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37 Game No. 137 꿈같은 하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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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가 원하는 대로 진행되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말이다.
운룡이 잡히긴 했지만 지룡은 살아남았다. 그거면 충분하다.
지금 상황에서 중요한 건 화력이었으니까. 지룡은 여전히 뒤에서 공격을 하며 화력에 큰 도움을 주고 있었다.
그 순간 승리를 확신했다.
지금 상황에서 지룡의 공격은 그 어떤 공격보다 아프다. 맞는 순간 용혼의 모든 용력이 날아가 버리니까.
부족한 용아의 수를 채우고도 남는 공격력이었다.
그리고.
‘[승우네 관광버스]를 한 번 써볼까?’
라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
즉흥적인 생각이었지만 나쁜 생각은 아니었다.
어차피 밑져야 본전이다.
이미 경기는 3:1로 끝났다.
설레발이나 방심이 아니다.
이건 확신이었다.
지금 상황에선 택뱅 할아버지가 와도 못 이긴다.
이 상황에서 지면 프로게이머 접어야 한다.
1,3,4 세트에서 스킬을 사용하지 않은 덕에 아직 체력은 빵빵하게 남아있다.
지금 [승우네 관광버스]를 써도 50%가 넘는다.
성공하면 스킬 포인트 조각을 받아서 좋고 실패해도 3:1로 오늘 경기가 마무리 되니 상관없었다.
또 마패는 단순히 재미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도발이다. 도발.
넌 내 상대가 안 된다는 도발.
이게 생각보다 잘 먹힌다.
다음에 만났을 때도 꾸준히 언급되기 때문이었다. 그 이야기를 계속 들으면 위축되거나 흥분으로 인해 원래의 경기력보다 못한 경기를 펼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게 누적되면 천적관계로 이어지는 거다.
동시에 미련이 남아 경기를 나가지 못하는 선수를 즉각 나가게 할 수 있게 만들기도 했다.
약간 사이는 서먹해질 수 있지만 나중에 경기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땐 확실한 우위에 설 수 있게 된다.
물론 항상 그런 건 아니다. 가끔 역효과가 나기는 하는데 그러면 굉장히 피곤해진다.
특히 멘탈이 강한 선수들에겐 더욱 더 그렇지.
윤영태는 멘탈이 약하기로 유명한 선수.
역효과는 나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이걸 보고나서 안 나가는 사람은 없지.
암. 그렇고말고.
그럼 망설일 필요가 뭐 있나?
바로 써야지.
‘[승우네 관광버스] 발동.’
[승우네 관광버스를 사용하셨습니다.]
[미션 : 상대방의 앞마당에 신전을 지으세요. 완성이 되지 않아도 좋습니다. 상대가 보고 나가거나 1/4이상 완성되면 미션 성공입니다.]
어마어마한 걸 시키면 어떡할까하는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불가능한 걸 시키진 않았다.
가장 무난한 마패정도?
이야. 독하다. 독해.
나는 곧바로 용안을 윤영태 기지 쪽으로 보냈다.
그 전에 나가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8강 마지막 경기이기에 미련이 남아 그러진 않을 것 같았다.
자. 우리 오늘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는 한 번 만들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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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패.
상대방의 본진이나 앞마당에 기본 건물을 짓는 것을 뜻했다.
환국이면 군영을 짓고 마수면 소굴을 짓고 용족이면 신전을 짓는다.
당하는 상대 입장에선 열이 머리끝까지 치솟고 뚜껑이 열리는 일이다.
정상적인 경기에서 절대 나올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보통 마패를 당하면 그날 밤 잠을 제대로 이룰 수 없을 만큼 분해한다.
특히 8강 같은 중요한 경기에서 당하면 그 데미지는 2배다.
그 사이 이승우의 병력이 있는 곳에 도착한 용안이 거침없이 윤영태의 앞마당에 신전을 짓기 시작했다.
-맞네요!!!
-마패입니다. 마패!!!!!!
-이게 나오다뇨!?!?!!? 어차피 버텨봤자 너만 힘드니 그냥 나가라는 거죠. 이건!!!
관중석이 술렁거렸다.
당연했다.
마패가 나왔으니까.
그 것도 일반 경기가 아닌 8강 경기에서.
다들 이승우의 패기에 놀랐다.
“이승우가 이런 것도 했나?”
“저번에 폭스 잡고 세레머니 했던 거 기억 안나?”
“아아. 하긴. 더한 짓도 할 선수지.”
“그나저나 마패라니. 나중에 또 만나면 둘의 장난 아니겠다.”
실력 있는 선수가 경기 내에서 도발을 하면 절대 욕을 먹지 않는다.
신들의 전쟁판을 재미있게 만든다며 오히려 치켜세운다.
이승우가 딱 그런 모습이었다.
현장 분위기처럼 커뮤니티 반응도 좋았다.
