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99 Game No. 99 어라? 왜 이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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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큰 일 날 뻔 했네.
[스타급 센스]가 아니었다면 생각보다 큰 피해를 못줄 뻔 했다. 가시귀알 때문에 입구가 떡하니 막혔을 때 순간 머릿속이 백지장처럼 새하얘졌다.
그러나 그 것도 잠시.
갑자기 데리고 온 흑완이 떠올랐다.
곧 흑완으로 가시귀알을 제거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자연스레 이어졌고 무사히 비렴을 언덕 위로 올릴 수 있었다. 처음엔 [스타급 센스]가 어떻게 발휘되는지 감을 잡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얼추 짐작할 수 있었다. 당황해 순간 몸이 굳어졌을 때 [스타급 센스]는 빛을 발했다.
바로 오늘처럼.
상황은 크게 유리하다.
현룡이 없어 가시귀를 못 보는 상황이라 막히긴 했지만 아쉬움이 전혀 없을 정도로 큰 피해를 줬다. 세 번째 자원 채취 지역의 소굴을 전부 파괴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3개 중 1개를 파괴하는데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일벌레 역시 상당수 잡아내며 자원 수급이 어렵게 만들었다.
본진과 앞마당 역시 마찬가지였다. 모두 잡히긴 했지만 상대의 진영을 크게 휘저으며 수습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게 만들었다.
동시에 여러 군데를 컨트롤하는 것이기에 결코 쉬운 컨트롤은 아니었지만 [투신]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했다.
반면 내가 잃은 건 철만으로 생산할 수 있는 용아뿐이었다.
이미 세 번째 확장 지역에 신전을 올리고 있는 중이었고 이미 그 주변을 용광포가 든든하게 지키고 있는 상황이었다.
비비 역시 공중을 날아다니며 정찰을 꾸준히 해주고 있었고 눈에 띄는 군주를 틈 나는 대로 잡아주었다.
그나저나 생각보다 병력 숫자가 많은데?
중간에 잘 째긴 했나보다. 일벌레 수에 비해 그슨대의 숫자가 조금 많다. 그래도 상관없다. 현재 마수의 병력으로 나를 끝낼 수 있으면 모를까 어차피 마수가 남은 병력으로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
죽은 병력이란 말이지!
병력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목적이 있어야 무서운 것이다. 지금처럼 죽은 병력은 얼마가 있든 무섭지 않다.
무엇이라도 해보려고 발악하는 것이 안쓰러울 정도였다. 부대 단위의 그슨대가 내 세 번째 자원 채취 지역으로 밀려들었다.
미안하지만 거긴 지옥이거든?
들어올 땐 네 마음대로지만 나갈 땐 아니란다.
이미 용광포와 비렴으로 단단히 막고 있는 곳이기에 단순 그슨대만으로 뚫는 건 불가능했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라고 해야 할까?
실제로 대부분의 그슨대가 용광포 1,2개를 깨는데 그쳤다.
얼마나 급하면 이런 말도 안 되는 움직임을 보이는지 안타까운 마음마저 들 정도였다.
이제 내가 할 일은 간단하다.
안정적으로 3개의 금광에서 금을 채취한 후 용혼을 조합해서 군락이 완성되기 전에 공격을 떠나면 된다. 현재 마수의 조합으로 절대 이 조합을 막아낼 수 없다.
승리가 코앞에 다가왔다.
손을 뻗으면 잡을 수 있을 만큼 가까워졌다.
잠깐?
분명 세 군데서 자원을 돌리고 있는데 왜 이렇게 자원이 부족하지? 9개의 제단을 돌리고도 자원이 남아야하는데 4개의 제단을 돌리는 것도 버겁다.
무슨 문제라도 있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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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이승우 선수에게 많이 기울었습니다.
-방금 전 공격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아주 쑥대밭을 만들어놓았거든요. 지금 일하는 일벌레의 숫자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해설만 들으면 편파해설 같지만 화면을 본다면 왜 이렇게 해설을 하는지 고개가 절로 끄덕거려질 것이다. 경기 시간 1분가량이 지난 마수가 맞는지 고개가 갸웃거릴 정도로 김윤호의 상황은 최악이었다.
특히 테크가 느리고 일벌레의 숫자가 너무 적다.
연달아 들어온 이승우의 공격에 제대로 버티지 못하고 크게 휘청거리고 말았다. 가시귀로 간신히 공격을 막아내긴 했지만 숨 돌릴 틈을 주지 않고 비비로 꾸준히 정보를 빼내갔다.
-도대체 김윤호 선수가 무슨 잘못을 했답니까? 예? 지금 김윤호 선수가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있기는 한겁니까?!
