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12 Game No. 112 운명의 OSL 6차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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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OSL 중계를 맡은 전현석 캐스터입니다! 오늘 마지막 16강 경기다보니 굉장히 많은 분들께서 드림 스튜디오를 찾아주셨네요!
-반갑습니다. 정말 빈 자리 하나 없이 꽉 차 있네요!
-돌아가신 분들도 있다고 하는데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전현석 캐스터의 힘찬 외침과 함께 OSL이 포문을 열었다.
오늘도 수많은 팬들이 관중석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경기장 내에 들어오지 못하고 발길을 돌릴 팬만 해도 수십 명이 되었다.
신들의 전쟁이 얼마나 인기를 끌고 있는지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출시 된지 15년이 된 게임이었지만 인기는 오히려 예전보다 더 올라갔다.
프로게이머들의 뛰어난 실력 때문이었다.
매일 감탄을 자아내는 플레이를 펼치는 건 기본이고 개발사조차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전략과 유닛 활용을 보여주며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10대들에게 장래희망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프로게이머가 3위를 차지할 정도니 더 이상 말해 무엇 하랴.
-오늘이 지나면 8강 진출자가 모두 확정이 됩니다. 쟁쟁한 선수들이 이미 8강에 올라갔거든요? 과연 어떤 선수가 8강에 추가로 합류하게 될 것인지 궁금합니다!
-오늘 경기가 4경기로 모든 진출자가 확정 될 수 있지만 그게 아닐 수도 있습니다. 최대 2개 조에서 재경기가 나올 수 있거든요?
만약 재경기가 나온다면 재경기는 오늘 4경기가 끝난 직후 바로 치러진다. 어쨌든 오늘 8강진출자가 모두 확정 되는 것이다.
-만약 2개조 전부 재경기를 펼치게 된다면 새벽까지 경기가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죠! 혹시 그럴 걸 대비해서 오늘 많은 걸 준비해왔습니다! 목 상태도 최상입니다! 쉴 때까지 아니 쉬어서도 열렬히 해설할 겁니다!
-저희는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여러분들이 즐거워만 하신다면! 응원만 해주신다면! 밤새도록 중계할 수 있습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실제로 재재재재재경기까지가며 새벽까지 재경기를 펼쳤던 시즌이 있었다. 당시 재재재재재경기 끝에 8강에 진출한 선수는 김재만이었고 그 시즌을 우승하며 불사조라는 별명을 얻었었다.
-여태 가장 늦게까지 중계했던 것이 몇 시였죠?
-제가 알기론 새벽 1시 조금 안 되는 시간까지 중계를 했던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한 번 그 기록을 깨보도록 하죠.
-자. 그러기에 앞서 오늘 예정 된 경기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가장 먼저 이승우 선수와 임형규 선수의 대결이 준비되어 있죠?
-이 번 시즌 진 로열로더가 될 수 있었던 두 선수 간의 대결이거든요? 운명은 진 로열로더 후보를 둘을 만들 생각이 없나 봅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둘 중 한 명은 무조건 떨어집니다. 어떻게 보면 이 경기가 이 둘에게 가장 큰 시련이라고 할 수 있거든요? 이 난관을 딛고 일어나 8강에 가게 되면 또 다시 각성을 하게 될 겁니다. 과연 운명을 넘어 진 로열로더의 길을 다시 걸을 선수는 누가 될 것인가? 캬! 온 몸이 찌릿찌릿해지는 기분입니다
엄재웅 해설이 곧바로 스토리를 만들었다.
진 로열로더 후보 간의 대결.
누군가는 8강에 올라 그 꿈을 다시 이어가게 되고 다른 한 명은 영영 진 로열로더라는 이름과 작별 인사를 하게 된다.
진 로열로더는 평생 단 한 번 밖에 할 수 없다.
이승우와 임형규 둘 다 진 로열로더라는 영광의 길에서 내려오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양 선수 물러날 수 없습니다. 5회차 경기에서 이영우 선수가 승리하면서 재경기의 가능성이 생겼거든요? 이승우 선수 무조건 이겨서 재경기 만들어야합니다. 아마 김윤호 선수도 이승우 선수의 승리를 간절하게 바라고 있을 겁니다. 반면 임형규 선수는 굳이 재경기 만들 필요 없죠. 이번 경기에서 이승우 선수 잡아내면 본인이 8강 가는 겁니다. 훨씬 상황이 깔끔해지죠.
