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16 Game No. 116 고생했다. 형규야. =========================================================================
앞마당에 웅크리고 있던 이승우의 병력이 전진했다.
큰 피해를 입히겠다는 의도보다 압박을 주겠다는 의도였다.
만약 위축되어 병력을 뽑으면 뒤로 물리면 그만이고 단순 압박이라는 생각에 배를 짼다면 그대로 들어가면 된다.
어떤 경우에도 마수는 편안하게 일벌레를 충원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지금 이승우 선수 나가죠.
-진출 타이밍이 너무 좋네요. 그 어쨌든 또 다시 후반을 도모해야하기 때문에 압박 나가는 거죠.
-그슨대 나오네요.
-아무래도 자원의 압박감을 느낀 모양입니다.
-그렇죠.
압박을 의식했는지 일벌레 대신 그슨대를 찍는 임형규.
비비를 줄이는데 실패했기에 닷발귀를 뽑기보다 그슨대와 가시귀를 먼저 확보할 생각처럼 보였다.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이미 공1업이 되어있는 비비가 건재한 상황에서 닷발귀를 뽑는 건 독이 될 수가 있다.
그러자 3기의 용아만 빼놓고 나머지 병력을 앞마당으로 회군 시키는 이승우.
본대에서 빠져나온 용아가 향한 곳은 타 스타팅 앞마당 쪽이었다.
2개의 소굴과 일벌레만 있을 뿐 아직 그 곳에 그슨대는 없었다.
정확히 빈틈을 찾아들어 온 것이다.
3기의 용아 때문에 일을 하지 못하고 도망 다니는 일벌레.
부랴부랴 마견이 달려와 용아를 내쫓는데 성공했지만 이미 피해를 받은 임형규였다.
-이 상황에서 3기의 용아를 빼서 견제하는 것까지! 아주 좋네요. 정말 좋아요!
-이 선수 마수 전을 이렇게 잘했었나요?
-아까 1경기가 끝난 후 어머니와 만나 여태 함께 있었다고 들었거든요? 정말 어머니의 기운을 받는 것인가요?
-그럴 수도 있죠! 어머니의 존재는 정말 위대하거든요!!
마수의 병력이 닷발귀가 아닌 그슨대 위주라는 걸 파악한 이승우는 곧바로 황룡성지를 올려주며 비렴을 뽑을 준비를 했다.
이제 당장 공격을 나갈 필요가 없었다.
비렴을 확보할 때까지 비비로 꾸준히 정찰하고 견제 위주의 공격만 하면 되었다.
무엇보다 비비의 숫자를 잘 유지하고 있는 것이 컸다.
공 1업이 된 비비를 초반부터 1기도 잃지 않았다.
마수 입장에서 은근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전투가 있을 때 후방으로 홀연히 나타난 비비가 군주를 찢어놓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태 모은 그슨대로 공격 가죠!
임형규도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견제를 많이 받긴 했지만 당장 병력은 마수가 많았다.
모아 둔 그슨대로 이승우의 앞마당을 공격 가는 임형규.
그 수가 만만치 않았다.
꾸준히 피해를 받긴 했지만 그슨대 숫자만큼은 잘 늘려준 임형규였다.
순간적으로 용광포의 숫자를 타다닥 늘렸지만 그보다 그슨대가 달려오는 속도가 더 빨랐다.
이대로 라면 앞마당에 큰 피해를 받을 수도 있다.
여기서 이승우의 센스가 빛을 발했다.
-비비 마수 앞마당으로 날아가죠.
-아직 비렴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냥 가만히 있으면 그슨대의 공격에 속절없이 밀릴 수가 있거든요? 후방에 있는 군주 끊어주면서 그슨대 합류 못하게 막고 있는거에요!
-지금 공격타이밍 굉장히 매서웠거든요? 임형규 선수의 엇박자 공격이 좋았거든요? 근데 군주를 너무 잘 끊어주고 있어요. 그슨대가 용족의 앞마당에 집중 할 수 없는 상황이에요!
김태영 해설이 거의 절규를 쏟아냈다.
그만큼 이승우의 플레이는 완벽했다.
의미 없는 움직임이 없었다.
모든 움직임에 의미가 있었고 의도가 담겨 있었다.
처음 선택부터 지금까지 아슬아슬함의 연속이었지만 뛰어난 실력으로 모든 걸 안정적으로 만들고 있었다.
-대단하네요. 방금 타이밍에 군주 안 끊었으면요.
