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40 Game No. 140 폭군 이제운. =========================================================================
Game No. 140
폭군 이제운.
왜 이제운의 이름 앞에 폭군이라는 말이 붙었는지 알 수 있는 경기였다.
박영오를 압도했던 닷발귀 컨트롤은 빛을 발하지 못했다. 못한 건 아니었다. 동주는 전판처럼 했다.
문제는 이제운이 박영오와 비교도 안 되는 닷발귀 컨트롤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제운 앞에 동주의 닷발귀 컨트롤을 평범하다 못해 떨어져 보이기까지 했다.
그 정도로 이제운의 운영은 압도적이었다.
시무룩한 얼굴을 하고 있는 동주를 모두 위로해 줬다. 아닌 게 아니라 실제로 나보다 낫다.
난 데뷔 첫 경기에서 몰수패를 당했다. 다시 생각해도 눈앞이 아찔해진다.
아마 신들의 전쟁 역사상 최악의 데뷔전일 것이다.
하지만 동주는 1승을 거두며 팀에 보탬이 되었다. 동주가 아니었다면 내 부담은 더 커졌겠지.
패배를 안겨 준 선수는 이제운. 충분히 질 수 있는 상대였다.
그 후 중견으로 승대가 나섰지만 이제운을 넘는 건 무리였다. 승대는 아예 닷발귀조차 띄우지 못했다.
마견에서 승부가 갈렸다.
같은 유닛을 사용하는 데도 이렇게 다른 결과가 나오다니.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광경이었다.
마치 [투신]을 사용, 아니 중첩 사용한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뭐라 표현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부스에서 나온 승대의 얼굴은 아예 혼이 나가 있었다. 위로고 뭐고 자시고 그냥 벤치에 털썩 주저앉아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그렇게 이제운은 20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2킬을 따냈다.
역시 최강의 선수는 달라도 정말 달랐다.
두 경기를 펼치는 내내 눈빛 한 번 흔들리지 않았다.
사냥감을 노리는 매처럼 날카롭게 두 눈을 빛내고 있었다. 그리고 원래 이기는 것이 정상이란 얼굴로 부스 밖을 나왔다.
이제 스코어는 3:3.
결과는 이제 한 치 앞도 모르게 되었다.
―이제운 선수 정말 대단합니다! 3:1로 밀리고 있던 스코어를 금세 동률로 만들어 냅니다.
―이 선수 긴장이란 걸 전혀 하지 않나요?
―오히려 즐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너무 여유로워요. 잊고 있는 것이 없습니다. 모든 걸 다 계산하면서 한다는 것이 너무 놀랍습니다.
―괜히 최강의 마수라 불리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드네요.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플레이를 하죠?
중계진이 이제운을 칭찬했다.
이보다 더한 칭찬을 들어도 될 정도로 이제운은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 주었다.
비록 상대지만 감탄이 절로 나왔다.
“승우야.”
그때 감독님이 나를 나지막이 부르셨다.
“네, 감독님.”
이제 나다.
이제운의 사나운 눈빛에 살짝 위축되기도 했지만 어느 정도 자신도 있었다.
“준비하자.”
현우 형이 구성재를 저격할 전략을 가져온 것처럼 나 역시 이제운을 만날 것을 대비해서 전략을 준비해 왔다.
물론 감독님과 함께 준비한 것이었다.
스킬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면 이제운을 잡아내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결코 아니었다.
***
―경기가 여기까지 왔네요!
―전 정말 환영입니다. 대장전까진 와야 그래도 경기 해설 좀 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무엇보다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매치가 완성되었습니다.
―두 선수 처음으로 만나는 자리죠?
―그렇습니다. 이번 경기 매우 중요합니다. 이제운 선수가 지금 자리를 계속 유지하고 이승우 선수 역시 지금처럼 기량을 꾸준히 발전시킨다면 이번 한 번뿐이 아니라 앞으로도 자주 만나게 될 거거든요?
―그렇죠. 4라운드 이후 에이스 결정전이라든가 지금처럼 대장전이라든가. 또 개인리그에서도 자주 만나게 되겠죠. 양 선수가 지금 같은 모습을 보여 준다는 전제하에서요.
이승우 대 이제운.
이제운 대 이승우.
많은 사람들이 바랐던 매치가 대장전에서 완성되었다.
―이제운 선수는 2킬을 하며 손이 제대로 풀린 상태거든요? 이 기세를 몰아 3킬 하며 팀에 승리를 안기고 싶을 겁니다.
