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93 Game NO. 93 구름 위를 둥둥. =========================================================================
****
-아! 안됩니다. 안 돼요. 황정호 선수 역부족이에요!
-이승우 선수 이영우 선수를 잡고 왔거든요? 여기서 질 생각이 없다는 거에요.
-천벌! 천벌!
-왼쪽, 왼쪽도 쏟아지고 오른 쪽도 쏟아집니다. 황정호 선수 병력 뒤로....이야! 이미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완벽한 타이밍에 떨어지는 천벌!
-이승우 선수 오늘 컨디션 최곱니다. 완전 최고에요. 우주까지 뚫고 갈 기셉니다!
-컨디션에 따라 선수들의 능력이 크게 차이가 나는 축구 게임이 있거든요? 거기서 호날두나 메시 같은 선수의 컨디션이 수직으로 솟으면 상대하는 쪽에서 사기라며 시작도 전에 경기를 포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금 이승우 선수가 그런 듯 하네요. 아주 물이 올랐어요.
-이영우라는 보약을 제대로 섭취한 이승우 선수입니다. 보통 먹다가 탈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렇습니다. 이영우라는 신을 잡기 직전까지 간 선수들은 의외로 많았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대부분 무너졌거든요? 오늘 이승우 선수는 완벽했습니다. 그런 점이 이번 경기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네요. 흠 잡을 곳이 없습니다. 생산이면 생산, 멀티 확장이면 확장. 모든 것이 좋습니다. 특히 전투가 예술입니다. 순식간에 진영을 갖춰버립니다. 마치 준비를 했다는 듯이 말이죠!
체력이 회복 된 이승우에게 두려운 건 없었다. 신들의 전쟁 매니저의 존재를 전혀 모르는 중계진들은 이승우의 플레이를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오늘 이승우은 용족으로서 전투의 끝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었다. 이영우를 때려잡은 전투력이 황정호에게 안 통할리가 없었다. 초반부터 [날빌러]로 빌드의 우위를 점한 이승우는 소수 병력으로 싸움을 거는 등 초반부터 황정호를 압박했다.
-황정호 선수 두 번째 고비를 넘기지 못합니다!
-같은 조합인데 이렇게 잘 싸우나요? 경기가 끝난 후 비결이라도 물어보고 싶네요!
4번의 전투를 이끌어낸 이영우와 달리 황정호는 두 번째 전투에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고 말았다. 황정호가 못했다기보단 이영우가 괴물이었다. 초반 불리한 상황임에도 이승우가 [투신] 4번을 쓰게 한 것 자체가 엄청난 일이었다. 괜히 갓이라 불리는 것이 아니었다.
용아, 용혼, 비렴, 풍백의 같은 조합에 엇비슷한 병력의 수로 전투를 벌였지만 훨씬 많은 병력을 남기며 이승우가 승리했다. 그 기세를 몰아 황정호의 앞마당으로 달리는 이승우의 잔존 병력들.
-얼마나 나왔나요? 없어요. 아. 병력이 없습니다. 누구는 앞마당만 먹고 이렇게 병력이 많이 나와 있는데. 황정호 선수는 없습니다. 너무 깔끔해요! 어떻게 이럴 수가 있죠?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네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아서 그래요. 정말 궁금하네요.
-제대로 호랑이 등에 올라탔습니다. 아무도 막을 수 없어요. 이미 최강인 이영우를 쓰러뜨리며 자신감이 오를 때로 오른 상황이거든요? 지나친 자신감이 안 좋을 때도 있지만 지금은 너무나도 좋게 작용하는 상황입니다.
황정호의 앞마당이 쑥대밭이 되었다. 사실상 경기는 끝이 났다. 더 이상 병력을 뽑을 자원이 없는 황정호와 달리 이승우는 3번째 신전을 가져가는 여유까지 보여주었다. 같은 자원을 먹고도 힘 싸움에서 밀렸던 황정호다. 자원이 차이가 나면 이길 가능성은 더 낮아진다.
이승우가 확장을 가져가고 있다는 걸 황정호는 이미 현룡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아쉬움 가득한 황정호의 얼굴이 화면에 잡혔다. 차마 GG를 치지 못하는 것이다. 이렇게 아무 것도 해보지 못하고 지는 건 프로게이머로서 용납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GG를 치지 않는다고 이길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결국.
-황정호 : GG
황정호가 GG를 선언했다.
-무섭네요. 너무 무섭습니다. 이승우 선수의 진출을 예상했던 사람들은 굉장히 많아요. 하지만 조 1위를 예상했던 사람은 거의 없지 않았습니까? 왜 그렇겠습니까? 첫 경기에서 이영우를 만나기 때문이거든요!
