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열로더 신들의 전쟁-102화 (102/575)

00102  Game No. 102 계단을 오르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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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했다. 일단 푹 쉬어라.”

들어오는 우릴 향해 감독님께서 해주신 말은 너무나 따뜻했다. 차라리 왜 그런 판단과 실수를 했냐고 질책을 했다면 오히려 지금보다 마음이 편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감독님은 그러지 않으셨다.

오히려 이기고 왔을 때보다 따뜻한 미소를 보여주셨을 뿐이었다.

“경기를 하다보면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하는 거야. 어떻게 항상 이기기만 하겠냐? 오늘만 본다면 패배자지만 전체적으로 보자면 넌 이미 MSL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상태고 프로리그에서도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올해 가장 큰 활약을 펼치고 있는 용족 선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많은 공식전과 개인리그를 치른 경험이 있기에 비교적 빠르게 멘탈을 수습한 현우 형과 달리 숙소에 돌아와서도 아까 전 있었던 경기가 머릿속에 떠나지 않던 나에게 감독님께서 해주신 말이었다.

“사내자식이 왜 이렇게 기가 죽어있어? 아무리 네가 잘 나간다고 해도 승률 100%를 찍을 순 없는 노릇이잖냐? 이영우도 그렇게 못하고 있는데. 안 그러냐?”

그렇다.

여태 그 어떠한 프로게이머도 100%의 승률을 낸 적은 없다. 역대 최강의 프로게이머라는 이영우 역시 100전으로 끊었을 때 최고의 승률이 88%였다. 그때  구 할도 못 찍는 쓰레기라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별명도 생겼었지.

현재 내 공식전 기록은 21승 3패.

몰수패를 제외하면 21승 2패다.

오늘 지긴 했어도 여전히 90%가 넘는 고 승률이다.

속으로 아니라고 하곤 있었지만 나도 모르게 승률에 집착하고 있었나보다. 정확히 말하면 커뮤니티 반응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과거 몰수로더와 승드셋으로 크게 당한 적이 있었기에 괜찮아 졌다고 해도 아직까지 은근 신경 쓰였다.

도 수코님이 오늘은 커뮤니티 들어가지 말고 푹 쉬라고 하셨지만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차에 오르기 전 화장실에 갔을 때 휴대폰으로 커뮤니티에 접속해 반응을 확인했다.

일단 안 좋은 반응이 있다는 것에 난 놀랐다.

몰수패를 제외하고 겨우 2번 밖에 지지 않았는데 이런 반응이라니.

오늘 졌다고 프로게이머 생활이 끝나는 것도 아니었고 OSL 16강 탈락이 확정 된 것도 아니었다. 아직 기회가 남아있었음에도 그런 글이 올라온 걸 보니 마음이 심란해졌다.

솔직히 화도 조금 났다.

사람이기에 실수도 할 수 있는 것이고 마찬가지로 사람이기에 그 실수를 통해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것인데 너무 완벽하기만을 바라는 것 같았다.

누가 보면 10연패는 한 것 같았다.

도 수코님이 괜히 커뮤니티에 접속하지 말라고 하신 게 아니었다. 더욱 더 무거워진 마음으로 숙소로 돌아왔는데 지금 감독님과 대화를 하면서 짐을 대부분 덜어냈다.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일단 쉬자.”

“감사합니다. 감독님.”

흔들리는 선수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

감독으로서 가장 먼저 갖춰야할 능력이었고 우리 감독님은 완벽하게 그 능력을 갖추고 계셨다.

“그래. 그럼 오늘은 일찍 자고 내일부터 새롭게 경기 준비하자. 알겠냐?”

가라앉았던 기분이 조금 안정이 되었다.

감독님과 면담을 마친 난 곧바로 방으로 돌아왔다.

“왔냐?”

“그래. 왔다.”

“오늘 아쉽긴 아쉽더라. 거의 다 이겼는데. 그치?”

“거기서 드랍 개발할 줄 꿈에도 몰랐다.”

“야. 너만 몰랐던 게 아냐. 다 몰랐어. 심지어 해설도 몰랐고.”

나를 보자마자 연호는 오늘 경기에 대해 줄줄이 늘어놓았다. 그 모습이 오히려 좋았다. 만약 내 기분을 생각해 의도적으로 경기 이야기를 피했다면 오히려 어색한 공기가 흘렀을 것이다.

내가 연호에게 직접적으로 접근했듯이 연호도 그렇게 해주고 있었다. 그래서 고마웠다.

같은 용족이었기에 확실히 말이 통했다. 옷을 갈아입으려던 목적은 잊은 채 아예 자리를 잡고 이야기꽃을 피웠다.