―기록도 걸려 있죠. 이영우 선수가 본인 위에 있다는 사실도 굉장히 자존심 상하거든요? 그런데 이제 막 데뷔한 선수가 자신과 타이를 이룬다? 결코 보고 싶어 하지 않을 겁니다.
대장전에서 이승우가 나오는 바람에 오늘 최대 할 수 있는 승리는 1승뿐이다.
이기면 19연승. 이제운과 동률이다.
―서로의 자존심을 건 대결입니다.
―양 팀의 에이스가 격돌했습니다. 에이스라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팀에 승리를 안겨 줘야 하거든요!
―전장에 있어선 이제운 선수가 아무래도 웃을 수밖에 없습니다.
마지막 7세트 전장은 화랑도.
마수와 용족의 경기가 총 25번 펼쳐졌고 그중 17번을 마수가 가져갔다.
이것만 보면 마수 전장으로 불릴 만했지만 화랑도는 그렇게 불리지 않았다.
이유?
간단했다.
마수가 거둔 17승 중 무려 9번이 한 선수가 거둔 성적이었던 것이다. 즉 그 선수의 전적을 뺀다면 8:8로 정확히 동률을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뺄 수 없었다.
화랑도에서 용족을 상대로 9승 0패의 성적을 거두고 있는 선수가 바로 이제운이었으니까.
용족 전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종족전 역시 압도적인 성적을 거두고 있었다.
화랑도가 아닌 운랑도로 불릴 정도였다.
그만큼 이제운은 이 전장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김택윤조차 화랑도에서 이제운을 무너뜨리지 못했다. 그 밖에 마수전에 한 가닥 한다는 용족 선수들이 이제운을 무너뜨리기 위해 도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승우가 어떠한 해법을 내놓을지 사람들은 궁금해했다.
―화랑도입니다, 화랑도. 이제운 선수가 불패를 자랑하는 전장이죠.
―이제운 선수 일단 자신감에 가득 차 있을 겁니다.
―화랑도에서 항상 좋은 모습만 보여 줬거든요.
다른 전장에선 타 스타팅을 가져가며 5소굴이나 6소굴을 올리는 것이 마수의 정석 같은 플레이였지만 화랑도는 예외였다.
본진에서 중앙으로 나가는 길에 철광 멀티가 존재하고 본진과 철광 멀티와 삼각형을 이루는 부분에 금광이 딸린 멀티가 하나 더 존재했다.
즉 어떤 종족이든 정면 심시티만 한다면 앞마당에 이어 철광 멀티도 공짜로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마수에겐 이 점이 컸다.
오직 자원을 채취하는 일꾼밖에 생산 못하는 군영, 신전과 달리 소굴은 자원을 채취하는 동시에 모든 유닛을 생산할 수 있는 건물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많은 철을 바탕으로 정면 큰 입구와 이어지는 철광 멀티에 3개 정도의 소굴을 지어 버리면 자원 채취와 물량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굳이 타 스타팅을 무리해서 가져갈 필요가 없다는 말이었다.
그 후 본진 근처에 있는 금광 멀티로 확장을 뻗는 것이 보통 이 전장에서 마수가 선택하는 것이었다.
유일한 단점은 전장이 평지형이고 용족 역시 철광 멀티를 공짜로 가져가기 때문에 초반 용아 압박이 거세고 용혼을 조합하는 타이밍이 무섭다는 점이었다.
이제운을 제외한 다른 마수가 무너진 것도 다 이것 때문이었다.
물론 이제운은 예외였다.
―양 선수 모두 준비되었습니다.
―이번 경기에서 이기는 선수는 팀의 영웅이 됩니다! 그럼 마지막 7세트! 지금!!! 시작하겠습니다!!!
성진우 캐스터의 외침이 끝나기가 무섭게 관중들의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
<대장전 왔네. 누가 이길 거 같음?>
<당연히 이제운 아님?ㅋㅋㅋ 아까 눈빛 못봄?>
<연승의 ㅇ자라도 꺼내는 순간 끔살각.>
<오늘 분위기 장난아니닼ㅋ 닷발귀에 영혼들어있닼ㅋㅋㅋ>
<손도 완전 제대로 풀렸을 듯.>
<일단 전장이 개사기ㅋㅋㅋㅋㅋㅋ 화랑도라니 ㅋㅋㅋ 심판양반 ㅋㅋ 지금 내가 들은게 맞소?ㅋㅋㅋ>
아스트로와 화성의 마지막 세트왔다.
그리고 그 마지막 세트는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이승우와 이제운의 대결이었다.
이로써 이승우는 데뷔 두 달도 되지 않아 택뱅리쌍과 모든 경기를 겨루게 되었다.
