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36 Game No. 136 최고의 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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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선수 용아를 2기나 찍습니다?
-실수 일리는 없구요. 흠.
-무언가 생각하는게 따로 있는 것 같습니다.
이승우의 용아가 2기 나오는 순간 중계진들의 의문을 표했다.
엄전김이 최고의 조합이라 불리기는 하나 순수하게 경기를 읽는 능력은 MSL이나 같은 온게임TV의 김정식에 비해 많이 떨어지는 편이다.
이승우가 2기의 용아를 찍는 이유는 언덕에서 방어를 하기 위함이었다.
빠른 용의 신전을 가면 제단도 하나 밖에 없고 용혼의 사업도 느리기 때문에 언덕 아래에 내려와서 자리를 잡는 건 매우 위험하다.
언덕 위에서 안전하게 막아야하는데 어차피 용혼의 사업이 되지 않은 이상 용아 1기, 용혼 2기보다 용아 2기, 용혼 1기가 더 방어하기 용이했다.
그리고 추후에 속업 운룡에 지룡을 태워 갈 때 2기의 용아도 함께 태워 견제를 할 수도 있었다.
눈치가 빠른 김정식 해설이나 최승원 해설이 해설을 했더라면 빠른 용의 신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겠지만 이들에게 그런 예리함은 없었다.
그러면 좀 어떠랴?
보는 것만으로 흥을 더해주는 중계진인데.
이미 이들은 존재 자체만으로 빛을 발하는 이들이었다.
-지금 용혼의 사업 안 돌아가죠?
-빠른 흑완....아. 용의 신전 올라가네요.
-아. 그러네요. 초반에 이승우 선수가 2기의 용아를 뽑은 건 속업 운룡을 활용하기 위해서였나 봅니다.
이들이 이승우의 의도를 알아차린 건 용혼의 사업보다 용의 신전이 먼저 올라간 직후였다.
오십보백보이긴 하지만 그나마 셋 중 경기를 보는 눈이 엄재웅 해설이 가장 먼저 알아차렸다.
애초에 전현석 캐스터는 캐스터이니 경기 분석보다 흥을 돋우는 역할이었고 김태영 해설은 그냥 천왕랑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네요. 이번 경기에서 먼저 칼을 빼든 건 이승우 선수네요.
-이승우 선수가 이 전장을 잘 알고 있는 거죠. 윤영태 선수 상대가 전진 시리즈가 아니라는 걸 확인하고 앞마당 빠르게 가져갔거든요? 자신감을 보여주는 거에요. 무난하게 멀티 먹고 싸우면 안 진다. 이미 3세트에서 어느 정도 확인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저런 식으로 빌드를 가져가는 거에요. 반대로 이승우 선수는 어? 그냥 싸우면 질수도 있겠는데? 그럼 굳이 정면으로 맞붙을 필요가 없지! 이러고 옆으로 돌아 치려는 거에요. 앞마당을 먹은 상태에서 속업 운룡이 괴롭히기 시작하면 정말 짜증나거든요.
-이승우 선수 영리하네요. 현룡 안 떠나죠.
엄재웅 해설의 말처럼 현룡이 생산 되었음에도 윤영태의 본진으로 떠나지 않고 본진 위를 지켰다.
실수가 아니다.
의도한 플레이다.
-현룡이 움직이면 꾸물꾸물하게 화면이 일그러지는 게 보이거든요? 안 보여주겠다는 거에요. 현룡이 나왔다는 걸. 상대도 프로게이머인데 딱 보면 알죠. 지금 타이밍에 현룡이 날아와? 이렇게 용의 신전이 빨라? 그러면 딱 눈치 채고 방어할 준비하거든요. 정말 영리하게 플레이하네요.
엄재웅 해설의 설명이 정확했다.
상대에게 자신의 용의 신전 타이밍을 속이기 위함이었다.
지금 현룡이 윤영태의 본진으로 간다면 빠른 용의 신전을 바로 들킬 것이다.
이승우의 현룡이 출발한 건 한참이 지난 후였다.
지금 윤영태가 현룡을 발견한다고 해서 당장 눈치 챌 수 있는 건 없다.
일반적인 정석 빌드겠구나라는 생각 정도?
그리고 빌드를 내가 먹었구나라고 생각하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큰 코 다칠 수 있다.
이승우가 준비한 건 무난한 정석이 아니라 상당히 공격적인 빌드였으니까.
-곧 있으면 운룡의 속업 완료되죠. 조만간 견제 떠납니다.
-윤영태 선수 아직 모르고 있어요.
-알 수가 없죠! 이승우 선수가 이렇게 연기를 잘했는데!
-신들의 전쟁에도 연기대상이 있다면 이승우 선수가 대상을 받아야 합니다! 혼신의 힘을 다한 연기네요!
일정 수 모인 용혼이 용아와 함께 앞마당 앞 쪽에 나가 있긴 하지만 이건 페이크다.