-굉장히 어려운 상황임은 분명합니다. 누가 봐도 이제 끝난 건 아닐까 싶을 정도의 상황이라는 것도 맞고요. 하지만 선수는 포기하면 안 됩니다. 일단 시간을 벌어야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소굴은 크게 다치지 않았거든요? 남은 5개의 소굴에서 일벌레를 쭉쭉 뽑아 붙이면 일단 자원은 어느 정도 복구할 수 있습니다. 그 다음 해야 할 일이 시간을 버는 겁니다. 에. 그러니까 어차피 그슨대와 가시귀로 용족의 조합된 병력을 상대하는 건 무리가 있거든요? 군락 가야합니다. 어떻게든 군락을 갈 수 있는 시간을 벌어야합니다. 견제를 하든, 뭘 하든 시간을 끌어야 합니다. 이승우 선수를 끊임없이 귀찮게 해줘야 해요. 시간을 벌지 못하면 일벌레 충원해봤자 소용없어요. 용혼이 포함 된 다음 공격에 밀립니다. 그땐 가시귀도 소용없습니다. 현룡도 따라 올 거거든요. 처음 김윤호 선수가 주목을 받은 이유가 무엇이었습니까? 뛰어난 피지컬로 상대방을 찍어 누르는 이제운같은 마수와 전혀 다른 생각하는, 상대의 수를 훤히 내다보는, 마치 환국과 같은 플레이를 펼쳐 이슈가 되지 않았습니까? 그로 인해 우승까지 차지했고요. 이번에 그런 모습이 또 한 번 나와야합니다. 김윤호 선수라면 불가능한 것도 아닙니다. 저번 시즌도 불굴의 역전승을 쏟아내며 MSL 4강에 오르지 않았습니까?
그야 말로 입신전이 나와야 한다. 터무니없지만 터무니없는 소리가 아니다.
그 여부는 김윤호가 결정한다. 과거 우승을 했을 때의 모습을 다시 보여준다면 충분히 역전 할 수 있다.
-이대로 이승우 선수가 경기를 잡게 되면 집에 있는 이영우 선수가 참 좋아하겠네요.
-아. 그러네요! 오늘 이승우 선수가 이기면 이영우 선수는 조 1위로 8강 진출을 확정짓게 되죠?
김태영 해설의 말에 무언가를 깨달은 듯 짧게 탄성을 내더니 이내 수긍하는 엄재웅 해설이었다. 분석하기 좋아하는 엄재웅 해설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듯 했다.
현재 A조의 상황은 이렇다.
이영우 2승, 임형규 1승 1패, 이승우, 김윤호 각각 1패씩.
이번 경기에서 이승우가 이기게 된다면 임형규와 이승우가 각각 1승 1패씩 동률을 이루고 김윤호는 2패로 4위가 된다.
앞으로 남은 경기는 이영우와 김윤호의 경기인 5차전, 이승우와 임형규의 6차전인데 6차전에서 붙는 2명이 각각 1승 1패를 거두었기에 누군가는 2승 1패가 되어버린다.
반면 김윤호는 5차전에서 이영우를 상대로 승리를 해봤자 최대 1승 2패 밖에 거둘 수 없다. 즉 오늘 패배하게 되면 자동으로 탈락이 확정되는 것이다.
이승우가 패배하게 되면 진출할 가능성이 크게 낮아지는 건 맞지만 아예 가능성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이영우가 3승을 해버리고 6차전에서 이승우가 임형규를 잡는다면 1승 2패가 3명이 되어 조 2위를 가리는 재경기가 펼쳐진다.
아무래도 더 절박한 쪽은 김윤호였다.
지면 끝이니까.
그때였다.
-지금 이승우 선수 본진 쪽으로 움직이는 거 뭐죠?
-군주네요. 군주. 각각 1기의 군주가 이승우 선수의 본진과 앞마당 쪽으로 향합....혹시 드랍인가요?
지금 정찰을 갈 이유는 없다.
군주가 움직인다면 드랍일 가능성이 높았다. 엄재웅 해설의 생각은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2기의 군주는 가시귀를 태우고 있었다.
눈코 뜰 새 없이 얻어맞는 와중에도 회심의 카운터를 준비하고 있던 것이다.
-그렇죠! 이렇게 당하고만 있을 김윤호 선수가 아닙니다! 자존심이 허락 안하죠!
-정신 없는 와중에도 비수 한 자루를 몰래 갈고 있던겁니다. 이거 제법 날카롭죠?
-알면 괜찮지만 만약 모르고 있다면 이거 모릅니다. 아직 지켜봐야합니다!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무사히 이승우의 본진에 떨어진 가시귀 4기.
앞마당에 2기, 본진에 2기가 자원 지대 근처에 잠복을 했다.
그리고.
-파바박
-펑.퍼퍼퍼퍼펑.
마수에겐 환희의 불꽃쇼가, 용족에겐 악몽같은 일이 벌어졌다. 다수의 용안이 가시귀의 공격에 의해 터져나간 것이다.
-이승우 선수 반응 안하죠? 아. 몰라요. 전혀 모릅니다!
-빨간불이 분명 들어올...아. 김윤호 선수 정말 대단합니다. 아까부터 말도 안 되는 공격을 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네요. 앞에서 계속 그슨대로 치고 빠지니 빨간불이 떠도 그 쪽 때문인 줄 알지 설사 본진에 드랍이 떨어졌을거라 생각 못하는 거거든요?
