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97 Game NO. 97 으아아! 힘이 솟구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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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L 시작한다!”
누군가의 외침이 끝나기가 무섭게 S1의 선수들이 각자 먹을 간식과 노트를 들고 연습실로 모였다.
보통 때와 다른 연습실의 모습.
중앙엔 거대한 화면이 설치되어 있었고 그 곳에선 OSL이 방영되고 있었다.
아스트로처럼 분석을 위해 만들어진 시설이었는데 그 성능이나 모양새가 훨씬 깔끔하고 좋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금이야 위너스리그에서 아스트로가 1위를 달리며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전까지 성적을 비교해보면 S1과 아스트로는 하늘과 땅 차이다. 후원 역시 하늘과 땅 차이였다.
“넌 누가 이겼으면 좋겠냐?”
“승우 형이 이겼으면 좋겠네요.”
대부분 선수들의 관심은 이승우에게 가 있었다. 과거 함께 있던 동료기도 하고 요즘 그가 보여주는 기세가 엄청났기 때문이었다.
“어제 지리던데. 이영우 잡고 올라가고. 걔가 원래 그렇게 잘했었나?”
특히 같은 용족인 김택윤과 도재열의 관심이 지대했다. 어제 경기를 보고 둘은 크게 놀랐다. 이영우를 정면 승부로 잡아내다니. 초중반에 무언가 있는 척 하다 오히려 확장을 빠르게 가져가 극 후반을 노리는 건 모험이자 뛰어난 심리전이었다. 둘은 이승우와 가장 친하게 지냈던 임형규에게 이 것 저 것 질문을 쏟아냈다.
“잘하기는 엄청 잘했어요. 긴장을 많이 해서 그렇지. 조금만 건드려주면 충분히 폭발할 재능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무언가가 부족했어요.”
임형규는 새어나오는 웃음을 간신히 숨겼다. 그는 이승우의 성공을 누구보다 기뻐했다. 아마 가족만큼 기뻐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기쁨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 어쨌든 이승우는 S1에서 아무런 활약도 하지 못하고 잉여자원으로 분류 되어 방출 당했고 다른 팀으로 가 지금처럼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는 상태.
이승우가 활약하면 활약할수록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형. 꼭 이겨!’
임형규는 속으로 이승우를 응원했다. 일단 둘이 함께 올라가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적어도 둘 중 1명 이상은 올라갔으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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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호와 경기를 펼치는 전장은 우사의 정원.
어느 종족에게 특별히 기울지 않고 모든 종족이 해볼만하다고 느낄 전장이다. 그렇기에 마수가 5소굴이나 6소굴 운영을 즐겨 사용한다. 만약 프로리그 경기나 이미 진출이나 패배가 확정 된 상황이었다면 이 전략을 들고 나오겠지만 오늘같이 중요한 경기엔 무언가 특별한 수를 준비해 왔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역시.’
[날빌러]가 추천해준 빌드는 안전하게 용광포를 4개 짓고 시작하는 것이었다. 정확히 어떤 빌드를 사용할진 모르겠지만 땡그슨대나 초반 마견 올인 같은 공격적인 플레이를 김윤호가 한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이 정도만 되면 충분하다. 용안을 미친 듯이 움직이거나, 빠르게 비비를 보내야 알 수 있는 정보를 난 시작과 동시에 알 수 있다. 이것만으로 크게 앞서나가는 것이다.
자. 그럼 안전하게 앞마당을 먹어 볼까요?
난 아무런 부담 없이 앞마당에 솟대와 용무관을 건설했다. 어차피 초반 공격은 없을 거다. 김윤호가 극단적인 5일꾼 마견 러시 같은 걸 했다면 [날빌러]가 추천해준 빌드는 4용광포가 아닌 빠른 용광포 혹은 빠른 제단 정도였을 것이다. 일단 초반은 안전한 상태.
[날빌러]의 역할은 여기까지.
이젠 내가 판단해야한다. 최대한 안전하게 하자. 안전하게.
소굴 단계의 공격을 선택한 김윤호였기에 테크가 느리고 일벌레의 숫자가 부족하다. 분명 자신의 공격이 막히면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무리수를 던질 것이다. 그럼 난 그 찰나의 타이밍을 노린다. 병력 생산을 쉬고 테크와 일벌레 생산에 집중한 그 짧은 시간을 노릴 생각이었다.
생각대로만 된다면 생각보다 쉽게 승리를 챙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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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선수 눈치 챘나요? 용광포 4개까지 늘어납니다!