정찰을 하는 용안을 끊어주기 위함이다.
굳이 본진에 틀어박혀 있을 필요가 없다.
멀티를 시도하는지 아니면 제단을 늘려 공격을 준비하는지 헷갈리게 만들어야 한다.
그때 이승우가 2개의 제단을 동시에 올렸다.
-아! 제대로 준비해왔는데요?!
-지룡 나왔죠. 운룡 날아갑니다.
전장을 절반정도 지났을 때 운룡의 속업이 완료되었다.
완벽하게 계산 된 타이밍이었다.
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운룡.
-이거 단순히 지룡 견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그 후의 공격이 더 매섭습니다.
이승우의 진짜 무서운 공격은 지금 날아가는 운룡이 아니었다. 그 후에 2지룡과 함께 3제단에서 생산 된 용혼이 남진을 할 때였다.
이승우가 패스트 용.신을 선택한데다 윤영태가 확장을 한 박자 빠르게 가져가는 바람에 둘의 지룡 타이밍이 꽤나 벌어졌다.
윤영태가 바로 지룡을 뽑으면 모르겠지만 분명 혹시 올 수 있는 흑완을 대비하기 위해 현룡을 먼저 뽑을 것이다.
당연한 것이었다.
만약 윤영태가 지체 없이 지룡을 선택했다면 그건 둘 중 하나다.
진짜 미친 듯이 감이 좋은 날이거나 맵핵을 쓰고 있거나.
그 정도로 현룡이 아닌 다른 선택을 하는 건 상식에서 벗어나는 일이었다.
-자! 떨어집니다!
-토정!! 토정!!
-아! 걸렸어요!
-야속한 철광! 철광에서 막혔어요!
-진짜 더럽게 말 안 듣네요. 지룡.
-그래도 아직 끝난 게 아니죠?!
그 사이 윤영태의 본진에 떨어진 이승우의 지룡.
그저 운으로 들어온 것이 아니었다.
이미 앞마당 쪽에 용혼이 집결해 있다는 걸 현룡으로 확인한 후 빙 돌아서 들어온 것이었다.
윤영태의 용안이 무방비로 노출되었다.
철광 뒤를 헤매는 토정.
그렇게 첫 번째 토정이 불발로 끝났다.
다시 한 번 지룡이 토정을 발사했다.
이번엔 그래도 제대로 터졌다.
-퍼퍼펑!
-이번엔 그래도 잘 들어갔죠?
-몇 킬이나 했죠?
-한 4~5마리 잡았죠?
-그 정도 잡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나쁘지 않았죠. 피해도 피해지만 일단 용안 전체를 앞마당으로 쭉 빼게 했으니까요.
-자 이제 돌아가야 합니다. 욕심 더 부리면 안 됩니다. 지금 용혼 본진 쪽으로 쭉 올라오고 있거든요.
한 번 더 쏘고 싶은 것이 사람 욕심이지만 참아야한다.
운룡이나 지룡을 잃으면 최악이다.
둘 다 잃으면?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다.
지금까지 거둔 이득이 사라지는 건 물론이요 공격 할 타이밍조차 놓치게 된다.
바로 7:3으로 뒤지게 되는거다.
윤영태는 앞마당이 있는 상태.
지금 차이가 벌어지면 따라 잡을 수 없다.
-이승우 선수 곧바로 지룡 태워서 빼죠. 본진까지 한 달음에 쭉 빼네요.
-좋은 선택입니다. 어차피 앞마당 쪽에도 용혼 있거든요? 쓸데없이 욕심 부렸다간 큰일 납니다.
이승우는 미련 없이 본진으로 지룡을 쭉 뺐다.
동시에 6마리의 용혼이 아래로 함께 내려오기 시작했다.
돌아가던 중 전장 중앙에 용아 2기를 내린 운룡이 본진으로 가 지룡 1기를 실었다.
이승우의 병력은 용아 2기와 용혼 6기.
그리고 속업 운룡에 타 있는 지룡 2기.
지금 타이밍에서 상당히 파괴력 있는 조합이었다.
반면 윤영태는 당장 용아의 숫자가 훨씬 많았지만 지룡이 1기 밖에 되지 않았다.
더군다나 운룡조차 없는 상태.
당장 구도만 놓고 보면 이승우가 충분히 해볼 만한 상황이었다.
-이승우 선수 나갑니다.
-여기서 결판납니다. 막으면 윤영태 선수가 이기고 뚫으면 이승우 선수가 이깁니다.
-이승우 선수 용안도 쉬었거든요? 막히면 답 없어요.
-어차피 못 쫓아갑니다. 멀티 차이가 너무 나거든요! 지금 공격에 모든 걸 걸어야해요!!!!
자원은 압도적으로 윤영태가 많이 채취하고 있다.
자원을 캐는 용안의 숫자도 꽤 차이 난다. 이승우는 최적의 타이밍을 맞추기 위해 용안마저 쉬었으니까.