-이승우 선수와 임형규 선수는 그야말로 외나무다리에서 만 난거에요. 양 선수 S1에서 2군 시절을 함께 보내면서 굉장히 친해진 걸로 알고 있거든요? 오늘 그런 거 다 필요 없습니다. 승부의 세계는 냉정합니다. 같은 팀원이든 절친이든 뭐든 다 필요 없습니다. 무조건 밟고 올라서야 합니다!
-지난 프로리그에서 한 차례 맞붙었을 땐 이승우 선수가 승리를 따냈거든요? 과연 오늘은 어떤 결과가 나올지 기대됩니다.
-그럼 잠시 후 양 선수 소개와 함께 다시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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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잘 지냈어?”
“너는?”
“나는 잘 지냈지.”
“어쩌다 우리가 여기서 만나게 되었냐?”
대기실에서 경기를 준비하고 있는 형규와 만났다.
다행히 어색한 공기는 흐르지 않았다.
마치 어젯밤 만난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조금 더 좋은 상황, 그러니까 어제 D조와 같이 서로 진출을 확정 지은 상태에서 만났으면 참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쉽게도 우리는 그렇게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다.
둘 중 하나는 반드시 탈락해야하는 상황.
어쩌면 둘 다 탈락할 수도 있다.
“그러게.”
형규가 씁쓸하게 웃었다.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일이다.
“서로 최선을 다하자. 그리고 누가 이기든 축하해주자.”
내가 내민 손을 잡는 형규.
“형. 그건 당연한 거야. 뒤끝 같은 거 서로 없기다?”
“두 말 하면 입 아프지.”
부스에서 모든 걸 쏟아 붓는다.
서로의 친분?
그건 부스 밖에서의 이야기다.
부스 안에 들어가는 순간만큼은 서로를 무너뜨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했다.
그 것이 서로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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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인이 드림 스튜디오 입구 쪽을 서성이고 있었다.
불안한 표정으로 두리번거리는 것이 이곳에 자주 오는 이는 아닌 듯싶었다.
“무슨 일이시죠? 뭐 찾으시는 거라도 있으신가요?”
드림 스튜디오의 안내를 담당하고 있는 이가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
“딴 게 아니라 오늘 제 아들이 여기서 경기를 한다고 해서 찾아왔는데요.”
“아. 선수 어머님 되시는군요?”
“네네. 맞아요. 아들한테 말을 안 하고 오는 바람에.”
그녀는 이곳에 방문한 것이 처음이었다.
전부터 오려고 몇 번이나 마음먹었지만 시간이 허락하지 않았다.
너무 미안했다.
마음 같아선 경기가 열리는 날마다 오고 싶었지만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아들이 요즘 잘하고 있다는 건 딸을 통해 익히 들었다. 딸의 말에 따르면 요즘 가장 잘나가는 선수 중 하나라고 했다.
그래서 더 오고 싶었다.
아들은 그녀의 자랑이다.
어릴 적부터 속 한번 안 썩이고 착했던 아들이다.
가난한 집을 탓한 적 역시 한 번 없었고 아버지가 없다고 엇나간 적도 없는 착한 아들이었다.
혹 자신이 온다고 하면 아들이 부담스러워할까 말도 하지 않고 온 상태였다.
“제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혹시 아드님 이름이 어떻게 되시죠?”
남자의 말에 안도의 한 숨을 내쉬는 여인.
드디어 아들의 경기장으로 갈 수 있게 되었다.
제 시간을 맞추지 못할까 걱정했는데 일이 잘 풀렸다.
그녀가 얼른 아들의 이름을 말했다.
“승우요. 이승우.”
그녀가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는 아들의 이름은 이승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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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선수와 임형규 선수의 경기 준비가 완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럼 이제 경기를 시...아.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경기 시작을 외치려던 전현석 캐스터가 말끝을 흐렸다. 무언가를 전달 받는 듯한 모습이었다.
혹 무슨 사고가 터진 건 아닐까 관중석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방금 PD에서 연락이 하나 들어왔습니다. 오늘 이 경기장에 이승우 선수의 어머님께서 직접 오셨다고 합니다.
