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20 Game No. 120 8강 대진 완성! 그리고 뜻 밖의 문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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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경기 만에 결과가 나와 버린 A조와 달리 B조는 재재재경기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이 펼쳐졌다.
서로 1승 1패씩 계속 맞물리며 좀처럼 승부가 나지 않았다.
먼저 치고 나온 건 의외로 윤영태였다.
연달아 정명혁과 김재만을 꺾으며 2승으로 B조 1위를 확정지었다.
이변이라면 이변이었다.
전력상 셋 중 가장 약하다고 평가받던 이가 바로 윤영태였다.
우승 타이틀만 뺀다면 나머지 둘에게 크게 밀리는 정도는 아니다.
육룡의 끝자락이긴 하지만 어쨌든 최강의 용족 타이틀을 지니고 있기도 했고 뛰어난 전투 능력으로 슬럼프 없이 항상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었다.
특히 마수전이 일품이었다.
김택윤이 워낙 뛰어나 조금 가려져 있어서 그렇지 윤영태의 대 마수전 승률은 김택윤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었다.
환국전을 잘하는 건 두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럼에도 오늘 재경기에서 8강 진출을 하지 못할거라 많은 사람들이 예상한 이유가 있었다.
전투의 신에 가려진 그의 또 다른 별명.
새가슴.
큰 경기에 항상 약한 모습을 보였기에 지어진 별명이었다.
평상시엔 뛰어난 실력을 보이다가도 정말 중요한 경기만 되면 작아졌다.
실수가 잦아지고 허무하게 경기를 내주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도 그러지 않을까라고 대부분의 사람들의 생각했지만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재재재경기에서 도박수로 김재만을 잡아내더니 연이어 펼쳐진 정명혁과의 경기에서 본인의 장기인 뛰어난 전투력을 선보이며 승리를 가져왔다.
결국 정명혁과 김재만이라는 우승자를 상대로 2승을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이제 급해진 건 정명혁과 김재만이었다.
이번 경기에서 승자는 2위로 8강에 올라가지만 패배하면 조 3위로 탈락하게 되는 것이다.
억울한 마음이 들 수도 있다.
1승 2패로 8강에 진출한 이승우도 있는데 2승 1패를 하고도 떨어져야한다니.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운도 실력이라는 걸 받아들여야 마음이 편하다.
-정명혁 선수 전 시즌 준 우승자의 면모를 보이며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합니다.
-그래도 체면치레는 했죠. 전 시즌 준 우승자가 탈락해버리면 ...어휴. 정명혁 선수 입장에선 절대 상상도 하기 싫은 그림이죠.
-라이벌인 이영우 선수는 3승으로 편하게 8강에 올라갔는데 본인은 탈락할 수는 없었을 겁니다.
-김재만 선수도 분전했습니다만 아쉽게 패배했네요. 스스로의 경기력에 만족하지 못했는지 쉽사리 부스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음을 기약해야죠. 저력이 있는 선수이니 분명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겁니다.
승자는 정명혁이었다.
그렇게 재경기가 끝나고 8강 진출자가 모두 정해졌다.
8강은 A조의 1위와 B조의 2위, A조의 2위와 B조의 1위가 맞붙는 형식이다. C,D조 역시 이와 같이 구성된다.
-이로써 8강 대진이 모두 완성 되었습니다. 화면으로 만나보시죠.
중앙 스크린에 8강 대진표가 떴다.
무려 4명이 용족선수였다.
16강에 있던 모든 용족선수들이 8강에 진출한 것이다. 16강 당시엔 가장 적은 숫자의 종족이었지만 8강에선 무려 절반을 차지하게 되었다.
용족이 강세를 보인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김태영 해설의 입 꼬리는 이미 귀에 걸려있었다.
<8강 1조 이영우 VS 정명혁>
첫 경기부터 대박이었다.
-이야! 이 선수들이 벌서부터 맞붙네요.
-저번 시즌 결승 매치죠.
-최고의 환환전을 보여줬던 두 선수. 벌써부터 기대가 되거든요?
-이번엔 어떤 결과가 나올지, 결승과 같은 결과가 나올지 아니면 정명혁이 복수가 나올 수 있을지 정말 궁금합니다!