-이야. 눈치가 장난이 아니네요. 용안으로 슬쩍 보니까 무언가 수상하거든요.
-감각이 날카롭게 서있습니다.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거에요. 이건!
-이러면 뚫을 수 없죠. 이승우 선수 안전하게 하나 더 늘려 용광포가 5개나 되네요! 이러면 김윤호 선수 큰일 났죠. 아.
-김윤호 선수 표정 안 좋습니다!
화면에 비친 김윤호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고 있었다. 특별한 전투가 없었음에도 경기는 이승우에게 기울었다. 아무 이유 없이, 단순히 상대의 공격이 두려워 용광포를 늘렸다면 테크가 늦어진 이승우의 손해겠지만 지금 김윤호는 초반 공격을 선택했다. 용광포를 5개나 지은 용족보다 훨씬 테크가 느리다는 말이었다. 곧 있으면 비비가 날아올 텐데 아직 마굴도 누르지 않았다. 일단 할 수 있는 건 그슨대를 나눠 날아올 비비를 막는 것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3번째 자원 채취 지역에 소굴을 펼쳤다는 것이었다. 원래대로라면 타 스타팅 앞마당에 펼쳐졌어야 할 소굴이지만 이후 방어를 생각해 본진과 가까운 중립 확장 지역을 가져갔다.
지금 당장이야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추후에 4번째 금광을 가져가려면 꽤 까다로울 것이다. 아무래도 거리가 멀고 심시티나 촉수로 방어할 수가 없으니 말이다.
어쨌든 그건 후반의 상황.
지금 당장의 고비를 넘기는 것이 중요했다. 김윤호는 그슨대의 생산을 중단하고 일벌레를 늘리는데 힘썼다.
그 모습을 그냥 지켜 볼 이승우가 아니었다.
-지금 김윤호 선수 확장 지역에 빨간 불 들어오는 거 아닌가요? 그 쪽 한 번 봐 주시죠?
재빨리 전환되는 화면.
김윤호의 3번째 자원 채취 지원은 난리가 나 있었다.
겨우 1기의 용아에 의해.
-이야! 언제 용아 1기를 돌린 거죠? 피해 하나 안입어도 될 상황에서 일벌레가 1기가 죽었습니다.
-죽은 것도 죽은 거지만 지금 일을 하지 못하고 이리 저리 도망 다니는 것도 엄청난 피해거든요? 현재 용족은 너무나 무난합니다. 아무런 문제없이 자원을 채취하고 있고 테크면 테크 제단이면 제단 모든 것이 순조롭게 올라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김윤호 선수 어려워요. 어려워.
-이승우 선수!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놀라운 플레이를 연달아 펼치고 있습니다. 어제는 이영우를 떡하니 잡아내더니 오늘은 김윤호 선수를 강하게 몰아붙입니다. 전의 패배는 이영우니까 당했다! 뭐 이런 건가요?
중계진이 격양 된 목소리로 한 마음이 되어 외쳤다. 가끔 오디오가 맞물렸지만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보는 이로 하여금 심장이 쿵쾅거리고 피가 끓어오르게 만들었다.
-김태영 해설께서 아주 기분이 좋으시겠네요. 어이구? 이미 귀에 입이 걸렸네요!
전현석 캐스터의 말에 순간 웃음이 쏟아졌다. 화면에 살짝 비친 김태영 해설은 원하는 걸 얻은 어린아이마냥 해맑게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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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어!’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모든 것이 머릿속에 그려놓았던 그림대로 흘러가고 있다. 아니 오히려 더 좋은 상황이다. [투신]을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용아는 날개 단 호랑이마냥 마수의 진영을 휘저었다.
상대가 당황하고 있는 것이 온전히 느껴졌다.
겨우 1기의 용아였으니 경기를 끝낼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1기의 일벌레를 잡는 활약과 생각보다 긴 시간 자원 채취를 방해했기에 충분히 만족했다. 이런 피해가 누적되어 승리를 얻게 되는 것이니 기쁠 수밖에 없었다.
원래대로라면 가까운 3번째 자원 채취 지역을 가져가며 용혼을 가져가는 것이 정석이지만 이번엔 다르게 해보기로 했다. 내 공격력과 스킬 [투신]을 믿는 것이었다.
일단 최대한 3번째 확장은 늦춘다. 금이 들어가는 용혼의 생산 역시 줄인다. 남는 금은 혹시 모를 역닷발귀를 대비해 비비를 찍어주거나 비렴 생산하는데 돌린다.
남는 철로 뭐하냐고?
스피릿.
용아만 주구장창 찍어 대는 거지. 뭐.
