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열로더 신들의 전쟁-132화 (132/575)

00132  Game No. 132 다전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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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굉장히 빠르게 흐른다.

흔히 쏜살 같이 빠르다고 하는데 지금이 딱 그 느낌이었다.

프로게이머가 된 이후 가장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다.

웅인전이 끝난 지 4일이 지났다.

드디어 내일이구나.

생에 첫 다전제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하루에 많은 경기를 소화한다는 점에서 위너스 리그와 비슷했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었다.

한 경기만 패해도 더 이상 경기를 치를 수없는 위너스 리그와 달리 다전제는 한 번진다고 아예 경기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

삼전제면 두 번의 승리를, 오전제면 세 번의 승리를 누군가 할 때까지 경기가 진행되는 것이다.

여기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다섯 경기에 체력을 고루 10%씩 배분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MSL 16강 같은 경우 삼전제이니 3경기에 고루 체력을 분배하는 것이 낫겠지만 OSL 8강 같은 경우 오전제로 치러지는 만큼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이 더 낫다.

적어도 한 경기이상에선 체력을 사용하지 않고 순수 실력으로 해야 한다.

이기면 좋고 지면 할 수 없고.

애초에 목적이 다르다.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개인리그다.

한 세트 정도 전략적으로 내준다고 해서 전혀 나쁜 것이 아니다.

첫 번째로 치르는 다전제이기에 감독님을 비롯한 팀원들이 많이 도와줬다.

특히 다전제를 경험해보았던 현우 형이 많은 조언을 해주었다.

경기를 준비하는 방법부터 스코어에서 밀리고 있을 때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것, 반대로 이기고 있을 때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하는 것등을 말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4강 역시 같은 용족과 대결한다는 점이었다.

연습을 하는데 무리가 없었다.

상대는 어제 정해졌다.

김택윤.

과거 4강에서 패배했던 것을 복수라도 하 듯 화려하게 3:1로 송병호를 꺾으며 4강에 올라왔다.

둘의 경기를 보면서 입이 쩍 벌어졌다.

신들의 전쟁이란 말이 절로 떠올랐다.

그 정도로 엄청난 경기력을 선보였다.

한 방 싸움에서 우위를 점한 건 송병호였다. 하지만 견제나 변칙적인 공격에 있어선 김택윤이 한 수 위였다.

정파 용족과 사파 용족의 거두다운 경기였다.

시종일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첫 번째 경기에선 김택윤이 전략을 시도했다. 전진 제단을 한 것이다.

아예 힘을 싣겠다는 듯 송병호의 본진에 용력충전소까지 지어가며 맹공을 펼쳤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공격이었는지 송병호는 1세트를 쉽게 내주고 말았다.

반격은 곧바로 이어졌다.

동족전에서 정석이라 할 수 있는 용혼-지룡 싸움에서 승리를 따내며 2세트를 가져오는데 성공했다.

지룡의 송병호라고 왜 불리는지 알 것 같은 경기였다.

모두 뛰어난 컨트롤을 보여줬지만 지룡 운영에 있어서 송병호가 한 수 앞섰다.

단순히 전투에만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견제도 자유자재로 펼쳤다.

김택윤의 지룡은 오늘도 슬픈 모습을 가끔 보여주었다.

지룡 싸움에선 안 되겠다고 느꼈는지 3,4 세트에선 김택윤이 전략을 수정했다.

빠르게 앞마당을 확보한 후 비렴을 확보하는 빌드를 사용한 것이다.

초반 병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앞마당에 용광포를 몇개 건설하고 시작하는 빌드였다.

상대의 초반 견제를 막는다는 의도도 있었지만 혹시 모를 흑완을 대비하는 것도 있었다.

용의 신전 없이 하늘성소를 올렸기에 탐지 능력을 갖춘 현룡을 뽑을 수 없었으니까.

이 빌드에선 비렴 전에 생산 한 흑완의 존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상대에게 큰 피해를 입히면 좋지만 절대 무리해선 안 된다.

살아만 있어도 충분히 압박을 줄 수 있다.

본진을 비우면 언제든 들어갈 수 있다는 듯 살짝 살짝 모습만 보여줘도 성공이다.

만약 흑완이 잡힌다면?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본진을 비우고 바로 역 압박을 들어오겠지.

이 운영은 김택윤의 트레이드마크 중 하나다.

일단 자원에서 앞서나가고 비렴을 빨리 확보하기 때문에 초반만 잘 견뎌낸다면 중반 이후의 싸움에서 유리한 싸움을 할 수 있다.

그 결과 3,4 세트에서 내리 송병호를 꺾으며 4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내가 윤영태를 꺾는다면 김택윤과 4강에서 맞붙게 된다.

