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41 Game No. 141 해봅시다. =========================================================================
Game No. 141
―이승우 선수 과감하게 앞마당 먼저 가져갑니다.
―일단 6마견이 동시에 뛰는 게 아니라 순차적으로 나오다 보니 신전부터 가져가는 판단을 내린 것 같습니다. 대각선 거리도 있구요. 나쁘지 않습니다. 저렇게 나온 마견이 당장 달려올 가능성은 낮거든요?
―자. 이제운 선수 마견 위로 뛰죠.
―용안 안 쫓습니다. 이게 이제운이거든요!
보통이라면 생산된 마견으로 용안을 쫓겠지만, 이제운은 달랐다.
―일단 배짱을 부리긴 했습니다만. 사실 용광포를 2개 짓고 출발하는 용족은 아무래도 테크 면에서 느릴 수밖에 없거든요? 과연 이승우 선수의 배짱이 통할지 아니면 악수가 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어느새 이승우의 큰 입구 근처에 도착한 마견들.
그사이 이제운 본진을 활보하던 용안이 철광 근처에서 일벌레에게 잡히고 말았다.
순식간의 4기의 일벌레가 자원 채취를 멈추더니 일점사를 한 것이다. 사이에 갇힌 용안은 미처 빠져나오기 전 죽고 말았다.
―정찰 갔던 용안 잡혔죠?
―조금 더 신경 써 줬어야 했는데요?
―지금 정신이 없습니다. 이승우 선수. 용안도 이제 나와 줘야 할 것 같은데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승우의 용안 3기가 큰 입구로 이동하고 있었다. 아마 이 화면을 보고 있어서 정찰 용안을 놓친 것 같았다.
용안이 나와 입구를 좁히고 있었지만 아직 용광포가 완성되지 않아 불안한 상황.
이제운의 선택은, 마견을 안으로 들이미는 것이었다.
―어? 이거?!
―들어갑니다. 들어갑니다. 들어갈 준비합니다.
―자 위에 용광포 하나!
―2기의 마견이 살아 들어가는 데 성공합니다!
그 순간 완성되는 용광포.
용광포가 열심히 포를 쏘아 냈지만 마견 2기가 본진으로 쑥 들어가 버렸다.
이제운이기에 할 수 있는 판단이었다. 2~3초만 있으면 용광포가 완성된다.
용광포가 완성된 후였다면 6기의 마견은 결코 들어갈 수 없다.
용안까지 3기 미리 나와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만약 이제운이 조금이라도 망설였다면 그사이 용광포는 완성 되었을 테고 이승우가 원하는 방향으로 경기가 흘러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운은 과감했다.
아직 용광포가 완성되지 않은 걸 본 순간 마견을 들이밀었고 용안의 틈을 비집으며 마견을 투입시키는 데 성공했다.
일반 아마추어들 간의 게임에서 마견 2기가 본진 난입한 것은 큰일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프로게이머들에겐 아니었다. 일단 빌드를 훤히 들킨다.
비비를 생략하고 지상 병력에 힘을 쏟는지 혹은 2개의 공중제단을 건설하며 공중을 장악하려 하는지 별다른 노력 없이 파악할 수 있다.
거기에 더해 본진을 빙글빙글 돌면서 금광을 채취하는 용안이나 건물을 건설하기 위해 나오는 용안을 툭툭 치며 신경을 거슬리게 할 수 있었다.
이 난입으로 이승우가 원하던 판은 일단 어그러지고 말았다.
―이승우 선수 이거 들어온 것만 해도 기분 나쁘죠.
―기분 나쁜 건 둘째치고 얼른 잡아내야 합니다. 정보 다 주고 있어요.
―사실 이렇게 들어오리라 생각 못했을 겁니다. 대각선인 데다가 선숲을 가져가긴 했지만 벌레를 모으지 않았었거든요? 그걸 눈으로 직접 봤으니 이런 선택을 한 건데. 차라리 보지 못했으면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네요.
일단 빠르게 제거해야 했다는 생각을 했는지 일꾼 4기가 마견을 쫓기 시작했다.
마견 2기와 1기는 다르다.
1기만 남게 한다면 정찰을 허용할지언정 용안에 대한 견제는 거의 안 받게 된다.
1기가 때리는 마견의 공격은 용안에 조금만 신경을 써 주면 충분히 커버 할 수 있었으니까.
2기가 날뛰기 시작하게 만들면 안 된다. 다른 선수도 아니고 이제운의 마견이다.
그렇기에 당장 자원의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마견을 잡기 위해 용안 4기를 동원한 것이었다.
