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열로더 신들의 전쟁-100화 (100/575)

00100  Game No. 100 아직은.  =========================================================================

****

-이야! 역시 브레인입니다! 없는 틈을 만들어 내네요!

-도대체 언제 군주의 수송 업그레이드를 마친 겁니까? 앞마당과 본진에 떨어진 4기의 가시귀가 엄청난 일을 해내네요!

분명 이승우의 방심이 바탕이 되긴 했지만 온전히 그의 잘못이라고만 말할 순 없었다. 김택윤이나 송병호 같은 특급 용족들도 김윤호의 기괴한 수에 아무 것도 해보지 못하고 패배한 적도 있을 정도였다.

확실히 지금의 드랍 공격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심지어 옵저버 화면을 보고 있는 중계진이나 관중들도 마찬가지였다.

전체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드랍 개발을 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것이었다.

1분 후에 경기에 질지도 모르는 상황.

솔직히 그 러시에 GG를 쳐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세번째 자원 채취 지역의 일벌레는 몰살을 당했지, 소굴도 하나깨졌지, 그 것도 모자라 본진과 앞마당도 불바다가 되었다.

연습 경기였다면 깔끔하게 GG를 치고 다시 하자고 할 정도로 상황은 불리했다.

하지만 김윤호는 포기하지 않았다.

당장의 불투명한 상황에 불안해하지 않고 자신을 믿었다.

막으면 된다.

막으면 분명 기회가 생긴다고 스스로를 달래며 오지 않을지도 미래를 바라보며 군주의 드랍 개발을 했다.

만약 아까 러시를 막아내지 못하고 GG를 쳤다면 쓸데없는 짓이라 욕먹을 선택이었다.

드랍 개발되는 시기까지 버틸지도 모르는데 쓸데 없는데 자원을 썼다고 말이다. 대부분의 선수라면 먼 미래를 보는 드랍 개발보다 당장 상대의 공격을 막을 수 있게 가시귀 몇 기를 더 생산했을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지금보다 수월하게 러시를 막긴 했겠지만 그저 막기만 한 것일 뿐 역습을 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여전히 용족이 유리한 상태로 경기가 진행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김윤호의 선택이 옳았다.

그는 도박수를 던졌고 성공했다.

괜히 브레인이라 불리는 것이 아니었고 괜히 우승을 경험한 것이 아니었다.

확실히 김윤호는 이승우보다 노련했다.

이승우에게도 안타까운 점이 있었다. 스탯은 게임시스템처럼 성장시킬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승우의 현재 능력을 객관적으로 수치화해서 보여주는 것이다.

이승우는 [투신]을 통해 90에 가까운 높은 피지컬을 가질 수 있지만 멘탈은 평균 35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특히 상대방의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는 육감은 겨우 20에 불과하다.

거기에 더해 피지컬과 멘탈을 이어주는 밸런스 스탯 역시 32였고 시야 역시 31 밖에 되지 않았다.

여태까지의 경기를 찬찬히 살펴보면 이승우가 승리를 얻는 패턴이 한정되어 있다. [날빌러]를 통해 초반에 엄청 유리하게 시작하거나 아예 상대를 끝내는 것과 무난한 운영이나 힘싸움으로 갔을 때 [투신]을 활용하여 한 방 전투에서 크게 승리하는 것.

그 약점이 오늘도 드러난 것이다.

이는 신들의 전쟁 매니저를 얻기 전부터 있던 약점이었다. 쟁쟁한 용족 선수인 김택윤이나 도재열의 존재도 컸지만 피지컬이나 무난한 경기 운영을 뛰어나나 변수나 심리전에 약한 모습을 보인다는 점 때문에 이승우는 S1에서 1군에 올라서지 못했다.

본인도 파악하고 있는 문제점이었지만 당장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해당 스탯을 올리려면 레벨업을 하거나 스탯과 연관 된 경험을 많이 쌓아야하는데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단 잉여 스탯 포인트가 없다. 시야나 밸런스보다 아직은 공격력, 컨트롤같은 경기에 직접 영향을 주는 스탯을 올리는 것이 더 급했다.

스탯에 관련 된 경험, 그러니까 시야나 밸런스를 올릴 수 있는 경기를 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직 이승우의 공식경기는 50경기가 채 되지 못한다. 50경기는커녕 이 절반에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실수를 하긴 했지만 충분히 만회 할 수 있는 실수이기도 하다.