-저 역시 같은 예상을 했습니다. 이승우 선수가 진출할 것이라 예상하긴 했지만 이영우 선수에 이어 조 2위로 올라갈 것이라 생각했거든요? 제대로 한 방 먹었습니다. 만약 이승우 선수가 이렇게 잘하는 걸 알고 있었다면 다른 예상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이 선수 어디까지 절 놀라게 할지 궁금하네요!
-16강에서 멈출 것 같지 않습니다. 오늘 보여준 모습이라면 8강, 4강을 넘어 충분히 우승까지 노릴 수 있을 듯 합니다!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E조의 1위는 이승우가 차지했다.
가장 큰 산은 첫번째 경기에서 넘어버렸다. 두 번째 나타난 산이 아무리 높다 해도 첫 번째 산에 비하면 동네 뒷 산이나 마찬가지였다. 자신감과 기세 모든 것이 하늘을 찌를 듯 높은 상태.
그렇게 이승우는 16강에 진출했다.
****
이승우가 승리를 확정 짓는 순간.
“와아!!!!”
“대박!!!!! 조 1위에요. 조 1위!”
“이영우 잡고 황정우 잡고! 오늘 CT는 초상집 분위기겠구나!”
아스트로 숙소가 난리가 났다.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룩했을 때 이러했을까?
그보다 다 낫다고 장담할 순 없어도 못하지 않는 반응이었다. 그 먹을 것 좋아하는 김승대가 입에 물고 있던 음식을 떨어뜨릴 정도니 아스트로 팀원이 느끼는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모두가 두 손을 번쩍 올리며 방방 뛰고 있는 와중에도 차분히 양 팔을 꼰 채 그저 흐뭇한 얼굴로 화면을 바라보는 이가 있었다.
바로 이재명 감독이었다.
‘조 1위로 진출할 줄이야.’
코치진과 선수들이 보고 있어 체통을 지킬 뿐, 이재명 감독도 다른 팀원들과 함께 방방 뛰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냥 16강이 아니었다. 이영우를 잡아내고 조 1위로 오른 16강이었다. 이영우를 빼면 무난한 조라 진출을 예상하긴 했었다. 하지만 이렇게 완벽하게 2승을 거두며 조 1위로 깔끔하게 오를 줄 몰랐다.
놀라운 건 경기 내용이었다.
‘그 짧은 시간에 많이도 바뀌었네.’
처음 이영우를 상대했을 때 스타일을 완전히 버렸다. 그리고 전혀 다른 옷을 입었다. 그러면 보통 어색해하기 마련이지만 이승우는 달랐다.
‘복덩이가 맞구나. 복덩이가.’
짧은 시간이 이 정도로 성장하는 선수를 정말 오랜만에 봤다.
전에 송병호를 봤을 때 이런 기분이 들었다. 김택윤을 봤을 때도, 이제운을 봤을 때도 같은 기분이었다.
가장 마지막에 본 선수는 이영우였다. 이영우를 보는 순간 온 몸에 전율이 일었다. 이보다 더 신들의 전쟁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신들의 전쟁을 만든 개발자조차 이영우의 생각을 다 알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그 정도로 이영우의 플레이는 혁신적이었다.
이재명 감독은 확신했다.
머지않아 이승우가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리라는 것을.
****
부스에서 나와 관중들에게 인사를 하고 대기실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어디가세요. 승자 인터뷰 하셔야죠!”
다급한 외침과 함께 내 팔을 꼭 붙잡은 남자의 손에 이끌려 부스가 있는 무대가 아닌 따로 마련 된 공간으로 향했다.
진출했다는 기쁨에 순간 잊고 있었다. 16강에 진출하면 승자 인터뷰가 있다고 했었지? 이렇게 중요한 걸 잊다니.
그 곳엔 일명 신전걸이라고 불리는 굉장히 예쁜 여자가 빙긋 웃으며 나를 맞이하고 있었다.
순간 심장이 쿵하고 떨어졌다. 이런 걸 심쿵이라고 하는 걸까?
정..정신이 혼미해진다.
“아.”
그 순간 눈앞에 쑥 들어오는 마이크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추한 꼴을 또 보일 뻔 했구나.
-안녕하세요. 이승우 선수. 1위로 16강에 진출하신 거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김현민 캐스터님의 말에 난 허리를 숙여 감사함을 전했다. 이어 최승원 해설님과 한종엽 해설님도 축하의 인사를 건네 왔다.
-이렇게 1등으로 진출 할거라고 생각하셨나요?
