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47 Game No. 147 도발은 함부로 하는게 아니죠. =========================================================================
Game No . 147
―이영우 선수 앞마당 이후에 트리플 선택하고 있죠.
―이미 이승우 선수는 3개의 자원을 쌩쌩 돌리고 있거든요? 무리하게 공격 들어가지 않고 확장을 빠르게 가져간 선택 아주 좋았습니다.
―영리했죠. 이영우 선수를 궁지에 몰았다고 생각하고 성급하게 끝내려고 했다가 역으로 당한 이들이 많았거든요? 이승우 선수 아주 냉철합니다. 냉정하게 상황을 보고 있어요.
―이영우 선수가 가장 잘 하는 거죠. 상대방 말려 죽이기. 이번엔 본인이 당하고 있습니다.
둘의 경기는 중반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생각보다 조금 길어진 경기 시간.
이승우가 안전하게 플레이 했기 때문이었다.
당장 경기를 끝내기보단 한 박자 쉬어 가는 쪽을 선택했다.
좋은 생각이었다.
이영우는 상대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파고든다.
그리고 그 성과를 통해 역전을 유도한다. 뻔히 눈에 보이는 패턴이지만 한 번 휘둘리면 당할 수밖에 없다.
만약 지룡 드랍을 갔다가 허무하게 막히면?
기껏 벌려 놓은 차이가 좁혀질 수도 있다. 당장 그렇지 않더라도 이영우에게 여지를 줄 수 있다.
이영우에 대해 잘 모르는 이라면 뭘 그렇게 까지 조심하냐며 소심함에 혀를 찰 수도 있지만 이영우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이들은 당연히 이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즉 이승우는 아주 잘하고 있는 중이었다.
굳이 무리하지 않는다. 천천히 전장을 장악해 나갔다. 이영우도 박수를 쳐 줄 만한 경기 운영을 선보였다.
어차피 모든 걸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한 이영우는 가장 먼저 지룡을 배제했다.
어차피 화살탑을 지을 수 없는 상황이다.
지었다간 병력의 구멍이 생기게 되고 상대가 정면 뚫기를 시도하면 아무것도 해 보지 못하고 GG를 선언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
이영우는 화살탑은 하나도 건설하지 않았다. 대신 그 자원을 모두 병력에 집중했다.
혹 지룡이 오면 유닛 컨트롤로 막아 내겠다는 것이었다.
어지간한 자신감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견제도 떠나지 않았다.
지금은 상대의 용안을 견제하는 것보다 본인의 병력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라 판단한 것이다.
평상시라면 이득이라 평가할 수 있는 견제도 지금은 손해가 될 수 있다.
화차 1기로 용안 2기를 잡아내는 것보다 차라리 한 방 전투를 준비하는 데 쓰는 것이 나았다.
자잘한 전투에서 승리하는 건 의미 없다. 전쟁에서 승리를 따내려면 보다 큰 그림을 그려야 했다.
이영우가 그리는 그림은 하나였다.
이승우의 폭풍처럼 거센 공격을 막고 또 막으며 기갑 병력의 공격력 업그레이드가 3까지 될 때를 기다리는 것.
그 것이 아니면 답이 없을 정도였다. 아예 불가능한 스토리는 아니었다. 어쨌든 태백산맥은 2인용 전장.
용족인 타 스타팅을 먹고 거기에 제단을 늘리는 플레이를 할 수 없다.
병력이 나오는 통로가 하나로 제한된다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2개의 스타팅을 다 가져가며 회전력으로 승부를 거는 도망자 용족도 할 수가 없다.
어떻게든 웅크리고 버티기만 한다면 기회의 때는 온다.
이영우는 와신상담의 심정으로 경기를 치르고 있었다. 그걸 이승우도 알고 있었고 그 시간이 오도록 마냥 지켜보기만 할 리 없었다.
순간 이승우가 빠르게 제단을 늘렸다.
이미 자원은 충분히 확보했다. 이 자원이 곧 폭발적인 병력 생산으로 이어질 것이다.
―제단이 벌써 12개입니다. 병력이 많아요. 정말 많아요!
―이승우 선수 정면 승부입니다. 이영우의 세 번째 멀티를 힘으로 뚫겠다는 거예요!
평상시라면 무모한 선택.
하지만 초반 격차가 워낙 벌어진 덕에 가능한 것이었다.
확실히 같은 시간보다 천자총통의 수가 훨씬 적었다. 아직 공격력도 1단계 업그레이드에 머무르고 있는 상태.
이승우의 생각은 간단했다.
기갑 병력의 공격력 업그레이드 2단계가 되기 전에 뚫겠다는 것.
