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94 Game No. 94 32강의 끝. =========================================================================
-다음 질문입니다. 이어진 승자전은 어땠나요? 그때도 컨디션이 굉장히 좋아보였거든요. 아무래도 1경기를 잡아낸 것이 크겠죠?
“솔직히 승자전은 조금 편하게 플레이했습니다. 오히려 몸이 가벼워지면서 좋은 경기력이 나온 것 같아 기분이 좋네요.”
-자. 오늘 3번째로 16강에 진출을 확정지었는데 마지막으로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그 순간 가슴에 있던 뜨거운 무언가가 울컥하고 올라왔다. 동시에 저번에 승자 인터뷰를 했을 때 했던 상황이 지금 순간과 오버랩 되었다.
잠시 목을 가다담은 난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저번에 제가 프로리그에서 폭스를 올킬하고 인터뷰를 할 때 했던 말이 있습니다. 전설이 되고 싶다고. 오늘 그 첫 걸음을 제대로 내딛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지금보다 더 발전하는 프로게이머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이승우 선수와 인터뷰를 나눠보았습니다!
-아주 좋은 말이네요. 자신감이 넘칩니다. 상당히 보기 좋습니다. 옆에서 한종엽 해설께서 아주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계신데 이유라도 있나요?
-아. 딴 건 아니고 제 선수 시절이 생각나서 그랬습니다. 프로리그 결승에 올랐을 때 저도 똑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이승우 선수가 얼마나 큰 열정을 가지고 있는지 여기까지 느껴집니다. 앞으로 저도 이승우 선수를 응원하겠습니다.
-자. 이제 물러설 수 없는 한 판 대결이 기다리고 있죠? 광고 후 패자전으로 돌아오겠습니다!
그렇게 인터뷰를 마친 난 비로소 선수 대기실로 향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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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전에서 볼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선수들이 맞붙었다.
이영우와 신상운.
순위는 다르지만 각자 팀에서 에이스 역할을 맞고 있는 이들이었다. 패자전이라 그런지 둘의 표정이 그리 밝지 않다. 평상시라면 안부를 묻는 채팅도 주고받았겠지만 둘 다 말 없이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다듬고 있었다.
-물러설 수 없는 외나무다리에서 두 선수가 마주칩니다.
-여기서 만날 거라곤 두 선수 모두 생각하지 못했을 겁니다. 둘 다 해볼 만한 경기들이었거든요? 당연히 승자전에 오를 줄 알았던 이영우 선수도 충격이겠지만 신상운 선수도 유리한 경기를 역전 당했기 때문에 충격이 클 겁니다.
첫 경기에서의 아쉬움 때문이었을까?
그야말로 혈투가 벌어졌다.
승자는 이영우였다. 1경기의 패배의 화풀이라도 하 듯 시종일관 신상운의 멱줄을 쥐고 흔들었다. 가장 지루하다는 환국 대 환국의 대결임에도 불구하고 관중들은 화장실 갔다 오는 걸 잊을 정도로 경기에 집중했다.
이영우는 신상운을 그대로 본진에 밀봉해버렸다. 새로운 확장과 진출로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방법을 모색하던 신상운이지만 이영우의 우주방어 앞에서 뾰족한 답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 쪽으로 가면 안 됩니다. 화살탑이 버티고 있어요! 거긴 지옥이에요. 지옥!
-그렇다고 갈 수 있는 곳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전 전장에 이영우 선수의 시야가 뻗쳐 있었다. 수송선인 금와가 보이는 순간 풍혼 편대가 반응했다. 종이비행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현재 이영우의 풍혼은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업그레이드도 업그레이드지만 숫자가 워낙 많았기 때문이었다. 어찌나 많은지 뭉쳐있는 풍혼 밑으로 새까만 그림자가 져있었다.
신상운 입장에선 너무나 답답한 상황이었다. 육로는 진작 막혔다. 육로를 뚫으려면 이영우의 병력보다 배 이상 아니 3~4배 이상은 쏟아 부어야 한다. 더 적은 자원을 먹고 있는 지금 그런 선택은 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남은 건 하나.
금와로 공중으로 날아가는 것.
하지만 이영우가 그걸 모를 리 없었다. 틈 따위는 없었다. 기동력이 좋은 풍혼을 잔뜩 생산해 한 발 빠르게 제공권을 완벽하게 장악해버린 것이다.