100% 확신한 건 아니지만 전략이 맞아떨어지기만 하면 가능할 것 같다고 생각은 했었다. 다행히 걱정보다 훨씬 더 좋은 상황을 만들었고 생각보다 쉽게 이영우를 첫 판에 잡아낼 수 있었다. 이기긴 했지만 100% 좋게만 평가하긴 힘들었다.
1경기에 체력을 무려 30%가 넘게 쏟아 부었으니까.
[투신]만 해도 4번을 사용했다. 첫 번째 [투신] 사용 후 체력을 아끼기 위해 [투신]을 자제하려했지만 딱 5초 전투해보고 느꼈다.
아직 [투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만약 레벨업이 아니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힘들게 2경기를 가져갔을 것이다. 물론 스킬은 지금처럼 사용하긴 했겠지만 체력은 50% 근처로 떨어지거나 스킬 사용 불가 체력이 50%이하로 떨어졌을지도 모르지. 정확히 언제 발동되는지 모르지만 [스타급 센스] 종종 사용되는 것 같았다. 나도 깜짝 놀랄 정도로 번뜩이는 움직임이 나오곤 했다. 조만간 스킬 포인트의 여유가 생기면 [스타급 센스] 쪽으로도 투자를 해줄 생각이었다.
무엇보다 운이 좋았다.
스탯창에 보이지 않지만 운이라는 스탯이 있다면 내가 지니고 있는 모든 스탯 중 가장 높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니 이런 경우가 종종 있었다. 처음 스파키즈를 올킬했을 때도 그렇고.
생각을 어느 정도 정리한 난 마이크를 입에 가져다대었다.
인터뷰는 솔직하게 해야 매력이겠지?
“확신하진 못했지만 준비해 온 대로만 한다면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전체적으로 무난한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굳이 따지자면 가장 위기라고 생각했던 순간이 언제였습니까? 제가 한 번 짐작해보건대 혹시 이영우 전에서 첫 번째 경기에서 대승을 거둔 후 펼쳐졌던 전투에서 순간이 아닐까 싶은데요.
이번엔 최승원 해설님의 질문.
역시 날카롭다. 최승원 해설님이 말하는 전투가 체력을 아끼기 위해 딱 [투신]을 사용하지 않고 붙었을 때였다. 전투의 양상이 이상하게 흐른다는 걸 느낀 순간 지체 없이 [투신]을 사용했다.
서로 비슷한 병력을 지니고 있는 상황, 그러니까 첫 번째 전투에서 [투신]을 늦게 사용했다면 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대규모 1방 전투에서 크게 이긴 상황이라 조금 늦게 [투신]을 발동시키긴 했지만 간신히 전투에서 승리를 거뒀다. 아주 진땀나는 상황이긴 했지만 어쨌든 한 고비를 넘겼고 그 후부터는 고민하지 않고 바로 [투신]을 사용해 달려들었다.
그렇게 총 4번의 전투 끝에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다.
그때 생각을 하니 몸서리가 절로 쳐진다.
“저도 그때 가장 크게 놀랐습니다. 솔직히 그 전 전투에서 너무 심하게 이겨서 편한 마음으로 싸웠거든요. 몇 초만 더 정신줄을 놓았다면 한 순간에 쑥 밀려버릴 수도 있었을 거 같아요. 괜히 갓이 아니구나라는 걸 또 한 번 느꼈습니다.”
-그런 갓을 본인이 잡아냈습니다. 솔직히 기분이 어떻습니까?
표정 관리를 하려고 했지만.
-굳이 물을 필요도 없어 보입니다. 이미 표정에서 말하고 있지 않습니까?
-제가 괜한 걸 물었네요. 그래도 대답 한 번 들어볼까요?
몸은 정직하게 반응했다. 나도 모르게 양 옆으로 올라가는 입 꼬리.
“아주 좋습니다. 정말 좋습니다. 저번에 OSL에서 아무 것도 못하고 패배를 당해서 힘들었었는데 이번에 그 복수를 해서 정말 좋습니다.”
-사실 이영우 선수를 이긴다는 건 모든 프로게이머들의 기쁨 아니겠습니까? 그 것도 개인리그라면 더욱 더 크구요.
과장 같지만 과장이 아니다. 이영우에게 1경기도 못 따낸 프로게이머 수가 훨씬 많다. 설사 1승을 거뒀다고 하더라도 1승 6패, 1승 10패 등 패가 압도적으로 많다. 2경기 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어쨌든 1:1 동률 상황. 나로선 꽤나 만족스러웠다.
============================ 작품 후기 ============================
휴.
이제 내일이면 월말고사도 끝입니다.
이제 3주후에 기말고사만 지나면 이번 학기도 끝! 입니다.
그럼 모두 좋은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