“내가 그 상황이었으면 진짜 마우스 집어 던졌다. 쌩뚱맞게 드랍이라니.”

하긴. 진짜 뜬금없는 수였다.

그 정신없는 와중에 드랍을 생각하다니. 우승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었다.

비록 패배하긴 했지만 또 하나 배웠다는 생각도 들었다.

확실히 실전과 연습은 다르다는 것도 다시 한 번 느꼈고.

“나도 던지고 싶었거든?”

내 대답에 키득거리며 웃는 연호.

“그냥 던지지 그랬냐?”

“그랬다간 어떤 별명이 새로 생길지 상상이 안 된다.”

잠깐 생각해봤다.

끔찍했다. 마우스를 거칠게 집어던지는 모습이 카메라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가 된다?

온 몸에 소름이 돋는군.

“난 잘만 상상되는데? 노인성이라고 불렸겠지 뭐.”

앞 글자가 조로만 바뀌면 참 좋은 별명인데 말이지.

겨우 한 글자 다를 뿐인데 풍기는 이미지가 크게 차이난다. 결코 불리고 싶지 않은 별명이었다.

“그래. 일단 씻고 와라. 너한테 냄새난다.”

검지와 엄지로 코를 막음과 동시에 손사래를 치며 뒤로 훌쩍 물러나는 연호.

냄새는 무슨.

내가 얼마나 깔끔한데?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지!

혹시나 싶어 고개를 숙여 냄새를 맡...흡.

현실은 놀랍도록 잔인했다.

나한테 이런 냄새가 날 줄이야! 충격과 공포가 나를 덮쳤다. 이런 저런 생각에 빠져 경기 중 땀을 한 바가지 흘렸던 걸 잊고 있었다.

“....씻고 올게.”

난 곧바로 수건을 들고 방을 나왔다.

****

“으. 잘 잤다!”

난 기지개를 쭉 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간을 확인하니 9시.

그리 늦은 시간은 아니다. 옆을 보니 연호는 아직 자고 있었다.

어제 아니 오늘이라고 해야 하나?

새벽 늦게까지 연호와 대화를 하다 잠들었다. 아무래도 둘 다 용족 게이머다보니 용족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레 주를  이뤘다.

연호와의 대화를 통해 많은 걸 느꼈다. 연호는 그야말로 전략가였다. 생각지도 못했던 빌드와 전략이 쏟아져 나왔다.

코치해도 되겠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상대의 뒤통수를 후려치는 수들이었다.

내 말에 연호의 입이 댓 발 튀어나왔다. 오히려 너무 생각이 많아 경기를 그르치는 것 같다고 했다. 내 의견을 다르다. 지금이 순간엔 단점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언젠가 큰 장점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루 빨리 연호가 비상했으면 좋겠다.

자리에서 일어난 난 곧바로 연습실로 향했다. 1군 주전보다 비주전 선수들이 대부분이었다.

2군으로 오랜 기간 있어봐서 안다. 방송경기에 나가지 못하는 프로게이머의 마음이 어떠한지.

“일어나셨어요?”

“그래. 좋은 아침!”

팀원들의 인사를 받으며 자리에 앉았다.

자. 그럼 어제 경기를 봐 볼까나?

어젠 김윤호의 전략에 대해 집중적으로 생각해봤다면 오늘은 내 플레이에 집중할 생각이었다. 일단 놓친 것이 너무 많다.

순간 멘탈이 흔들리며 해서는 안 되는 실수들이 연달아 나왔다.

용안이 털릴 때까지만 해도 상황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초반에 워낙 점수를 따놨으니까.

중요한 건 이때부터의 대처였다. 차분하지 못했다.

‘견제를 갔어야했어.’

비렴이 본진에서 방어를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운룡을 타고 상대의 일벌레를 견제하러 떠났어야했다. 일벌레는 잡으면 좋지만 설사 잡지 못하더라도 김윤호가 그슨대를 더 뽑게 강요했어야했다. 자원을 원하는 곳에 쓰지 못하게 방해했어야했다.

하지만 난 그러지 못했다. 혹시 모를 역 러시에 비렴을 뺄 수 없었다. 하지만 김윤호는 러시를 올 생각이 크게 없어보였다.

남는 자원으로 병력을 생산하는 대신 테크와 업그레이드를 돌리는데 집중하고 있었다. 이미 김윤호는 군락 이후의 단계를 바라보고 있었다.

여기서 첫 번째 판단 실수가 있었다.

‘비비가 놀고 있었네.’

피해를 복구하는데 정신이 없어 이런 정보를 전달해 줘야하는 비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만약 비비가 활발히 움직여 마수가 당장의 병력 대신 테크를 타고 있다는 걸 알았다면 다른 선택을 했을 것이다.