그야 말로 손발이 꽁꽁 묶인 상태.
속절없이 시간이 흘렀고 상황은 신상운에게 더 나빠지기만 했다.
그 사이 본진의 자원이 떨어지고 앞마당의 자원이 떨어졌다. 남은 병력을 시원하게 들이받은 후 GG를 선언하는 신상운. 그런 그의 입가엔 씁쓸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첫 경기의 패배가 뼈아프게 느껴졌다. 충분히 이길 수 있었던 경기. 하지만 평소와 달리 실수를 연발하며 경기를 황정호에게 내주고 말았다. 조금만 더 냉정했더라면 이처럼 허무하게 2패로 탈락하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신상운 선수의 GG로 이번 경기 마무리 되었습니다. 신상운 선수 아쉽게 2패로 탈락하고 맙니다.
-이렇게 허무하게 탈락할 선수가 아닌데 말이죠. 어떻게든 첫경기에서 이겼어야합니다. 패자전에서 만난 상대가 너무 안좋았습니다. 누가 예상했겠습니까? 패자조로 이영우 선수가 내려올 것이라는 걸요. 오늘의 패배를 교훈 삼아 더 높은 곳까지 오르길 바라겠습니다.
-승리한 이영우 선수 이야기도 해야죠?
-경기 중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해서 더 말 할 것이 있을까 싶긴 하지만 다시 한 번 칭찬을 하고 싶습니다. 사실 1경기에 패배는 본인도 생각하지 못했을 겁니다. E조에서 본인이 가장 강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을 테고 이영우 선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겁니다. 그나마 변수는 요즘 큰 활약을 보여주는 이승우 선수인데 OSL에서 1번 만났거든요. 그리고 승리했었습니다. 이영우 선수 입장에서 보자면, 같은 팀을 떠나 실력만 생각해봤을 때 조지명식에서 본인이 했던 말대로 실리를 제대로 취한 조입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게 웬 걸? 첫 경기부터 지고 말았습니다.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선수였고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컨디션과 실력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지고 말았습니다. 충분히 멘탈이 흔들릴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이영우 선수는 전혀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전보다 차분하고 냉정합니다. 그 결과 1경기보다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영우 선수가 왜 갓이라 불리는지, 정상의 자리를 수 년 째 지키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다른 선수들도 배워야 할 것 들이구요.
최승원 해설의 말처럼 이영우는 예상치 못한 패배를 당했음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이영우의 가슴 속에 피어오른 그 분노조차 얼음처럼 차가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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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휴식 시간을 가진 후 최종진출전이 이뤄졌다.
패자전에서 올라온 이영우와 승자전에서 내려온 황정호.
양 선수 입장에선 만나고 싶지 않은 자리였다.
서로 같은 팀이었으니까.
아무래도 같은 차로 돌아가니 누가 이기든 어색한 공기가 흐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최선을 다하지 않을 생각은 누구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같은 팀이고 친한 동료여도 승부는 승부.
모든 걸 걸고 싸울 것이다.
객관적인 전력의 차이는 크다. 누가 봐도 이영우가 유리한 상황. 모두들 이영우가 최종진출전에서 승리할 거라 예상했고 실제 경기도 그렇게 흘러갔다.
분노한 이영우의 경기력은 그 어느 때보다 매서웠다.
북풍의 칼바람이 이럴까?
이승우에게 보여주기라도 하 듯 공격적인 플레이로 황정호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왼쪽을 때리면 왼쪽을 맞고 오른쪽을 때리면 오른쪽을 맞았다. 나름 대비를 해도 소용없었다. 이영우는 황정호의 생각을 뛰어넘었다. 경기가 끝난 후 얼굴을 맞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심하게 몰아붙였다.
자신이 용족을 재미없게만 상대하는 걸 아니라는 것 말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영우 선수 너무 빨라요. 너무 빠릅니다! 황정호 선수가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요!
-빨라도 너무 빠릅니다. 양 선수의 화면을 공유하고 있는 옵저버조차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속도인데 황정호 선수가 반응하지 못하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겁니다. 이영우 선수 분노했어요. 비록 다른 선수지만 같은 용족이기에 1경기에 패배했던 모든 울분을 쏟아내고 있거든요? 나도 지키는 플레이만 할 줄 아는 것이 아니다. 이런 공격적인 플레이 잘한다라고 대 놓고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도 12시 쪽으로 움직이는 거 뭐죠?
