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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로더 신들의 전쟁-125화 (125/575)

00125  Game No. 125 반드시 이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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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열심히 게임 했다.

결승전을 치르는 기분이 이러할까?

이렇게 집중한 경기는 없는 것 같다. 옆에서 바라보고 있는 김채하 기자가 말도 못 걸 정도였다.

그 결과 상황을 역전시키는데 성공했다.

스킬까진 필요 없었다.

다만 채팅을 조금 했다.

상대방의 조롱을 견뎌가며 꾸역꾸역 앞마당을 확보한 후 지룡과 비비를 주력으로 삼는 수비형 용족으로 게임을 진행했다.

놈들이 가지고 놀지 않고 바로 경기를 끝내려했다면 지금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자기들이 이겼다고 생각한 나머지 여유롭게 게임을 이어갔다.

그 선택이 실수였다는 걸 곧 알려주마.

어느 정도 수비 병력을 갖춘 난 곧바로 김채하 기자의 본진에 신전을 건설했다.

워낙 빨리 김채하 기자가 아웃 된 탓에 본진 자원이 새거나 마찬가지였다.

이걸 좋아해하는 건지 슬퍼해야하는 건지 모르겠다.

동시에 운룡에 지룡을 태워 견제를 떠났다.

주목적은 마수의 일벌레를 줄이는 것이었다.

토정이 여러 번 터짐에도 놈들은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프로게이머였다면 일벌레를 빼도 벌써 뺐을 타이밍.

생각보다 큰 피해를 입힌 후 지룡까지 살려 유유히 본진으로 돌아왔다.

순간 화가 났는지 일명 빡 러시를 들어왔지만 어택땅 수준의 컨트롤이라 전혀 무섭지 않았다.

물량이 많아 이러면 언젠가 뚫리겠지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거 잘 못 생각하는거다.

드랍도 오고 좀 양방치기를 해서 용족을 바쁘게 만들ㅇ러야지 이렇게 정직하게 오면 너무 쉽게 막히잖아?

결국 엄청난 병력을 투자했음에도 용광포 두어 개 깬 것이 전부였다.

쯧쯧.

너네 스플래시 용족의 위력을 잘 모르는구나?

-개 더럽게 하네.

수많은 경기를 통해서 신들의 전쟁 채팅 언어를 완벽하게 분석하는 능력을 얻게 되었다.

더럽게 한다는 말은 어떻게 해야 이기는지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진짜 게임 좆같이 하네.

-아나 씨발.

다른 말이지만 같은 뜻을 지니고 있다.

와. 님 게임 정말 잘하시군요라는.

욕이 한 사발 쏟아졌지만 내 멘탈엔 전혀 이상이 없었다.

오히려 콧노래를 부르며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게임하면서 욕을 먹고 화나는 건 고등학교 때가 마지막이었다.

게임 내에선 어떤 욕을 들어도 흘려버릴 수 있다.

어차피 게임에서 상대가 욕을 한다는 것 자체가 패배를 인정하는 꼴이었기 때문이었다.

-아. 존나 맵핵인가?

현실 부정의 단계까지 왔군.

상대가 너무 잘하면 실력이라 인정하지 않고 무언가 있지 않을까 꼬아서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놈들도 그런 부류였다.

내 귀엔 이 또한 칭찬으로 들렸다.

이 말은 ‘우리의 예측 범위를 완벽하게 벗어났다.’ 또는 ‘우리의 심리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구나.’라는 말과 같은 말이었다.

상황이 여기까지 왔으니 게임은 거의 끝났군.

-ㅅㅂ. 아까 12시 가자고 했을 때 갔으면 끝났는데.

-지랄하네 수비도 존나 못해놓고

드디어 서로의 탓을 하며 싸우기 시작했다.

이미 예견 된 결과다.

서로 내가 잘했다며 우기는 건 기본이었다.

놈들이 말하고 있는 것의 반만 지켰어도 내가 졌을 것이다. 즉 놈들은 제대로 입신전을 하고 있었다.

그거 다하면 너네가 프로게이머지.

지금 공방에서 게임 하겠냐??

그 사이 3개의 확장 지역을 확보한 난 조합 된 병력으로 가까운 1시 앞마당을 밀기 시작했다.

속절없이 밀리는 1시 진영.

나름 컨트롤을 한다고 하지만 프로게이머 컨트롤을 당해 낼리 없었다.

