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05 Game No. 105 출격! 이승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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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대야. 정찰 꼼꼼히 하고 알겠지? 어디다 마견 숨겨놓을지도 모르는 놈이야.”
“방금 경기 봤지? 빌드도 꼴 수 있으니까 대충 짐작하지 말고 눈으로 확실히 확인해.”
우리팀의 차봉은 승대였다.
고석규의 돌발성을 최소화 시키려면 동족전이 가장 낫다고 감독님은 판단하셨다. 감독님을 비롯한 모든 코치님들은 정찰을 게을리 하지 말 것을 신신당부했다. 어딘가 마견을 숨겨 놓았을지 모른다. 아까처럼 닷발귀가 아닌 혈풍 위주의 플레이를 할 수도 있다 등등 모든 가능성을 활짝 열어두었다.
모두의 응원을 받으며 부스로 올라가는 승대.
이번 경기는 매우 중요하다.
1:0으로 뒤지는 것과 2:1로 뒤지는 건 같은 1점차이지만 느낌이 달랐다.
-지금부터 3세트 경기를 시작하겠습니다!
마수끼리의 동족전의 90%가 마견과 닷발귀, 혈풍 싸움이다. 거의 100%라고 무방할 정도로 다른 유닛은 나오지 않는다.
다행히 승대와 고석규의 경기도 일반적인 마마전 양상으로 흘러갔다.
“쓸데없는 짓은 안하네.”
도 수코님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무난하게 진행된다면 승대가 나쁠 건 없다.
데칼코마니처럼 서로의 빌드는 똑같았다. 같은 타이밍에 마굴을 올리고 똑같은 수의 마견을 뽑았다. 닷발귀가 나오는 타이밍과 숫자마저 일치했다.
이제부턴 컨트롤과 조합의 싸움이었다.
닷발귀 싸움에서도 중요한 건 선택과 집중이다. 혈풍에 사용할 금을 모두 닷발귀 생산에 쓴다면 이는 컨트롤에 자신이 있는 선수다. 달려드는 혈풍을 컨트롤로 피해 없이 끊어 먹고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닷발귀 수로 승부하겠다는 의도니까.
닷발귀와 혈풍의 수를 7:3이나 8:2 정도 뽑는 것이 보통 선수들이 선택하는 것이었다.
그 이상의 혈풍을 뽑는 건 둘 중 하나다.
자신의 컨트롤을 믿는 것 아니면 럭키펀치를 노리겠다는 것.
승대와 고석규의 선택은 모두 두 번째였다.
양 벤치에 서 있는 감독님들의 눈이 매섭게 빛났다.
일 합 승부다.
같은 조합은 선택한 이상 닷발귀를 한 번 잃으면 따라가기 힘들다.
-양 선수 닷발귀가 아주 똘똘 뭉쳐있네요.
-숫자는 아마 같거나 많아야 1기정도 차이가 날겁니다. 양 선수의 일벌레 숫자부터 마견의 숫자까지 모든 것이 똑같았거든요?
-한 번 전투가 중요해요. 여기서 다 결판납니다.
서로 간만 볼 뿐 전투는 벌어지지 않았다. 한 번의 전투로 경기 승패가 갈리기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고석규 선수 지금 닷발귀가 아니라 혈풍 뽑았죠?
-1부대가 넘는 혈풍이 추가 되었습니다. 이건 먼저 공격을 가겠다는 것이거든요?
먼저 움직인 건 고석규였다. 고석규의 소굴에서 일제히 생산 된 건 닷발귀가 아니라 혈풍이었다. 혈풍이 생산되자마자 닷발귀를 승대의 본진 쪽으로 이동시켰다.
“이제 시작이다.”
이번 격돌로 승자와 패자가 갈릴 것이다.
고석규의 움직임은 승대의 군주에 곧 포착되었고 승대 역시 닷발귀를 똘똘 뭉쳐 전투를 대비했다.
당장 닷발귀의 숫자는 승대가 많지만 혈풍이라는 변수가 있기에 지금 결과를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
혈풍이 절반 이상 제대로 자폭하면 고석규가 이번 싸움에서 이길 것이고 반대의 상황이 나온다면 승대가 이길 것이다.
-자. 이제 맞붙습니다!
-서로 오랫동안 참아왔거든요? 여기서 모든 것을 쏟아 내야합니다!
서로의 닷발귀가 공중에서 맞붙는 순간 뒤 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고석규의 혈풍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여기가 승부처다. 승대야! 힘을 내!
