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01 Game No. 101 잠시 쉬어가는 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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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와 김윤호의 경기가 끝남과 동시에 커뮤니티가 난리가 났다. 불과 30분전만 해도 김윤호가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패배하는 상황이었는데 1시간이 넘는 혈투 끝에 역전승을 이끌어 낸 것이다.
<헐. 이 정도면 역대급 경기 아님?ㅎㄷㄷ>
<김윤호 대박이닼ㅋㅋ 거기서 드랍 개발을 하냐?ㅋㅋㅋㅋ 전혀 생각도 못함.>
<그걸 니가 생각하면 프로게이머해야지 ㅉㅉㅉ>
<시비거냐? ㅅㅂ? 너 지금 바로 래더 들어와라.한판 뜨자.>
<용족 쓰레기 ㅋㅋㅋㅋㅋ 밸런스 패치가 시급합니닼ㅋㅋ 이런 경기가 역전이 나오다니.>
<용족이 쓰레기가 아니라 이승우가 못한거임 ㅋㅋㅋ ㅅㅂ ㅋㅋㅋ 뭐 그런 경기를 역전당하냐?ㅋㅋㅋ>
<이승우가 못했다고? ㅅㅂ 솔직히 가시귀 드랍 맞은 건 이승우가 잘못한거 맞는데. 어차피 그 전에 점수 많이 따놔서 5:5였거든? 못해서 털렸다기보단 군락 마견에 털린거잖아.>
<꼬우면 마수하든가.>
<이승우가 이긴 줄 알고 밥 먹으러 갔는데 갔다 오니 김윤호가 이겻넼ㅋㅋ 순간 자막 잘못 달은줄ㅋㅋㅋ>
<아. ㅅㅂ 진심 개 빡친다. 이승우한테 몰빵했는데.>
글을 올리는 순간 2페이지도 넘어갈 정도로 수많은 글이 올라왔다.
의견 역시 다양했다.
김윤호가 잘했다기보다 이승우가 방심해져서 역전한 경기라는 말도 있었고 그딴 것 다 필요 없고 이긴 사람이 잘한 거라는 말도 있었다.
아예 종족 상성 탓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프로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한다는 답에 슬그머니 글을 지웠다.
안타까워하는 이는 대부분 용족의 팬이었고 신난 듯 안 좋은 댓글을 다는 이는 모두 타 선수의 팬이었다. 요즘 이승우의 성적이 워낙 좋다보니 마치 이승우가 현재 최강의 프로게이머처럼 치켜세우는 모습에 영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워낙 압도적인 승률을 보여주고 있어 딱히 반박할 수도 없었다.
정말 이영우가 신이라는 칭호를 얻은 시즌과 비슷한 행보를 걷고 있었으니.
일종의 질투를 느낀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오늘 역전패를 당한 순간 숨어 있던 이들이 수면으로 올라와 이승우를 물어뜯기 시작한 것이다.
정말 이승우가 못해서 안 좋은 소리를 하기 보단 그간 이승우 팬들에게 참고 있던 것이 폭발한 것에 가까웠다.
어제 이영우를 잡는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며 MSL 16강에 진출한 이승우였기에 오늘의 패배는 더욱 뼈아팠다.
일단 8강 진출이 굉장히 불투명해졌다. 노릴 수 있는 건 이제 재경기뿐이었다. 이조차 이영우가 깔끔하게 3승으로 조 1위를 함과 동시에 본인이 마지막 6차전에서 임형규를 이겨야 가능한 것이었다.
둘 중 하나라도 어긋난다면 재경기의 기회는 오지 않는다.
어쨌든 경기의 승자는 김윤호였고 만약이라는 말은 쓸모없는 말이었다.
역대급 역전경기라는 말을 들은 A조의 경기가 끝나고 곧 이어 B조의 경기가 펼쳐졌다.
이번 경기는 박현우와 정명혁의 경기였다.
1승과 1패의 대결.
입장이 다르지만 승리에 대한 열망은 똑같았다.
경기는 손에 땀을 쥘 정도로 팽팽하게 진행되었다. 먼저 승기를 잡은 건 정명혁이었다. 대규모 기갑 부대의 진출로 전술적 우위를 얻을 수 있는 지형을 차지한 정명혁.
환국간의 동족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천자총통이 포격하기 좋은 위치를 찾는 것이었다.
환환전은 천자총통의 각재기가 중요하다.
각재기는 시야보다 사정거리가 긴 천자총통의 특성을 이용하는 것이다.
상대가 미처 화면을 보지 못하고 있을 때 천리안 등으로 시야를 밝히며 순간적으로 전진해 상대의 천자총통을 잡아먹는 플레이였다.
이를 가장 잘하는 선수가 이영우였고 그 다음으로 잘하는 선수가 지금 경기를 펼치고 있는 정명혁이었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움직임으로 박현우의 천자총통을 뒤로 물린 정명혁이 그 기세를 몰아 확장까지 한 발 빠르게 가져갔다.