<ㅋㅋㅋㅋㅋㅋ이승우 또 버스 태우는거보솤ㅋㅋㅋㅋ>
<오늘 종착역은 어디죠??ㅋㅋㅋㅋ>
<ㅎㄷㄷ 아예 재미 붙였네.>
<김윤호 한테 했을 때 겁나 재미있었던 듯 ㅋㅋㅋㅋㅋ>
<저러다 큰 코 다치지. ㅇㄱㄹㅇ>
<큰 코? 누구 코?? 그 코큰 용족?>
<ㅅㅂ 그 이야기가 왜 나옴?>
<발끈 하는거보니 코딱지네.>
<ㅈㄹ. 지나가다가 어이없어서 댓글 단다.>
여기저기서 난리가 났지만 정작 당사자인 윤영태는 이러한 사실을 까마득하게 모르고 있었다.
잠시 후.
-윤영태 선수 봤죠!
-얼굴이 시뻘게집니다!
-화나죠! 지는 것도 화나 죽겠는데 이런 것 까지 당하면!
자신의 앞마당에 버젓이 지어지고 있는 신전을 발견하는 윤영태.
동시에 동상이라도 입은 듯 얼굴이 뻘겋게 달아올랐다.
-나이를 떠나서 데뷔 년차로만 따지면 하늘과 땅 차이거든요?
-보는 순간 GG 치기 더 힘들어지죠.
-하지만 어쩝니까? 더 험한 꼴 당하게 생겼는데!!
윤영태가 마지막 병력을 모아 언덕 아래로 내려왔다.
하지만 병력 차이가 컸다.
좁은 언덕을 내려오느라 제대로 진영도 못 갖춘 윤영태와 달리 이승우는 용혼을 넓게 펼쳐 모든 유닛이 공격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압도적으로 이기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윤영태 선수 이제 할 게 없죠.
-여기까지인가 봅니다. GG선언합니다!
윤영태의 GG를 끝으로 마지막 4강 진출자가 이승우로 결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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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와 윤영태의 8강 경기는 아스트로와 웅인 뿐만이 아니라 모든 팀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S1도 예외는 아니었다.
현재 김택윤이 4강에 진출해있는 상태.
오늘 승자와 맞붙게 되니 아스트로와 웅인만큼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쟤가 저렇게 잘했었나?”
누군가의 말처럼 이승우의 경기력은 정말 뛰어났다.
3:1.
전성기를 조금 지나긴 했지만 그래도 육룡이라 불리며 건재한 윤영태를 3:1로 잡아내고 4강에 오를 줄이야.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그땐 운영을 잘하는 2군 정도에 불과했으니까.
불과 몇 달 사이 어마어마한 성장을 했다.
프로리그 18승에 개인리그 4강.
프로리그 성적도 위너스 리그, 그 것도 한 라운드만 포함 된 성적이었다.
이 정도 성적을 거두고 있는 선수는 S1에서도 김택윤과 정명혁 둘 밖에 없다.
이승우를 방출하는데 찬성했던 코치진들은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부럽다.’
임형규 역시 선수들 사이에서 OSL을 관전하고 있었다.
신기해하는 다른 선수들과는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며 말이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부러움.
그 다음 든 생각은 조금 더 잘할 걸 하는 후회였다.
어쩌면 저 자리가 자신의 자리가 되었을 수도 있었으니까.
진 로열로더.
OSL에서 꼭 해보고 싶었던 일 중 하나다.
하지만 첫 번째 단계에서 무너지고 말았다. 가장 친하게 지냈던 이승우에 의해.
밉지는 않다.
서로 승부를 겨루는 프로 게이머였으니까.
“저는 이만 연습하러 가겠습니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임형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생각해보니 기회가 사라진 건 아니다.
아직 MSL이 남아있지 않은가?
이제 8강.
아직 진 로열로더의 길은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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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을 성공하셨습니다.]
[보상으로 스킬 포인트 조각 3개를 확보하셨습니다.]
신전은 깨지지 않았다. 완성되지는 못했지만 미션 조건이었던 1/4는 진작에 넘었다.
스킬 포인트 조각 3개.
이게 많은 건지 적은 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첫 번째 사용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육룡이라는 이름값을 지닌 선수를 잡아낸 것이니 평균보다 많은 수치겠지.
[업적이 달성 되었습니다.]
[첫 다전제 승리.]
[첫 번째 다전제에서 승리하셨습니다. 그 보상으로 스탯 포인트 20개와 스킬 포인트 3개가 주어집니다.]
역시 인생은 겹경사!
스킬 포인트 조각을 얻는 동시에 업적이 달성되었다.
보상은 스킬 포인트 3개.
이 정도면 굉장한 보상이다.
레벨 50이 되었을 때도 3개 밖에 주지 않았으니까.
다전제 승리에 업적이 달성되는 것으로 보아 결승이나 우승을 해도 업적이 달성 될 것 같았다.
