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46 Game No. 146 감독님 말씀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
Game No. 146
―일꾼 일제히 달려 나옵니다!
―제단 깨야죠!
―5기가 나왔습니다! 제단 깨 버리겠다는 거죠!
제단이 완성되는 순간 5기의 일꾼이 제단에 붙어 공격을 시작했다.
솟대를 부수면 제단의 전력 공급이 중단되니 차라리 체력이 더 낮은 솟대를 파괴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란 생각이 순간 들 수도 있겠지만 절대 해선 안 되는 행동이었다.
솟대를 부수려 하면 용족 입장에선 땡큐다. 그냥 옆에다 솟대를 다시 하나 지으면 되니까.
어떤 솟대를 때려야 할지 우왕좌왕하게 될 거고 그사이 용아가 무조건 생산된다.
그러면 환국 입장에서 속된 말로 경기 터지는 것이었다.
―이승우 선수도 용안 끌고 나와야 합니다. 일꾼 공격력 장난 아니거든요? 1기 더해서 총 6기의 일꾼이 제단에 붙었습니다!
―이거 이대로 두면 무조건 제단 깨집니다. 얼른 손써야 해요!
일꾼의 공격력은 어마어마했다. 금세 제단의 체력창이 노랗게 물들었다.
이승우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자. 용안도 3기 나옵니다!
용안 3기를 추가로 중앙으로 내보낸 것이었다. 타이밍이 아주 적절했다.
일꾼이 나오는 걸 본 순간 3기의 용안을 뺐다. 망설였다면 제단은 깨졌을 거다.
일꾼 6기와 용안 4기가 중앙 제단을 두고 팽팽하게 맞섰다.
일반적인 경기에선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아무리 일꾼 6기라도 용안 4기는 조금 부담스럽다. 아까처럼 마음 놓고 제단을 때릴 수 없는 상황.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는 긴박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상황은 간단하다.
용아가 생산되기 전에 제단이 깨져 버리면 경기는 급격하게 이영우에게 기운다.
솟대도 전진되어 있고 제단도 파괴된 상태. 이승우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다시 처음처럼 본진에 솟대를 올리며 경기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사이 환국은 뭘 해도 좋다.
확장을 가져가서 차이를 벌려도 되고 궁병을 다수 모아 일꾼과 함께 치즈러시를 와도 된다.
반대로 용아가 생산된다면 이승우가 크게 유리해진다.
지금 환국은 일꾼을 6기나 동원한 상태.
용안도 3기나 더 동원하긴 했지만 어쨌든 철을 채취하는 일꾼의 수는 용족이 더 낫다.
자원 피해도 피해지만 나온 1기의 용아를 잡기 너무 힘들어진다.
훈련도감이 상대적으로 엄청 느리기 때문이었다.
이제 막 훈련도감이 올라간 상태. 궁병이 나오려면 한참 멀었다.
용아가 나온다면 오직 일꾼으로만 상대해야 하는 것이다. 일꾼이 잡히면 손해고 자원 채취를 못하고 다수의 일꾼이 용아를 따라 다녀야 하는 것 자체도 손해다.
그렇기에 이영우는 사활을 걸고 제단을 반드시 깨야 했고 이승우는 어떻게든 1기의 용아를 생산해야 했다.
―자. 컨트롤 싸움 이어지죠!
―어떻게든 어그로 끌어서 일꾼의 공격을 용안에게 돌려야 합니다. 이승우 선수 여기에 다 걸었거든요!
―진짜 일꾼 공격력 무지막지하네요.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무조건 깨진다. 벌써부터 제단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이승우도 필사적이었다.
용안으로 일꾼을 치고 빠지는 등 컨트롤을 통해 어떻게든 일꾼이 제단을 파괴하는 걸 방해하고 있었다.
―용아가 나와야 해요! 용아 1기!
―크게 욕심도 없을 겁니다. 1기만. 딱 1기만!!
―용아!!! 용아!!!
―오. 그래도 일꾼을 꽤 많이 잡아냈거든요?
그때 용안이 일꾼 2기를 잡아내는 데 성공했다.
이제 제단을 때리는 일꾼의 숫자는 4기.
―그래도 일꾼 2기 잡아냈거든요! 확실히 속도 느려졌습니다!
―이거 진짜 모르겠는데요!
―이건 영화입니다. 영화! 이렇게 짜릿한 상황이 나오다니!!
용안이 가장 가까운 곳에서 제단을 때리고 있는 일꾼을 집중 공격하기 시작했다.
즉시 일꾼을 뒤로 빼주는 이영우. 더 이상 잡히는 건 곤란했다.
뒤로 빠졌던 일꾼은 곧바로 옆으로 이동해 다시 제단을 때렸다.
1초 아니 0.5초만 늦었어도 일꾼은 터졌을 것이다.
남은 체력은 5.