―욕심 부린 것이 화근이 되었네요. 먼저 신전을 가져간 건 아무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오히려 마수가 철광 지대 가져가면서 더 부유하게 되었죠?
―아직도 마견은 멀쩡히 살아 있네요. 이 자체만으로도 이승우 선수는 손해입니다. 용아가 나올 때까지 용안이 이렇게 마견을 따라다녀야 하거든요?
4기의 용안을 동원했음에도 이제운의 마견은 잡히지 않았다.
상황이 애매해졌다.
용안 4기를 동원했다는 건 빠르게 마견 1기를 제거하겠다는 뜻이다. 2기 모두 제거하면 더 좋고.
그런데 쉽게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운도 이 화면에 집중하는지 용안을 피해 요리조리 피해 다녔다.
이럴 거면 차라리 자원을 채취하다가 마견이 때리면 그때 반응하는 것이 더 나을 뻔했다.
―그래도 1기 잡았네요.
마침 본진을 보는지 잠깐 멈추는 마견.
그때를 놓치지 않고 용안이 벼락같이 달려들어 마견 1마리를 잡아내는 데 성공했다.
―이제 자원 채취하러 가죠?
그제야 다시 자원을 채취하러 가는 용안들.
용안은 더 이상 마견을 쫓지 않았다.
곧 용아가 생산되기 때문이었다. 1기의 마견은 용아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
―사실 이것도 늦었습니다. 굉장히 늦었죠. 아예 들어오지 못하게 했어야했거든요?
―맞습니다. 자원 차이가 벌어졌어요. 참 애매해졌네요.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네요. 부유하게 시작한 이승우 선수는 가난해지고 가난하게 시작한 이제운 선수는 부유해지고.
―꼬였습니다. 이러면 이승우 선수 플레이가 경직 될 수 밖에 없거든요?
―자. 과연 이 경기를 이승우 선수가 어떻게 풀어갈지 지켜보겠습니다.
***
전혀 예상치 못한 유닛에 많은 피해를 입고 말았다.
이영우를 상대할 때도 느꼈지만 오늘 또 한 번 느낀다. [날빌러]가 추천해 준 빌드는 정답이긴 하지만 상대 역량에 따라 오답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다른 선수였다면 초반 우위를 점하는 데 성공했을 거다.
순수 빌드 자체는 이겼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불리해지고 말았다.
속이 쓰렸다.
조금 더 가져가려다가 왕창 잃고 말았다.
거기가 정찰 용안까지 잃고 다시 1기를 내보내야 한다.
일단 시선을 끌기 위해 용아를 먼저 진출시켰다. 바로 용안을 내보냈다간 모든 마견이 용안 쪽으로 쏠릴 거다.
체력이 많은 용아가 마견의 공격을 받으며 시간을 끄는 사이 용안으로 마수 기지를 정찰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물론 용아는 살려야 한다.
죽으면 아무 소용없었다.
마견의 발업이 되어 있지 않았기에 용아를 무사히 본진으로 귀환시키는 데 성공했다.
동시에 그 틈을 타서 용안을 마수 본진에 찔러 넣는 데 성공했다.
이마저 실패했다면 정말 암울해질 뻔했다.
마수가 뭘 하는지 비비가 나오기 전까지 꼼꼼히 봐야 한다.
일벌레를 계속 찍고 있는 것으로 보아 초반 공격은 아니었다.
이걸 확실히 파악한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큰 입구 쪽에 4번째 소굴을 짓는 걸 확인했고 본진에 광풍협곡이 올라가고 있는 것도 눈으로 봤다.
이 정도면 안심해도 된다.
그슨대가 아니기에 입구에 더 이상 용광포를 투자할 필요가 없었다.
만약 이를 파악하지 못했다면 적어도 용광포를 4개까지 늘려줬어야 했다.
안 그래도 가난한데 더 가난해질 뻔했군.
그리고 벌레를 모으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한 번에 닷발귀를 찍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물론 반대로 이를 역이용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들켰으니 닷발귀 안 찍고 일벌레를 더 생산하며 배를 째 버리는 것?
광풍협곡이 완성되는 타이밍까지 용안을 절대 죽어선 안 된다.
그 전에 죽어 버리면 어떤 선택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닷발귀 방어를 위해 본진과 앞마당 쪽에 투자해야 하는 것이다.
초반 피해를 입었기에 일단 공중 방어는 비비로, 지상 방어는 용광포와 지룡을 조합해 할 생각이었다.
비렴을 가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지만 개발되기도 전에 병력이 들이닥칠 것 같았다.
생산된 비비로 주변 군주를 사냥하기 시작했다. 정찰은 이미 용안이 완벽하게 해낸 상태였다.