-금와입니다. 금와에 천자총통 태워서 화차와 함께 움직이고 있습니다.
-6시 쪽 반대방향으로 하나 더 날아가네요. 동시 2군데 견제입니다.
-견제라고 하기엔 너무 묵직해요. 떨어지면 신전이 날아가든 용안이 대규모로 폭사하든 피해가 너무 큽니다.
-아. 황정호 선수. 너무 안타깝네요. 병력이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고 우왕좌왕하고 있어요! 헤매죠. 신전은 4개인데 제대로 돌아가는 건 2개 밖에 없습니다. 정말 입이 떡 벌어지는 견제네요.
-같은 팀이고 프로리그에 이름을 빼먹지 않고 거의 출전하는 1군 선수이기에 연습경기를 하는 경우가 많을 겁니다. 제가 장담하건데 이 정도로 시달려본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연습 때 전혀 당하지 못한 플레이에 황정호 선수 넋이 나갔어요!
4개의 신전을 확보한 황정호지만 제단은 겨우 8개 밖에 되지 않았다. 그마저 끊임없는 견제로 제대로 돌리지 못하고 있었다. 반면 전혀 피해를 받지 않은 이영우는 모든 화통도감을 쉬지 않고 돌릴 수 있었다.
평소 용족을 상대하는 스타일과 전혀 다른 스타일이다. 묵직한 1방이 아닌 끊임없는 견제로 용족의 혼을 쏙 빼 놓는 플레이. 이영우라기보단 최태양이나 정명혁 같은 플레이였다.
1방 병력은 진출할 생각이 없어보였다. 오히려 금와의 숫자를 늘려 핵 수준의 드랍 공격을 연달아 집어넣었다.
뒷공간이 많은 전장의 특성을 너무나도 잘 활용한 전략전술이었다.
용족 입장에선 미치고 팔짝 뛸 상황이었다. 이영우가 아니라면 입으로 밖에 하지 못했을 전략이다. 일단 손이 너무 많이 간다. 신경 써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금와를 날리는 동시에 생산, 업그레이드 등이 절대 멈춰선 안 된다. 둘 중 하나라도 멈추게 되면 견제로 신을 내도 지는 경기가 나올 수 있다.
이영우는 완벽했다.
동시에 두 사람이 경기를 펼치는 것처럼 생산이면 생산, 견제면 견제 모든 것을 완벽하게 통제했다.
연이어 들어오는 묵직한 펀치에 크게 휘청거리는 황정호.
신전마저 2개가 깨지는 바람에 먹는 자원도 오히려 환국보다 적어졌다.
이제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었다.
-황정호 선수 GG를 선언합니다.
-거대한 벽이네요. 이영우 선수. 1번 졌다고 절대 흔들리지 않아요!
-황정호 선수 입장에선 너무나 아쉬움이 남는 경기입니다. 무엇하나 하고 싶은 걸 제대로 펼치지 못했거든요? 두고두고 후회가 남을 것 같습니다.
E조의 진출자는 이승우와 이영우로 결정되었다.
순서가 조금 바뀌긴 했지만 올라갈 거라 예상 되었던 선수들이 모두 올라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정말 명성에 걸 맞는 모습을 선수들이 보여주어 상당히 기쁩니다.
-아주 많은 준비를 해왔다는 것이 제대로 느껴졌습니다. 보는 내내 피가 들끓어 올랐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앞으로 더 재미있고 좋은 경기와 해설을 선보일 것을 약속드리며 이만 물러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저희는 이번 주 토요일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그때까지 모두 안녕히 계시길.
중계진의 클로징 멘트를 마지막으로 MSL 32강 첫째 날 경기가 모두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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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드디어 월말고사가 끝이 났습니다!
ㅠㅠㅠㅠ
딱 1주일 숨 돌리고 나면 바로 기말고사가 눈 앞에 딱!ㅠㅠ
얼른 12월 중순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내일은 아시죠?!
일요일!
연재 쉬는 날!
월요일에 뵙겠습니다.
그럼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