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34 Game No. 134 이대로 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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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가 1세트를 이기는 순간 아스트로 숙소가 난리가 났다.
다시 한 번 2002 한국 축구 신화가 재현된 듯 했다.
“이겼다!”
“대박!”
“야야. 다들 나한테 집중해. 다 내가 연습해줘서 이긴 거야. 다들 봤지? 내가 승우 연습 도와주는거? 얼른 나한테 잘했다고 말해줘.”
그 와중에 자신의 공을 챙기는 신연호.
장난기 어린 그 모습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지금 아스트로의 분위기는 아주 좋았다.
설레발일 수 있지만 오늘 팀 역사상 처음으로 4강 진출자가 탄생할 수도 있는 날이었으니까.
일단 1세트를 잡아내며 상황을 유리하게 만든 이승우였다.
잔뜩 긴장한 얼굴로 화면을 바라보고 있던 이재명 감독도 윤영태의 GG가 나오고 나서야 표정을 풀었다.
‘잘하고 있구나.’
처음으로 겪는 다전제이기에 잘할 수 있을까 걱정했던 건 기우에 불과했다.
이승우는 보란 듯이 잘 해내고 있었다.
신인의 미숙함이 아닌 패기를 드러내며 말이다.
지금 기세를 이어간다면 연달아 승리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다전제는 아니지만 위너스 리그에서 여러 경기를 펼쳐본 것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이대로만 해라.’
따로 주문할 건 없다.
그냥 이대로만 하면 충분히 4강에 오를 수 있을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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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태의 GG를 본 순간 웃음이 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았다. 아직은 웃을 때가 아니었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되었다.
1세트를 스킬 없이 이기는데 성공했다.
단순히 운으로 이긴 것이 아니었다. 전략이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다. 윤영태는 정말 1세트에서 안전한 빌드를 선택했다.
그간의 분석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다.
연호야. 정말 고맙다.
[일점돌파]도 도움이 되었다.
먼저 러시를 간 건 다 이유가 있었다.
[일점돌파]가 잘 사용 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일점돌파] 덕인지는 몰라도 조금 수월하게 전투에서 이길 수 있었다.
[투신]의 위력까진 아니었지만 그래도 도움이 되는 건 확실했다.
[일점돌파]도 레벨을 올려놓으면 쏠쏠하게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이제 2세트와 3세트에서 스킬을 투자해 이긴다면 계획이 완벽하게 이뤄진다.
들뜨지 말자.
최대한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자.
현재 체력은 96%.
아직 26%의 여유가 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날빌러]로 빌드만 정확히 먹고 들어간다면 추가 체력의 소모 없이 경기를 잡아낼 수도 있다.
2,3 세트 중 분명 한 세트엔 전략을 걸어올 것이다.
그 것만 조심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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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1세트 어떻게 보셨나요?
-이승우 선수가 완벽하게 준비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전략의 승리죠.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윤영태 선수 너무 무난하게 했어요. 본인이 할 것만 했거든요? 이게 프로리그에선 통할 지도 모르지만 개인리그에선 절대 안통합니다. 특히 지금 같은 8강에서 말이죠.
중계진이 이승우의 칭찬을 늘어놓았다.
그만큼 준비성이 철저했다.
-윤영태 선수가 지금 신인의 패기에 밀리고 있다는 거죠. 마인드 컨트롤 잘해야 합니다. 자신이 왜 육룡에 속해있고 전투의 신이라 불리는지 기억해내야 합니다.
-지금 막 양 선수 입장 완료 했다고 합니다. 2세트 우사의 정원에서 경기를 시작하겠습니다!
긴장 속에 시작 된 2세트.
조금 더 절박한 쪽은 윤영태다.
여기서 까지 패배하면 정말 벼랑 끝으로 몰리게 된다.
그래서였을까?
-어? 지금 용안 나가죠?
-이승우 선수가 아닌 윤영태 선수의 용안입니다.
윤영태가 변칙적인 빌드를 들고 나왔다.
지금 이 타이밍에 일꾼이 빠져나간다는 건 전진 건물을 시도하겠다는 것이었다.
-전진 제단 시도하려는 거죠?
-드디어 윤영태 선수가 칼을 빼들었습니다. 만약 이승우 선수가 전처럼 자원 지향 적인 플레이를 하면 이거 그대로 끝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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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빌러] 사용.’
시작과 동시에 [날빌러]를 사용했다.
추천해준 빌드는.
[본진 2제단.]
본진 2제단을 추천해준다는 건 딱 하나.
상대가 전진 제단을 생각한다는 뜻이었다.
그 것도 두개나.
윤영태는 예상을 벗어나지 못했다.
연호야. 다시 한 번 고맙다.
정말 2세트에서 날빌을 준비해왔다.
전진 2제단을 한다는 건 어설프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 아예 끝내겠다는 의도였다.
택견 용혼을 구사하듯 용아 컨트롤에도 일가견이 있는 윤영태였다.
상대를 당황하게 한 후 컨트롤로 압도하려는 것이겠지?
미안하지만 이미 들켰습니다요.
소모 된 5%의 체력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이미 눈치 챘지만 아는 티를 내면 안 되겠지?
