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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로더 신들의 전쟁-144화 (144/575)

00144  Game No. 144 도발 VS 도발  =========================================================================

Game No. 144

이재명 감독 역시 이영우의 예고 올킬 기사를 봤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승우만 원한다면 피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보통 사람들은 이영우를 무적 혹은 사기라 평가한다.

감독들 역시 마찬가지다.

모든 규칙을 씹어 먹는 괴물이라고 평가한다.

전장의 유불리 따윈 이영우에게 존재하지 않는다.

환국이 약한 전장을 잔뜩 깔아 놔도 지금과 그리 다르지 않은 승률을 보일 거라 확신한다.

본인만의 해법을 반드시 찾아낼 것이니까.

이렇듯 이영우는 같은 편이면 더 없이 든든한 존재지만 적으로 만났을 땐 최악의 존재다.

그런 괴물이 선봉으로 나온다.

1킬이나 2킬로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이재명 감독 역시 위와 같은 의견에 동의한다.

그것도 아주 격하게.

이재명 감독은 승부에 있어서 차분하고 냉정하다.

아스트로 선수들을 진심으로 아끼고 좋아하지만 과대평가는 절대 하지 않는다.

기존의 아스트로 선수 중 이영우를 상대로 내보낼 수 있는 카드는 박현우밖에 없다.

다른 선수는 명함도 못 내민다. 그나마 박현우도 종족이 환국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영우를 마수로 잡는다고?

기가 막히는 1회성 전략을 만들어 가거나 본인의 인생 경기를 하거나 마수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실력을 가져야 가능한 일일이다.

아쉽게도 아스트로엔 마수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실력을 가진 선수가 없다.

기가 막힌 1회성 전략이나 인생 경기를 펼쳐야 한다는 건데 여기에 도박수를 거는 건 너무 위험했다.

용족도 마찬가지다.

상성을 씹어 먹는다.

이영우는.

정명혁과 더불어 용족을 가장 잘 학살하는 환국 선수다.

평소라면 위너스리그 CT전은 거의 포기했을 거다.

그저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경기라 생각했겠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이승우.

아직 완성되진 않았지만 에이스라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선수가 생겼다.

이영우와의 경기에서 위축되지 않고 제 기량을 펼치는 건 물론 상대 전적도 1:1이다.

충분히 맞불 작전을 해볼 만하다.

그리고 이승우 역시 본인이 에이스라는 책임감과 자신감을 확실히 가질 수 있다.

이승우가 패배한다면?

뭐 어쩔 수 없지.

늘 이길 수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원래 고난과 역경 끝에 영웅은 탄생한다.

그다음엔 이영우라는 거물을 상대하는 경험을 신예 선수들이 갖게 해 줄 생각이었다.

큰 충격을 받아 무너지는 선수도 있을 거다. 그렇다면 그 선수의 그릇은 거기까지인 것이다.

처음 이승우를 볼 때부터 느꼈다.

이 선수는 단지 2군에 머물 선수가 아니라는 것을.

방출되기 전과 이후가 180도 변했다.

그것이 경기력으로 고스란히 드러났다.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건 변했다는 것이고 그 변한 것을 아직까지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처음 들었던 생각은 이제 확신을 넘어섰다. 이재명 감독은 모든 걸 걸고 장담할 수 있었다.

이승우가 올해 가장 우뚝 솟은 선수가 될 거라는 것을.

***

CT연습실.

S1과 함께 최강이라 불리는 팀답게 최신식의 시설을 자랑하고 있었다.

연습하다 잠시 쉴 수 있는 휴식실이 옆에 별도로 마련되어 있었고 그 입구엔 커다란 업소용 냉장고가 있었다.

물론 냉장고는 각종 음료수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각종 간식거리 역시 마련되어 있었다.

연습하다 언제든지 꺼내 먹을 수 있는 것들이었다. 모두가 구슬땀을 흘리며 연습하고 있는 지금.

“장난 아니다, 진짜.”

“그러게요.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휴식을 취하는 몇몇 선수들이 어딘가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바로 이영우의 개인 화면이었다. 같은 화면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

항상 명령이 필요한 곳을 찾아 움직였다. 보는 것만으로 멀미가 날 정도로 엄청난 속도였다.

“수고하셨습니다.”

경기는 이영우의 승리로 끝났다.

“너도 고생했다.”

이영우와 연습 경기를 펼친 선수는 김대형이었다. 황정호와 함께 CT의 용족 라인을 단단히 지키고 있는 선수였다.

