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31 Game No. 131 짜릿합니다!! =========================================================================
-여기서 이승우 선수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몇 개 있습니다. 가장 안전한 건 그냥 이대로 확장 가져가면서 승리를 서서히 가져 오는 거죠.
-그렇게 하면 절대 질 수가 없습니다. 전투의 신도 먹어야 싸웁니다. 자원이 2배가 차이 나는데 뭔 수로 이기겠습니까? 물량과 테크 모두 압도적으로 이승우 선수가 앞서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자. 과연 이승우 선수의 선택은 과연 무엇일지.
-사실 전원이 나가지 않는 이상 경기는 거의 끝났습니다.
-어허. 그리 무서운 말씀을.
정전에 대해 안 좋은 추억이 있는 MBS 게임.
박상철 캐스터의 엄살에 관중석에서 순간 웃음이 터져나왔다.
-여태까지 이승우 선수 입장에서만 설명해드렸는데 윤영태 선수가 이 경기를 역전하려면 한 가지 방법 밖에 없습니다. 뚫으려고 하면 안돼요. 뚫으려고 하는 건 그냥 GG를 치겠다는 뜻이에요. 곧 나올 운룡과 지룡에 모든 걸 걸어야 합니다. 일꾼에 피해를 줘도 좋고 병력을 뒤에 남겨두게 해도 됩니다. 어쨌든 입구를 꽉 틀어막고 있는 병력을 조금 치운 후 컨트롤로 나와야지 지금 그냥 힘으로 밀었다간 아무 것도 못해요!
-어? 잠시 만요? 지금 이승우 선수 확장 안하죠?
박상철 캐스터의 말처럼 이승우는 확장을 가져가지 않았다.
대신.
-지룡이네요. 시간을 주지 않을 작정입니다.
-뭣하러 시간 주냐 이거에요. 괜히 시간 질질 끌지 않고 기회 주지 않고 그냥 본진 뚫어 버리겠다는 거에요!
지룡을 선택하며 오히려 힘을 주었다.
-이승우가 뭐하는지 미친 듯이 궁금한 윤영태 입장에선 현룡을 뽑아야 합니다. 하지만 이승우 선수는 아까 1기의 용아를 찔러 넣으면서 뭐하는지 다 봤거든요. 어차피 흑완이 올 일은 없구나. 그럼 난 그냥 지룡 2기 뽑아서 깔끔하게 밀어버려야겠다. 이런 계산이 나온거에요.
-훨씬 빠릅니다. 현룡사당 조차 짓지 않았기 때문에 훨씬 빨리 2기의 지룡이 나와요! 안 그래도 용혼 숫자 차이 나는데 윤영태 선수 정말 큰일 났습니다.
-진짜 센스가 뛰어나네요. 이승우 선수. 판을 완벽하게 내려다보고 있어요!
중계진의 절규에 가까운 함성.
그 정도로 이승우의 판을 읽는 눈이 뛰어났다.
2기의 지룡이 생산 된 이승우가 거침없이 남하를 시작했다.
화면에 잡힌 윤영태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침을 꿀꺽 삼켰다.
****
‘지룡?’
윤영태가 현룡으로 이승우의 운룡을 확인했다.
원래 윤영태의 계획은 중계진의 말처럼 운룡을 속업해서 밖으로 돌릴 예정이었다.
이승우가 확장을 가져갔을 줄 알았다. 그래서 속업 운룡으로 본진과 앞마당을 흔들며 균열을 일으키려 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게 되었다.
상대는 확장이 아닌 공격을 선택했으니까.
지금 지룡을 뺐다간 정면이 뚫려 버리고 말 것이다.
결국 수비를 해야하는 상황.
윤영태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이번 판은 의도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모두 상대의 손바닥 위에 있었다.
‘젠장.’
욕이 절로 나왔다.
조금 더 과감하게 할걸하는 후회가 들었지만 소용없었다.
후회는 아무리 빨리해도 늦다.
****
-자. 들어갑니다! 병력 차이가 나요! 지룡 1기 차이가 어마어마합니다!
-윤영태의 용혼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입구를 열어주면 용혼이 들어오고 입구를 막아버리면 지룡의 공격을 받고!
-최대한 넓게 펴야합니다. 지형을 이용해야 해요.
-아. 그 것도 힘드네요. 지룡 1기의 차이가 큽니다.
그때였다.
지룡을 일점사 하기 위해 달려드는 윤영태의 용혼.
-어? 어?
-지룡 노리죠. 지룡. 노립니다!
-잡으면 이야기 달라집니다!
하지만.
-아. 태웠다 내렸다하면서 용혼의 공격만 쏙 빼먹고 있어요!