그슨대를 본진 쪽으로 당기며 천벌을 피하려 애썼지만 소용없었다.

충분히 예상 할 수 있는 움직임이었으니까.

천벌은 사용하는 족족 그슨대에 꽂혔다.

그 때 미니맵에 들어오는 빨간불.

확인해보니 9시에서 뽑은 닷발귀가 11시 멀티로 날아와 방어용으로 건설 한 용광포를 공격하고 있었다.

역 닷발귀?

닷발귀를 눌러보니 업그레이드가 전혀 되지 않았다.

순간 코웃음이 절로 나왔다.

겨우 이 숫자에 노 업으로 공2업이 된 비비를 상대하겠다고?

비비를 곧바로 보내 그슨대를 정리했다.

조금만 기다리라고.

1시 끝내고 바로 가줄테니까.

****

이겼다!

재경기 끝에 8강 진출을 확정 되었을 때만큼, 아니 그보다 훨씬 더 기뻤다.

“와. 진짜 대단해요!”

김채하 기자가 엄지를 번쩍 들어올렸다.

어깨가 절로 으쓱이는군.

아마추어, 그 것도 공방 팀플에서 이겼다고 이렇게 좋아하는 것이 조금 머쓱하긴 했지만 어쨌든 이기니 기분이 좋았다.

1:1이었다면 스킬은커녕 용안 1기를 빼고 비전까지 켜줘도 쉽게 이겼을 것이다.

하지만 팀플은 조금 달랐다.

내가 프로게이머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전 프로게이머지 팀플 프로게이머는 아니다.

같은 신들의 전쟁이지만 개인전과 팀플은 그 운영이 다르다.

개인전을 잘한다고 팀플을 다 잘하는 건 아니라는 말이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나만의 생각이 아니다.

과거 프로리그엔 2세트와 6세트가 팀플로 지정되어있었고 팀별로 팀플을 위한 선수들을 육성했었다. 그런 팀플이 지금 사라진 이유는 팀플 전문 프로게이머들이 팀플 연습에 매진하는 바람에 개인리그에서의 경쟁력이 약화되었기 때문이었다.

선수들의 기량을 보호한다는 취지하에 결국 팀플은 2시즌 만에 사라졌다.

그만큼 개인전과 팀플은 다른 게임이었다.

나와 실력차이는 났지만 상대는 팀플을 주로 하는 이들.

처음 보는 사이가 분명함에도 여러 번 손을 맞춰본 것 마냥 경기를 이끌어 나갔다.

몰려든 마견으로 인해 초반에 김채하 기자가 큰 피해를 받긴 했지만 오히려 상대 종족이 둘 다 마수였기에 역전이 가능했다.

일단 조합을 하기 편했다.

상대가 어떤 공격을 해도 일단 마수니 평상시 마수를 상대하는 것처럼 준비하면 되었다.

얼마 전 연달아 펼친 마수전으로 인해 감이 극도로 올라와있는 상황이었기에 어떤 공격이 와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

만약 둘 중 한 명이 환국이었다면 정말 끔찍한 경기를 했을 거다.

김채하 기자의 실력으론 12마견이 아니라 6마견만 왔어도 털렸을 것 같다.

만약 상대 중 환국이 1명 있었다면 6마견으로 김채하 기자를 끝내고 입구를 봉쇄하는 식으로 플레이를 했을 거다.

그 후 반대편 지형에 천자총통을 배치해 앞마당을 확장을 저지했겠지.

생각만 해도 가슴 한구석이 답답해지는군.

프로게이머도 자원을 먹어야한다.

본진 자원으론 한계가 있었다.

그런 상황이 왔다면 [엄대엄]이 있어도 역전은 불가능했을 거다.

“운이 좋았죠 뭐.”

“운이라뇨! 실력이죠. 실력! 화면전환이 이렇게 빠르다니. 어지러워 죽는 줄 알았어요. 진짜 최고였어요. 최고!”

그때 배에서 꼬르륵하는 소리가 났다.

“어? 배고픈 신가 봐요?”

“아. 조금요.”

인터뷰 시간이 꽤 길어 점심식사를 한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거기다 온 신경을 집중해 경기를 펼쳐 더 배고픈 듯했다.

“그럼 뭐 시켜먹을까요?”

“좋죠.”