-도대체 왜 본진과 앞마당 신전 근처에 용광포를 짓지 않았나요?
김태영 해설의 안타까운 외침이 장내를 떠돌았다. 만약 각각 하나씩의 용광포가 있었더라도 지금과 같은 피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승우는 앞마당 입구 쪽과 세 번째 자원 채취 지역에만 용광포를 지었을 뿐 본진과 앞마당 자원 근처엔 용광포를 짓지 않았다.
이유는 두개였다.
공중을 장악했기에 드랍이 오지 않을 거라 생각한 것이 첫 번째였고 광풍협곡이 아예 지어지지 않았기에 닷발귀나 혈풍의 습격에 대비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 두 번째 이유였다.
-비비가 공중을 완벽히 장악했기 때문에 설마 드랍 공격이 올 줄은 몰랐던 거죠!! 실제로 틈도 별로 없었습니다. 비비가 계속 공중을 돌아다니고 있었으니까요. 정말 그 찰나의 틈. 비비가 자신의 진영 쪽에 보이는 순간 아. 지금 본진 근처에 비비가 없구나라는 걸 판단하고 2기의 군주에 가시귀를 태워 날린거에요. 이거 웬만한 배짱이 없으면 못하거든요? 아니 배짱을 떠나 생각하는 것 자체가 쉬운 것이 아니에요!
반면 엄재웅 해설은 잔뜩 신이 나 몸을 들썩이며 해설을 쏟아냈다. 용족을 응원하는 김태영 해설과 달리 딱히 응원하는 선수나 종족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좋아하는 상황은 오직 하나.
재미있는 스토리가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바로 지금처럼.
-킬수! 킬수를 찍어주세요!
-왼 쪽의 가시귀가 6킬, 옆에 있는 가시귀가 5킬 도합 11킬입니다! 앞마당에서만 거의 1부대의 용안을 잡아냈어요. 본진까지 포함하면....으아! 2부대가 넘는 용안이 이번 견제에 터진 겁니다!
용안은 끊임없이 터져나갔다. 이승우가 본진의 드랍을 눈치 챈 것은 2번의 공격이 더 있은 후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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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이게?
자원 채취에 무슨 문제가 있나 싶어 본진과 앞마당 자원 지대를 확인한 나 멍하니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각각 2기씩 잠복해 있는 가시귀가 신나게 용안을 긁고 있었던 것이다. 방금 공격에도 용안이 우수수 터져나갔다 정신을 차리고 용안을 뒤로 쭉 뺐을 땐 이미 남아있는 용안의 숫자가 얼마 없었다.
순간 뒤통수를 거대한 망치로 1대 후려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래서 무리인 것을 알면서도 그슨대를 비렴과 용광포에 들이댔던 것인가?
유닛이 공격을 받으면 미니맵에 빨간 불이 뜬다. 만약 그런 움직임이 없었다면 어딘가에 이상이 있다는 걸 확인하고 문제점을 찾기 위해 본진과 앞마당을 샅샅이 훑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슨대가 농성을 펼치는 바람에 미니맵에 들어와 있는 빨간 불이 그 쪽에서 난 것인 줄 착각했다.
이 모든 것이 김윤호의 노림수라는 걸 깨달은 순간 온 몸에서 소름이 돋았다.
난 잘근잘근 입술을 깨물었다.
지금 상황이 어떻지? 여전히 내가 유리한가? 아니면 승세가 넘어갔나?
일단 용안의 피해가 너무 크다. 자원 지역 1개를 돌릴 정도의 용안 밖에 남지 않았다. 당연히 9개의 제단을 돌릴 여력이 없다. 용혼의 조합도 뒤로 미뤄졌다. 일단 가지고 있는 철을 비렴과 용안을 생산하는데 집중했다.
심장이 쿵쾅거리며 불안감이 증폭되었다. 회복 속도가 다르다. 3개의 신전에서 용안을 뽑고 있긴 하지만 마수의 일벌레 충원 속도를 따라갈 수 없었다.
‘안되겠다.’
일단 이 상황을 타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지체 없이 [엄대엄]을 사용했다.
============================ 작품 후기 ============================
당하면 딥빡...
입에서 욕이 절로 나오는 상황 중 하나죠.
물론 마인대박이 더 빡치긴 합니다.
내일이면 osl도 마무리 되겠군요.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기대해주세요.
마지막으로 부모님 결혼기념일 준비로 토요일 연재를 자정에 올리지 못할 것 같습니다. 최대한 제 시간에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어릴 적부터 항상 생일날 부모님께 생일 용돈 받으면 그 돈으로 부모님 결혼 기념일 선물을 사곤 했습니다. 정확히 4일 차이나니까요.
이번엔 용돈 받지도 않고 온전히 제 돈으로 부모님 선물을 사드릴 수 있겠네요.
독자분들 덕분입니다.
앞으로도 재미있는 글로 보답하겠습니다.
그럼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