하지만 그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정명혁의 시야를 피해 몰래 모은 금와로 대규모 폭탄드랍을 시도한 것이다.
중앙에 진출해있는 병력을 회군시켜 간신히 본진을 막아내긴 했지만 인구수 제한은 늘려주는 창고가 상당수 파괴 되는 바람에 추가 병력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
당장 자원 채취하는 곳이 한 곳 적은 박현우였지만 추가 병력의 숫자는 오히려 많았다. 정명혁은 인구가 막혀 자원이 있어도 생산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기세를 탄 박현우가 더 거세게 몰아쳤고 정명혁은 점점 수세에 몰렸다.
그렇게 경기가 박현우에게서 서서히 넘어가는 시점에 정명혁이 도박을 걸었다.
이대로 막기만 해선 안되겠다고 판단하고 금와에 병력을 가득 실어 박현우의 화통도감을 점령하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굉장히 위험한 선택이었다.
일단 가는 길이 험했다. 곳곳에 박현우의 지뢰가 깔려있어 시야를 제공해주고 있었고 화살탑도 군데군데 박혀 금와를 떨어뜨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타이밍도 좋지 않았다. 그와 달리 박현우는 드랍 공격을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으니까.
만약 빼낸 병력의 공백을 눈치 챈 박현우가 한 발 먼저 공격을 들어오면 아무 것도 해보지 못하고 꼼짝없이 GG를 선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정명혁은 망설이지 않았다. 시간을 늦추면 늦출수록 본인에게 불리하다고 생각했기에 일말의 주저 없이 금와에 병력을 가득 태워 출발했다.
정명혁의 금와 움직임에 중계진을 비롯한 관중들이 탄성을 터뜨렸다. 마치 맵핵을 쓰고 있는 것처럼 요리조리 박현우의 시야를 피했다.
엄재웅 해설이 이것이 바로 우승을 해본 선수의 감입니다!라고 소리쳤을 정도로 정명혁의 금와 움직임은 신묘했다.
방비를 했음에도 박현우는 정명혁의 금와를 공중에서 격추하는데 실패했다.
결국 대규모의 병력을 박현우의 본진에 떨어뜨리는데 성공한 정명혁.
박현우의 드랍은 창고지역을 점령하는데 그쳤지만 정명혁의 기갑부대는 화통도감을 장악해버렸다. 추가생산 되는 천자총통이 서슬 퍼런 정명혁의 병력에 아무 것도 해보지 못하고 터져나갔다.
박현우도 판단을 해야 했다.
돌아와 방어를 할 것인가? 아니면 모든 걸 걸고 공격을 갈 것인가?
박현우의 선택은 후자였다.
금와에 태워 이동하는 병력이 전부가 아니었다. 다른 전선을 지키고 있던 병력을 전부 이끌고 와 총 공세를 펼쳤다.
단순 숫자 싸움에서는 박현우의 병력이 앞서는 상황.
정명혁의 판단이 빛을 발하긴 했지만 이대로 전투가 벌어진다면 아무래도 박현우가 경기를 가져갈 가능성이 훨씬 높아보였다.
이때 기적이 일어났다. 이건 기적이라고 밖에 말 할 수 없었다. 성난 파도처럼 밀려드는 박현우의 병력을 막아내는데 성공한 것이다. 물론 본진이 성치 않았지만 그건 중요한 건 아니었다.
모든 병력을 잃은 박현우와 달리 정명혁은 드랍 된 병력이 아직도 살아남아 불을 뿜고 있었으니까.
먹는 자원은 박현우가 많았지만 자원을 쓸 곳이 없었고 마지막까지 버티던 박현우는 아쉬운 GG를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과거 바둑을 배운 적 있는 정명혁의 수가 크게 빛난 경기였다.
이로써 B조의 상황도 모르게 되었다.
정명혁이 3승을 차지하고 박현우가 윤영태를 잡는다면 A조처럼 1승 2패 3자 재경기가 나올 수도 있다.
C조의 경기는 모든 사람들의 예상대로 김연훈이 승리했다. 프로리그에서 항상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는 염우석이었지만 개인리그에서의 그는 너무나도 작고 초라했다.
초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첫 번째 진출로 닷발귀의 수를 꽤 줄여줬을 때만 해도 오늘 염우석은 다르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언덕에 자리 잡은 가시귀를 컨트롤로 잡고 올라가 세 번째 금광 지역에 피해를 입혔을 때만 해도 크게 유리했다.
하지만 그 후로 연달아 실수를 범하며 스스로 패배의 늪에 발을 들이밀고 말았다.
반면 김연훈은 침착했고 차분했다. 상대가 실수를 할 때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리다 마지막 순간에 덮쳐 승리를 얻어냈다.
GG를 치는 염우석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웠다.
이로써 처음으로 C조에서 8강 진출자가 나오게 됐다.
그 것도 조1위로 진출을 확정지었다.