<8강 2조 이제운 VS 김연훈>
-요즘 잘나가는 마수들 간의 대결입니다.
-삼김 마수의 힘이 장난 아니거든요? 과연 마수 꼭대기에 앉아 있는 이제운 선수가 본인의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만약 1조에서 이영우 선수가 이기고 2조에서 이제운 선수가 이기면 4강에서 리쌍록 또 한 번 만들어지는 겁니다.
-이야. 상황이 또 그렇게 되네요?
<8강 3조 김택윤 VS 송병호>
1조만큼 대박 매치다.
그리고 1조처럼 과거 결승에서 맞붙었던 사이기도 했다.
그때 승자는 김택윤이었다.
5세트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 끝에 3:2로 승리를 따냈었다.
택과 뱅 중 누가 더 뛰어난 용족인가에 대한 의견은 아직도 분분하다.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순간 수백 개 이상의 댓글이 달릴 정도로 뜨거운 주제이기도 했다.
프로리그에서 간간히 만나긴 했지만 이번처럼 오전제를 하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둘이 오전제에서 맞붙은 건 이번에 세 번째다.
전적은 사이좋게 1:1로 나눠가졌다.
MSL 결승에선 김택윤이 이겼고 OSL 4강에선 송병호가 이겼다.
<8강 4조 이승우 VS 윤영태>
-육룡의 아성에 도전하는 이승우 선수와 뛰어난 경기력으로 B조 1위를 차지한 윤영태 선수의 대결입니다.
-요즘 이승우 선수가 정말 잘나가거든요? 과연 육룡 윤영태 선수가 후배에게 따끔한 교훈을 내려줄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공교롭게도 8강 4경기 전부 동족전이었다.
보통 동족전이 나오면 재미가 떨어진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번 매치는 재미가 떨어지기는커녕 오히려 기대감만 증폭되었다.
그 정도로 최강의 선수들만 남은 것이다.
-오른쪽에 있는 선수들의 종족이 모두 용족이기 때문에 이미 결승의 한 자리의 종족은 용족으로 결정이 났습니다.
-현재 가장 강한 용족이 누구인가 가리는 자리라고 보면 되겠네요.
-구성도 흥미롭습니다. 3명의 육룡과 1명의 신인. 과연 이승우 선수가 모든 육룡 선수를 무너뜨리고 결승에 진출할 수 있을지 아니면 기존의 육룡이 결승에 진출하게 될지 어떤 결과가 나와도 또 한 번 난리가 나겠네요.
-이승우 선수가 윤영태 선수에 이어 택뱅 중 하나를 무너뜨리고 결승에 오른다? 또 하나의 드라마가 나오는 거죠!
-임형규 선수가 탈락을 했기에 이승우 선수 지금 8강에 오른 선수 중 유일한 로열로더 후보거든요?
-그 것도 보통 후보가 아닌 진 로열로더 후보입니다. 이번이 처음 예선참가에요!
-지금 기세 보면 우승 못한다는 법도 없습니다.
-역대 로열로더 중 진 로열로더는 모두 5명입니다. 용족으로서 가장 마지막에 진 로열로더를 차지한 선수는 김택윤이거든요? 근데 이게 OSL이 아닌 MSL의 기록입니다. OSL의 기록을 따라가자면 최영종 선수가 우승했던 그 시절까지 올라가거든요? 무려 10여 년 전의 일입니다!
엄재웅 해설이 잔뜩 흥분해서 외쳤다.
일단 진 로열로더 후보인 임형규와 이승우 중 1명이라도 8강에 올라간 것에 가슴을 쓸어내리는 엄재웅 해설이었다.
두 선수의 개인적인 팬이라기 보단 스토리를 뽑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여태까진 아주 좋다.
어떤 결과가 나아도 스토리가 나오는 대진표다.
-어느 경기 하나 놓칠 수 없겠네요.