-잡았으면 모를까 오히려 피해만 봤죠.
이승우의 컨트롤이 좋았다.
거의 용혼과 지룡을 동시에 컨트롤 해주어 지룡을 살려냈다.
오히려 일점사가 무리수가 되면서 윤영태가 궁지에 몰렸다.
-정말 화끈하네요. 굳이 위험하게 뚫을 필요 없었거든요! 그냥 기다리면 자연스레 이길 수 있는데 공격을 선택하네요. 아. 정말 대단합니다.
-집에 가고 싶다 이겁니다!
-얼른 집에 가서 따뜻한 밥을 먹고 싶을 수도 있죠! 아니면 봐야할 예능이 있다거나 드라마가 있다거나! 입구 점점 벌어지죠!
-뚫렸어요. 이 정도면 뚫렸다고 봐야죠.
-이 선수 요즘 왜 이러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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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어!
공격을 선택한 건 최선의 선택이었다.
토정이 이렇게 말을 잘 들어주다니.
빗나가는 거 하나 없이 용혼에게 전부 꽂혔다.
꼭 안아주고 싶을 정도로 사랑스럽다.
이게 [일점돌파]의 힘인가 하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 지금이 딱 [일점돌파가]가 적용되는 상황이었으니까.
체력도 소모되지 않고 [스타급 센스]처럼 아주 든든한 스킬이구만!
너도 나중에 스킬 포인트 좀 찍어주마.
결국 입구를 힘으로 뚫어 낸 난 윤영태의 GG를 받는데 성공했다.
기쁨에 벅차 두 주먹을 불끈 쥐어 올리는 순간.
[상태(버프)가 생성되었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푸른창이 앞에 떠올랐다.
아. 드디어 이 영광의 순간을 맞이하게 되는구나!!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도 무엇인지 알지만 그래도 직접 확인해봐야겠지.
[집택신]
[같은 장소에서 20연승 달성 시 생성됩니다.]
[효과 : 집택신이 생성 된 장소에서 신들의 전쟁을 할 시 모든 능력치가 10% 증가합니다. 동시에 모든 체력이 회복되었습니다.]
버프 창엔 아빠 미소가 절로 나오는 내용이 잔뜩 적혀 있었다.
그래. 바로 이거야.
그 간의 승리가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힘들었다.
힘들었다고 밖에 표현하지 못하겠다.
운도 많이 따라주었다.
이제 MSL과 히어로 센터에서 하는 프로리그에서 컨디션과 상관없이 10%의 능력이 상승된다.
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
어라?
흐뭇한 얼굴로 스탯창을 살피던 중 시선이 한 군데에 멈췄다.
혹시 잘못 본 건 아닐까 싶어 두 눈을 비볐지만 여전히 그대로였다.
[집택신]을 얻는 순간 체력이 회복되었다.
그렇다면 현재 눈앞에 보여야 하는 수치는 100%가 정상.
하지만 스탯창에 적혀 있는 체력은 110%였다.
‘모든 능력치’엔 체력도 포함되어있던 것이다.
너무 기뻐 순간 소리를 지를 뻔 했다.
처음 [집택신]을 얻었을 땐 몰랐다.
그땐 체력이 무한이었으니까.
진심으로 기뻤다.
이 무대에선 [투신]을 2번이나 더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헤실헤실 나왔다.
“최고다. 이승우!”
“멋있다!!!”
“화끈하다!!!”
관중들에게 인사를 하는 순간 열화와 같은 함성이 돌아왔다.
그 사이 듣는 것만으로 웃음이 절로 나는 멘트들이 들렸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화끈하고 멋있는 경기력으로 보답하겠습니다!
“고생했다.”
고생은요. 그냥 즐기며 왔습니다. 감독님.
“이야. 진짜 쩔었다.”
쩔었다니 고맙다. 친구야.
“형. 게임 보는 내내 입이 벌어져서 닫아 지지가 않았어요.”
승대야. 어쩜 그렇게 말도 예쁘게 하니?
그 벌어진 입으로 맛있는 음식 가득 넣어주마.
현우 형과 다른 팀원들도 축하의 인사를 한 마디씩 건넸다.
이 맛에 승리한다니까?
****
<역시 아스트로는 이승우빨 이거 ㅇㅈ해야하는 부분 아니냐? ㅎㄷ >
<이승우가 아스트로 먹여 살리넼ㅋㅋㅋㅋ ㅇㅈ? ㅇㅇㅈ.>
<오늘 제대로 회식각 ㅇㄱㄹㅇ ㅂㅂㅂㄱ>
<이승우 지리구욬ㅋㅋ 플레이 오지구욬ㅋㅋ>
<오늘로 프로리그 18연승 한거 암? ㅎㄷㄷ 기록 브레이커 오짐ㅋㅋㅋ>
커뮤니티는 다시 난리가 났다.
