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92 Game No. 92 이왕이면 1등으로 갑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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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치를 획득하셨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잔여 스탯 포인트를 분배해주십시오.]
이영우와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고 기쁨의 환호성을 지르기도 전에 본 화면은 레벨업을 알리는 창이었다. 물론 그간의 좋은 성적으로 레벨업이 멀지 않긴 했지만 1번 이겼다고 이렇게 많은 경험치를 얻게 되어 레벨업을 할 줄 몰랐다. 다른 프로게이머 10명 이상을 이겨야 얻을 수 있는 경험치를 단숨에 얻은 것이다.
‘괜히 신이라 불리는 것이 아니긴 하네.’
이겼다는 사실도 좋았지만 경기 내용이 더 마음에 들었다. 정면 승부로 승리를 거뒀다는 것. 무난히 서로 자원을 많이 먹고 싸우면 이길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단판이라는 전제가 붙는 하에 말이다. 단판이었기에 1경기에 여러 번의 스킬을 사용할 수 있었다. 만약 3전제였다면 지금처럼 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렇게 첫 번째 경기에서 스킬을 때려 박은 탓에 두 번째 경기에선 기껏해야 스킬 2번 정도 밖에 사용하지 못할 테니까. 여기서 패배해 세 번째 경기까지 가면 답이 없어진다. 체력 50% 이하가 되어 스킬을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건 물론이고 능력치 또한 감소가 생긴다.
최소 3경기 최대 5경기를 펼쳐야하는 5전제라면 두 말 할 필요도 없고.
다전제였다면 결코 사용할 수 없는 전략이었다.
그래도 앞으로 이영우를 상대로 떨지 않을 수 있을 거 같다. 물론 지금처럼 비교적 쉽게 경기를 가져갈 순 없을 것이다. 이영우는 패배로부터 모든 것을 배운다. 다음에 다시 만나면 지금과 전혀 다른 경기 양상으로 나를 지고 흔들려고 할 것이다.
거기에 멘탈이 무너진 선수들도 많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도재열이다. 데뷔 이후 이영우에게만 4연승을 거두며 천적이라는 소리가 나왔었다. 그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을 이영우가 아니었다. 무난한 물량전 대신 쉴 새 없이 몰아치는 견제로 도재열을 무너뜨리기도 했고 오히려 본인이 도재열보다 더 많은 자원을 가져가며 회전력으로 승부를 본적도 있었다.
그 결과 현재 상대전적은 6:5로 역전한 상태였다. 내가 그 꼴을 당하지 말란 법은 없지.
일단 미래에 있을 있은 미래에 생각하고 오늘 일만 생각하자. 다전제에 이영우를 비롯한 최상위 선수를 만났을 때를 대비한 전략도 차차 준비해나가야겠다.
승자전에서 누구랑 붙게 되려나?
레벨업을 한 덕에 체력이 다시 100%가 되어 걱정이 사라졌다. 다시 한 번 스킬을 때려 박을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내일 OSL이 있긴 하지만 프로리그가 없는 날이니 회복은 충분히 된다.
아. 일단 부스에서 나가야겠다. 부스의 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
-와아아아아아!
-대박이다!!!!
귀를 막아야 할 정도의 큰 함성이 터져 나왔다. 나도 모르게 몸을 움찔했을 정도이다. 허허. 우승한 것도 아니고 이영우 1번잡은 것뿐인데 이런 반응이라니. 이영우 잡고 우승하면 어떻게 되는 거야?
아직도 박수를 보내는 관객 분들을 향해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했다.
-다음 경기도 기대할게요!
-조 1위로 멋지게 진출해줘요!
-잘한다. 잘해!
응원해주는 분들의 대부분은 남자였다. 혹시 여자가 있지 않을까 꼼꼼히 훑었지만 여자는 없었다.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이.
원래 용족이 남자 팬의 비율이 많은 종족이긴 하지만 이건 좀 심한데? 그래도 팬 분들의 응원을 받고 나니 한결 더 힘이 났다.
2경기 결과를 기다리기 위해 대기실로 향하는 길.
자. 그럼 아까 얻은 스탯을 찍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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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
속도 : 60
지상 유닛 컨트롤 : 50
공중 유닛 컨트롤 : 39
생산력 : 59
공격력 : 68
수비력 : 35
시야 : 28
밸런스 : 32
반응속도 : 52
체력 :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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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
집중력 : 37
판단력 : 33
정신력 : 43
컨디션 : 100%
육감 :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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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뭐지?
스탯을 올리기 위해 상태창을 연 난 고개를 갸웃거렸다.