-아니 용광포가 늦었기 때문에 굉장히 위험했거든요.
-그렇죠. 그슨대가 왕창 왕창 왔을 때 굉장히 어려웠을 겁니다. 적절하게 어? 상대방 닷발귀 아니네? 그슨대로 전환했네? 그슨대의 숫자가 많이 모였네? 그럼 비비로 브레에크를 딱 걸어줘야겠다. 이런 판단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 진겁니다!
-이제 시간이 지나면 마수가 용족 못 이깁니다. 테크 차이가 너무 나요!
누적 된 피해로 인해 군락을 가지 못하는 마수.
반면 용족은 곧 비렴이 갖춰진다.
단순 그슨대와 마견으론 비렴이 갖춰진 용족의 조합을 이겨낼 수 없다.
설상가상으로 업그레이드마저 앞서나가는 이승우였다.
임형규도 기회가 있었다.
이승우가 용광포를 조금 늦게 올렸을 때 그러니까 비렴이 없던 그 타이밍이 최고의 기회였다.
하지만 임형규는 그 기회를 살릴 수 없었고 승기는 이승우에게 넘어가고 있었다.
그때 약 한 부대 가까운 용아가 마수의 본진 쪽으로 향했다.
-어? 용족 나오는 거 놓쳤어요?
-안되죠. 이러면?
-끊임없이 비비가 날아다니며 군주를 잡아줘서 그렇습니다.
-아니 그렇다고 하더라도 마견이라도 곳곳에 세워놓아서 시야를 확보했어야죠!
비렴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줄 알았던 용족이 기습적으로 치고 나온 것이다.
순간적으로 움직임을 놓친 임형규.
정신이 없었다.
보통 때라면 엄재웅 해설의 말처럼 마견을 세워놓아 나오는 걸 확인했을 것이다.
그러지 못한 대가는 컸다.
-앞마당 가시 촉수 무시합니다!
-아! 그대로 본진 올라가요!
-저거 올라가면 큰일 납니다! 어떻게든 막아 야해요! 일벌레가 비비기를 하든! 가시귀 알을 세우든! 막아 야해요!
날아오는 비비를 막기 위해 군데군데 그슨대가 퍼져 있었기에 본진을 지키는 그슨대의 숫자는 많지 않았다.
공 2업이 된 용아가 그슨대를 무참히 밟고 본진으로 올라갔다.
본진 입구를 너무 허무하게 내주는 마수.
동시에 비비가 날아와 군주를 찢기 시작했다.
그야 말로 아비규환의 상황이 연출되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허를 제대로 찌르는 공격이었다.
본진으로 올라간 용아가 중요 건물을 깨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노린 건 광풍협곡이었다.
공2업이 되어있는 용아들이었기에 순식간에 깨지는 광풍협곡.
광풍협곡이 깨지면 한 동안 혈풍을 생산할 수 없다. 즉 비비가 더욱 더 활개를 치고 날아다닐 수 있다는 뜻이었다.
-큰일 났어요! 임형규 선수. 도대체 왜 이런 실수를!
-군주 다 죽고 있습니다. 당황했어요. 크게 당황했어요!
-그슨대굴과 마견숲도 날아갑니다! 이제 마수가 뽑을 수 있는 유닛이 일벌레와 군주 밖에 없어요! 이걸로 도대체 어떻게 이긴단 말입니까?
-자 임형규 선수도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앞마당 쪽에 뭐 갔죠?
군주에 가시귀를 태워 앞마당 쪽에 드랍하는 임형규.
아직 현룡이 나오지 않았기에 꽤 큰 피해를 입히긴 했다.
하지만 임형규가 입은 피해가 훨씬 컸다.
임형규의 공격은 현룡이 나오면 곧 해결 될 문제.
그마저 비렴의 천벌로 한 발 빠르게 정리해버렸다.
반면 마수의 본진에 난입한 용아는 아직까지 활개를 치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임형규 선수 드랍으로 승부 보려고 했거든요? 그래서 준비하고 있는데 딱 타이밍을 노리고 용아 찌르기를 보낸 이승우 선수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큰 공격도 아니었거든요. 한 부대 남짓하는 용아로 이런 결과를 만들어 낸 거에요!
-같은 진 로열로더 후보지만 넌 진 로열로더의 자격이 없다. 그 자격이 있는 건 나다. 그러니 넌 이만 하고 집에가서 푹 쉬라고 외치는 것 같습니다!