이승우는 수많은 경기를 펼쳤지만 대부분 연습 경기였다. 현재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공식전 자체는 얼마 되지 않는다. 그 한계가 드러난 경기긴 하지만 보다 많은 경기를 치르게 되면 자연스레 극복할 수 있는 문제였다.

오늘도 하나의 경험을 쌓았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가 드랍이라는 카운터를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을.

-이러면 경기 모르죠?

-김윤호 선수 계속 밀리기만 하다가 처음으로 반격을 시도했는데 그게 제대로 먹혔습니다. 용안의 숫자가 너무 적어요. 아. 겨우 4기의 가시귀에 이렇게 피해를 입다니요. 너무 방심했습니다. 너무 방심했어요!

김태영 해설의 말엔 안타까움이 진하게 묻어나왔다. 상황은 용족이 거의 이긴 상황이었다. 용안의 피해만 안입으면 된다고 말하려는 찰나 드랍을 맞아 용안을 상당 수 잃었다.

3개의 신전에서 열심히 용안을 뽑고 있지만 그 시간 동안 병력 충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반면 김윤호는 지금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복구에 한참 열을 올리고 있었다.

아무리 이승우가 빠르게 복구를 한다해도 종족의 한계상 용족이 마수를 따라갈 수 없었다. 어차피 당분간 공격이 없다는 걸 아는 김윤호는 소굴에서 미친 듯이 일벌레를 뽑아내며 확장과 군락 테크를 타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이번 경기를 이길 수 있는지 알고 있는 것이다.

만약 비렴과 용아를 전부 잃지 않았더라면 남은 자원을 다 용혼 생산에 집중해 본진을 바꿀 생각으로 올인 러시를 갈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그조차 힘들었다.

일단은 방어를 해야 한다.

-죽어라 얻어맞다가 이제 때릴 떄가 되니 신난 거죠! 이승우 선수 지금 당황한 게 너무 눈에 보입니다!

김윤호는 드랍 공격을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꼭 용안에 피해를 주겠다는 것보다 본진 군데군데에 떨궈 이승우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고 있었다.

-이승우 선수 운룡에 흑완 태워서 가지만 이미 대비 다 되어 있죠.

-아까였다면 흑완으로 큰 피해를 줄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오히려 이승우 선수가 할 수 있는 것이 뻔 하거든요? 흑완이나 비렴 드랍을 통해 피해를 주겠다는건데 지금은 힘들죠.

-조합이 깨졌다는 것이 너무 뼈아픕니다. 일꾼 수를 채워 다시 조합을 갖추면 너무 늦거든요? 이미 군락이 완성되고 맙니다.

이승우 입장에선 마수에게 시간을 주면 안된다. 어떻게든 피해를 입혀 일벌레를 줄이든가 군락을 늦춰야만 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김윤호가 아예 모든 자원 채취 구역에 촉수를 박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절대 피해를 입지 않겠다는 의지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상황은 점점 엇비슷해졌다.

이승우가 모든 복구를 마쳤을 때 김윤호는 어느새 군락 체계를 갖추고 4개의 금광을 확보했다.

더 이상 승부는 알 수 없게 되었다.

****

비비로 정찰을 한 순간 얼굴이 굳어졌다.

이미 상대는 무적의 마수 체계를 갖춰나가고 있었다.

확실히 우승자라 클래스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여기까지 따라오다니.

다행히 아직 승부는 5:5.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이길 수 있다.

어차피 상대가 군락을 완성시켰기에 더 이상 용혼은 생산하지 않았다. 망태할배에 흑운에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었다. 대신 비렴 2기를 합쳐 시켜 만들 수 있는 풍백과 지룡 생산 체계를 갖췄다.

둘 모두 범위 공격과 강한 공격력을 지녔다는 장점을 지녔지만 금을 많이 잡아먹는다는 단점도 지니고 있었다.

적어도 4개의 금을 먹어야 수월하게 병력을 뽑을 수 있었다.

확장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용족은 힘들어진다. 촉수로 충분히 방어를 할 수 있는 마수와 달리 용족은 용광포로만 수비를 할 수가 없다. 흑운의 존재 때문이었다.