내 응원이 정말 전해진 것인지 곧바로 승대의 곡예비행이 펼쳐졌다. 기묘한 움직임으로 혈풍의 자폭을 봉쇄하는 동시에 닷발귀 싸움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다수의 혈풍을 생산함으로서 노리는 건 두 가지다. 하나는 비교적 철과 금이 적게 드는 혈풍을 다수 생산해 압박해보겠다는 거고 다른 하나는 달려드는 혈풍을 잡느라 상대 닷발귀의 공격이 분산되는 틈을 타 자신의 닷발귀로 더 많은 데미지를 입히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승대의 순간적인 컨트롤로 인해 고석규는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득을 취한 것이 없었다.
진짜 대박 컨트롤이었다.
승대가 이런 컨트롤을 해줄 줄이야. 연습에서도 보여주지 않은 컨트롤이 실전에서 터져버렸다.
럭키펀치가 터진 건 고석규가 아닌 승대였다.
지화자 좋구나!
슬쩍 옆을 바라보니 모두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듯 놀란 얼굴로 중앙 화면과 승대를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다.
-혈풍이 길을 잃었어요! 저렇게 많이 뽑으면 뭐합니까? 제대로 자폭을 하지 못하는데? 수많은 금이 하늘로 날아가고 있죠?
-낭비입니다. 낭비. 고석규 선수 입장에선 최악의 상황이에요. 차라리 저 금으로 닷발귀를 뽑았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야. 김승대 선수! 이렇게 컨트롤이 좋은 선수였습니까? 그 많은 혈풍이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김승대 선수 뒤에도 눈이 달렸나요!
-지금 상황에서 뒤에 눈이 달렸다는 말이 왜 나오는 거죠? 손이 두갠가요? 뭐 이런 멘트는 많이 들어봤는데 말이죠.
박광춘 해설의 실수를 박상철 캐스터는 놓치지 않았다. 박광춘 해설은 입을 한 일자로 굳게 다물었다.
-큰일 났죠. 닷발귀의 숫자가 이제 눈으로 봐도 차이가 좀 크죠?
애초에 답을 기대하지도 않았는지 자연스레 해설을 이거가는 박상철 캐스터였다.
-남은 닷발귀를 지키기 위해 사방으로 퍼뜨리고 있지만 김승대 선수 입장에선 굳이 도망가는 닷발귀를 따라갈 필요가 없습니다. 곧바로 본진을 치면 끝이거든요!
시간 끌 필요 없다. 지금 본진을 치면 경기는 끝이다. 이미 우리 벤치는 승리를 확정지은 분위기였다. 이 상황에서 질 리가 없다. 몰수패 같은 끔찍한 일만 당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고석규 선수 GG를 선언합니다! 참 아쉽네요. 준비를 잘 해놓고 싸움을 너무 못했습니다.
-구도 자체가 안좋 았어요. 혈풍을 그렇게 많이 뽑았다면 먼저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먼저 들이 받도록 유도를 했어야했거든요? 뭐가 그리 급하다고 들어갔는지 조금 의아합니다.
본진에 날아온 닷발귀를 막지 못하고 고석규가 GG를 선언했다.
2:1.
승부는 다시 우리 쪽으로 기울었다.
-자. 이렇게 다시 승부의 균형이 아스트로 쪽으로 기웁니다. 이승우 선수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제 몫을 제대로 해주고 있어요?
-아주 긍정적인 모습이죠. 1,2라운드에서 안좋은 모습을 보였던 선수들이 하나 둘 씩 살아나고 있습니다. 연전연승하는 이승우 선수가 좋은 자극제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팀에 그렇게 열심히 하는 선수가 있는데 자극을 안 받을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아주 좋은 현상이죠!
어라?
갑자기 왜 내 이야기가 나오지?
무언가 민망한 기분이 들긴 했지만 좋은 느낌이 더 컸다.
어쨌든 내 칭찬이었으니까.
MBS게임이 중견으로 선택한 선수는 염우석이었다.
적절한 선택으로 보인다.
만약 5경기마저 패배하게 된다면 3:1로 벼랑 끝까지 밀려나고 만다. 염우석은 현재 분위기를 역전시킬 수 있는 힘을 지닌 선수다. 어제 OSL에서 패배하며 탈락을 확정지었지만 여긴 개인리그가 아닌 프로리그다.
프로리그 다승 5위는 단지 운이 좋아 얻은 것이 아니었다.
용족전에 약점을 지닌 이재성과 달리 염우석은 세 종족전 모두 좋은 승률을 지니고 있었다.
변수가 없다면 이번 경기는 염우석이 가져갈 확률이 높았다.
그렇기에 감독님의 승대에게 주도권을 절대 내주지 말라고 주문했다. 도 수코님 역시 배를 불리는 플레이보다 초반 찌르기를 염두에 두고 플레이하라고 하셨다.
두 분의 예측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앞마당 쪽에 지어진 8도감을 시작으로 염우석의 공격이 쏟아졌다. 염우석 다운 선택이었다.
