내 꽁꽁 묶여 있었다.

말 그대로 이승우의 손바닥 안에서 뛰어 논 것이다. 이영우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승우의 준비가 너무 완벽했다.

그래서 이영우는 화가 날 것이다.

자존심에 상처가 났다.

그건 지금 표정만 봐도 알 수 있다.

상처 입은 맹수의 눈빛.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활활 불타오를 뿐. 이것이 이영우를 지탱하는 힘이었다.

―이승우 선수 정말 잘 준비해 왔습니다. 완벽한 승리를 따냈습니다!

―멋지네요. 정말. 이영우 선수의 특징을 노린 정말 대박 빌드를 들고 나왔습니다.

―이런 경기도 나와야죠. 이래야 재밌죠! 200 채우고 싸우는 경기도 재미있지만 이렇게 전략에 의해 경기가 갈리는 것도 정말 좋습니다!

단순 날빌로 폄하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는 올해 전략상에 꼽힐 만큼 대단한 경기였다. 이영우가 조금만 빨리 일꾼을 동원했더라면, 그래서 1초 먼저 제단이 깨졌더라면 승리는 이영우가 가져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찰나의 타이밍에 제단에서 용아가 생산되었고 그로 인해 승패가 갈렸다.

―아직 3경기 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이영우 선수를 상대로 2:1로 앞서게 됩니다.

―정말 대단하네요. 이런 선수가 있었나요?

―없었습니다. 거의 없었습니다. 특히 신인이 이영우 선수를 상대로 상대 전적을 이렇게 앞서가는 건 정말 보통 일이 아니죠!

―이영우 선수 앞으로 이승우 선수 만나면 모든 걸 걸고 경기를 펼칠 겁니다.

―당연하죠. 이승우 선수 보통이 아닙니다. 지금!!

―과연 오늘 경기가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린 것이 될지 아니면 새로운 전설의 시발점이 될지! 정말 궁금해지네요.

이영우를 상대로 상대 전적을 크게 벌리며 앞서간 용족 선수가 하나 있었다.

도재열.

모두들 그 선수를 이영우의 천적이라 불렀다.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일까?

그 후 이영우는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해당 용족 선수의 멘탈을 부수며 다시 상대 전적을 역전했다.

이제 이승우는 이영우의 표적이 되었다.

―이승우 선수 경기 정말 재밌게 합니다. 저번 이제운 선수와의 경기도 역대급 경기였거든요!

―물이 올랐습니다. 그럴 때가 있거든요? 그냥 경기를 하면 다 이깁니다. 뭘 해도 나한테 유리하게 되고 좋은 상황이 됩니다. 이승우 선수가 딱 그 상황인 것 같습니다.

―이로써 이승우 선수는 프로리그 20승 고지에 올라섭니다!

역대 단 1명, 이영우밖에 올라서지 못했던 프로리그 20연승 기록.

이제운도 하지 못했고 김택윤도 하지 못했던 기록을 이승우가 했다.

그것도 이영우를 이기고.

이영우 혼자 가지고 있던 기록을 나눈 선수가 된 것이다.

―이 기세 몰아가야죠. 이승우 선수.

―경기력 보면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올킬까지 갈 수 있습니다.

―할 수 있죠. 충분히. 지금 어우. 이승우 선수 눈빛을 보세요.

―CT 입장에선 어떻게든 이승우 선수의 기세를 꺾어 놔야 하거든요?

―과연 CT에서 내놓을 차봉은 누구일지? 그럼 저희는 잠시 후 다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

이겼다.

정말 이겼다.

이영우의 도발을 보기 좋게 받아치는 데 성공했다. 벌서부터 오늘 기사가 기대되는군.

아참. 일단 오늘 경기를 아예 이겨야 제대로 기사가 올라오겠구나.

이영우를 잡은 것뿐 아직 CT를 잡아낸 건 아니었다. 이영우의 존재감이 워낙 커서 순간 착각했다.

사실 초반에 경기가 그대로 끝날 줄 알았다.

감독님과 함께 준비한 전략이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그 결과 예상보다 많은 피해를 입힐 수 있었다. 그래서 조금 편하게 경기를 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너무 다 이겼다고 생각한 걸까?

이영우는 정말 악착 같이 따라붙었다.

당장 해야 할 것은 물론 10분, 20분, 30분 후에 할 걸 모두 계산하고 하는 것 같았다.

어쨌든 언덕 지형이 많고 2인용 전장이 자원 역시 한정되어 있다 보니 200 싸움으로 가면 용족이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 전에 경기를 끝내기 위해 생각보다 체력 소모를 많이 했다.

어떻게든 뚫어서 승부를 내야 했으니까.

사실 마지막 전투에서 [투신]을 쓰지 않아도 뚫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금 더 확실하게 이기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환국 기갑 병력의 업그레이드가 완벽하지 않아 뚫어 낼 수가 있었다.

손해가 많은, 비효율적인 전투 구도였지만 개의치 않고 막 밀어붙였다.

초반 이득이 아니었다면 오히려 손해만 가득 본 전투가 돌 뻔했다.

[투신]을 사용하길 정말 잘했다. 다시 한번 이영우가 괴물이라는 걸 느꼈다.

어떻게 그런 상황에서 그런 경기력이 나올 수 있지?

경기가 끝난 후 진이 다 빠졌다.

이영우 라면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었다.

포기할 수 있는 경기를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힘든 상황에서도 실낱같은 희망을 찾는다.

모두가 끝났다고 해도 경기를 펼치는 선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승패를 떠나 배워야 할 태도였다.

또 하나 선택해야 할 것이 있다.

체력을 아껴 쓰며 올킬까지 바라볼 것이냐 확실하게 체력을 투자해 2킬을 하고 나머지 한 경기는 운에 맡길 것이냐.

일단 전자로 가닥을 잡을 생각이었다.

전자에서 후자로 생각을 바꾸는 건 가능하지만 후자에서 전자로 바꾸는 건 불가능했으니까.

그나저나 앞으로 운동 다시 열심히 해야겠군.

요즘 피곤해서 운동을 게을리 했더니 체력이 떨어지는 것이 느껴진다.

스킬을 사용해 체력이 소모되는 것도 부담스럽지만 경기를 하면서 자연스레 소모되는 체력도 만만치 않았다.

당장 내일부터 운동 시간을 늘릴 테다.

일단 남은 체력으로 3킬을 하는 건 산술적으로 가능하다.

남은 선수 중 위협적인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내 약점이라 할 수 있는 마수 선수가 없다는 것도 희소식이었다.

이영우 다음으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김대형과 황정호는 동족전이라 크게 부담이 없고 그나마 우승자 출신인 박수천이 조금 부담스럽겠구만.

자, 일단 지금은 승리를 즐기고 나머지는 나가서 생각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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