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14 Game No. 114 재경기 돌입! =========================================================================
이어지는 B조의 경기는 윤영태와 박현우의 대결이었다.
아무래도 조금 더 급한 쪽은 윤영태다.
이겨야 재경기고 만약 지기라도 한다면 얄짤없이 탈락이다.
조연으로 물러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반면 박현우는 이미 탈락이 확정 된 상태.
그렇다고 져줄 마음은 없었다.
16강까지 와서 무력하게 3패로 지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최소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었다.
이미 팀의 후배인 이승우가 스스로 재경기를 만들어낸 상황이었다.
하지만 윤영태의 실력이 만만치 않았다.
결승 경험이 없음에도 왜 육룡에 꼽히는지 보여주었다.
처음 경기는 박현우에게 유리하게 시작되었다.
빌드부터 먹고 들어간 것이다.
베테랑답게 그 차이를 조금씩 벌리는 박현우.
확장이면 확장 업그레이드면 업그레이드.
모든 면에서 한 발자국씩 앞서나가던 박현우였다.
이대로라면 무난히 박현우가 승리할 것으로 보였다.
그 모든 것이 뒤집어진 건 단 한 번의 전투였다.
-괜히 윤영태 선수가 전투의 신이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죠! 확장? 그래. 얼마든지 가져가라. 업그레이드. 마음 껏 돌려. 난 상관없어. 어차피 전투에서 이기면 되거든? 복잡하게 뭐 이 것 저 것 생각 하냐 이거에요! 그냥 전투 이기고 밀어버리면 끝난다 이겁니다!
-정말 천벌 귀신같이 잘 쓰네요. 분명 서로 200 병력이었거든요? 업그레이드는 오히려 환국이 앞서는 상황. 보통 이럴 땐 천왕랑이나 나가가 있어야 비등한 전투를 펼치는 것인데 윤영태 선수는 다르네요. 달라도 한참 달라요! 다른 용족 선수들이 배워야 할 점입니다.
김태영 해설의 얼굴이 밝다.
앞서 경기를 펼친 이승우는 이미 승리를 거두었고 지금 윤영태 역시 경기를 가져갈 확률이 높아 보였다.
만약 2명의 용족이 모두 패배해 탈락을 확정 지었다면 우울함이 극에 다했을 김태영 해설이었다.
-파죽지세로 확장 까지 밀어버리죠!
-못 막아요. 못 막아. 천자총통이 다 터져버렸습니다!
-군영 빨간색! 금세 빨간색으로 되죠! 일꾼 달라붙어 급하게 수리해보지만!!!!! 터집니다!
순식간에 역전 된 상황.
앞서던 확장은 몰아치는 용족의 병력에 파괴되었고 업그레이드는 시간이 지나면 곧 따라잡힌다.
무엇보다 모아둔 천자총통을 다 잃은 것이 컸다.
다시 경기를 가져오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한번 가져온 승세를 다시 내주지 않는 윤영태였다.
빈틈을 찾아 전장을 헤매는 화차는 용광포와 용혼에 막혀 갈 곳을 잃었고 금와 역시 떨어질 장소를 고르지 못했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이었다.
-박현우 선수 GG를 선언합니다.
-박현우 선수 입장에선 정말 아쉬운 경기죠. 분명 이길 수 있었던 경기였거든요.
-반대로 말하자면 윤영태 선수가 참 침착했습니다. 본인이 가장 잘 하는 전투 구도를 완벽히 만들어 승리를 가져왔거든요.
-이로써 B조도 재경기를 치르게 되었네요.
-아주 박 터집니다. 박 터져요!
2경기 결과 B조의 재경기도 확정되었다.
동시에 중계진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돈을 떠나 재경기에서 화젯거리가 나오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재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우승자 출신만 무려 3명이다.
나머지 3명도 만만치 않다 진 로열로더를 노리는 2명과 육룡 윤영태.
4강이나 8강 멤버라도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이 스포츠를 사랑하는 입장에서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었다.
최소 4경기를 더 하게 되었고 재재경기가 계속 이어진다면 경기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역시 OSL은 승리하는 것이 쉽게 허락되지 않는 자리입니다. 앞선 두개조가 모두 재경기를 치르게 되었습니다! C조의 경기 역시 만만치 않게 치열하죠??
-그렇습니다. 일명 단두대 매치라 불리는 경기죠. 아주 간단합니다. 복잡한 경우의 수가 전혀 없어요. 이기면 올라갑니다. 지면 바로 탈락이에요.
-그럼 곧 바로 경기 시작하겠습니다!
3경기는 김연훈과 구성재의 대결이었다.
절박하긴 서로가 마찬가지다.
