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11 Game NO. 111 희망의 불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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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왔습니다!
“네. 나갑니다!”
내가 계산을 치르는 사이 강식이가 치킨을 들고 거실로 향했다. 치킨이 왔음에도 애들의 표정이 그리 밝지 못했다.
팀이 2:0으로 밀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치킨이 아무리 좋아도 지금 상황에서 웃음이 나올리 없었다.
-장유철 선수 파죽지세의 기세로 김승대 선수까지 잡아냅니다. 아스트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순간 화면에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는 감독님의 모습이 잡혔다.
팀 분위기 역시 침울하긴 마찬가지였다.
누누이 말했지만 1:0과 2:0은 다르다.
-누군가 진화를 해야 합니다. 발등에 떨어진 불이 온 몸으로 번져 갈 수도 있어요.
-특급 소방수인 이승우 선수가 오늘 경기장에 오지 않았어요. 이승우가 있기 전 2라운드와 같은 상황이거든요? 이재명 감독의 머리가 정말 복잡하겠습니다.
-과연 이재명 감독의 선택은?!
-아. 박현우 선수네요. 박현우 선수가 중견으로 나옵니다.
감독님의 선택은 현우 형이었다.
내 예상과 같았다.
지금 상황에서 출전하는 선수는 1승은 기본으로 하고 2승 이상을 해주어야한다.
그 부담감을 짊어 질 수 있는 건 현우 형 뿐이었다.
조금 미안했다.
똑같이 재경기를 기다리고 있는 난 집에서 편히 휴식을 취하고 있었으니까.
-지금 상황에서 박현우 선수만큼 좋은 선택은 없죠.
-확실하게 승을 기대할 수 있는 선수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아스트로에서 데뷔 이후 항상 에이스의 자리를 지켰던 선수입니다. 과연 팀을 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을지 광고 후에 다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현우 형이 승리하길 바라고 또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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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아스트로와 GO의 경기 결과였다.
승자는 GO였다.
아스트로의 연승이 6연승에서 막을 내렸다. 이승우 없는 아스트로는 더 이상 무적이 아니었다.
중견으로 나온 박현우가 2킬을 하며 고군분투 했지만 GO의 벽을 넘기엔 부족했다.
5세트에 나온 박재만이 2킬을 하며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아스트로 패배에 대한 분석이 끝없이 올라왔다.
출전한 4명의 선수 중 방송 경기 경험이 10경기도 되지 않는 선수가 2명이나 포함되어있어 애초에 승리하기 힘들었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보다 이승우가 출전하지 않아서 진거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그만큼 아스트로에서 이승우가 차지하는 비중은 컸다.
실제로 승리의 대부분을 이승우가 가져왔다.
이승우를 제외한 아스트로의 승률은 형편없었다.
좀처럼 힘을 모으지 않는 CT와 S1의 팬들이 한 목소리로 아스트로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아스트로 밑에 있던 짜증을 폭발시키는 중이었다.
S1 팬들의 반응이 더 격렬했다.
이미 위너스리그에서 한 차례 패배를 당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 듯 했다.
아스트로나 이승우 팬들은 왜 이승우가 오늘 경기에 나오지 않았는지 궁금해 했다.
불화설이 있다는 말도 나왔고 슬럼프가 와 연습실 승률이 개판이라는 말도 있었다. 심지어 손목 부상으로 경기를 할 수 없다는 말까지 나왔다.
모두 근거 없는,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나온 이야기였지만 솔깃해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그간 이승우가 경기에 나오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오늘도 커뮤니티는 후끈 달아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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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하셨습니다.”
숙소에서 팀원을 맞이하는 건 정말 오랜만이다.
아스트로에 입단 한 이후로는 처음이었다.
혹 분위기가 가라 앉아 있으면 어쩌지하고 걱정했는데 다행히 팀원들의 분위기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오늘 1패를 당하긴 했지만 여전히 위너스리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렇기에 패배의 아픔보단 다음 경기를 준비하려는 열정이 더 컸다.
“오늘 경기 패배한 거 분석하는거 잊지 말고. 알겠지?”
“네. 알겠습니다.”
모두들 각자 할 일을 찾아 움직였다.
감독님을 비롯한 코치님들은 감독실에 모여 오늘 경기에 대한 회의를 진행했고 경기에 나갔던 팀원들은 연습실에 모여 오늘 경기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나 역시 연습실로 향했다.
그리고 침울한 얼굴을 하고 있는 여준이에게 다가갔다.
“오늘 져서 되게 아쉽겠다. 그치?”
“아. 형. 휴. 10분까지만 해도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어요.”
아까 전 패배한 경기가 생각나는지 아쉬운 표정을 짓는 여준이.