-망루러시 가죠?
-일꾼을 꽤나 많이 뺍니다? 이 정도 수를 뺀다면 반드시 이번 공격에 피해를 주겠다는 생각인거죠?
망루러시는 환국이 초반에 마수를 위협할 수 있는 러시 중 하나다. 평소보다 한 타이밍 빠르게 훈련도감을 지어 궁병을 생산한 후 일꾼과 함께 러시를 간다. 타 종족의 일꾼보다 체력 20이 많은 환국의 일꾼이 탱커가 되어 일벌레의 데미지를 대신 맞아준다. 그리고 일꾼의 엄호를 받으며 원거리 공격 유닛인 궁병이 딜을 넣다가 기회가 되면 망루까지 건설해 소굴을 노리는 아주 위력적인 러시였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환국과 마수의 경기에서 수많은 망루러시가 나왔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건 임주혁이 홍진우를 상대로 3연망 러시로 3:0으로 승리한 4강 경기였다. 이때 당시 내 우상이던 임주혁은 사람들로부터 많은 욕을 먹었다. 임진록이라 불리며 지금의 리쌍록 이상의 매치업이 4강에서 펼쳐졌는데 3경기의 경기 시간을 합쳐도 30분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커뮤니티 전체가 난리 났다.
치킨이 채 오기도 전에 경기가 끝났다며 팬들은 분노를 토해냈다.
나 역시 허무한 마음이 들긴 했지만 화까진 나지는 않았다. 일단 응원하는 선수가 결승에 진출했기 때문이었다. 4강이라는 결승 진출자를 결정짓는 자리에서 무려 임진록이 펼쳐졌다. 조금 더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나왔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 정도가 전부였다.
이 러시의 가장 큰 장점은 실패해도 크게 불리해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특히 심시티로 앞마당 입구가 막히는 전장같은 경우 곧바로 확장을 가져가면서 수비를 하면 못해도 5:5의 상황이 나온다.
지금 염우석의 위치가 그랬다.
더 많은 수의 일꾼을 데리고 나온 것도 막혀도 할 만하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었다.
확실히 판단이 빠르고 정확했다.
-김승대 선수 예측하고 있었다는 듯 보다 빠른 타이밍에 마견숲을 가져갔거든요?
다행히 승대는 망루 러시에 큰 피해를 받지 않았다. 감독님과 코치님의 주문으로 앞마당 소굴보다 마견숲을 먼저 건설했기에 마견이 빠르게 나올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분명 러시가 실패했지만 염우석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원래부터 준비했다는 것처럼 앞마당에 군영을 지어버렸다. 동시에 진출했던 병력을 뒤로 돌아보지 않고 본진 쪽으로 쭉 뺐다. 혹 승대가 마견을 뽑아 역러시를 오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서였다.
한차례 공방이 오고 갔지만 누가 유리하다 불리하다 말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이럴 때마다 느끼는 것이 참 환국이 사기라는 것이었다.
환국이 무언가를 시도했고 그 것이 실패했다. 그렇다면 당연히 불리해져야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마수를 상대 할 때 뿐만 아니라 용족을 상대로도 비슷한 상황이 자주 연출 된다.
갑자기 짜증이 나는데?
-염우석 선수 아주 운영이 좋아요. 프로리그에선 본인의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네요.
-마수가 무엇을 하려하는지 완벽히 알고 있습니다. 전장을 이미 장악했죠. 미니맵만 봐도 얼마나 환국이 좋은 상황인지 알 수 있습니다.
경기의 흐름은 시나브로 염우석에게 넘어가는 중이었다. 승대가 딱히 못한 건 없다. 염우석이 잘하고 있는 것이었다. 항상 한 발 먼저 움직였다.
어휴. 어제 OSL에서 보여줬던 실수를 연발하는 모습을 지금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염우석은 실수 없이 본인이 원하는 대로 경기를 풀어갔다.
-김승대 선수 분전했지만 아쉽게 GG를 선언하고 맙니다.
-어제 이런 경기력을 보여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누구보다 본인이 가장 아쉬울 겁니다. 프로리그에서 이렇게 잘하는데 왜 개인리그만 가면 작아지는 겁니까!
-정말 화끈한 경기였습니다. 저희는 광고 후에 다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염우석의 승리로 다시 2:2가 되었다.
그 순간.
“승우야.”
나지막이 나를 부르는 감독님의 목소리.
그 순간 우리 팀의 중견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네. 감독님.”
“준비해라. 중견은 너다.”
감독님.
저는 항상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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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3연벙 피해자였습니다.
치킨이 오기도 전 경기가 끝났습니다.
저같은 분 또 계신가요?
그때 생각하니 다시 부들부들 ㅋㄱ
그럼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