체력창도 온통 붉게 변해 있었다. 1기의 일꾼이 용안의 공격을 받는 사이 나머지 3기의 일꾼은 아무런 방해 없이 제단을 공격했다.
용안의 표적이 가장 가까운 일꾼으로 변경되었다.
도망가는 일꾼의 체력이 적어, 한두 번만 치면 터지긴 했지만 바깥으로 벗어난 탓에 아까처럼 쉽게 포위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일꾼을 따라가는 시간이 아깝다.
지금은 0.1초라도 아쉬운 상황.
공격이 아닌 다른 걸 하는 것 자체가 아까웠다.
이승우가 곧 바로 다른 일꾼을 공격했지만 마찬가지로 일꾼을 뒤로 돌려주며 살려 내는 이영우였다.
정말 극한의 컨트롤이 연달아 나왔다. 자원을 채취하고 정찰하는 용도로만 썼던 용안과 일꾼이 이렇게 긴장감 넘치는 전투를 만들어 낼 줄이야!
모두가 손에 땀을 쥐고 화면을 바라보았다.
그사이 제단의 체력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이제 얼마 지나지 않으면 제단이 깨질 것이다.
―으아!!! 아직!!! 아직도 용아가 안 나왔어요!
―원래 용아가 이렇게 늦게 나오는 유닛이었나요?
―깨집니다. 이제 곧 깨집니다! 얼마 안 남았어요!
화면에 보이는 이승우가 입술을 앙다물었다. 절박함이 눈에서 엿보였다.
이승우가 마지막 집중력을 발휘했다.
필사적으로 가장 가까운 일꾼을 잡는 데 성공한 것이다.
―아!!!!
―이야!!!!!!!!!!!!
―어? 이거 용아가 나올 수…….
―용아~~~~~~~~~~!!!!!!!!!!!
그리고 그 순간 제단이 깨지고 말았다. 하지만 상황은 이영우가 전혀 유리한 것이 아니었다.
제단이 깨짐과 동시에 용아가 생산된 것이었다.
정말 기적 같은 타이밍이었다.
포기하지 않고 일꾼 1기를 마지막에 잡아 준 것이 빛을 발했다.
만약 그 일꾼이 잡히지 않고 계속 데미지를 넣었다면 용아가 생산되기 전에 제단이 터지고 말았을 것이다.
단지 운이 아닌, 이승우의 컨트롤이 빛난 순간이었다.
―오!!! 용아 나왔어요!!!
―하나! 하나! 하나!
―이야~~~!!!!!!!!!!!!! 이거는 거의 무적이죠!
―정말 금쪽같은 용아 1기입니다!!!
그때 이영우의 얼굴이 화면에 잡혔다.
고개를 기우뚱거리며 무언가 중얼거리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하는지 완벽히 알 순 없었지만 대충 해석해 보자면 용아가 나오는 게 말이 되냐는 것이었다.
언뜻 욕설도 보이는 것 같았다. 충분히 욕이 나올 만한 상황이었다.
―이영우 선수 화났죠.
―화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게 나왔네요!
―제단이 정말 큰일 해 줬습니다. 정말 이렇게 귀한 용아는 태어나서 처음 봅니다.
1기의 용아가 위풍당당하게 환국의 본진에 입성했다.
이처럼 크고 웅장한 용아는 처음이었다. 천왕랑 10기 부럽지 않은 당당함!
훈련도감은 이제 겨우 반밖에 완성되지 않은 상태.
궁병이 나오려면 멀었다.
있는 거라곤 일꾼들이 전부였다.
그 전까진 용아의 활개 칠 수 있는 세상이었다.
맛있는 사냥감이라도 발견한 듯 용아가 거침없이 일꾼들을 향해 걸어갔다.
***
짧은 순간, 극도의 긴장으로 인한 식은땀이 등을 잔뜩 적셨다.
정말 아슬아슬한 순간이었다.
일꾼 6기가 눈에 보이는 순간 [투신]을 사용했다.
순간적인 판단이었다.
결과적으로 옳았다.
만약 [투신]을 쓰지 않았다면 제단은 분명 깨졌을 것이다.
이영우는 일꾼 컨트롤마저 뛰어났다. 돌아가면서 제단을 깨려 하다니.
생각만 가능한 걸, 이영우는 직접 해냈다.
[투신]을 사용하지 않았거나 컨트롤 미스가 조금 났더라면?
으. 상상만으로 끔찍하다.
정말 심장이 튀어나올 것처럼 쿵쾅거렸다. 왜 이렇게 용아는 생산이 안 되는지 정말 미치는 줄 알았다.
제단이 깨지는 순간 절망했다.
아, 이렇게 경기가 터지는구나.
이영우도 일꾼 수를 꽤 잃고 다수의 일꾼이 오랜 기간 일을 하지 못한 것이 피해긴 했지만 어쨌든 훈련도감이 지어지는 상태.
반면 나는 본진에서 솟대부터 다시 올려야 했다.