자. 적당히 연기를 해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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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솟대를 지은 이승우 선수 곧바로 정찰을 떠납니다. 어? 근데 방향 정찰이?
-어? 어?
이승우의 용안이 움직일 때마다 관중들이 웅성거렸다.
정상적인 방향이 아닌 대각선으로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대로 쭉 가게 된다면 윤영태가 중앙에 전진해서 지은 솟대를 발견하게 된다.
-윤영태 선수 정말 운도 없네요.
-이승우 선수가 이렇게 빨리 대각 정찰을 보낸 이유는 둘 중 하나로 해석 됩니다. 가장 먼 대각선이면 정상적인 빌드를 택하고 대각선에 없으면 공격적인 빌드를 택하려는 것이 첫 번째구요. 두 번째는 혹 전진 건물류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서 한 정찰이죠. 하나의 행동이지만 무려 두 가지 뜻이 담겨져 있는 것입니다!
엄재웅 해설이 목에 핏대를 세우며 열을 올렸다.
아쉽게도 답을 맞히진 못했다.
-꼼꼼합니다. 이승우 선수. 이 선수가 정말 올해 데뷔한 선수가 맞나요?
결국 전진 되어 지어진 제단을 발견하는 이승우.
순간 관중석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이승우 선수도 곧바로 하나의 제단을 추가해서 짓죠.
-막으면 된다는 겁니다. 막기만 중앙에 있는 2개의 제단 공짜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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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발.’
중앙의 제단이 들키는 순간 윤영태가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이승우가 윤영태의 경기를 분석했듯 윤영태도 이승우의 경기를 분석했다.
비록 경기가 많지 않았지만 이처럼 대각 정찰을 가는 경우는 없었다.
운이 없어도 이렇게 없을 줄이야?
‘방향을 선회한다.’
들킨 이상 전진 2제단은 실패했다.
그렇다고 경기를 포기할 순 없었다.
원래 계획은 상대가 1제단 운영을 할 때 용아를 3기 모아서 큰 피해를 입힐 생각이었지만 이젠 그렇게 할 수 없게 되었다.
다른 방향을 찾아야했다.
다행히 전략이 실패했을 때를 대비한 상황도 준비해왔다.
다시 용안을 찍어주며 중반 이후를 대비한다.
그리고 용아의 우위를 바탕으로 언덕 아래를 잡아 내려오지 못하게 하고 자신은 한 발 빠르게 앞마당을 가져갈 생각이었다.
일단 컨트롤엔 자신이 있었다.
‘전투의 신이 누군지 똑똑히 보여주마.’
모니터를 바라보는 윤영태의 눈이 이글이글 불타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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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는 용아 싸움으로 흘렀다.
내가 의도한 것이기도 했다.
윤영태가 용아 싸움에 자신이 있든 나 역시 [투신]이 있기에 용아 싸움에 자신이 있다.
일단 용아의 숫자 자체는 내가 적을 수밖에 없다.
굉장히 빠른 속도로 중앙에 2개의 제단을 올렸기 때문이었다.
이 말은 곧 용안을 거의 쉬다시피 하면서 제단을 빠르게 가졌다는 뜻.
시간이 흐를수록 유리해지는 건 나였다.
언덕 아래에 솟대를 지으며 압박을 펼치는 윤영태.
아마 용력충전소를 짓겠지.
여차하면 입구를 봉쇄해버리겠다는 뜻이었다.
이대로 입구가 막히는 건 곤란하다. 아직 윤영태의 용아가 합류하기 전, 그러니까 나와 윤영태의 용아 차이가 가장 적게 나는 그 시점.
‘[투신] 사용.’
자원을 채취하고 있는 용안 몇과 함께 용아를 언덕 아래로 내려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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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태 선수 생각 좋습니다. 어차피 지금 무리하게 올라가다가 용아 다 잃고 GG치느니 조금 더 길게 바라보겠다는 거죠.
-당장 조금 불리하긴 하지만 의도대로 언덕 아래를 차지만 한다면 충분히 좋은 상황 만들 수 있습니다.
-윤영태 선수 용아 컨트롤에 자신 있거든요? 초반 전략이 실패했긴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잘할 수 있습니다.
-이승우 선수도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용안 동원해서 내려옵니다.
-완전히 막히면 뚫기 힘들어지니까 조금이라도 약한 지금 미리 뚫어 버리겠다는 거죠! 판단 좋습니다. 우물쭈물하다 용력충전소 지어지고 싸우다 용아 잃고 이러면 완벽히 틀어막히거든요? 그러면 초반 빌드를 이겼어도 지게 되는 겁니다!
순식간에 전투가 벌어졌다.
그야말로 마이크로 컨트롤의 끝이었다.
맞고 있는 용아를 뒤로 슬쩍 뺐다가 다시 전투에 합류 시킨다.
양 선수 모두 그와 같은 컨트롤을 하고 있었다.
-어? 어? 용아!!!
-빨간피!! 빨간피!
-그걸 또 살리네요!
-두 선수 정말 극한의 컨트롤을 보여줍니다!
전투는 박빙이었다.