몇 달 전까진 이런 건 상상도 하지 못했다.

4강이란 자리에서 김택윤을 만나게 되다니.

사실 지금 치르고 있는 8강도 꿈에 가까운 위치였다.

여기서 물러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동족전은 변수가 많은 경기.

신들의 전쟁 매니저를 잘 활용한다면, 운이 따른다면 충분히 결승까지 오를 수 있다.

8강 경기를 보면서 느낀 것이 있다.

변칙적인 플레이와 비렴 운영.

이 둘의 파훼법(破毁法)을 반드시 찾아야한다.

물론 윤영태라는 산을 먼저 넘고 말이다.

연습보다 윤영태에 대한 VOD를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대부분 비슷한 패턴.

오히려 중요한 경기일수록 승부수를 던지는 확률이 줄어들었다.

이 것 참 신기한 일이네.

어디서 들은 것 같다.

윤영태의 멘탈이 강한 편이 아니라는 것을.

패배한 것이 꽤 오래 간다고 했다.

승부수를 던졌다 패배하면 오래 기억에 남아서 그러나?

어쨌든 좋은 특징이다.

연습은 연호가 많이 도와줬다.

본인의 스타일이 있을 텐데도 군말 없이 윤영태의 스타일로 경기를 펼쳐주었다.

뿐만 아니라 중간 중간 코멘트를 주며 부족한 점을 보완해주기도 했다.

고마운 자식.

4강 가면 제대로 한턱 쏜다!

마음 같아선 S1의 2군이나 친했던 선수들에게 부탁하고 싶었지만 4강에서 김택윤을 만나게 될지도 모르기에 말을 꺼내는 것이 상당히 어려웠다.

어쨌든 연습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한참 VOD를 분석하고 있을 때 연호가 연습실로 들어왔다.

“MSL 끝났다.”

오늘 MSL 16강 경기도 열렸다.

MSL은 16강부터 다전제다.

특이하게도 목요일과 토요일에 각각 2경기씩 열린다..

OSL에 비하면 많은 수의 경기가 1주에 치러지는 것이다.

딱 2배다. 2배.

이유가 있었다.

32강부터 시작하기에 하루에 1경기씩만 펼치면 OSL에 비해 너무 늦게 결승전이 펼쳐지기 때문이었다.

MSL 쪽에선 최대한 비슷한 시기에 결승을 치르고 싶었다.

“누가 올라갔어?”

내일 경기가 없다면 MSL 시청을 했겠지만 오늘은 그럴 겨를이 없었다.

당장 내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었으니까.

만약 오늘 용족의 경기가 있었다면 참조를 하기 위해 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 경기엔 용족이 출전하지 않았다.

16강전의 개막전은 형규와 임동원의 대결이었다.

당연히 나는 형규를 응원한다. 형규가 이겼으면 좋겠지만 어려운 상대를 만났다.

오직 당대 최강의 마수들을 때려잡고 저번 시즌 왕좌에 오른 임동원이다.

OSL 처럼 16강에서 탈락하지 않고 더 높은 자리에 오르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 다음 경기는 정명혁과 김윤호의 경기였다.

각각 OSL과 MSL에서 1번씩 우승을 차지했던 선수들.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은 대결이었다.

“임형규랑 정명혁.”

“진짜?”

“응.”

“대박이네!”

일단 형규가 8강에 올라갔다는 사실이 기뻤다.

사실 정명혁이 이겼다는 걸 별로 놀랍지 않았다. 누구한테도 이길 수 있는 실력을 가졌으니까.

얼마 전 펼쳐진 OSL에서 정명혁이 이영우를 이겼어도 이변이라는 말은 없었을 거다.

정명혁은 환국의 2인지다.

그 위로는 이영우 1명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반면 형규의 승리는 놀라웠다.

마마전에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는 임동원을 이기다니.

심지어 임동원은 이제운조차 MSL 4강에서 꺾은 적이 있었다.

“어떻게 이겼는데?”

난 아예 VOD를 멈추고 자리를 잡았다.

“S1에서 무슨 연습을 시켰는지 몰라도 둘 다 경기력 쩔었어. 가둬놓고 게임만 시키나? 어쨌든 둘 다 눈에 독기가 가득 담겨 있더라.”

질린다는 얼굴로 검지와 엄지로 두 눈을 가리키는 연호.

도대체 어떤 경기였기에 그렇지?

“스코어는?”

“둘다 2:0.”

“진짜 대박이네.”

“커뮤니티에 하이라이트 뜬 거 같으니까 궁금하면 찾아서 봐. 오래 안 걸릴거야.”

“벌써?”