떠올리는 순간 눈앞이 깜깜해지는 상황.
그렇게 절망에 빠져들기 직전 나를 향해 방긋 웃고 있는 용아를 발견했고 그 순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 지를 뻔했다.
승드셋에 버금가는 방송 사고를 낼 정도로 기뻤다.
용아가 생산되다니!
무교지만 오늘만큼은 신을 한번 찾아볼란다.
제단이 생산한 건 용아가 아니었다. 제단이 생산한 건 기적이었다.
기적!
***
―일꾼 피해받네요.
―그래도 이영우 선수니까 여기서 멈춘 겁니다.
―일꾼을 뒤로 빼는 컨트롤이 좋았죠. 하지만 그사이 자원 채취는 못한 것도 그렇고 테크가 느린 것도 그렇고. 아. 안 좋아요. 정말 안 좋습니다.
1기의 용아가 이영우의 본진에 난입했을 때 아직 훈련도감도 채 완성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다른 선수라면 당황하며 아예 경기를 내줄 정도로 피해를 크게 입었겠지만 그나마 이영우였기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용아에게 맞는 일꾼을 철광을 찍으며 뒤로 빼주는 정교한 컨트롤로 3기의 일꾼을 잡히는 선에서 용아를 정리할 수 있었다.
물론 이것도 큰 피해긴 했다.
아까 잡힌 일꾼과 나갔던 일꾼들이 자원을 채취하지 못했던 시간까지 합치면 자원 차이가 꽤 벌어졌다.
실제로 철광을 캐고 있는 일꾼의 수도 1. 5배 정도 차이가 나 보였다.
―이영우 선수 머리가 복잡할 겁니다. 일단 용아는 잊어야 합니다. 계속 생각하면 화만 나거든요.
―이영우 선수는 경기 길게 봐야 합니다. 30분 아니 1시간 할 생각하고 해야 돼요. 그래야 수라도 나오지 뭐 중간에 타이밍 잡고 나올 생각하면 절대 안 됩니다.
다른 선수였다면 경기가 끝났다고 말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영우였기에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
이영우라면 모른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역전승을 해낼 때가 종종 있었다.
지금 팬들도 거기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을 것이다.
―바쁩니다. 바빠. 생각해야 할 것이 많거든요.
―반면 이승우 선수는 그냥 하고 싶은 거 다하면 됩니다. 뭘 해도 통하는 상황이거든요!
할 것이 많은 이영우와 달리 이승우는 느긋했다.
여유롭게 앞마당을 가져가는 이승우. 하지만 이영우는 그럴 수 없었다.
―용아 2기와 용혼 1기가 견제 옵니다.
곧바로 견제가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이승우의 용안 수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었기에 멀티와 동시에 공격이 가능했다.
―안전하게 망루 지어야 해요. 계속 이런 공격 들어올 거거든요?
―지금 상황에서 돈 100원 아낀다고 될 일이 아닙니다. 당장 이 공격에 피해받을 수도 있거든요!
―그래도 이영우니 조금 지켜보겠습니다.
중계진들이 안타까워했다. 지금 이영우의 상태는 너무 불안정해 보였다.
배제. 그리고 또 배제.
모든 것을 철저히 배제해 나가며 회복에 집중했기 때문이었다.
망루를 짓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였다.
궁병이 6기나 생산 되어 있긴 하지만 불안한 건 사실이었다.
용아를 발견하는 동시에 궁병을 뒤로 빼며 심시티 뒤로 숨었다.
아직 천자총통이 생산되려면 멀었다는 걸 알고 있는 용족의 병력이 거침없이 언덕 위로 올라왔다.
―이야. 이영우 선수 집중력 살아 있습니다!
―반응속도가 정말.
―이야. 이건 뭐라 해야 할지. 판단력이 예술이네요, 예술.
중계진들의 동시에 감탄을 내뱉었다.
건물 뒤에 숨어 있던 궁병이 일점사를 통해 용아 1기를 잡아냄과 동시에 언덕 입구에 일꾼 1기를 세워 물러나는 용족의 병력을 본진 안에 가둔 것이다.
환국의 본진을 빠져나가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던 용아와 용혼이 궁병의 공격이 허무하게 잡혔다.
―보는 순간 판단이 선 거예요. 아. 이거 잡을 수 있다. 입구 일꾼으로 세우면 된다! 보는 입장에서도 순간 깨닫기 힘든 건데. 이야. 정말 대단합니다. 이영우답습니다. 이영우다워요!
―생각보다 찌르기에 피해를 입지 않았습니다. 아니 전혀 입지 않았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당장 망루를 생략한 덕에 앞마당을 조금 더 빨리 가져갈 수 있게 되었거든요?
이영우가 불리한 건 사실이다.
어떤 이들에겐 역전 불가능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상황이 안 좋다. 하지만 이영우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의 눈빛은 어느 때보다 활활 불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