일단 제단의 수를 9개까지 늘렸다.
제단의 숫자는 아무렇게나 늘리는 것이 아니다. 나름의 법칙이 있다. 일단 기본적으로 자원 채취 지역 1개당 3개의 제단이 가장 적절하다. 이 정도 올렸을 때 테크와 생산 모두 차질 없이 할 수 있다. 조금 더 물량을 끌어올리면 4개 이상을 지어주면 된다. 이렇게 되면 테크를 올리며 모든 제단을 올리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만약 올인을 선택한다면 최대 5개까지 지을 수 있다. 앞마당만 먹고 10개의 제단을 돌릴 수 있는 것이다. 단, 이 경우 공격 1번이 막히면 뒤가 없다고 봐야했다.
물론 기본적으로 용안 최적화를 이루었다는 전제가 깔려야 했다. 무작정 제단의 수만 맞춘다고 되는 건 아니었다.
내 선택은 9개의 제단.
올인보다 한 발 물러난 선택이다. 애매할 수도 있지만 확실히 피해를 입히기만 한다면 오히려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상대가 무난히 자신이 준비한 것을 진행한 상황이라면 모를까 지금처럼 피해가 누적 된 상태라면 반드시 찌를 수 있는 타이밍이 한번 나온다. 지금 내 선택은 그 타이밍을 노리고 한 것이었다.
지금 김윤호가 하고 있는 건 뻔하다. 아마 정신없이 일벌레와 소굴을 짓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당장 나오는 병력은 그슨대일 수밖에 없다.
결코 테크가 빠를 수가 없으니까.
발업 된 용아와 비렴의 조합, 일명 용비는 그슨대에게 극강이다. 빠른 용아가 달라붙어 그슨대를 때리고 뒤에서 비렴이 천벌을 떨어뜨리며 지원사격을 가한다.
마수는 천벌을 피하기 위해 그슨대를 뒤로 뺄 것이고 그러는 와중에도 용아의 공격을 지속적으로 받게 된다. 즉 용족이 손 1번가면 될 걸 마수는 최소 2번 이상은 해야 싸울 수 있는 것이다.
상성만으로 용족이 유리한데 나에겐 [투신]까지 있다. 질래야 질 수가 없는 싸움인 것이다.
용비를 막으려면 마수가 해야 할 건 심시티로 용아가 달라붙지 못하게 만든 후 뒤에 촉수와 그슨대로 방어라인을 구축하는 것이다. 마수가 심시티를 갖추면 용비 조합으로 둟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원거리 공격을 할 수 있는 용혼으로 심시티를 제거한 후 뚫어야했다. 하지만 지금 마수의 상황에서 심시티가 될 리가 만무했으니 용혼 역시 당장 뽑을 필요가 없었다. 지금 김윤호는 그슨대를 뽑는 것만으로 정신이 없을 테니까.
물론 김윤호도 바보는 아니니 용아에 강한 가시귀 생산을 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내 타이밍이 더 빠르다. 가시귀가 나와 봤자 5기를 넘기가 힘들겠지. 한 곳에 집중되어 방어를 하고 있다면 모를까 흩어져 있다면 그리 두려운 놈들은 아니다. 미리 뽑아 둔 비렴 덕에 천벌 역시 잔뜩 쓸 수 있었기에 더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
일단 용비 조합으로 그슨대를 상대한다.
마수가 정신이 없는 틈을 타 모아놓은 비비로 군주를 찢어발긴다. 이대로 진행되기만 한다면 경기는 거의 끝난다. 혹시 몰라 비비로 끊임없이 정찰을 했다. 확실히 마수는 경황이 없었다. 아직 닷발귀나 혈풍을 생산할 수 있게 해주는 광풍협곡조차 올라가지 않았으니까.
통한다.
무조건 통한다.
지금 마수는 예상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김윤호가 생각이 없어서 이렇게 뻔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이 것 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점점 원하는 타이밍이 다가오고 있었다. 늘어난 제단에서 폭발적으로 물량을 쏟아냈다. 용아와 비렴이 당장 전투에 나가게 해달라고 소리치는 것 같았다.
아직은 아니다. 조금 더 기다려야한다. 나와 김윤호의 차이가 극에 달하는 그 시점이 용아가 뛰쳐나가야할 시기다.
비비가 한 번 더 마수의 본진을 훑었다.
‘지금이다.’
이제 때가 되었다.
============================ 작품 후기 ============================
어제 사정(공지 참조)이 생겨 연재가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내일부턴 원래 올리는 자정에 올립니다.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