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95 Game No. 95 심기일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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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혈전 끝에 8명 중 4명의 16강 진출자가 정해졌다. 앞서 경기를 펼친 A조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하는 임동원과 송병호가 16강에 진출하는데 성공했고 뒤 이어 펼쳐진 E조에선 이승우와 이영우가 나란히 1,2위를 하며 16강에 진출했다.
누가 진출해도 이상하지 않는 혼전 속에 마무리 된 MSL 개막전은 많은 화제를 뿌리며 PD를 기쁘게 했다. 디팬딩 챔피언인 임동원이 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는 사실을 필두로 육룡에서 가장 오랜 경력을 지니고 있는 동시에 수많은 남자팬을 거느리고 있는 송병호가 함께 올라갔다는 건 PD 입장에서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는 일이었다. 탈락한 두 선수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박성찬과 박수천에 비해 송병호의 이름값이 월등히 높았다. 둘 모두 우승자 출신이지만 아무래도 택뱅리쌍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송병호보다 무게가 떨어지는 건 사실이었다. 더군다나 송병호는 단순히 1회 우승자가 아니라 결승전을 5번이나 진출한, 결승 진출 숫자만 따지면 용족 중 가장 많이 올라간 선수였다. 송병호와 라이벌 구도에 있는 김택윤 조차 결승은 4번 밖에 오르지 못했다. 물론 송병호는 5번 결승에 올라 1회 우승에 그친데 반해 김택윤은 4번의 결승전 중 무려 3번을 우승을 차지하긴 했지만.
어쨌든 흥행을 생각한다면 임동원과 송병호가 32강을 통과한 건 좋은 일이었다.
더욱 더 대박이 난 건 E조였다.
이승우가 이영우를 격파하며 조 1위로 진출했고 패자조로 떨어졌던 이영우는 패자전과 최종진출전을 내리 잡아내며 조 2위로 올라갔다. 내심 이 두 선수가 올라가길 바랐기에 더욱 더 기뻤다.
이승우가 이영우를 잡는 이변이 더해져 극적인 드라마까지 만들었으니 입이 귀까지 찢어지는 건 당연지사였다. 마지막 이영우의 승자 인터뷰도 대박이었다. 다음에 만나면 이렇게 쉽게 승리를 가져갈 수 없을 거라는 말. 아니 더 이상 승리할 수 없을 거라는 말로 제대로 이승우를 도발 했다.
실제로 기분이 좋아진 메인 PD는 연신 회식을 외치며 모든 사람을 붙잡았다고 한다.
커뮤니티 역시 설전으로 정신없는 저녁을 보내고 있었다.
<리쌍처럼 이승우, 이영우도 쌍우라고 불러야하는거 아님?>
<오바 쩌넼ㅋㅋㅋㅋ 이승우 양대 우승이라도 했나요?ㅋㅋㅋ 쌍우는 개뿔 ㅋㅋ 오늘 1판 이긴거가지곸ㅋ>
<어쨌든 1:1임 ㅇㅇ>
<적어도 10판하고 오든갘ㅋ>
<겨우 1판 이긴거 가지고 겁나 유세떠넼ㅋㅋㅋ 도재열 모름? 그후에 개처발린거?ㅋㅋㅋ>
설전은 끊이지 않았다. 이승우를 예찬하는 네티즌과 시기상조라고 말하는 네티즌들이 거의 반반으로 갈렸다. 시기상조라 말하는 이들도 이승우가 운 빨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아직 우승이라는 뚜렷한 성과가 없기에 추후에 말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어쨌든 전체적인 분위기는 이승우에게 호의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만약 이번 시즌에 이승우가 4강 이상 오르면 육룡에 넣어야하지 않느냐는 말도 심심찮게 나올 정도였다. 이승우에 대한 기사도 엄청나게 올라왔다. 프로리그 올킬보다 더 중요하게 다뤄질 정도였으니 이영우란 존재가 이스포츠에 얼마나 거대한 존재감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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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오를 거라고 생각하긴 했는데 2승으로 그렇게 빠르게 오를 줄이야. 진짜 잘했다. 지금 다 난리났어. 오늘 네 경기 가지고.”
도 수코님이 태워주는 비행기에 난 저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조금 쑥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기분 좋다. 도 수코님 역시 굉장히 기분이 좋아보였다. 흘러나오는 노래에 맞춰 어깨춤을 추고 있던 도 수코님이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입을 열었다.
“참. 부모님한텐 말씀 드렸어?”
물론이다.