그 행운의 주인공은 바로 김택윤이었다.
오늘 김연훈이 염우석이 이기는 바람에 숙소에 앉아 8강 진출의 행운을 거머쥐게 되었다.
이렇게 좋은 일이 생긴 사람이 있다면 누군간 안 좋은 결과를 받아들여야한다.
염우석은 김택윤과의 5차전 결과와 상관없이 2패로 탈락이 확정되었고 한 자리 남은 8강 진출자 자리를 두고 구성재와 김연훈이 맞붙게 되었다.
그 누구보다 염우석이 가장 답답할 것이다. 프로리그에서 그토록 날아다니는데 개인리그에선 4강을 가본 적이 없으니 본인은 오죽 답답할까?
오늘도 염우석은 16강을 뚫는데 실패했다. 여느 때처럼 말이다. 이제 사람들의 관심은 염우석에게 남아있지 않았다.
6차전.
오롯이 구성재와 김연훈의 경기에 집중되었다.
그야말로 데스매치다.
이기는 자는 8강 진출이라는 영광을, 패배한 자는 탈락이라는 좌절을 겪게 된다.
마지막으로 펼쳐진 D조의 복수전은 송병호가 화려하게 복수에 성공하면서 본인의 8강 진출 도장을 찍었고 같은 조의 이제운 역시 2승을 거둔 상태였기에 8강 진출이 확정되었다. 나란히 2패를 거둔 임동원과 신상운은 아쉬운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어제 패배를 분풀이라도 하 듯 송병호는 거칠게 임동원을 몰아붙였다.
MSL이 네 집이었다면 OSL은 내 집이라는 걸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처음부터 송병호의 선택은 과감했다. 항상 안정감 있는 선택을 하는 평소와 달리 용무관보다 제단을 먼저 지으며 용아 찌르기에 나섰다. 이는 김택윤의 트레이드 마크 중 하나였다.
색다른 시작을 보인 송병호와 달리 임동원은 평소와 같은 플레이를 펼쳤다. 여기서 첫 번째 차이가 벌어졌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용아 찌르기에 일벌레를 잃은 순간, 주도권은 송병호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본인이 유리하다는 것을 아는지 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임동원을 몰아붙이는 송병호.
처음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이를 악물고 경기를 펼치는 임동원이었지만 이 한 경기를 전심전력으로 준비한 송병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1회 우승이라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커리어임에도 택뱅리쌍이라는 절대강자 라인에 왜 이름을 올리고 있는지 똑똑히 보여주는 경기였다.
임동원의 GG로 오늘 준비 된 OSL이 전부 끝이 났다.
4차전만에 8강 진출자가 무려 3명이나 나왔다.
택뱅리가 그 주인공들이었다.
이영우나 정명혁 역시 80% 이상 진출을 확정 지은 상태였기에 OSL 관계자 입장에선 입이 귀에 걸리는, 아주 좋은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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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안의 공기가 무겁다.
오늘 팀에서 출전한 나와 현우 형이 모두 패배를 떠안았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아예 끝난 건 아니잖아. 조금 더 희망을 가져보자.”
일단 둘 다 탈락이 확정 된 것은 아니다. 이영우와 정명혁이 3승으로 조1위를 한다면 마지막 기회가 남아있었다. 도 수코님의 말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분위기는 떠오를 줄 몰랐다.
이유야 간단했다.
스스로 진출을 결정하는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손에 결정되기 때문이다. 만약 이영우나 정명혁이 3승에 성공하지 못하면 아무리 다음 경기를 이겨봤자 탈락이 확정이다.
‘유종의 미’라는 말로 포장되는 것이 전부겠지.
항상 미소를 입가에 머물고 다니던 현우 형도 오늘은 웃음을 잃었다.
하긴. 나만큼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무슨 저주라도 받았는지 나란히 역전패를 허용하고 말았다.
차라리 일방적으로 두드려 맞다 졌다면 지금처럼 답답하진 않았을 거다.
오늘 경기를 떠올리는 순간 머리가 아파왔다. 경기 복기는 잠시 미뤄두기로 했다. 여러 사람이 머릿속에서 뛰어다니 것처럼 머리가 띵하고 울렸다.
난 의자에 몸을 묻었다.
일단 한 숨 자자.
숙소에 가서 더 생각하자.
현우 형과 나와 같은 생각인지 이미 의자를 뒤로 젖힌 채 눈을 감고 있었다.
그렇게 차 안엔 적막만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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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감기 조심하세요. 감기.
자취방에 난방 안틀고 잤다가 제대로 고생하네요.
일단 약먹고 푹 쉬고 있습니다.
주 6회 연재는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2.
신들의 전쟁 매니저를 얻은 후 이승우의 공식전 기록은
21승 2패입니다.
스킬을 쓰지 않고 본인의 판단으로 승리를 챙긴적도 꽤 있었습니다.
이영우나 김윤호는 우승자 출신으로 이길수도, 질수도 있는 선수들입니다.
그럼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