-그럼 저희는 다음주 수요일에 8강과 함께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지금까지 시청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전현석 캐스터의 클로징 멘트를 끝으로 방송이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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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ㄷㄷ이번시즌 클라스 보소 ㅎㄷㄷ>
<택뱅리쌍에 삼김에 육룡까지 역대 최강의 네임드 8강인듯 ㅇㅇ>
<ㅅㅂ ㅋㅋ 대진표만 봐도 숨이 막힌닼ㅋㅋ>
<이승우도 빼면 안되지. 진 로열로더 후보인데.>
<다른 7명에 비하면 너무 커리어가 후달리지 않나?>
<그건 맞는데 데뷔한지 얼마 안 된 선수임 ㅇㅇ 커리어 떨어지는 건 당연하거 아님? 그냥 지금 성적만 놓고 봐야지 ㅇㅇ>
<맞는 말임. 진 로열로더 후보가 커리어가 있을리가 ㅋㅋㅋ>
<왠지 이번 시즌엔 이영우가 또 우승할거같다. 그냥 느낌이 그럼 ㅇㅇ>
<이제운도 만만치 않지.ㅇㅇ>
<택뱅 무시함?>
<이승우도 다크호스임 ㅇㅇ 이변의 주인공이 될 거 같은데?>
<ㅇㅇ 아까 인터뷰 패기 지리드라. ㅎㄷ>
<승드셋이랑 오늘 8강 간애랑 같은 애 맞지? 경기력만 보고 다른 사람인 줄....>
8강이 시작되기도 전 이미 우승자 예측이 시작되었다.
이미 <신 이야기> 메인 화면엔 투표 페이지가 생성 되었다.
일단 이영우의 득표수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항상 그랬다.
어떤 리그가 열리든 우승 1순위는 이영우였다. 그는 신이었으니까.
의외로 나머지는 비슷비슷한 득표를 얻고 있었다. 택뱅이 조금 더 앞서고 있을 뿐 나머지 선수들은 거의 같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신기한 건 이승우의 투표수 역시 그리 밀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요즘 보여주는 퍼포먼스가 굉장하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되었다.
8강에 이어 4강도 동족전을 치른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였다.
동족전은 변수가 많다. 판짜기만 제대로 된다면 5:5 승부가 가능하다.
만약 이승우가 윤영태에 이어 택뱅 중 한 명을 잡고 결승에 오른다면 이번 시즌 OSL에서만 육룡의 3명을 꺾게 된다.
이 자체로도 나름 기록이었다.
과연 이승우가 그런 일을 해낼 수 있을지 많은 이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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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엄청 비싸 보이는데. 다른 데 갈까?”
엄마의 말에 난 가슴을 두드렸다.
“괜찮습니다. 어머니. 같이 들어가시죠.”
예전 약속을 드디어 지켰다.
저번에 도 수코님과 함께 왔던 한정식집에 엄마와 함께 온 것이다.
엄마뿐만이 아니었다.
동생도 함께였다.
저녁에 할 일을 마친 동생이 서울로 왔다. 동생 없이 엄마랑만 왔으면 계속 동생 생각날 것 같았는데.
다행이었다.
이로써 오랜만에 세 가족이 모두 뭉치게 되었다.
거의 2년 만인가?
정말 오랜만이군.
올해 설날과 작년 추석엔 고향에 내려가지 않았다. 엄마를 볼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친척들 역시 보기 껄끄러웠다.
뻔히 뭐 하는지, 어떻게 지내는지 알면서 항상 뭐하냐고 묻는 것이 싫었다.
그런 질문을 하는 의도가 눈에 뻔히 보였다.
말로는 위해주는 척 하지만 실상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빛과 더불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오락 때려 치고 기술 배우라고 말하는 건 더 더욱 싫었다.
그 중 가장 싫은 건 어떻게든 내 편을 들어주는 엄마의 모습이었다.
한심한 건 난데 친척들의 눈총을 엄마가 받는다는 것이 너무 죄송스러웠다. 그래서 더욱 더 집에 안내려간 것 같다.
프로게이머로서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그 날까지 꾹 참으려고.
그때 일을 떠 올리니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다.
어쨌든 지금 잘 되었잖아?
이제 좋은 생각만 하자.
그러고 보니 서울에서 모이는 건 처음이었다.
어젯밤은 다 같이 찜질방을 찾았다.
마음 같아선 고급 호텔이라도 가고 싶었지만 엄마가 극구 사양했다.