임형규가 본진의 용아를 정리하긴 했지만 막아도 막은 것이 아니었다.
이미 모든 조합이 깨진 마수와 달리 용족이 잃은 건 용아와 용안 뿐이었다.
이는 금세 채워질 수 있는 것들.
화면에 비쳐진 임형규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상황이 쉽지 않음을 표정이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나갑니다. 나가요. 아까 용아도 막아내지 못했는데 이 조합을 어떻게 막아 냅니까?
마수 입장에서 보는 것만으로 오금이 저리는 조합이 완성되었다.
용아와 용혼, 비렴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혹시 모를 가시귀를 대비해 현룡마저 2기나 데려온 상태였다.
이걸 단순 그슨대로 막으라고?
아직 마수는 피해조차 제대로 복구하지 못한 상황.
마수의 신이 와도 불가능한 일이다.
이제운이 10명이라도 할 수 없는 일인 것이다.
그렇다고 손을 놓을 순 없는 노릇.
어떻게든 막아보기 위해 앞마당에 가시촉수를 4개나 늘렸지만 무의미한 일이었다.
그렇게 앞마당이 밀린 순간 임형규가 GG를 선언했다.
-재경기의 첫 번째 경기는 이승우 선수가 가져갑니다!
****
GG를 선언한 후에도 임형규는 쉽사리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기 때문이었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허무함이었다.
오늘 경기장에 오기 전까지 탈락이라는 단어는 머릿속에 없었다.
깔끔하게 이승우를 잡고 2승 1패로 8강에 오른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
충분히 그럴 자신도 있었다.
하지만 졌다.
너무나도 깔끔하게.
패배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어진 재경기에서도 또 패배했다.
차라리 두 경기 모두 날빌에 당한 것이라면 지금처럼 분하진 않았을 것이다.
먼저 컨트롤 싸움에서 졌고 뒤 이어 운영 싸움에서 졌다.
모든 면에서 변명의 여지없이 져버린 것이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왜 이렇게 잘하지?’
요즘 이승우의 활약이 무섭긴 하다.
그래서 모든 VOD를 보며 철저히 분석했다.
분명 뛰어난 실력을 지녔지만 마수전의 약점이 보였다.
공중전.
한 방 전투나 초반 찌르기에 강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그 와중에도 비비를 흘리는 모습이 보였다.
그래. 이거다.
공중전으로 이끌자.
아예 초반 피해를 안 입을 요량으로 앞마당 확장보다 마견숲을 먼저 지었다.
이승우는 예상대로 본진 2제단이라는 공격적인 빌드를 들고 왔다.
가위바위보 싸움은 이겼다.
빌드만 보면 훨씬 괜찮았다.
무난히 막고 빠르게 마굴을 올려 닷발귀를 띄운다면 쉽게 승리를 거둘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초반 용아 찌르기에 너무 흔들렸다.
원래 마견을 1부대만 찍고 더 이상 찍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끊임없는 압박에 예상보다 훨씬 많은 마견을 찍고 말았다.
그 결과 테크를 앞서는 것도 실패했다.
여기서부터 모든 것이 꼬였다.
뜻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었다.
혈풍으로 비비를 떨어뜨리지 못했으며 상대가 원하는 대로, 마치 실에 묶인 인형처럼 이리저리 흔들리다 아무 것도 못해보고 패배했다.
변병의 여지없는 완벽한 패배였다.
이제 그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다음 경기에서 김윤호가 이승우를 잡아 자신에게 기회가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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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아가 본진을 헤집는 순간 승리를 확신했다.
경기 내내 신이 났다.
그걸 신들의 전쟁도 아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모든 것이 뜻대로 움직여줬다.
형규와 오랜 기간 알고 지냈던 사이라는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플레이하고 어떤 판단을 내릴지 눈앞에 훤히 그려졌다.
아마 형규는 그런 것이 힘들었을 것이다.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S1에 있을 때와 지금 나의 플레이 스타일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었다.
더 이상의 위기는 없었다.
이제 공격을 가면 GG를 받아낼 수 있을 것이다.
내 예상대로 앞마당이 뚫리는 순간 형규가 GG를 쳤다.
-임형규 : GG
형규의 GG를 본 순간 곧 바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이제 한 걸음만 더 앞으로 내딛으면 된다.
8강이 정말 코앞에 다가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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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승만 더 하면 8강 진출 확정!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