능력치가 변해있다. 특히 멘탈 부분의 상승이 도드라졌다. 분명 어제 확인했을 때 집중력은 34였고 판단력은 30이었다. 정신력 역시 40이었고.
모두 3씩 올랐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육감이었다.
무려 5나 올랐다. 혹시나 피지컬 쪽 능력치도 오르지 않았을까하는 기대를 가지고 확인해보았지만 상승 된 능력은 거의 없었다. 공격력이나 생산력이 1씩 오른 정도?
크게 오른 건 멘탈 능력치였다.
어쨌든 오늘 이영우 1판 이겼다고 레벨도 오르고 멘탈 능력치도 총합 14나 오르다니. 무슨 업적급이다. 아니 업적보다 더 나은 결과를 가져다주었다. 다음 대결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스탯은 유일하게 20대였던 시야에 모두 투자했다.
확실히 능력치는 불안하다.
현재 승률은 사기적인 스킬 덕에 나온 것이다.
멘탈이야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고 피지컬 역시 시야, 밸런스, 수비력 등에 약점을 드러내고 있었다. 지금이야 아직 내 스타일이 완벽히 분석이 되지 않고 스킬이 있어서 그렇지 이대로 안주하다간 지는 경기가 이기는 경기보다 많아지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앞으로 부지런히 레벨을 올리고 업적을 쌓아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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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에 패배한 이영우의 표정은 전과 마찬가지로 담담한 얼굴이었다. 물론 속으론 패배에 대한 짜증과 분노가 부글부글 끓고 있는 중이었다. 그 짜증과 분노가 향하는 대상은 이승우가 아닌 본인이었다.
‘안일하게 생각했어.’
너무 무난하게 준비했다. 반면 상대는 자신을 철저히 분석하고 맞춤 빌드를 내놓았다. 경기 중에 느꼈다. 상대가 완벽하게 준비하고 나왔다는 것을.
애써 무던한 척 했다.
전투에서 이기면 역전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하지만 패배했다.
그 것도 가장 자신 있어 하는 전투에서.
이승우는 전에 만났을 때와 너무 달라져있었다. 지금처럼 무난한 운영을 한다면 경기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를 정도로.
이제 조 1위로 진출하는 건 물 건너갔다.
남은 건 최종진출전을 통해 조2위로 진출하는 것.
‘이승우를 또 만나면 좋겠다.’
전 경기의 패배를 갚기도 할 겸 탈락이라는 선물도 줄 겸 최종진출전에서 이승우를 만나고 싶다고 이영우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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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했다!”
도 수코님의 흥분한 목소리가 대기석을 가득 채웠다.
“감사합니다.”
“오늘 경기력 진짜 최고였다. 이영우 상대로 그런 전투를 보여주다니. 너는 부스에 있어서 몰랐겠지만 이영우 당황하는 표정이 화면에 잡힐 정도였어.”
알고 있었다.
이영우가 순간 당황한 걸. 병력 운용이 잠시나마 흐트러졌다. 그리고 그 순간 전투에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승자전에서 기다리게 될 줄은 몰랐네.”
“저도 마찬가지에요. 이렇게 깔끔하게 이길 줄 몰랐어요.”
갑자기 얼굴을 쑥 들이미는 도 수코님.
어느때보다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승자전 무조건 이겨라.”
“네?”
“이영우가 패자전에서 떨어지겠냐? 잔뜩 화가 나 있는 이영우를 패자전에서 맞붙을 선수가 불쌍하다. 분명 최종진출전에 올라오겠지. 아마 이영우는 네가 최종진출전으로 오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을걸?”
“.....”
순간 이영우의 분노한 얼굴에 떠올랐다.
음. 그랬지. 복수심에 불타는 이영우는 무섭지.
아까 다음에 만나도 두렵지 않다고 했는데 그 말 부분적 취소! 적어도 오늘은 또 만나고 싶지 않다.
최종진출전이라는 외나무다리에선 더욱 더. 낮은 멘탈 능력치가 무슨 사고를 저지를지 모른다.
아마 이영우가 바라는 시나리오는 이 것일 것이다. 2경기에서 황정호가 신상운을 이기고 승자전으로 진출하고 승자전에서 나를 이겨 조1위로 진출을 확정짓는 것.
그리고 최종진출전에서 나에게 복수를 하며 본인이 조 2위로 진출.
복수도 하고 같은 팀원과 16강도 진출하고.
도랑 치고 가재 잡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이영우 입장에선 최상의 시나리오다.