가장 먼저 16강 진출 소식을 말한 건 엄마와 동생, 둘 에게였다. 둘 모두 신들의 전쟁을 잘 알진 못하지만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말처럼 오랜 기간 봐온 덕에 대충 어떤 식으로 리그가 진행되는지 알고 있었다. 그간 기회를 잡지 못했던 개인리그 예선을 치른 것도 모자라 본선을 넘어 다전제까지 올라갔다고 하니 뛸 듯이 기뻐하셨다. 혼자 기뻐하신 걸 넘어 같이 일하는 동료 아주머니들에게 내 자랑을 곧바로 늘어놓을 정도였다. 정확히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축하해주시는 아주머니들의 목소리에 저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확실히 좋은 일은 나누면 기쁨이 2배가 되는 것 같다.
더 큰 반응을 보인 건 의외로 동생이었다. 친구들, 특히 남자애들에게 요즘 인기 폭발이라고 했다. 20대 중반의 남자 중 신들의 전쟁을 모르는 이는 거의 없었다. 아는 걸 넘어 대부분 직접 경기를 즐기거나 프로게이머들의 경기를 보는 걸 즐긴다. 동생 친구들 역시 마찬가지였고 녀석들은 나와 동생의 관계를 전부터 알고 있었다.
요즘 동생만 만나면 내가 집에 언제 내려 오냐고 묻는다고 한다. 정확히는 잘 모르고 시즌이 끝나야 내려오지 않을까라고 대답하니 그럼 무조건 오빠 내려오면 사인 받아야하니 연락 달라고 신신 당부를 했다고 했다. 이러다 사인회라도 열어야하는 것 아니냐며 들떠 있는 동생의 목소리를 들으며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 가족 모두가 행복했던 적이 참 오랜만인 것 같다. 내가 가족 앞에 당당하게 있는 것도 참 오랜만이고. 앞으로도 계속 가족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물론 나도 함께 말이다.
행복 할 미래를 생각하니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그려졌다.
“네. 아까 대기실에서 바로 전화 드렸어요.”
“뭐라셔? 기뻐하시지?”
“엄청 기뻐하시죠.”
“그래. 그게 효도지. 다르게 효도냐. 연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모님께 전화도 자주 드려. 목소리 들려주는 것도 효도다? 알지?”
네.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그건 이미 지금도 시간 나는 대로 틈틈이 전화 드립니다!
“우리 팀 선수가 잘 풀려서 진짜 좋다. 지금 커뮤니티도 완전 난리 났어. 확인해 봤냐?”
“아뇨. 아직 그건.”
“꼭 확인해봐라. 장난 아니다. 너 그거 보는 순간 난리날걸?"
도 수코님의 말 살짝 기대가 되었다. 도대체 어떤 글들이 올라왔기에 저렇게 말씀해주시지? 꼭 확인해봐야지. 예전과 달리 요즘 커뮤니티를 확인하는 것이 너무 즐겁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그게 어떤 말인지 요즘 어렴풋 알 것 같았다.
물론 내일 경기 생각한다면 너무 들뜨는 건 위험하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적어도 숙소로 돌아가는 시간까지 만이라도 이 기쁨은 누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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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가장 먼저 보인 건 감독님이었다.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감독님이 내미신 손을 그대로 잡았다. 내가 숙소에 들어온 순간 연습실에 있던 모든 팀원들이 현관문으로 우당탕 소리와 함께 모였다.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나에게.
“오늘 진짜 멋있었어요.”
“진짜 첫 전투 끝나는 순간 소름이 쫙!”
“대박이더라. 이영우를 잡을 줄이야.”
“으. 부럽다. 나는 언제 이영우 잡아보나. 아직 상대전적 5패인데.”
모두들 한 마디씩 던졌다.
그 결과 더욱 더 정신이 없어졌다. 그래도 좋았다. 모두의 시선에서 따뜻한 정이 그대로 느껴졌으니까.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니 지금 결과에 안주하지 말고 열심히 해라.”
“네. 감독님.”
MSL 16강은 32강과 다른 무게감을 지니고 있다. 겨우 1단계 차이지만 진출자를 선정하는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이었다. 원데이 듀얼 방식이었던 32강과 달리 16강부턴 다전제로 치러진다. 16강전은 3전제로 치러지고 8강, 4강, 결승은 5전제로 치러진다.
그간 프로리그에서 많은 활약을 했지만 개인리그 다전제를 치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엄밀히 따지자면 아예 처음은 아니다. 개인리그 예선도 어쨌든 다전제다. 16강 결정전에서 도재열과도 다전제로 치렀었고. 하지만 그건 개인리그 본선이 아니다. 적어도 OSL은 8강, MSL은 16강을 가봐야 다전제를 해봤다고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생에 첫 다전제.