전현석 캐스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중앙 화면에 50대 여인의 모습이 잡혔다.
이승우의 어머니였다.
본인의 모습이 큰 스크린에 보이는 것이 민망한 듯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전해 듣기론 아들인 이승우 선수에게도 말하지 않고 왔다고 합니다. 혹 아들이 경기에 집중하지 못할까 걱정돼서라고 합니다.
-그게 바로 부모님의 마음이죠.
-오늘 이승우 선수 반드시 이겨야겠네요. 모든 걸 걸어 야해요.
-이겨야죠! 어머니께서 먼 곳에서 홀로 아들의 경기를 보러 오셨는데. 무조건 이겨야합니다. 그간 잘 이겨왔거든요?
-과연 이승우 선수는 어머님의 힘을 전달 받아 승리를 거머질 수 있을지! 오늘의 첫 번째 경기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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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심호흡.
긴장 하지 말자.
긴장을 하면 시야가 좁아지고 실수가 잦아진다.
편안하게.
연습실이라 생각하고 편안하게.
끊임없이 마인드 컨트롤을 하며 편안한 상태를 만들려고 애썼다.
두 눈을 감고 경기에서 펼칠 전략을 점검해보았다.
마수가 할 수 있는 모든 빌드에 대처할 수 있는 전략을 준비해왔다.
[날빌러]와 [투신]만 있다면 이번 경기는 충분히 잡아낼 수 있다.
단 스킬을 너무 남발해서 사용하면 안 된다.
이번 경기에서 이길 수 있을지는 몰라도 재경기에서 제대로 된 경기력을 보일 수 없게 된다.
그렇게 되면 형규에게 승리한 것이 아무 소용이 없어진다.
스킬의 위력이 극대화되는 타이밍에 적절히 사용해 체력을 아껴야했다.
그때였다.
[버프가 생성 되었습니다.]
버프?
지금 이 순간에?
뜬금없이?
도대체 왜?
수많은 물음표가 머릿속을 떠다녔다.
[어머니의 은혜]
[생애 처음으로 어머니에게 경기를 보여드리는 자리입니다. 모든 능력치가 10% 상승합니다. 추가로 컨디션과 체력 역시 항상 100%를 유지합니다. 이 버프의 유효기간은 오늘까지입니다.]
그 어떤 스킬과 버프보다 뛰어난 효과가 푸른창에 적혀 있었다.
능력치 10% 상승이야 그렇다 치자.
컨디션과 체력이 항상 100%를 유지한다는 건 스킬을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말과 같은 말이었다.
난 놀란 채 두 눈을 끔뻑거렸다.
잠깐? 스킬의 이름이 [어머니의 은혜]라고?
이게 무슨 소리야?
지금 엄마가 경기장에 오셨다는 거야?
너무 놀라 순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뻔 했다. 다행히 정신을 빨리 붙잡아서 그런 사태가 벌어지는 걸 막을 수 있었다.
신들의 전쟁 매니저가 잘못 된 사실을 알려줄 리가 없다.
여태 겪은 바로는 그렇다.
그렇다면 지금 이 경기장에 엄마가 와 있다는 뜻인데.
몸을 살짝 앞으로 쏟으며 앞에 나 있는 창을 통해 밖을 바라보았다.
엄마를 찾기 위한 움직임이었지만 보일 리 없었다.
창으로 보이는 시야도 좁고 무대를 제외한 경기장 내부가 어두워 사람들의 얼굴을 구분 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드디어 와주셨구나.’
정말 기다렸던 순간이다.
엄마가 경기장에 와서 내 경기를 지켜보는 것.
오늘 그 꿈이 이뤄졌다.
그렇다면.
‘절대 져선 안 돼.’
이기고 싶다.
미친 듯이 이기고 싶었다.
엄마 앞에서 당당하게 8강에 진출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16강에서 탈락하는, 힘없는 모습을 결코 보여주고 싶지 않다.
상상하는 것만으로 몸이 부르르 떨렸다.
-옵저버 : 양 선수 모두 준비 되었나요?
-이승우 : 네.
-임형규 : 넵. 시작해도 됩니다!
다행히 기회는 아직 살아있다.
거기에 엄마의 선물까지 받았다.
‘반드시 이긴다.’
그 어느때보다 승리에 대한 갈망이 활활 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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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