이 경기에서 승자는 8강에 가게 되고 패자는 쓸쓸히 짐을 싸야한다.
두 선수의 경기는 초반부터 치열했다.
8도감을 전진해 건설하며 먼저 칼을 빼든 구성재.
하지만 이미 예상한 듯 선 마견숲을 지어버리는 김연훈이었다.
초반 수 싸움을 지나 어느새 경기는 중반으로 치달았다.
김연훈이 닷발귀를 뽑아 구성재를 흔들기 시작했다.
이제운이라 해도 믿을 만큼 신들린 컨트롤이 이어졌다. 진영을 벗어난 궁병을 끊어먹더니 아예 적극적으로 병력이 뭉쳐 있는 곳을 선회하며 의원을 끊어먹는 김연훈이었다.
-참을 만큼 참았죠! 구성재 선수 북진합니다!
구성재가 선택했던 빌드는 선 대장간 4도감 빌드.
궁병의 공격력 업그레이드를 빠르게 한 후 훈련도감 병력으로 마수를 거칠게 압박하는 것이 주 목적이었다.
아예 훈련도감 유닛에 집중하는 5도감이 아니었기에 적당히 치고 빠지면서 테크도 올릴 수 있는 빌드였다.
한 방 병력을 모은 구성재가 그간 당할 걸 갚아주겠다는 듯 거침없이 병력을 진군시켰다.
하지만.
-아. 김연훈 선수. 가시 촉수를 4개까지 늘려버리네요. 이러면 애매하죠!
-그래도 선택해야 합니다. 뚫으려면 바로 뚫고 돌아오려면 바로 돌아와야 합니다. 우물쭈물 하는 순간 피해란 피해는 다 입어요!
-뚫어 야해요. 충분히 뚫을 수 있거든요? 어차피 뚫으려 시도하면 본진에서 활개 치고 있는 닷발귀 다 돌아오거든요? 그 것만으로 성과를 거두는 거에요!
하지만 구성재의 선택은 회군이었다.
중계진들이 안타까운 탄성을 내질렀다.
판단 미스였다.
모든 화면을 보고 있는 중계진이나 관중 입장에선 충분히 뚫을 수 있을 것처럼 보였지만 마수의 상황을 완벽히 알 수 없는 구성재 입장에선 뒤에 어떤 유닛이 얼 만큼 있는 몰랐다.
과감히 공격했다 막히면 경기를 그르치는 상황.
회군을 하면 피해는 입을지라도 후 일을 도모할 수 있다.
나름 차선의 선택을 한 것인데 최악으로 작용하고 말았다.
본진에 날아다니는 닷발귀를 몰아내긴 했지만 이미 피해란 피핸 다 입은 구성재였다.
그렇게 경기는 점점 후반으로 치달았다.
-두 선수 정말 모든 걸 쏟아 붓고 있습니다.
-김연훈 선수 또 공격 들어오죠? 이번에 군주에 병력을 가득 태운 상태입니다.
-막았어? 근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네요.
-구성재 선수의 개인화면을 본다면 지금 온 전장에 붉게 빛나고 있을 겁니다!!
-더 버틸 힘이 없습니다. 여태까지 막은 것도 잘 싸운 겁니다. 더 이상은 막을 병력이, 남은 자원이 없어요!
아까의 회군이 뼈아프게 다가왔다.
그때 뚫는 걸 선택했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피해도 피해지만 주도권을 넘겨줬다는 것이 더 컸다.
결국 승리는 김연훈이 가져감과 동시에 2위로 8강 진출을 하게 되었다.
마지막 4경기는 서로 탈락이 확정 된 선수간의 대결이었다.
승패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없는 대결.
하지만 긴장감만큼은 3경기 못지않았다.
임동원과 신상운.
둘의 이름값만 보자면 8강 매치라고 해도 손색이 없겠지만 이미 둘의 2패로 8강 진출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서로 간에 반드시 승리를 따내야만 하는 경기다.
특히 임동원 입장에선 더욱 더 그렇다.
그는 전 시즌 MSL 우승자다.
OSL에서 3패로 탈락하는 일은 결코 있어선 안 되었다.
신상운도 우승을 해본적은 없지만 8강을 밥 먹듯이 가는 선수 중 하나다.
결코 이렇게 물러설 수는 없었다.
승자는 임동원이었다.
MSL 우승자의 진면모를 드디어 보여준 한 판이었다.
진작 이런 경기력이 나왔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들 정도로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어찌나 거세게 몰아붙였는지 임동원의 앞마당에 들여보낸 병력이 초반에 정찰을 떠난 일꾼 하나에 불과할 정도로 시종일관 불리한 경기를 펼쳤다.
말 그대로 앞마당에 갇혀 두드려 맞았다.