이승우의 컨트롤도 윤영태에게 밀리지 않았다.
그래도 조금 유리한 건 이승우였다.
동원 된 용안의 숫자가 더 많고 아무래도 본진과 가깝기 때문에 용아 충원이 빨랐기 때문이었다.
만약 이승우가 조금만 더 늦게 진출하는 판단을 내렸다면 꼼짝없이 본진에 갇히고 말았을 것이다.
이승우는 과감하게 언덕 밑으로 병력을 내려 보냈고 조이기가 완벽히 갖춰지기 직전 뚫는데 성공했다.
전투가 거의 끝나갈 때쯤 윤영태의 용력충전소가 완성되었다.
10초만 전에 완성되었다면 남아있는 건 이승우의 용아가 아닌 윤영태의 용아였을 것이다.
싸울 수 있는 용아가 없는 이상 용력충전소는 돈 낭비에 불과했다.
-큰 일 났죠. 중앙에 지어진 제단 장악당하면 진짜 끝입니다!
-어떻게든 거기서 막아내든 해야 해요. 제단 2개 잃으면 용아에 그냥 밀려버립니다!!!
화면에 나온 윤영태가 다급한 표정으로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도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설마 뚫릴 줄이야.
용아 생산을 하며 앞마당을 가져가려 했던 계획은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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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을 내려오는 순간 느꼈다.
이번 경기는 내가 잡았음을.
동시에 [투신]과 [일점돌파]의 조합이 얼마나 강력한지 알 수 있었다.
평소 [투신]을 사용했을 때보다 컨트롤이 더 잘되는 것 같았다.
단순 기분 탓은 아니다.
분명 [일점돌파]의 효과다.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은 하나.
중앙의 제단을 장악하는 것.
중앙의 제단을 잃으면 윤영태는 더 이상 병력을 생산 할 수 없다.
중앙에 제단을 지음으로서 빠르게 내 본진에 도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사방이 뚫린 평지에서 전투를 해야하는 단점이 있었다.
본진처럼 언덕을 끼고 싸울 수 없는 것이다.
상황은 이미 나에게 많이 넘어왔다.
방심만 하지 않으면, 집중력만 잃지 않으면 2세트도 승리로 장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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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선수 정말 징하네요. 그 와중에 용아 1기를 돌렸어요!
-아. 윤영태 선수 본진에 용아 없죠. 안 그래도 용안의 숫자가 적은데 피해까지 받다뇨!
이승우의 센스가 빛을 발했다.
1기의 용아를 빙 돌려 윤영태의 본진에 집어넣은 것이다.
중앙 제단을 지키기 위해 전 병력이 나가 있는 윤영태로선 놓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지금 용아 잡으려고 뭉치는 것만으로도 피해입니다! 이승우는 자원 쌩쌩하게 돌리고 있거든요! 꼭 많이 먹어야 부자입니까? 아니에요! 상대가 나무껍질 벗겨 먹을 때 죽이라고 끓여 먹을 수 있으면 그건 엄청난 부자인거죠!
가난한 상황은 서로 같다.
하지만 용안의 숫자에서 차이가 났다.
조금이나마 이승우의 용안의 숫자가 많았던 것이다.
그 차이가 방금 견제로 인해 더 벌어졌다.
난입한 용아가 잡아 낸 용안의 숫자는 1기.
용안 1기를 잡은 것보다 오랜 시간 제대로 자원을 채취하지 못하게 방해한 것이 더 큰 이득이었다.
당황한 윤영태가 우왕좌왕했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용아가 이리 저리 왔다 갔다 거렸다.
멘탈 붕괴.
일명 멘붕상태에 빠진 것이다.
본진으로 용아를 빼자니 중앙 제단이 너무 아깝다. 그렇다고 중앙 제단을 지키자니 본진으로 돌아오는 용아가 너무 무섭다.
오도 가도 못 하는 답답한 상황.
이 상황을 만든 건 이승우였다.
-또 돌아가죠.
-많지도 않습니다. 딱 용아 1기입니다. 그 용아 1기가 윤영태의 신경을 다 건드리고 있어요!
이승우는 소수 용아를 본진으로 돌리며 꾸준히 견제 했다.
용안이 일을 못하는 시간이 조금씩 누적되었고 그건 용아의 차이로 이어졌다.
1기, 2기 이승우의 용아가 많아지더니 이제는 한 눈에 봐도 그 차이가 보일 정도였다.
-이승우 선수 이제 눈치 볼 필요 없습니다. 용아의 숫자가 많아요!
-그냥 싸우면 됩니다!
해설을 듣기라도 한 것인지 곧바로 중앙 제단으로 달려드는 이승우의 용아.
아무리 윤영태가 컨트롤을 잘한다 해도 이 정도 차이를 극복하는 건 무리였다.
결국 모든 용아를 잃고만 윤영태.
제단까지 장악당하며 더 이상 병력을 생산할 수 없게 되었다.
-윤영태 선수 어쩌다가 이 지경 까지 된 건가요?
김태영 해설의 안타까운 외침이 퍼질 때쯤.
-윤영태 : GG
윤영태가 GG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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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