화통도감에서 쏟아지는 기갑 병력은 그 자체로도 강력하지만 공격력 2단계 업그레이드가 되면 용족에게 재앙 수준으로 강력해진다.
특히 천자총통을 감당하기 힘들다.
실제로 용족이 신을 한참 내다가 업그레이드 잘된 환국이 200 기갑 병력에 밀리는 경기도 꽤 나왔다.
이를 많은 용족 유저들이 환 사기라고 불렀다.
이승우는 그때까지 경기를 가져갈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었다.
현재 이영우의 화통도감은 4개. 용족의 물량을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제단에서 물량이 무지막지하게 쏟아져 내렸다.
마치 도재열의 생산력을 보는 것 같았다.
―이승우 선수 칼을 뽑아 들었습니다. 이 공격이 트리플 지역으로 향할 것이거든요?
―모든 견제와 공격 참고 기다린 공격입니다. 어마어마합니다!
―이영우 선수 이걸 막는다면 역전할 수 있을 텐데 이걸 막을 수 있을까요?
대부분 회의적으로 생각했다.
다만 일부가 이영우라면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을 뿐이었다.
언뜻 비슷해 보였던 병력 숫자가 급속도로 차이 나기 시작했다.
화차가 1기 생산될 때 용아가 4기씩 생산되었고 화통도감 1기가 배치될 때 용혼은 3기씩 나오고 있었다.
병력 차이가 줄어들기는커녕 시간이 갈수록 점점 벌어지고 있는 상황.
나가나 천왕랑이 없는 단순 용아, 용혼 조합이 이렇게 강력해 보일 줄이야.
뒤늦게 이영우가 화통도감을 2개 추가로 늘렸지만 그보다 용족의 병력이 모이는 것이 훨씬 빨랐다.
―자. 이제 병력 갖춰졌습니다. 이승우 선수 가죠!
―이영우 선수도 천리안으로 오는 거 확인했습니다. 급해졌죠.
자리에서 살짝 들썩이는 이영우의 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마음이 훨씬 편한 건 이승우 선수입니다. 이거 막혀도 뒤가 있거든요. 하지만 이영우 선수는 이거 못 막으면 끝이에요. GG 선언해야 합니다!
이승우은 이런 공격을 앞으로 3번 이상 더 쏟아 낼 수 있었다.
그만큼 판을 잘 만들어 냈다.
한눈에 보기에도 병력의 차이가 너무 났다. 이영우의 병력이 한 줌이라면 이승우의 병력은 양손을 벌려도 품을 수 없을 정도로 커보였다.
양 선수의 병력이 비교되는 순간 한쪽에선 탄식이, 다른 한 쪽에선 감탄이 터져 나왔다.
각각 CT와 아스트로의 벤치였다.
가장 초조해진 건 이정훈 감독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
왜 안 좋은 예감은 틀리지 않는 걸까?
이정훈 감독이 지그시 눈을 감았다. 마지막 희망을 걸어 보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희망에 불과했다.
경기가 길어지면서 혹시 역전의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조금 들었었는데 헛된 희망에 불과했다.
초반 격차가 너무 컸다.
이승우는 완벽한 승리를 위해 조금 물러났을 뿐이었다. 다수의 병력이 환국의 트리플 지역으로 이동했다.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물량.
모든 걸 다 씹어 먹어 버릴 듯 압도적인 기세가 풍겨 나왔다.
―이영우 선수가 이걸 막아 낼 확률보다 제가 천만 배우가 되는 확률이 더 높아 보입니다!
―그건 아닙니다. 박광춘 해설위원. 후자는 아예 가능성이 없고 전자는 그래도 가능성이 있거든요?
박광춘 해설의 드립에, 박상철 캐스터가 엄격하고 진지하고 근엄한 어투로 박광춘 해설을 나무랐다.
물론 이것도 드립이었지만 박광춘 해설 입장에선 민망해질 수밖에 없었다.
박광춘 해설이 무어라 반박을 하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전투가 이제 막 시작되려고 하고 있었으니까.
용아가 거친 숨소리를 내뱉으며 선두에서 돌진했다.
화차와 지뢰가 깔린 가시밭길이 펼쳐졌지만 용아는 멈추지 않았다.
지뢰가 터지면 터지는 대로 화차가 치면치는 대로 오직 정면, 천자총통이 있는 곳을 향해 달려갈 뿐이었다.
오히려 지뢰의 폭발에 휘말려 환국의 병력이 함께 폭사했다.
―아!!!!
―뚫리나요?!!!!
―너무 많죠. 많아도 너무 많아요!
용족 입장에서 너무나도 시원한 전투가 벌어졌다.