하이라이트는 방송사에서도 만들지만 그보다 앞서 팬들이 만들어 커뮤니티에 올린다.

개인이 만들은 거지만 퀼리티는 절대 떨어지지지 않는다.

그나저나 경기 끝난 지 10분도 안 지났는데 벌써 하이라이트가 떴다고?

지나치게 빠른데?

“원래 경기 끝나자마자 떠.”

“그래?”

정말 빠르구나. 빨라.

그럼 잠시 쉴 겸 확인해볼까?

어차피 한 번 보긴 해야 한다. 8강에서 만나게 될 수도 있으니까.

하이라이트는 보통 경기당 5분에서 10분정도 걸린다.

2경기는 마마전이니 합쳐서 10분이 안될 수도 있다.

길어야 30분, 짧으면 20분.

휴식을 취하며 보기엔 적당한 시간이다.

풀 경기는 나중에 보기로 하고 일단 하이라이트부터 봐볼까?

난 곧바로 <신 이야기>를 들어갔다.

연호의 말처럼 메인에 이미 베스트란 꼬리를 달고 오늘 경기의 하이라이트가 올라와있었다.

헐. 대박.

시간이 왜 이렇게 짧어?

둘 모두 굉장히 빠른 시간에 승부를 결정지었다.

형규와 임동원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합쳐서 5분 밖에 되지 않았다.

이 정도면 거의 마견에 끝이 났다는 건데?

정명혁도 다르지 않았다.

합쳐서 7분 정도.

진짜 둘 다 약 빨았나? 왜 이렇게 빨리 끝내.

예상대로 형규와 임동원의 경기는 2경기 전부 마견 싸움에서 승패가 갈렸다.

형규의 마견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았다.

대단하네. 이 녀석.

하이라이트 끝 부분에 나오는 임동원의 표정이 모든 걸 말해주었다.

멘탈이 나갔구나. 나갔어.

하긴. 저렇게 자신있는 부분에서 패배하면 충격이 크고 오래가는 법이지만.

정명혁도 형규처럼 빠르게 승리를 따냈다.

거의 첫 진출에 큰 피해를 주었고 그 후엔 무난하게 승리를 가져갔다.

“어때? 쩔지?”

“그러게. 둘 다 장난 아니네.”

하이라이트를 보니 연호의 말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너도 내일 저렇게 쩌는 경기력 보여줘라. 할 수 있어. 파이팅!”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다시 나가는 연호.

“......”

부담감 줘서 고맙다.

정말 고맙다.

개인리그는 이런 곳이다.

프로리그보다 훨씬 뛰어난 판짜기와 경기력이 나오는.

정신 차려야한다.

이럴게 아니라 가지고 있는 스킬들도 한 번씩 점검해봐야겠다.

일단 가장 중요한 스킬은 [날빌러]와 [투신]이다.

이 두 스킬은 언제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나뉜다.

결코 헛되이 쓰면 안 된다.

반대로 너무 아껴서도 안 된다.

어설프게 사용해서 역전을 당하느니 차라리 확실하게 사용해서 승리를 쟁취하는 것이 낫다.

[엄대엄] 역시 액티브 스킬이긴 하지만 무려 15%의 체력을 잡아먹는다.

이는 [투신] 3번과 같다.

차라리 지는 게 낫지 [엄대엄]을 사용한 건 최대한 지양해야했다.

[승우네 관광버스]도 마찬가지다.

이걸 경기 중에 쓰는 건 미친 짓이다. 성공한 다해도 괜히 도발해 상대를 각성하게 만들 필요는 없다.

악당의 도발에 분노한 주인공이 자신도 알지 못하는 힘을 끌어올려 물리치는 상황이라고 해야 하나?

만화에서 흔히 나오는 패턴이지.

그런 빌미를 굳이 제공할 필요는 없었다.

액티브 스킬만큼 중요한 게 패시브 스킬이다.

정말 하늘에 맡겨야 한다.

패시브 스킬이 얼마나 잘 터지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많이 바뀐다.

[스타급 센스] 한 경기에 여러 번 사용된다면 그 경기를 가져갈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

[일점돌파]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공격적인 선택을 할 때 [투신]과 함께 힘을 제대로 실을 수 있게 된다.

“연호야!”

난 곧바로 연호를 큰 소리로 불렀다.

잠시 후 등을 긁적이며 연습실로 나타나는 연호.

“왜?”

“연습 좀 도와줘라.”

생각을 정리 했으니 이젠 손을 풀 차례였다.

아마 오늘은 늦게까지 잠들지 못할 것 같았다.

============================ 작품 후기 ============================

오늘은 여기까지.

내일부터 osl 8강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그럼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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