최근 이제운과의 MSL 16강에서 접전 끝에 2:1로 아쉽게 탈락하고 말았다.

마치 사우나를 한 것처럼 김대형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이승우가 아무리 잘해도 이건 못 버티겠다.”

다시 생각해도 끔찍한지 김대형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래도 연습해야죠.”

이영우의 말에 김대형이 손사래를 쳤다.

“어휴. 난 더 못하겠다. 정호랑 해라. 정호.”

그 말을 남기고 떠나는 김대형.

결국 이영우의 연습 상대는 김대형에서 황정호로 교체되었다.

이영우가 모니터를 노려보았다. 자신의 도발을 이승우가 받아들였다.

도발까지 한 이상 절대 질 수 없었다.

어제부터 이영우는 이승우와 경기를 펼치는 태백산맥을 집중적으로 연습하고 있었다.

쉬운 상대가 아니라는 건 이제운과의 경기를 보며 느꼈다.

김택윤이나 송병호를 보는 것 같았다.

그때 느꼈다.

결승에서 만날지도 모르겠구나 하고.

그 전에 반드시 기를 꺾어 놓고 싶었다.

***

“가자!”

“네!”

드디어 결전의 날이 밝았다.

CT와의 경기가 불과 2시간밖에 남지 않았다.

오늘은 우리 팀이 6월에 펼치는 마지막 경기였다. 승리를 거둬 6월을 기분 좋게 마무리하고 싶었다.

현재 위너스 리그 순위는 아직 우리가 선두를 유지하고 있고 그 뒤를 CT와 S1이 바짝 뒤쫓고 있었다. 순위는 차이가 나지만 승률은 똑같았다.

모두 8승 1패.

초반에 승점을 잔뜩 벌어 놓은 우리 팀이 1등이었고 2위가 CT, 3위가 S1이었다.

만약 오늘 CT에게 지게 되면 3위까지 미끄러진다.

물론 5위와 차이가 조금 많이 나서 포스트 시즌 순위는 한동안 유지할 수 있겠지만 웬만하면 이번 달도 1위로 마치고 싶었다.

이영우의 도발이 있고 우리 팀이 받아들인 직후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다.

물론 정중히 거절했다.

승부에 앞서 말은 필요 없다. 직접 경기로 보여 주겠다고 했다.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감독님께 의견을 구해 내놓은 답변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무탈하게 처리한 것 같았다.

인터뷰 요청을 시작으로 어마어마한 기사가 이스포츠 매체를 가득 채웠다.

올해 성적 분석부터 서로의 스타일까지. 모든 것을 비교한 기사도 있었다.

그 기사를 보는 순간 부끄러워졌다.

경기 수가 적은 내가 승률 면에선 앞섰지만 나머지 모든 건 이영우가 앞서고 있었다.

커리어는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대부분 사람들은 이영우의 승에 손을 들어 줬다.

그래, 내가 제3자였어도 그랬겠다. 차이가 좀 나긴 하지. 그건 인정한다.

하지만 길고 짧은 건 대 봐야 하지 않겠는가?

나도 준비를 많이 했다.

감독님과 함께 이영우를 무너뜨릴 수 있는 전략을 밤새 준비했다.

그리고 무수한 연습 끝에 전략을 완성하는 데 성공했다.

끝낼 수 있으면 좋고 끝내지 못하더라도 큰 피해를 주며 중 반 이후로 도모할 수 있는, 초반 공격부터 후반 운영까지 생각한 빌드였다.

물론 실패하면 불리하게 시작하는 건 당연한 것이었다. 이 전략의 핵심 포인트는 심리전과 컨트롤이었다.

[투신]으로 컨트롤은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연습을 하면 할수록 전략에 감탄했다.

이걸 프로리그에서 쓰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마음 같아선 결승에서 이영우를 만나 쓰고 싶었지만 뭐 그게 어디 쉽게 되겠는가?

결승에 이영우가 올라올지 이제운이 올라올지 아직 결정도 안 된 상태고 당장 내 진출 여부도 확정되지 않았는데.

너무 멀리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략만큼 자신 있는 것이 또 있었다.

오늘 경기를 펼치는 곳이 히어로 센터라는 점.

[집택신]의 영향을 받아 난 모든 능력치가 10% 상승되었다.

체력 역시 110%.

[투신]을 2번이나 더 쓸 수 있다는 말씀.

1경기에서 이영우를 잡고 내친김에 CT를 올킬 하는 것이 내 목표다.

그러면 깔끔하게 23연승! 얼마나 좋은 그림인가.

기록도 깨고 팀 1위도 지키고.