PC방 중 음식점 저리가라 할 만큼 조리 시설을 잘 갖추고 있는 곳이 있었다. 우리가 들어온 PC방도 그런 PC방이었다.

옛날에는 생각도 못했다.

컵라면이나 과자나 먹었지 갓 만들어낸 볶음밥 같은 요리를 먹을 수 있을 줄 몰랐다.

“뭐 드실래요?”

“흠.. 잠시 만요.”

메뉴판은 키보드 왼쪽 탁자에 붙어 있었다.

여러 메뉴 중 시선을 사로잡는 메뉴가 있었다.

땡초라면.

이름만 들어도 굉장히 매워 보인다.

지금 굉장히 매운 게 땡겼다.

“기자님은요?”

“아. 저는 배불러서요. 그냥 아메리카노 먹을게요.”

카운터에 메시지를 보내 메뉴를 주문했다.

잠시 후.

“준비하신 땡초라면 나왔습니다.”

잔뜩 긴장한 얼굴을 한 아르바이트생이 라면과 아메리카노를 가지고 왔다.

****

김현제.

오늘 처음 PC방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청년의 이름이었다.

PC방 아르바이트 자체가 처음은 아니었다. 그 전에도 PC방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지만 이렇게 큰 규모의 PC방에서 하는 건 처음이었다.

단순히 컵라면 서비스를 넘어 음식까지 해주다니.

그에게 있어 신세계였다.

그나마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다행이었다.

부지런히 청소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던 와중.

-띵동.

처음으로 음식 주문이 들어왔다.

그 것도 땡초라면.

아메리카노야 간단하다보니 할 수 있었지만 땡초라면은 할 줄 몰랐다.

김현제는 당황했다.

‘하필 이때.’

함께 일하는 선임 아르바이트생이 사장님의 심부름을 하러 잠시 밖을 나가 혼자 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벽면에 붙어 있는 조리법을 보니 일반적으로 라면을 끓인 후 마지막에 캡사이신을 넣어주라고 했다.

조리법이 있었음에도 김현제는 망설였다.

캡사이신을 넣으라고만 되어있었지 얼마만큼 넣으라고 표시 되어있진 않은 것이다.

고민하던 그는 본인이 생각했을 때 적당하다고 생각한 양을 넣었다.

카운터로 돌아오는 와중에도 계속 고개를 갸웃거리는 김현제.

‘캡사이신을 너무 많이 넣었나?’

이미 엎질러진 물.

색이 조금 빨갛긴 하지만 땡초라면이니 이 정도 색은 당연한 것이겠지?

그렇게 첫 음식 배달을 마치고 돌아온 김현제가 자주 가는 커뮤니티에 질문 글을 올렸다.

땡초라면을 만들기 전에 먼저 이글을 올릴 걸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진 후였다.

그때는 정신이 없어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캡사이신 사용량 좀 알려주세요.>

<피씨방 알바인데요.

라면에 땡초 대신 캡사이신 원액을 넣거든요?

근데 얼마나 넣어야하는 건지 몰라서 한 바퀴 둘러서 손님한테 내어드렸는데 이게 맞는 건가요?>

곧바로 댓글이 달렸다.

<손님 암살하시려고요?ㅎㄷㄷㄷㄷ>

<와 이분 전생에 최소 종로경찰서 근무했을듯>

<손님이 님한테 뭐 잘못한거 있나요? 그거 땡초 한개 기준으론 한 두방울? 이 정도 넣는 걸로 알고 있는데.>

<젓가락으로 콕 찍어서 묻어 나오는 정도면 됩니다. 한 바퀴 두르면 다음 날 항문이 두근거려서 심장이 두개로 느껴집니다.>

“헐.”

댓글을 보고 놀란 김현제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순간.

“크헉!”

고통에 찬 비명이 PC방에 퍼져나갔다.

****

“오느 하두 뎡말 들더어뜹니다.”

“저도 즐...픕. 아 죄송해요.”

내 발음에 풋 하고 웃음을 터뜨리는 김채하 기자.

그래. 이해한다.

내가 들어도 웃음이 절로 나온 게.

도대체 이게 무슨 꼴이야.

“이대헙니다. 갱차나여.”

PC방에서 테러를 당했다.

이건 테러라고 밖에 표현 할 수가 없다.

세상에 그런 음식이 존재할 줄이야.