솔직히 무난히 진행되었다면 여준이가 승리하는 구도로 경기가 진행되었을 것이다.
그걸 빠르게 간파하고 빈틈을 노린 장유철이 대단한 거다.
아쉬워하고 있는 녀석을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함께 경기 VOD 볼까?”
경기 분석을 도와주는 것이었다.
“제 경기요?”
“응. 같이 봐줄게.”
“정말요? 감사해요!”
비록 경기에 나가 팀에 승리를 가져오지는 못했지만 조금이나마 팀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
경기 경험이 적은 선수가 홀로 경기를 분석하는 것만큼 힘든 건 없다.
일단 여준이는 나와 같은 용족이었기에 VOD를 함께 보며 이 것 저 것 조언을 해줄 수 있다.
다행히 여준이도 기뻐하는 눈치였다.
“자. 그럼 시작해보자.”
옆에 있는 의자를 끌어와 여준이 옆에 앉았다.
아예 자리를 잡고 알려줄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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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운동을 다녀오니 어느새 7시가 되어 있었다.
“OSL 시작한다!”
마지막 광고가 끝난 후 모든 팀원이 옹기종기 모였다.
OSL 5회차를 감상하기 위해서였다.
평소 때와 다른 긴장감이 흐른다.
오늘 경기 결과에 따라 나와 현우 형의 운명이 정해지기 때문이겠지.
아까까지만 해도 전혀 긴장 되지 않았는데 막상 OSL이 시작하니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이영우가 이기면 좋겠지만 져버리면 동시에 내 탈락도 확정되어 버린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내 입장에선 이영우가 3승으로 조 1위를 차지하길 비는 수밖에 없었다.
오늘 경기 순서는 이렇다.
가장 먼저 이영우와 김윤호의 경기가 있고 뒤 이어 정명혁과 김재만의 경기가 펼쳐진다.
이 두 경기가 뒤의 두 경기보다 훨씬 치열하지 않을까 싶다.
아직 진출자가 확정되지 않은 조였기 때문이었다.
반면 C조와 D조는 한결 여유로운 상황이다.
세 번째 경기인 김택윤과 염우석의 대결.
김택윤은 이미 진출을 확정지었고 염우석은 탈락을 확정지었다.
마지막 경기 역시 마찬가지다.
오히려 세 번째 경기보다 더 편안한 느낌이다.
왜?
오늘 경기를 펼치는 이제운과 송병호는 모두 8강 진출을 확정지었으니까.
탈락하느냐 마느냐 싸움인 다른 선수의 대결과 다른 조 1위를 두고 펼친다.
상대적으로 아주 우아한 경기인 것이다.
중계진의 말이 길어질수록 심장이 더 거세게 뛰었다.
으. 청심환이라도 한 알 먹어야하나?
알 수 없는 긴장에 발을 동동 구르는 사이.
-그럼 지금부터 A조의 경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첫 번째 경기가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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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우 선수. 정말 대단합니다. 왜 본인이 최강이라 불리고 있는지 제대로 증명합니다.
-전 시즌 우승자? 이게 나야? 몰랐어? 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네요! 이렇게 완벽한 선수가 어디 있습니까?
-본인이 왕임을 다시 한 번 사람들에게 보여줍니다. 깔끔하게 3승으로 진출을 확정 짓습니다.
“야. 다행이다.”
“마지막 기회가 생겼네. 그나저나 너 이영우 어떻게 잡았냐? 뭐 저런 괴물 같은 놈이 다 있냐?”
첫 번째 경기의 승자는 이영우였다.
혹 나처럼 불의의 일격을 받아 지지는 않을까 생각했는데 기우에 불과했다.
이영우는 완벽했다.
연호가 어떻게 이영우를 잡았냐고 물어봤을 정도로 작은 빈틈 하나 보이지 않았다.
컨트롤과 판단 역시 굉장했다.
정확한 타이밍에 들어가 김윤호를 흔들어 놓았으며 입이 쩍 벌어지는 컨트롤을 통해 압도적인 전투 승리를 만들어냈다.
시종일관 김윤호가 힘을 쓰지 못하고 끝난 경기였다.
어쨌든 다행이었다.
상황은 만들어졌다.
재경기 여부는 이제 내 손에 달렸다.
마지막 경기를 이기면 재경기의 기회가 생긴다.
한 가지 아쉬운 건 마지막 경기 상대가 형규라는 점이었다.
이영우가 2승을 한 순간부터 형규와 내가 동시에 올라가는 건 불가능하게 되었다.
조 지명식 날 둘이 함께 올라가자고 다짐했었는데.
그 약속은 지킬 수 없게 되었다.