흑운 1기와 마견 1부대면 멀티 하나가 쑥대밭이 되는 것도 시간 문제였다.

그걸 김윤호도 잘 알고 있었고 여지없이 흔들기가 시작되었다. 본진으로 드랍을 날리면서 동시에 멀티에 싼 마견을 보내 테러를 시도했다.

공속업이 된 마견을 지옥 그 자체였다.

싼 가격과 빠른 생산 속도.

한 번에 2기씩 나오는 물량까지.

모든 것이 사기였다.

동시에 본진 드랍도 떨어졌지만 아직 비비가 살아있었기에 그나마 피해없이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멀티에 피해를 입는 것까지 완벽히 막을 순 없었다.

이런 자잘한 피해들이 조금씩 누적되었다. 진출을 해야 하는데 수비에 발이 묶이는 일이 잦아졌다.

마음이 급해졌다.

얼른 나가야하는데.

조합 된 병력으로 부딪쳐야하는데.

지금 할 수 있는 건 발을 동동 굴리는 것뿐이었다.

지금 정면 싸움을 한다면 화력 면에선 내가 유리하다. 다수의 풍백과 지룡을 확보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김윤호는 정면 싸움을 피했다.

본인이 진다는 걸 알고 있기에 게릴라로 피해를 주는데 집중했다. 약이 올랐지만 할 수 없었다. 부스를 뛰쳐나가 김윤호의 멱살을 잡고 싸우자고 할 순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김윤호는 똑똑했다.

자신이 유리하게 상황을 가져가려면 어떻게 아는지 확실히 알고 있었다.

정면 싸움을 피하면서 조금씩 병력을 야금야금 갉아 먹는 것.

뻔히 눈에 보이는 수였지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조금씩 병력의 수가 주는 것이 느껴졌다.

자원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멀티를 깨려 러시를 갔지만 언덕 위의 가시귀와 촉수의 조합은 너무 단단했다.

혈풍으로 현룡을 잡아내는 컨트롤도 실수 없이 해냈다.

계속해서 현룡이 잡히는 바람에 가시귀를 볼 수가 없었다. 짜증이 울컥 솟아 마우스를 던지고 싶은 심정이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상황이 묘해졌다. 그 사이 병력의 수가 역전되는 순간이 왔다. 어떻게든 조합을 유지하려 애썼지만 일단 먹는 자원이 차이가 났다.

그제야 모든 병력을 내 병력이 있는 곳으로 보내는 김윤호였다.

대규모 전투가 벌어졌다.

[투신]을 사용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투신]도 싸울 병력이 있어야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지 지금처럼 병력의 수가 차이가 나면 아무 소용이 없었다.

사방에 흑운과 토혈이 뿌려짐과 동시에 마수의 병력이 해일처럼 밀려들었다. 풍백과 지룡의 범위 공격과 비렴의 천벌로 항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모든 병력을 전멸시키고 미친 듯이 건물을 때리고 있는 마견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방법이 없다.

자원도 병력도.

아무 것도 없다. 지금 [엄대엄]을 쓴다고 5:5가 되는 건 아니다. 어느 정도 상식적인 상황에서 사용이 가능한 것이지 지금처럼 경기가 기운 상태에선 [엄대엄]도 먹히지 않는다.

지금 내가 해야 할 건 한 가지 뿐이다.

GG선언.

차마 손이 떨어지지 않지만 방법이 없었다.

-이승우 : GG

전혀 예상치 못한 패배.

1시간 경기의 결과가 패배라니.

원래대로라면 40분 전에 승리로 끝냈어야 할 경기였다.

내 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고개가 자연스레 땅으로 떨궈졌다. 아직 키보드 위에 올라가 있는 두 손이 바르르 떨리고 있었다.

심정을 대변하는 것처럼.

경기 초반부터 주도권을 가져왔기에 이렇게 질 줄 생각도 하지 못했었다. 경기가 김윤호에게 넘어가게 된 원인은 너무나도 잘 안다.

‘너무 흥분했어.’

솔직히 신났다. 치는 족족 상대가 휘청거렸으니까.

더 신이 나서 날뛰었다. 상대가 날카로운 비수를 품 안에 숨긴 것도 모르고.

난 점점 흥분했고 상대는 점점 차분해졌다. 적당한 흥분은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지만 뭐든지 지나치면 독이 되고 만다.