‘이제 날아가는구나.’

비비가 움직이기 시작한 건 10초 정도가 지난 후였다.

아마추어간의 경기라면 10초가 큰 차이가 아닐지 모르지만 프로간의 경기에선 10초는 크다.

‘확장 위치도 안 좋았어.’

풍백과 지룡을 확보하기 위해 가져간 네 번째 금광 지대의 위치가 좋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면 동선이 안 좋았다.

후반으로 가면 갈수록 기동력에서 마수가 크게 앞선다. 그 걸 고려해서 확장을 가져갔어야하는데 당장 마음이 급하다보니 가장 가까운 있는 확장을 먹었는데 그게 악수가 되었다.

도리어 본진과 멀어지면서 양방향 치기에 휘둘리기 시작한 것이다. 빠른 마수의 공격을 따라가려다 보니 병력이 기차처럼 길게 줄을 늘어서게 되었고 어쩔 수 없이 뒤로 쳐지는 비렴을 마수의 병력이 달려들어 잡아먹고 있었다.

병력 운용에 조금 더 집중했어야 했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흘리는 병력 없이 제대로 수습 했었어야 했다. 이렇게 해도 모자랄 판에 병력을 흘리고 있었으니.

내 경기지만 보는 것만으로 한 쪽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리고 이 확장을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차라리 중앙에 있는 확장을 먹었어야했다.

그러는 편이 더 나을 뻔 했다.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할 수 있는 곳이었으니까.

지금이야 훤히 보이지만 그땐 무언가 눈을 가린 것처럼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시야와 밸런스, 멘탈 능력치의 부족이 패배로 이어진 경기였다. 저번에 이영우에게 진 경기와 양상은 다르지만 패배 이유는 똑같았다.

이제는 해당 능력치에 투자를 해야 할 때가 왔다.

[투신]과 [마스터리]의 영향으로 피지컬은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있게 되었다.

[투신]을 사용하게 되면 속도, 공격력, 컨트롤, 반응속도가 55%씩 상승하게 된다. 그 결과 속도는 93이 되고 지상유닛 컨트롤은 78, 공중 유닛 컨트롤은 60, 반응속도는 80이 된다.

가장 놀라운 건 공격력이었다.

[투신]을 사용했을 때 무려 105라는 수치를 자랑했다. 100이 넘는 공격력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둔 한계인 100을 넘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게 순수 스탯으로 100을 넘은 것이 아니라 스킬로 넘은 것이라 한계가 없다고 확신할 순 없었다. 다만 확실히 알게 된 건 스킬이 있다면 100이 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일단 스탯 포인트에 여유가 있어 100을 찍을 수 있는 상황이 와야 확실히 알 수 있겠지만 그걸 확인하겠다고 얻는 스탯 포인트를 공격력에 투자할 수 없었다.

당장 급한 건 스탯의 한계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멘탈과 시야, 밸런스를 채우는 것이었으니까.

일단 전반적인 경기 운영에 필요한 능력치는 나쁘지 않다. 순수 스탯 자체도 대부분 50을 넘고 스킬로 얼마든지 커버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렇기에 앞으로 얻는 스탯 포인트는 시야와 밸런스에 투자할 생각이다.

어제 패배로 잃기만 한 건 아니다.

얻은 것도 있었다.

멘탈 능력치 중 정신력과 육감이 각각 2씩 오른 것이다. 레벨을 올릴 때마다 주어지는 스탯 포인트로 성장시킬 수 있는 피지컬과 달리 멘탈은 업적보상이나 경험으로 성장 시킬 수밖에 없다. 패배했음에도 스탯이 올랐다는 건 무의미한 패배가 아니라 좋은 경험이라는 뜻이었다.

경기 분석을 마친 후 코치님에게 분석 결과를 검토 받았다. 모든 것을 끝냈을 땐 어느새 점심을 먹을 시간이 되어 있었고 패배의 그늘 역시 어느새 걷혔다.

이제 일요일에 있을 MBS 전만 생각해야겠다!

============================ 작품 후기 ============================

감기

몸 상태가 나름 괜찮아졌습니다.

신들의 전쟁 매니저 스탯을 빌리자면 75% 정도의 컨디션입니다.

120%까지 끌어올리도록 하겠습니다.

"" 내에 오타와 비문은 의도한 것이 맞지만 그 밖에 오타는 전부 제 실수입니다.

눈에 불을 켜고 찾아도 잘 보이지 않네요. 자동으로 필터링 되서 읽혀지는 모양입니다. 아무래도 비축분을 좀 만들어놓고 하루가 지난 후에 다시 읽어봐야겠네요.

그럼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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