가장 안 좋은 그림은 이영우한테 1경기에서 바로 잡히는 것이겠지?

으, 생각하기도 싫다.

어쨌든 올킬을 노리려면 체력 안분을 잘해야 한다.

사용할 수 있는 체력은 60%.

경기 중 소모되는 체력까지 계산하면 경기 수에 따라 달라지긴 하겠지만 4경기 기준으로 40~45% 정도가 스킬에 투자할 수 있는 양이다.

관건은 첫 번째 경기에서 얼마나 체력을 아낄 수 있느냐다.

첫 경기에서 30%이상의 체력을 소모해 버리면 이기더라도 올킬은 힘들어진다.

레벨 업이나 업적 달성 같은 기적이 따르지 않는 한 말이다.

지금은 어느 것도 가능성이 없었다.

그렇기에 이영우와의 경기에서 20% 내의 체력으로 승부를 봐야 했다.

감독님과 함께 짠 전략이 통하기만 한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

오늘 CT와 아스트로의 경기를 중계할 MBS게임 중계진은 박상철 캐스터, 한종엽 해설, 박광춘 해설이었다.

-오늘 어마어마한 경기로 인사드리게 되었습니다. 진짜 인터넷이 뜨거웠어요. 너무 뜨거워서 손이 데는 줄 알았습니다.

박상철 캐스터의 너스레에 박광춘 해설이 어이없다는 얼굴로 박상철 캐스터를 바라보았다.

-왜 저를 그렇게 바라보시죠? 아, 제 억양에 문제가 있었나요?

-요즘 박광춘 해설께서 연기를 도전하시지 않았습니까? 박상철 캐스터의 표정이 영 못마땅했나 봅니다.

빈틈을 놓치지 않고 거드는 한종엽 해설.

-아니. 그게 아니…….

-아, 제가 박 배우님 앞에서 연기를 했네요. 번데기 앞에서 주름을 잡다니. 이거 제 실수입니다.

박광춘 해설이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무언가 해명을 하려 했지만 박성철 캐스터가 날카롭게 말을 자르고 들어왔다. 이들의 말처럼 요즘 박광춘 해설이 연기에 도전했다.

정식 TV 프로그램은 아니고 웹에서만 볼 수 있는 웹 드라마였다.

저번에 박광춘 해설이 해설 스케줄을 펑크 낸 것도 웹 드라마 촬영 때문이었다.

그 이후로 MBS게임 중계진들은 틈만 나면 박광춘 해설을 박 배우라 부르며 놀렸다.

-자. 오늘 프로리그 1위와 2위의 팀이 드디어 만났습니다.

깔끔한 진행 솜씨를 선보이는 박상철 캐스터.

한도 끝도 없이 길어질 것 같던 잡담에서 자연스레 경기로 화제를 돌렸다.

-한쪽은 너무나도 당연한 팀인데 다른 한 팀은 굉장히 어색하네요.

-생소할 수밖에 없죠. 이 팀이 6위 안에 들었던 적이 여태 단 한 번도 없었거든요! 바로 아스트로입니다!

-8승 1패. 정말 최고의 위너스 리그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승점 역시 잘 관리해서 같은 8승 1패인 CT와 S1를 제치고 1위에 올라 있거든요? 오늘 만약 승리한다면 3라운드 1위는 거의 확정적입니다.

-만약 시즌 초반부터 이승우 선수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할 정도로 포스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1, 2 라운드 성적이 너무나 안타깝네요.

4승 18패.

아스트로의 1,2 라운드 성적이다.

지금 성적을 합산해 봐도 11승 19패, 패가 훨씬 많았다.

그래도 아직 포스트 시즌의 희망은 남아 있었다.

만약 4라운드로 지금과 같은 호성적을 거두고 5, 6 라운드 역시 이승우를 중심으로 잘 풀어 간다면 포스트 시즌에 충분히 진출할 수 있다.

-사실 오늘 이 두 팀 간의 대결은 첫 번째 대결에서 결판이 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렇습니다. 양 팀의 에이스라고 할 수 있는 두 선수가 선봉으로 출전했거든요!

-이영우 선수의 도발이 있었습니다. 아스트로를 올킬 하겠다고 예고했죠. 그 예고장을 받고 아스트로에선 바로 이승우 선수를 내보냈습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겠습니까? 정면 대결로 CT를 부수겠다는 것 아니겠습니다?!

-자. 양 선수 준비 완료되었다고 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기다려 온 대결의 전장 태백산맥으로 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 작품 후기 ============================

월요일날 뵙겠습니다.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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