지금도 그랬다.

거의 이겼다는 생각에 시야가 좁아졌고 겨우 4마리의 가시귀에 대부분의 용안이 죽고 말았다. 확장을 늦춰가면서까지 얻었던 이득이 순식간에 날아가고 말았다.

김윤호나 나나 일꾼에 큰 피해를 입은 건 마찬가지지만 종족의 특성 상 피해 복구 속도가 확연히 차이 났다. 동시에 여러 기의 일벌레를 뽑을 수 있는 마수와 달리 용족은 신전 하나에서 1기씩만 뽑을 수 있었으니까.

분명 신을 낸 건 나다.

3번째 자원채취 지역에 큰 피해를 주고 본진과 앞마당에 용아를 집어넣고 마구 헤집었다. 유리한 상황에 집중하고 있던 나와 달리 김윤호는 이 상황을 역전 시킬 수 있는 덫을 준비하고 있었다.

거기에 보기 좋게 걸려버렸다.

본진과 앞마당에 용광포 하나씩만 지었더라면 어땠을까하는 후회가 물밀듯 밀려왔다. 아니 그 전에 김윤호를 확실히 끝냈어야 했다. 이 정도면 되었지하고 만족했으면 안됐다.

그리고 이겼다고 생각했다.

자만.

순간 헛웃음이 나왔다. 이영우를 쓰러뜨릴 수 있었던 이유는 이영우가 자신이 지나쳐 자만한 모습을 비췄기 때문이었다. 오늘 내가 그랬다. 자만했다. 그래서 방심했다. 불과 어제 상대를 쓰러뜨린 이유로 스스로가 무너지다니.

입 안이 까슬거렸다.

프로리그에서 패배했다면 지금처럼 힘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2패.

진출이 불투명해졌다. 이제 내 손으로 결정할 수 있는 건 없다. 어제까지 적이었던 이영우가 김윤호를 이기고 3승으로 깔끔하게 8강에 올라가는 걸 바라야한다.

정말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어제의 적에게 마지막 희망이 걸려있다니. 씁슬한 웃음이 입가에서 맺혔다. 이런 저런 복잡한 생각에난 쉽사리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그때였다.

-탁.

부스의 문이 열리고 누군가 들어왔다. 도 수코님이었다.

“가자. 승우야.”

혹 내가 상처받지는 않을까 조심스러움이 물씬 느껴지는 목소리다.

난 아무 말 없이 도 수코님의 뒤를 따랐다.

============================ 작품 후기 ============================

여러분 감기 조심하세요.

어제 기절해서 지금 일어났습니다.

몸관리를 하지 못해 정말 죄송합니다.

일단 주 6회 연재라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글을 올립니다.

아픈 것 자체가 잘못이라 할 수 없겠지만 몸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건 분명 잘못한 것입니다.

제가 단순히 취미로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지금처럼 유료 연재를 하는 상황이라면 더욱 더 잘못입니다.

다음주도 주6회 연재는 반드시 지킬 것입니다.

다만 내일 하루 연재 시간을 저녁으로 옮길까 합니다.

지금부터 내일 오전까지 푹 쉬고 오후에 감기 기운 털고 일어나서 글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

경기 내용은 대부분 실제 있는 경기를 각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김윤호와 이승우 전도 실제 있는 경기였습니다.

실제 경기도 토스가 저그한테 패배했습니다. 거의 이긴 상황에서요.

참고로 패배한 선수는 종족 최강자라 불리던 선수였죠. 사람이다 보니 그 선수도 그런 실수를 하더라구요.

승우가 스킬 없으면 아무 것도 못하는 정도는 아닙니다.

지금까지 이승우가 패배한 2명 모두 우승자 출신이에요.

이영우와 김윤호.

능력도 능력이지만 경험 차이가 어마어마하죠.

2군에서 아무리 경기를 많이 해봤자 1군 공식경기를 수백 경기한 이 둘의 경험을 따라가기엔 역부족이죠.

충분히 질 수 있는 상대라는 말입니다.

실제 이스포츠를 자주 보셨던 분은 알겠지만 무적이라 불린 이영호도 승률 100%는 아니었습니다. 의외로 뜬금패와 에결연패같은 안좋은 기록도 가지고 있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