난 땡초 라면을 시켰지 지옥 라면을 시킨 적이 없다.

라면이 혀에 닿는 순간 온 몸의 신경이 곤두섰다.

동시에 뇌가 명령을 내렸다.

이건 먹어선 안 돼. 당장 뱉으렴!

경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내 몸은 뇌의 명령을 거부했다. 먹는 걸 거부하지 못하는 몸을 처음으로 원망했다.

기어코 한 젓가락을 삼킨 난 잠깐 불지옥을 맛봤다.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할까?

주먹으로 연신 혀를 맞고 있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두 눈이 번쩍이는 순간 앞이 보이지 않았다.

할 수 있는 건 비명을 지르는 것 뿐.

비명 소리에 놀라 달려온 아르바이트생이 연신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차마 거기다 화를 낼 순 없었다.

표정에서 진심이 느껴졌으니까.

물을 얼마나 마셨는지 모르겠다.

1.5리터를 그대로 쏟아 부은 것 같았다. 그래도 진정이 되지 않았고 곧 바로 우유를 사먹었다.

그렇게 얼마나 고생을 했을까?

얼얼함이 남아있긴 했지만 아까 같은 고통은 가셨다.

“이데 갱차나덧네여.”

“....네?”

가신 건 고통 뿐, 아직 고난은 남아있었다.

혀가 마비되어 발음이 이상해진 것이다.

그리고 이상해진 발음은 헤어질 때까지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으. 쪽팔려 죽겠다.

간신히 웃음을 참아내고 있는 김채하 기자의 모습이 안쓰러워보였다.

마지막엔 적어도 괜찮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도 팀플에서 역전하는 내 모습을 바라보는 김채하 기자의 눈빛이 나쁘지 않았었는데.

에휴. 식욕이 모든 걸 다 망쳐버렸다.

내가 들어도 웃긴데 오죽 할까 싶었다.

“그럼 들어가 볼게요. 경기장에서 뵈어요!”

“데. 달펴다데요.”

결국 끝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헤어졌다.

****

“으아! 집이다!”

집에 돌아온 김채하가 침대로 몸을 던졌다.

씻어야 했지만 너무 귀찮았다.

조금만 이렇게 누워있고 싶었다. 대자로 뻗어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는 김채하.

‘즐거웠어.’

분명 일을 하며 보낸 하루지만 일이라기보단 재미있게 놀다온 기분이었다.

오늘 있었던 일을 정리하던 김채하가 풋하고 웃었다.

PC방에서 있던 일이 떠오른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땡초라면을 먹은 후의 일.

혀가 부어 짧은 발음을 하던 이승우의 모습이 자꾸 생각났다.

‘이승우 선수를 만나고 오길 잘했어.’

이것도 기자의 감이라고 해야 할까?

인터뷰 대상으로 이승우를 고른 건 지금 생각해도 잘 한 것 같다.

다음에도 이런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김채하는 생각했다.

============================ 작품 후기 ============================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122편과 123편은 분량 때우기로 쓴 편이 아닙니다.

오히려 쓰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정말 분량 때우기 혹은 시간에 급급해서 썼다면 5000자로 딱 잘라서 썼거나 경기 내용으로 채웠을 겁니다.

현재 글은 131편까지 쓴 상태입니다.

미리 여유분을 가지고 쓰고 있다는 뜻이죠.

유닛 설명한 만큼 글자수를 더 넣으면 되겠지(유닛 설명 부분 빼면 76~100편과 101~125편의 글자수가 거의 같습니다. 즉 101~125편인 5권 분량이 다른 권수에 비해 유닛 설명한 만큼 글자수가 더 많습니다. 다른 권 기준으로 26편이 101~125편에 들어가 있습니다.)라고 생각했는데 보시는 독자 입장에선 그 것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혹 불쾌하셨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

앞으로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확실한 건 김채하 에피소드는 절대 분량 늘리기 위해 쓴 편이 아닙니다.

분량을 늘리기 위해 쓸거면 경기수를 늘렸을 겁니다.

굳이 이 에피소드를 넣을 필요가 없었죠.

다만 저는 주구장창 경기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닌 이승우란 사람과 프로게이머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프로게이머라고 24시간 게임만 하고 게임만 생각하는 건 아니니까요.

그들도 다른 사람처럼 술도 마시고 누군가를 좋아하기도 하니까요.

앞으로 더 잘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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