결과적으로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
찜질방에 있던 20대 남자들이 날 알아보며 싸인을 요청했기 때문이었다.
흐뭇해하던 엄마의 눈빛을 잊을 수 없다. 동생 역시 굉장히 기뻐했고.
성공했다고 단언하긴 이르지만 제 자리가 아닌, 조금씩 목표를 향해 올라가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기뻤다.
그렇게 하룻밤을 지내고 오늘 점심 다시 이곳을 찾은 것이다.
이제 점심식사를 한 후 엄마와 동생은 다시 공주로 내려간다.
그렇기에 더욱 더 이곳에서 식사를 하고 싶었다.
막상 헤어지려니 아쉬웠다.
시간이 참 빠르게 흐르는구나.
여전히 망설이는 엄마를 향해 봉투 하나를 꺼내 흔들었다.
비장의 카드였다.
“감독님이 맛있는 거 먹으라고 돈도 주셨어. 괜찮아. 가자.”
“감독님께서?”
“응. 감독님이 주셨어.”
어젯밤 경기가 끝난 후 도 수코님이 고속버스 터미널까지 우리를 태워다주셨다.
고속버스 터미널로 온 이유는 간단하다.
동생을 기다리기 위해서였다.
무언가 죄송스러워서 지하철 타고 간다고 말했지만 어차피 용산에서 가깝다며 차에 타라고 하셨다.
엄마가 내린 후 뒤 이어 내가 내릴 때 도 수코님이 봉투 하나를 내미셨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싶어 멍하니 봉투와 도 수코님이 번갈아 쳐다보았더니.
“어머니 맛있는 거 사드리라고 감독님께서 챙겨주셨다. 아무 말 하지 말고 받아라.”
라고 하시며 그대로 주머니에 봉투를 찔러 넣어 주셨다.
그리고.
“좋은 시간 보내라! 그럼 내일 보자!”
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쿨하게 사라지셨다.
감독님께서 주신 금액은 30만원.
결코 적은 돈이 아니었다.
감사합니다. 감독님.
정말 좋은 일에 쓰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정말 고마우신 분이다.”
“응. 그러니까 너무 부담스러워 하지 말고 가자. 이러다 시간 늦겠다.”
그대로 엄마의 팔을 붙잡고 안으로 끌었다.
“몇 분이서 오셨나요?”
“세 명이요.”
“자리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고급 한정집이라 그런지 직원들이 모두 친절했다.
“여긴 왜 이렇게 비싸?”
“원래 이런 곳이야. 바로 주문할게요. 여기 동으로 3인 가져다 주세요.”
“동?”
동이라는 말에 깜짝 놀라는 엄마.
가격을 보신 모양이다.
그럴 만도 하지.
동은 이 곳에서 가장 비싼 정식 메뉴다.
저번에 먹었던 추보다 훨씬.
“우리도 한 번 상다리 부러지게 먹어보자!”
6년.
이 말을 하기 까지 너무 오래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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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배부르다!”
“잘 먹었어. 오빠!”
“아들 덕에 이런 것도 다 먹어보고.”
정말 잘 먹었다.
이 말 밖엔 할 말이 없었다.
정갈한 음식이 끝도 없이 나왔다.
확실히 비싼 만큼 음식의 질이 높았다. 추에선 볼 수 없었던 진귀한 메뉴들이 잔뜩 나왔으니까.
솔직히 모든 반찬의 이름은 모르겠다.
이름 모를 고기가 나왔고 이름 모를 생선 음식이 나왔다.
이름 좀 모르면 어떠랴.
그게 맛있다는 걸 알 수 있는 혀만 있으면 되지!
모두가 만족한 얼굴로 튀어나온 배를 쓰다듬었다.
“조금만 쉬었다 가자.”
지금 움직이면 배가 터질 것 같았다.
조심스럽게 옆 벽에 몸을 기대는 순간.
-띠링.
문자가 왔다.
문자라. 딱히 올 곳이 없는데.
스팸인가?
하지만.
“어라?”
나에게 온 문자는 스팸은 아니었다.
-안녕하세요. 저번에 인터뷰 했던 김채하 기자라고 합니다. 혹시 다음 주 월요일에 시간되시나요?
김채하 기자의 문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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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