이승우의 2킬.
평상시 하는 것과 그리 차이가 없었지만 오늘의 승리로 프로리그 연승 기록이 18연승까지 올라갔다.
이제 위로 리쌍 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23연승의 이영우와는 조금 차이가 나지만 이제운과는 겨우 1승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공교롭게도 아스트로의 다음 상대가 이제운이 있는 화성이었고 그 다음 상대가 이영우의 CT였다.
상황에 따라 두 경기 내에 프로리그 최다 연승을 기록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야 말로 드라마 같은 상황.
<ㅅㅂㅋㅋㅋ 화성전에서 이제운 잡고 20연승으로 기록 깨버리고 ㅋㅋㅋㅋ CT전에서 올킬해서 23연승 깨버리면 커뮤니티 폭발 하냐?>
<응. 안해. 그럴 리 없으니까 ㅇㅇ>
<그건 모르는 거지 ㅋㅋ 만약 저 댓글처럼 되면 커뮤니티 폭발로 안끝남 ㅋㅋㅋ>
이승우의 최고 연승 시나리오 댓글이 설레발로 끝날 것인지, 아니면 성지가 될 것인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일이었다.
****
현우 형과 인터뷰를 마치고 복귀하는 길.
“고생했다.”
“형이 앞에서 2승 해주는 바람에 이길 수 있었어요. 솔직히 최현봉은 상대하기 무서워요.”
[날빌러]를 안 쓴다면 최현봉만큼 무서운 상대가 없다. [날빌러]를 쓴다면?
당연한 거 아냐? 최현봉이 제일 상대하기 쉽지.
“커뮤니티 반응 봤어?”
“커뮤니티요?”
“응. 오늘 너 2연승 추가해서 프로리그 18연승이란다. 단독 3위. 축하한다.”
허허. 쑥스럽다.
[집택신]에 잠시 잊고 있었다.
프로리그 역시 연승 기록을 해나가고 있다는 것을.
18연승.
참 많이도 이겼다.
이제 1승만 더 하면 공동 2위가 된다.
거기서 3승을 더 하면 이영우와 함께 공동 1위를 하게 된다.
정말 내가 그 기록을 이룰 수 있을까?
커뮤니티도 그와 관련 된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내 이름으로 검색하니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글이 오늘 올라왔다.
이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을 줄이야.
하긴. 결과적으로 남는 건 기록이니까.
과거 최고의 포스를 자랑했던 선수가 있었다.
당시 모든 선수들이 최강이라 엄지를 치켜세웠고 한 해를 지배할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었다.
하지만 지금 그 선수를 그 정도 포스로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저 한 때 잘했던 선수 정도.
이유는 간단하다.
전성기 시절 커리어를 제대로 쌓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운이 나빴다.
모두 그 선수를 우승 후보로 뽑았지만 개인리그에서 항상 4강에 머물렀다.
그 선수를 이기고 결승에 올라간 선수들이 우승을 차지했다.
말이 조금 웃기지만 우승을 차지한 선수가 엄청 잘했던 건 아니다.
압도적인 포스를 지닌 것도 아니었고 승률 또한 50%대였다.
그 해는 굉장히 혼란스럽던 해였다.
흔히 말하는 암흑기였다.
최강이라 불리던 자들의 조금씩 내려오기 시작했으나 그 자리를 이어받을 선수들이 보이지 않았다.
2회 연속 우승은커녕 2회 연속 4강을 올라간 선수도 그 선수 밖에 없던 시절이었다.
프로리그에선 굉장히 잘했다.
팀을 몇 번이나 우승 시켰다.
결승전에서도 중요한 세트에 나와 승리를 따낸 적이 많았다.
하지만 별다른 기록을 세우지 못했다.
결승전 MVP도 다른 선수 손에 돌아갔고 프로리그 관련 된 기록을 남긴 것도 거의 없다.
5승하고 1패하고 3승하고 1패하고 이런 식으로 반복하면서 연승이 쌓이지 못했다.
하나 기억나는 건 승률이 높았다는 것 정도?
포스는 시간이 지나면 잊힌다.
그 뒤에 리그를 보기 시작한 사람들에게 그 선수는 그냥 좋은 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던 선수로 기억 될 수 밖에 없다.
결국 남는 건 기록이었으니까.
어쨌든 난 연일 기록을 세우고 있다.
누군가 깨기 전까지 매일 프로리그에서 언급 될 것이다.
생각하니 굉장히 기분 좋은 일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