그리고 16강.
항상 꿈꿔왔던 순간이었다.
“원래대로라면 16강 진출 파티를 거하게 해야 하지만 내일 경기도 있으니 오늘은 간단히 하자. 뭐 섭섭하거나 그런 건 아니지?”
“그럴 리가요. 내일 중요한 경기가 있는데.”
이번 주 모든 일정이 마무리 된 것이 아니다.
어쩌면 오늘보다 중요할지 모를 OSL 16강 2차전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일도 잘해야 하는데.’
구름 위로 둥둥 떠오르려는 마음을 붙잡아 준건 내일 펼쳐질 OSL 경기였다.
얼마전 에이스 결정전에서 만난 김윤호와 2차전을 치르게 된다. 상황은 서로 안 좋다.
둘 다 1패씩을 떠안고 있는 상황.
나는 이영우에게 패배했고 김윤호는 형규에게 패배했다. 그리고 김윤호에게 승리한 형규는 이틀 전 이영우에게 패배했다. 상황을 정리해보자면 현재 이영우는 나와 형규를 잡고 2승으로 조1위를 달리고 있었고 그 뒤에 1승 1패의 형규가 있었다.
아지 1경기 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어쨌든 나와 김윤호는 각각 1패로 조 최하위다. 그렇기에 이번 경기가 중요하다.
내일 경기가 끝나면 누군가는 2패가 되어버린다. 일단 2패가 되면 자력으로 8강에 진출할 수 없다.
다른 경기 결과에 따라 재경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차라리 이영우가 3승으로 조 1위를 차지하는 것이 좋다. 가장 최악은 내가 3패가 되는 것이겠지. 적어도 1승을 해놓아야 재경기도 기대할 수 있다. 3패를 하면 알짤 없이 탈락이다.
2패라는 벼랑 끝에 서고 싶진 않다. 김윤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력을 다해 준비하겠지. 일단 초반 올인에만 안정적으로 벗어나면 어느 정도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중 유닛 컨트롤 수치가 크게 높아졌고 [비비 마스터리] 역시 3이나 찍었기에 비비를 통한 견제도 적극적으로 할 생각이다.
문제는 김윤호의 판짜기다.
개인리그에서 우승을 해본 선수와 해보지 못한 선수는 무게감이 다르다. 프로리그에서 승리하긴 했지만 그 경기 하나로 김윤호를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기엔 부족했다.
김윤호는 3김 마수 중 1명 일 뿐만 아니라 브레인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심리전으로 상대방을 흔들어 놓는데 능하다. 그 능력은 개인리그에서 특히 빛을 발했다. 여태껏 김윤호를 분석하기 위해 수많은 경기를 찾아 봤다. 확실히 프로리그는 개인리그보다 무뎠다. 번뜩이는 센스도 허점을 찌르고 들어가는 비수도 날카롭지 않았다. 하지만 개인리그만 되면 물 만난 고기처럼 활개를 쳤다.
이런 선수들이 무섭다.
무얼 할 줄 모르니까.
그래서 [날빌러]의 역할이 중요하다.
신들의 전쟁을 플레이하는 만큼 상대 선수 분석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데엔 다 이유가 있었다. 분석으로 얻는 경험치도 꽤 쏠쏠했기 때문이었다. 경험치를 얻는 방법은 생각보다 다양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경기 분석이었다. 꼭 경기를 하지 않아도 신들의 전쟁에 관련 된 행동을 하면 경험치를 획득한다. 실제 경기를 하는 것만큼 경험치를 얻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투자 시간이나 노력 대비 얻을 수 있는 경험치 양이 꽤 됐다.
레벨업이라도 해서 스킬 포인트나 스탯 포인트를 얻으면 참 좋겠지만 그런 행운은 쉽사리 얻는 것이 아니었다.
“어렵다. 어려워.”
내일 경기에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일찍 잠에 들려 했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 슬쩍 시간을 확인하니 어느새 새벽 2시를 지나고 있었다.
혹 몸에 문제가 있을까 싶어 스탯창을 열어 컨디션 수치를 확인해보았다.
120%.
오늘 2승으로 가볍게 진출한 덕분에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대로 잘 수 없지.
조금만 더 연습하자.
아주 조금만 더.
연호가 깨지 않게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난 후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연습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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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방학했으면 좋겠네요.
글 파바박 쓰게.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