정말 이례적인 일이었다.
어떻게 보면 불운이라 할 수 있는 대진이었지만 이승우는 그걸 행운으로 만들어 가고 있었다.
예전과 다르다.
이승우의 패배를 예측하는 이가 많긴 했지만 그래도 아슬아슬한 정도까진 가지 않을까라고 말하는 이도 꽤 있었다.
만약 전장이 화랑도가 아니었다면 조금 더 많은 지지를 받았을 것이다.
현재 이승우의 상황은 이렇다.
택뱅과의 대결은 앞두고 있고 이영우와의 대결은 1:1 동률.
과연 이제운과는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갈지 기대하는 이가 한둘이 아니었다.
***
마지막 세트 전장은 화랑도.
이제운이 용족을 상대로 무패, 그것도 9전 전승을 거두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미리 위축될 필요는 없다.
과거의 기록이 그 선수의 강함을 객관적으로 증명해 주긴 하지만 항상 그렇게 되리란 걸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언제나 변수는 존재한다.
감독님께선 져도 된다며 내 부담을 없애 주셨지만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다.
모든 걸 사용해 팀에 승리를 안길 것이다.
내 위치는 11시였다.
화랑도의 가장 큰 특징은 철광 멀티를 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점과 러시 거리가 멀다는 점이었다.
시작과 동시에 [날빌러]를 사용했다.
[날빌러]가 추천해 준 빌드는 무난한 빌드였다. 즉 이제운이 선택한 빌드는 무난한 빌드라는 말이다.
예상했던 바다.
지금 경기가 중요하긴 하지만 다전제는 아니다.
더군다나 내 종족은 용족.
화랑도 전장에 자신이 있는 이제운의 생각으론 무난하게만 하면 안 진다고 생각하겠지.
지금 [날빌러]를 쓴 건 한 번 확인해 본 것에 불과하다. 확실히 [날빌러]를 쓰지 않고 경기를 펼쳤던 것이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날이 갈수록 감이 좋아지는군.
전엔 [날빌러]에 의존하기 바빴는데 이젠 생각의 폭도 확실히 넓어졌다.
일단 정면 큰 입구 쪽에 솟대를 건설한 후 바로 대각선인 5시로 정찰을 보냈다.
5시에 이제운이 있다면 용광포보다 신전을 먼저 건설할 생각이었다.
이제운은 5시에 있었다.
다행히 한 번에 정찰이 되었다. 빌드를 보니 앞마당 소굴보다 마견숲을 먼저 지었다.
순간 고민이 되었다.
앞마당 확장을 가져갔다면 용광포 없이 신전을 짓는 것이 좋다.
하지만 지금은 이제운이 마견숲을 먼저 지었다. 일단 6마견을 먼저 뽑겠다는 뜻이다.
견제의 의미다.
혹시 모르니 안전하게 용광포를 지을까?
가로나 세로였다면 아무리 러시 거리가 먼 편이라 해도 피해를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대각선.
소굴에서 벌레 역시 모으고 있지 않아 동시에 6마견이 뛰어오진 않는다.
2마견씩 3번이 찍히겠지.
―우웅.
그렇다면, 바로 신전을 지어도 괜찮겠지?
난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앞마당에 신전을 먼저 건설했다.
이제 무를 수도 없다. 이대로 간다면 마수보다 먼저 확장을 가져가게 된다.
상당히 좋다는 거지.
역시 예상대로 이제운은 벌레가 생성되는 대로 마견을 찍어 주었다.
2마견씩 차례차례 생산되어 총 6마견이 되었다.
용안이 마견의 공격을 피해…… 어라?
용안을 쫓을 줄 알았던 마견이 용안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 덕에 용안은 별다른 컨트롤 없이 컨트롤 할 수 있었지만.
‘곧바로 내 본진으로 달리겠다는 거야?’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지금쯤 이제운도 내 위치에 대한 정찰을 끝냈을 것이다.
배짱을 부린 덕에 용광포의 속도가 조금 늦다.
만약 이제운이 곧바로 내 본진으로 마견을 달린다면 용광포가 완성되기 직전 통과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최악이다.
2기 이상 마견이 본진에 살아 있다면 그건 지옥이다, 지옥.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입이 바짝바짝 타들어 갔다.
난 곧바로 용안을 큰 입구 쪽으로 3기 보냈다.
이제부터 시간 싸움이었다.
용광포가 완성될 때까지 용안 블로킹으로 마견의 움직임을 최대한 막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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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춥네요.
모두 감기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