아마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보상이 따르겠지.
상상만으로 행복하다.
얼른 배분해달라고 번쩍이는 스탯 포인트와 스킬 포인트를 보니 흐뭇한 미소가 절로 나왔다.
오늘도 행복한 고민은 계속 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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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L 4강 대진이 완성되었다.
종족별 1인자라 불리는 택리쌍.
그리고 진 로열로더 후보.
역대 4강 중 화젯거리론 단연 최고였다.
사람들의 관심은 택리쌍보다 진 로열로더 후보, 이승우에게 더 쏠려있었다.
이미 택리쌍이 최강이란 사실은 공공연히 아는 사실이다.
반면 이승우는 아니다.
요즘 최고의 활약을 보이곤 있지만 뚜렷한 커리어를 이루지 못했다.
아무리 프로리그에서 활약해도 개인리그에서 족적을 남지지 못하면 잊히기 십상이다.
4강.
8강과 4강은 다르다.
같은 시드권자이긴 하지만 4강은 탑 시드로 따로 분류 된다.
강자로 인식 되는 것이다.
상금 역시 주어진다. 우승이나 준우승에 비하면 적은 액수지만 그래도 2천만 원이니 상당한 액수였다.
무엇보다 이승우의 기록이 의미 있는 건 진 로열로더라는 점이었다.
4강 진출자 중 진 로열로더가 2명이나 포함되어 있다.
이영우를 제외한 나머지 둘이 진 로열로더를 이루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역대 마지막 진 로열로더가 이제운이었고 역대 마지막 용족 진 로열로더가 김택윤이었다.
만약 이 둘을 4강과 결승에서 차례로 만나 꺾어 진 로열로더를 차지하면 그 것도 의미있는 기록이었다.
앞으로 2주가 지나면 결승 진출자가 가려진다.
과연 어떤 선수가 결승에서 맞붙게 될지 벌써부터 사람들의 예측이 쏟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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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돌아 온 난 곧바로 씻고 침대에 누웠다.
당장 내일 프로리그 화성전이 있기 때문이었다. 축하파티나 다른 걸 하기 엔 몸이 너무나 피곤했다.
올킬을 달성하며 하루에 4경기를 한 날이 몇 번 있었지만 지금이 그때보다 훨씬 더 피곤했다. 누군가 어깨에 올라가 누르고 있는 것 같았다.
감독님이나 팀원들의 축하인사가 있긴 했다.
동생에게 전화도 왔다.
축하한다고.
다 봤다고.
엄마가 특히 기뻐하셨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 왠지 가슴 한 구석이 뿌듯해졌다. 무엇보다 기쁜 연락은 따로 있었다.
-오늘 경기 잘 봤어요! 4강 진출 축하드려요! 우승까지 파이팅!
“헤헤.”
바로 김채하 기자의 문자였다.
다시 봐도 바보 같은 웃음이 절로 나온다.
숙소로 돌아오는 도중 김채하 기자에게 축하 문자가 날아왔다.
내심 오늘 인터뷰에 김채하 기자가 와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했었는데 다른 기자가 와있어 실망한 터라 그 문자가 더욱 더 반가웠다.
“4강.”
소리 내어 말해보았다.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만들어낸 결과가 맞았다.
어딜 들어가도 4강 진출자 명단에 내 이름을 찾을 수 있었다.
몇 번이나 다시 확인했다.
몇 번을 다시 봐도 기분이 좋았다. 거기다 상금을 받은 것도 굉장히 기뻤다.
2천만 원.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
S1에서 한 푼도 쓰지 않고 3년 이상을 꼬박 모아야 채울 수 있는 금액이고 아스트로에서도 거의 1년 동안 받는 액수가 비슷하다.
상금을 어떻게 쓸지에 대한 건 1초도 고민하지 않았다.
바로 엄마에게 줄 것이다.
당장 무엇을 하기엔 애매한 금액이지만 지금보다 훨씬 여유 있게 생활 할 수 있을 것이다.
동생 용돈도 따로 챙겨줄 생각이다.
그 동안 장남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금 집안에 남자는 나 하나뿐이었다.
아버지도 살아계셨으면 참 좋아하셨을 텐데.
어릴 적에 돌아가시긴 했지만 아버지에 대해 남아있는 기억은 오직 좋은 기억뿐이다. 단 한 번도 내 말을 허투루 들으신 적이 없다. 항상 귀기울여주시고 진심으로 대해주셨다.
문득 그리워졌다.
지금 아버지가 있었다면 어떤 말을 해주셨을까?
분명 나만큼, 아니 나보다 더 기뻐하셨을 것이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우승하고 싶었다.
가족은 제가 잘 지키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려면 일단 실력을 키워야겠지?
자. 이제 아까 받은 스탯 포인트와 스킬 포인트를 배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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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날 뵙겠습니다!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