최악의 경우 재경기 끝에 김윤호가 올라가면 둘 모두 탈락할 지도 몰랐다.
적어도 이런 상황은 벌어지지 않기를 바랐다.
곧 이어 펼쳐진 정명혁과 김재만의 경기는 김재만의 승리로 끝이 났다.
A조와 달리 진출자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현우 형의 탈락이 확정되었다.
순간 팀의 분위기가 다운 되었지만.
“괜찮아. 어차피 2패였는데 뭐.”
오히려 현우 형이 팀원들에게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말을 걸어 주었다.
그 덕분인지 어색한 공기는 빠르게 흩어졌다.
현우 형이 내 옆에 털썩 앉았다.
“탈락이 아쉽긴 한데 내가 그 전에 잘했으면 이렇게 아슬아슬하게 될 일도 없었지 뭐. 너는 꼭 기회 살려라.”
애써 아쉬움을 숨기긴 했지만 아예 감출 순 없었다.
두 눈에 아쉬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
형 말처럼 이길게요.
그래서 반드시 8강에 가도록 하겠습니다.
이어진 3경기의 승자는 김택윤이었다.
이미 탈락이 확정 된 염우석을 꺾으며 기분 좋게 3승을 달성했다.
그나저나 참 안타깝네.
프로리그에선 그렇게 잘 이기면서 개인리그에선 3패 탈락이라니.
징크스가 무섭긴 참 무섭구나.
염우석은 이번에도 본인의 한계를 깨지 못하며 광속 탈락하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펼쳐진 이제운과 송병호의 대결은 말 그대로 용호상박이었다.
이미 진출이 결정 되었기에 살살 할 줄 알았는데 그건 착각에 불과했다. 내가 생각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바로 자존심.
보통 선수 같으면 이미 진출이 확정 되었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할텐데 저 둘은 달랐다.
괜히 택뱅리쌍이 아니었다.
마치 패배하면 탈락하는 것처럼 모든 것 쏟아 부었다.
그야말로 감탄이 쏟아지는 명장면들이 연속해서 나왔다.
경기의 승자는 이제운이었다.
40분이 넘는 혈투 끝에 이제운이 승리를 가져갔다.
이로써 D조의 1위는 이제운으로 결정되었다.
화면으로 보고 있음에도 한쪽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 정도로 이제운은 용족을 완벽하게 요리하고 있었다.
만약 내가 송병호의 상황이었다면?
순간 답이 나오지 않았다.
역시 이제운은 이제운이었다.
-이렇게 OSL 5회차 경기가 모두 끝이 났습니다. 목이 다 쉴 정도의 엄청난 경기력이었습니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는지 모를 정도로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연달아 나왔습니다.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 경기는 역시 이제운이다 싶을 정도로 뛰어난 폭군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 경기였네요.
-송병호 선수 입장에선 조금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는 경기입니다. 아니. 이렇게 까지 했는데 용족이 져? 그럼 이제운을 이기려면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을 겁니다.
-오늘 경기 결과 정리해드리죠. 첫 번째 경기에서 이영우 선수가 승리를 거둠으로써 3승으로 조 1위 진출을 확정지었습니다. 6회차 경기에 따라 재경기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B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6회차 경기에 따라 A조처럼 재경기 나올 수 있습니다.
-같은 재경기 가능성이지만 상황이 다릅니다. A조는 1승 2패 3자 재경기고 B조는 2승 1패 3자 재경기입니다. A조는 3명중 1명만이 올라갈 수 있고 B조는 3명 중 2명이 올라가는 재경기입니다. 물론 6회차 경기에서 임형규 선수가 이승우 선수를 잡는다면 이영우 선수와 함께 나란히 8강에 진출하게 되고 B조 역시 박현우 선수가 윤영태 선수를 잡아내며 유종의 미를 거둔다면 오늘 경기를 펼친 정명혁 선수와 김재만 선수가 8강으로 진출하게 됩니다.
-C조는 김택윤 선수가 완벽한 경기력을 선보이며 염우석 선수를 압도했습니다.
-염우석 선수 정말 안타깝습니다. 왜 이렇게 개인리그만 오면 약해지는 걸까요? 하루 빨리 이 징크스를 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D조는 자존심 대결이었죠?
-폭군이 본인의 건재함을 과시하며 총사령관의 무릎을 꿇렸거든요? 과연 다음 대결에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합니다.
-그럼 저희는 다음주 예고와 함께 마지막 인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별 다른 일이 없다면 금요일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그럼 그때까지 모두 편안한 시간이 되시길!
그렇게 OSL이 끝이 났다.
마지막 희망의 불씨가 살아났다.
이제 해야 할 건?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연습이다.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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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면 OSL 6회차가 벌어지겠군요.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