조금 시간이 지나면 이승우의 기회는 영영 사라진다.
윤영태의 자원이 테크와 물량으로 환산되기 때문이었다.
즉 지금이 이승우의 처음이자 마지막 공격 타이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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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다! 간다!”
신연호가 호들갑을 떨었다.
평소라면 그 장난을 누군가 받아주었겠지만 지금은 아무도 받아주는 이가 없었다.
지금이 얼마나 중요한 상황인지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모두 숨을 죽인 채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바늘을 떨어뜨려도 소리가 들릴 정도로 고요했다.
이번 공격에 모든 것이 달렸다.
당장 상황은 좋다.
컨트롤만 잘 한다면 충분히 뚫을 수 있는 상태.
만약 뚫게 되면.
“잠깐? 생각해보니 이거 이기면 우리 팀 최초로 4강 간 선수 나오는 거네요?”
아스트로 최초 개인리그 4강 선수가 나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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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태도 이승우의 러시가 온다는 걸 현룡으로 알았다.
동시에 용아를 학익진 형태로 쭉 펼치며 전투를 준비했다.
윤영태가 당장 믿을 수 있는 건 용아의 숫자 밖에 없었다.
1분만 더 늦게 왔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용아로 상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자원이 이제 막 폭발하는 시기.
윤영태가 이를 악물었다.
‘어떻게든 막는다.’
상대방은 올인.
막으면 이길 수 있다.
윤영태가 냉정하게 마음을 가라앉히는 동안 중계진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외치고 있었다.
-자. 들어갑니다! 들어가요! 지금 전투 결과에 따라 8강이냐 아니냐가 갈립니다!
잠시 전열을 다듬은 이승우의 병력이 곧바로 윤영태의 앞마당 쪽으로 들이 닥쳤다.
먼저 공격을 시작한 건 이승우의 지룡이었다.
속업 된 운룡이 하늘에 둥둥 떠 있었고 사정거리가 긴 지룡이 그 밑에서 토정을 발사했다.
그 순간.
-윤영태 선수 용혼 움직이죠!!!
-지금이 한 번에 덮쳐서 지룡을 잡아내야 합니다!
퍼져 있던 윤영태의 용아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목표는 하나.
땅에 있는 지룡이었다.
자신도 지룡 1기가 나온 상태.
조금만 더 시간이 흐르면 지룡 1기가 추가로 나온다. 뿐만 아니라 용혼의 충원 속도 역시 상대보다 훨씬 빠르다.
비록 운룡이 없지만 용아와 지룡의 숫자로 충분히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윤영태의 의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재빠르게 운룡에 지룡을 태우는 이승우!
-반응 속도 정말 빠르네요!
-이러면 윤영태 선수 급해지죠. 일부 용아의 용력이 다 깎였음에도 상대 지룡은 털 끝 하나 건드리지 못했거든요.
-일부 희생을 각오하고 들어간 건데 희생만 하고 성과는 얻지 못했습니다.
그 후 추가 합류한 용혼으로 공격을 시작하는 이승우.
용아 숫자 자체는 적었지만 뒤에서 지원해주는 지룡의 토정이 너무 매서웠다.
지룡은 제 몫을 완벽히 해내고 있었다.
-아. 안되죠. 안됩니다.
-어?! 지금 용혼 전진하는 거 지룡 잡으려는 거죠?
-오히려 악수가 될 수 있습니다.
-차라리 넓은 곳에서 퍼져서 싸우는 것이 더 낫거든요?! 어차피 병력 충원은 훨씬 빠른데요!!! 잡아봤자 이건 별로.....
-아. 실패에요. 이건.
-이득이 아니거든요!!!
일부 용혼이 무리하게 파고들어 이승우의 지룡을 잡아냈지만 너무 늦었다. 지룡은 이미 제 역할을 다 한 상태였다.
-아. 용혼이 죽어요. 그냥 터집니다!
-밀립니다. 병력이 이제는 차이가 나요.
-앞마당 이렇게 밀리나요?
-여기서 밀려버리면 앞마당을 지킬 수가 없죠.
-밀리면 답 없습니다.
-아. 윤영태 선수. 최선을 다했는데 여기까지인가요?
앞마당이 밀리면 경기를 이길 수 없다.
그걸 윤영태도 안다.
하지만 여기서 GG를 선언하면 탈락이 확정되기에 나가지 못하는 거다.
미련이다. 미련.
그때였다.
-어? 지금 용안 1기가 내려오고 있죠?
-집결지 실수 인가요?
-그건 아닌 거 같은데....설마?!!!!!!
지금 타이밍에 용안이 상대 기지로 향한다?
정찰 할 타이밍도 아닌데?
그렇다면 용안이 하려는 건 하나.
엄재웅 해설이 갑자기 크게 소리를 질렀다.
-혹시 지금 마패를 하려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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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 1일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