천리안으로 미리 확인한 이영우가 창고를 지어 입구를 좁혔지만 소용없었다.
워낙 용족의 병력이 많았던 것이다.
창고 하나가 터졌다. 용족의 공격이 아닌 천자총통의 범위공격력 때문이었다.
입구가 열리자 그 곳으로 용아가 파고 들어왔다.
한 번 터진 둑은 막을 수 없다. 연이어 길을 막고 있던 창고가 터져 나갔다.
용족의 병력이 성난 파도처럼 기갑 병력을 덮쳤다.
여전히 기갑 병력의 공격력 업그레이드는 1단계에 머무르고 있었다.
―들어가요!! 들어갑니다!!!
―용아 들어간다. 쭉쭉쭉쭉! 언제까지 어택 땅을 찍게 할 거야?
―전율이 이네요. 정말!!! 온몸에 소름이 돋고 있어요!!
신이 난 용족 출신 프로게이머 박광춘 해설이 술자리 노래를 개사해 불렀다.
박상철 캐스터와 한종엽 해설 역시 흥분해 소리를 지르고 있는 상황이라 박광춘 해설의 노래를 제대로 듣지 못했다.
이에 힘을 얻은 박광춘 해설이 그 뒤를 이어 불렀다.
―내 손가락 봐! 탈골됐잖아!
오랜만에 다른 이의 방해 없이 본인이 하고 싶었던 것을 마무리한 박광춘 해설이 흡족한 얼굴로 자리에 앉았다.
이제 뭘 해도 여한이 없는 표정이라고 해야 할까? 10년 묵은 체증이 가라앉은 것 같은 시원함이 느껴졌다.
―아. 트리플 지역 군영 깨집니다.
―이영우라도 먹어야 싸우죠!
―아. 이제 정말 어렵네요. 마지막 희망이 꺼졌어요.
***
뚫었다!
가슴 한구석도 함께 시원하게 뚫리는 기분이 들었다.
역시 용족은 이 맛이지!
단순 용아와 용혼 조합으로 환국을 때려눕힐 때 가장 큰 희열이 느껴졌다.
이로써 마음 한편에 조용히 자리 잡고 있던 불안감이 씻은 듯 없어졌다.
연습 경기에서 이 정도로 환국이 따라온 적이 없었다. 보통 트리플을 가져가기 전 타이밍이 한 번 나왔다.
하지만 이영우는 아니었다.
트리플을 가져가는 걸 보고 순간 소름이 돋았다.
이래서 최강이라는 소리를 듣는구나 싶었다. 그래서 마지막 공격을 할 때 [투신]을 사용했다. 어중간한 상황이 나올 수도 있으니 차라리 확실히 끝내는 것이 낫다는 판단했다.
이제 더 이상 역전의 가능성은 없다.
환국은 모아놓은 천자총통을 다 잃었다.
역전의 기반은 천자총통이다. 그 수를 다 줄여 줬기에 마음이 편해질 수밖에 없었다.
순간 [승우네 관광버스]를 사용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상황에서 경기를 이기는 건 확실하다.
윤영태를 [승우네 관광버스]로 이겼을 때 스킬 포인트 조각을 3개 줬다.
이영우는 적어도 5개를 줄 것이다. 어쩌면 7개를 줄지도 몰랐다.
만약 스킬 포인트 조각 7개를 얻게 된다면 스킬 포인트로 교환할 수 있게 된다.
‘아. 이건 아니다.’
하지만 이내 다시 생각을 바꿨다.
쓸데없이 체력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이영우라면 [승우네 관광버스]을 성공시키기 힘들 것 같았다.
그럼 경기는 이기겠지만 체력 15%는 하늘로 날아가게 된다.
15%면 다음 경기를 마무리 지을 수도 있는 양.
이렇게 허무하게 날리기엔 아까운 체력이었다.
빌드에서 완벽히 이겼음에도 생각보다 많은 체력을 지금 소모했다.
더 이상의 체력 소모는 없어야 했다.
지금은 도박수를 던질 때가 아니었다. 그런 건 개인리그에서나 해야 했다.
자. 욕심을 버리자.
언젠가 또 기회가 있을 테니까.
그럼 슬슬 경기를 마무리해 볼까?
이제는 정말 확실히 경기를 끝내야 할 때였다.
============================ 작품 후기 ============================
연참입니다.
어제 작품 후기를 적는다는 걸 잊었네요.
제대로 도발을 응징한 이승우!
장하다. 이승우!
그나저나
이승우x이영우.
매치 이름을 지어야하는데 고민이네요.
리쌍록은 이미 있고.
쌍우록?
영승록?
승영록?
고민 더 해봐야겠네요.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