그렇게 되선 절대 안 된다. 이를 갈고 있는 이영우를 오늘 또 만나기는 싫다. 신상운이든 황정호든 누가 올라오든 상관없다. 내 모든 스킬을 때려 부울 것이다.
“반드시 이기겠습니다. 반드시.”
승자전 승리라는 쉬운 길이 있는데 굳이 힘들게 올라갈 필요는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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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호 선수 신상운 선수 가슴에 비수를 꽂네요.
-더 이상 못 버팁니다. 신상운 선수 GG선언하네요.
일단 2경기 결과는 이영우가 바라는 대로 되었다. 두 명 모두 필사적으로 경기를 펼쳤다. 하긴 승자 조도 아닌 패자 조에서 복수심에 불타오르는 이영우가 기다리고 있는데 거기로 가고 싶은 사람은 절대 없을 것이다. 가봤자 괜한 화풀이 대상이 될 게 뻔했다.
자연스레 내 상대는 황정호로 결정되었다.
황정호는 CT의 선수로 김대형과 함께 용족 원투 펀치로 활약하고 있었다. 현재 최고의 팀인 CT지만 오래되지 않은 과거에 안 좋은 성적을 내던 때가 있었다.
일명 이영우의 소년가장 시절.
커뮤니티에 <2승만 하라고 신막새끼들아.>라는 댓글이 달릴 정도로 CT에서 이영우를 제외하고 승리를 거둬주는 선수가 없었다. 4:1로 지거나 4:2로 지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다. 물론 저 1은 이영우의 몫이었다. 3:3을 만들어 에이스 결정전까지 가주기만 한다면 이영우가 다시 나와 팀의 승리를 만들 수 있었지만 그조차 받쳐 주지 못한 것이다. 가끔 팀원이 힘을 내 2승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그땐 이영우가 귀신같이 패해 졌다. 그야 말로 악재가 겹친 것이다. 물론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었고 대부분 팀원이 민폐를 끼치는 상황이었다. 심지어 이영우가 갓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 후에도 민폐를 계속되었다. 소년가장 시절 이영우가 다승왕을 여러 번 차지했다는 걸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요즘은 상황이 나아졌다. 아니 비교도 할 수 없게 좋아졌다. 팀원들이 제 역할을 해주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면 용족 라인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 주축이 바로 이대형과 황정호였다. 2011년 말부터 실력이 확 올라오더니 그해 포스트 시즌에 올라가는 쾌거를 달성했다. 조금만 더 빨리 포탠이 터졌다면 정규시즌 우승을 노리는 것도 가능했을 정도의 활약이었다.
진짜 대박은 다음 해였다.
물 만난 고기처럼 미친 듯이 활약하더니 두 명 모두 프로리그에서만 각각 30승을 거둔 것이다. 이영우로서 한 숨 돌릴 수 있는 상황을 넘어 더 큰 목표를 노릴 수 있는 성적이었고 실제로 그 해와 다음 해 2년 연속 CT가 우승을 차지했다. 아아. 이때가 기억난다. 팀 분위기 최악이었지. 당시 S1은 2연속 준우승을 했다. 그 전까지 5번의 우승 밖에 없던 S1이었기에, 또 라이벌인 CT에게 내준 우승이기에 더욱 더 뼈아픈 결과였다.
1군은 물론 2군까지 숨죽이고 살았던 것이 문득 기억났다. 준우승을 했다고 그렇게 팀 분위기가 가라앉았던 것이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다른 팀이면 결승에 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춤을 추며 기뻐 할텐데 말이다. 확실히 목표가 다른 팀이긴 하다. S1이. 그래서 최고의 팀이라 불리는 것이고.
어쨌든 황정호는 그 이후로 꾸준히 활약했다. 개인리그 최고 성적은 8강이지만 프로리그는 매년 30승을 거둬 들였다.
신들의 전쟁 매니저가 없는 상황이었다면 황정호는 꽤나 부담스런 상대로 다가왔을 것이다.
지금은?
할만하다. 할 만해.
이미 이영우를 잡고 온 몸이라는 말씀!
체력이 바닥이라면 모를까 레벨업으로 빵빵한 상황이다. 황정호에게 미안하지만 이영우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승자전 한단다. 가자. 깔끔하게 조1위로 진출하자!”
“알겠습니다!”
한결 가벼운 몸으로 도 수코님과 함께 대기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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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전공 2개가 기다리고있네요.
힘듭니다.ㅠㅠ
그래도 여러분들이 많은 힘을 주신 덕에 오늘 시험 잘봤습니다!
오늘도 저에게 힘을!
그럼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