그렇게 16강 정규 경기가 마무리 되었다.
지금까지 8강 진출이 확정 된 선수는 모두 5명.
남은 세 자리를 두고 30분 후 재경기가 펼쳐지게 된다.
아직 OSL 16강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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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한다. 재경기 만들어낸 거. 그나저나 마수전만 주구장창 하겠네? 힘들겠다. 야.”
몇 경기 내에 끝날지 모르지만 어쨌든 나에게 남아있는 건 오직 마수전 뿐이다.
어떻게 보면 더 나은 걸 수도 있다.
다른 2명은 마수전과 용족전을 다 준비해야하니까.
“뭐 어쩔 수 없죠.”
“근데 어째 표정이 밝다? 어머니 오셔서 그래?”
난 도 수코님과 함께 대기실에 있었다.
현우 형은 먼저 숙소로 복귀했다.
지금 같이 있는 도 수코님이 숙소에 현우 형을 데려다주고 다시 온 상태였다.
경기가 없는 현우 형이 여기에 계속 남아있을 순 없었다.
어차피 남아있어 봤자 기분만 우울해질 뿐이었다. 경기가 끝난 후 위로의 말이라도 건네주고 있었지만 표정을 보니 차마 입을 뗄 수가 없었다.
아무리 현우 형이 착하고 배려심 깊은 사람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승부욕을 가지고 있는 프로게이머다.
지금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더 나아보였다.
“그런 것도 있죠.”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을 수밖에 없다.
엄마를 만났다는 것이 가장 기쁘긴 했지만 엄마와 함께 나를 찾아온 [어머니의 은혜]가 너무 든든했다.
오늘은 이영우를 만나더라도 자신이 있다. 다전제도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만큼 온 몸에 힘이 넘쳐흐른다는 말씀!
역시 엄마의 존재는 위대했다.
사랑해요. 엄마!
“이야기는 좀 많이 했어?”
“아직 경기가 아예 끝난 건 아니라서요. 조금 있다가 경기 끝나고 보기로 했어요.”
조금 더 엄마와 오랜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사정이 허락되지 않았다.
아직 재경기가 남아있었으니까.
조금 미안하다.
재경기 일정 때부터 엄마를 오랜 시간 경기장에 남아 있게 해야 했으니까.
엄마는 신들의 전쟁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
그냥 아들이 하고 있는 것이니 챙겨볼 뿐이다.
나에게 잘 알지도 못하는 걸 몇 시간 동안 보라고 하면 아마 하지 못할 것이다.
지루한 표정을 지으며 금세 흥미를 잃겠지.
하지만 엄마는 전혀 그런 내색을 보이지 않으셨다. 오히려 이 것 저 것 나한테 물으며 눈을 빛내셨다.
엄마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엄마를 앞에 두고 절대 질수 없지!
암. 그렇고말고.
“그래? 아참. 아까 현우 숙소 복귀시키고 감독님 만났는데 오늘 경기 끝나고 숙소 복귀하지 말란다.”
도 수코님의 말에 난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숙소를 복귀하지 말라고?
지면 들어올 생각하지 말라는 건가?
아니 그건 아닌데. 뭐지?
머릿속이 혼란하다. 혼란해.
그럴 때 답은 정해져있지. 주저 말고 물어보는 것!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오늘 어머니 오셨잖아. 힘들게 오셨는데 오늘 다시 내려가실 순 없잖아. 내일까지 함께 있다가 팀에 복귀하라신다.”
“정말요?”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엄마와 함께 외박이라니!
“반드시 이겨야겠네요.”
가슴 한 구석이 끓어오른다.
최대한 빨리 경기를 끝낸다.
오랜 시간 경기장에 머물게 할 수 없다.
맛있는 것도 먹고 좋은 것도 보고 그래야지!
당연히 여기까지 오신 엄마를 위해 승리할 것이다.
당당하게 8강 진출을 확정 지은 후 엄마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
그 것이 오늘 내 목표였다.
****
-드디어 재경기가 막을 열었습니다.
-정말 치열한 16강전을 치렀거든요? 무려 2개 조에서 재경기가 나왔습니다.
-A조 재경기 중 첫 번째 경기는 이승우 선수와 임형규 선수의 경기로 정해졌습니다.
-이 두 선수가 맞붙은 지 몇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았거든요? 과연 이번엔 어느 선수가 승리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경기 순서는 공정하게 추첨으로 정해진다.
임의로 정했다간 팀 쪽에서 항의가 들어올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공교롭게도 추첨 결과 오늘 1경기의 리매치인 이승우와 임형규의 대진이 만들어졌다.
-과연 운명의 갈림길에서 기분 좋게 승리를 장식할 선수는 누구일지! 지금부터 가려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