6시 쪽에 멀티가 늘어났다는 것도 파악했다. 큰 입구 쪽에 3번째, 그러니까 전체로 치면 6번째 소굴이 지어지는 것도 확인했다.
이제운의 선택은 혈풍과 일벌레였다.
훤히 자신의 본진을 보여주고 있는 상황에서 모은 벌레를 전부 그슨대를 생산하는 건 위험한 선택이라 판단한 모양이었다.
정찰 간 용안은 그슨대굴이 지어지고 있는 정보를 마지막으로 장렬히 전사했다.
고생했다, 용안아.
너의 활약을 내 잊지 않으마.
***
―이제운 선수. 혈풍.
―이번 심리 싸움에서도 이승우 선수가 조금 앞섰네요. 끝까지 본진과 앞마당에 무리하게 용광포 안 늘렸거든요?
―그 점이 유효합니다. 남은 철로 빠르게 신전을 가져다줄 수도 있고 제단을 늘려 줄 수도 있거든요?
초반에 이승우가 피해를 입긴 했지만 그래도 많이 따라왔다. 정찰을 꾸준히 한 것이 득이 되었다.
이제운의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면 본진, 앞마당, 큰 입구 3군데에 전부 용광포를 늘렸어야 할 것이다.
이제는 서로 할 만한 상황이 되었다. 그래도 이제운이 조금 더 낫긴 했지만.
―자. 비비 정찰에 성공한 건 잘한 일입니다만, 살려서 본진까지 가야죠.
―이제운 선수도 살려 보낼 생각이 없습니다. 이미 비비가 갈 길을 예측하고 미리 혈풍을 가져다 놓았거든요?
그때 혈풍 한 마리가 비비에 자폭하는 데 성공했다. 순간 관중석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아마 이제운 혹은 화성의 팬들일 것이다. 당장 그렇게 좋아할 상황은 아니다.
비비는 혈풍 2기가 자폭해야 죽는다. 아직 비비가 살아서 돌아갈 가능성은 남아 있었다.
―어? 어? 혈풍!!
―이야!
―아. 비비 좋죠.
―자폭 한 번은 허용했지만 결국 살려서 본진까지 돌아오는 데 성공합니다.
―움직임이 정말 좋습니다. 엔진오일 간 지 얼마 안 된 비비인가 봅니다. 아주 부드럽게 움직이네요.
그대로 갔다간 혈풍에 비비가 잡히는 상황. 하지만 왼쪽으로 휙 꺾으며 혈풍을 따돌리는 데 성공했고 나갔던 비비를 무사히 본진까지 귀환시키는 이승우였다.
―정말 기가 막힌 운전이었구요.
―네, 네.
―어쨌든 이런 식으로 비비를 지속적으로 지켜 줘야 이제운 선수가 자신있어하는 닷발귀 못 띄우게 하는, 그런 강제가 필요합니다.
그때 2기의 용아가 견제를 위해 6시 멀티 쪽으로 향했다. 지상을 공격할 수 있는 유닛은 일벌레를 제외하고 마견 6기만 있는 상황.
나머지는 일벌레를 찍고 소굴을 늘리는 데 모두 투자했다. 정말 자원을 잘 축적했다는 뜻이었다.
―자. 첫 번째 교전이죠!
그냥 싸운다면 마견이 이기는 것이 정상이다.
마견이 발업이 안 되긴 했지만 그건 용아도 마찬가지였다.
―어? 어? 용아 컨트롤!
―뒤로 빼면서!
―어?! 컨트롤로 이거를?
―이야! 용아 1기도 안 잃고 마견을 다 잡네요!
비록 용아 2기의 체력이 모두 빨간색으로 변해 본진으로 귀환하게 되었지만 이것만으로 충분한 견제가 되었다.
어쨌든 마수 입장에선 일벌레나 다른 유닛을 찍어야 하는 벌레를 마견에 다시 써야 했으니까.
초반의 피해를 만회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이제운의 신경을 건드리는 데엔 성공했다.
―이거 살짝 기분 나쁘죠!
―나쁠 수밖에 없습니다. 컨트롤 싸움에서 밀렸다는 뜻이니까요.
앞서 말 했듯 엄청난 피해를 입힌 건 아니다.
이미 자원이 풍부한 상황이기에 신경을 건드려 주는 것 정도이다.
하지만 이제운은 그보다 훨씬 기분 나빠 하고 있었다. 경기 내에 피해보다 자존심이 더 상한 것이다.
화르륵 불타오르는 이제운의 눈.
이제운은 분노하고 있었다.
그 분노는 곧바로 경기에 반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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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