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87 Game No. 87 집택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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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새 목요일이 되었다. 팀 분위기는 최고였다. 팀이 5연승을 있다는 것이 가장 크긴 했지만 땅을 뚫고 들어갈 것 같던 연호의 기분이 살아난 것만으로도 팀의 공기가 달라졌다. 그간 고민했던 걸 싹 잊은 냥 밝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연호였다.
연습환경도 달라졌다.
자세히는 알지 못하지만 스폰서를 하고 있는 기업에서 금일봉이 나왔다고 했다. S1에서 우승을 했을 때나 정규시즌 1위로 라운드를 마쳤을 때 금일봉이 나오긴 했지만 내 입장에선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다. 이번 금일봉은 달랐다. 콕 집어서 내 활약과 팀의 5연승을 치하하기 위한 금일봉이라고 했다. 으흐흐. 아주 마음에 드는구만.
슬슬 나갈 준비를 해볼까?
이제 막 오후 2시를 가리키는 시계. 나가기엔 이른 시간이지만 히어로 센터에서 실험해볼 것이 있어 일찍 나갈 생각이었다.
이러한 의사는 이미 감독님께 전한 상태고.
오늘도 도 수코님과 둘이 함께 MSL을 가기로 했다.
“컨디션은 어때?”
“아주 좋아요.”
“그래? 다행이네.”
컨디션은 아주 좋았다. 좋다 못해 하늘을 뚫을 정도였다. 단순 기분 탓이 아니었다. 프로리그 연승 덕분인지 몰라도 스탯창의 컨디션 역시 120%를 자랑하고 있었다. 이 말은 곧 모든 능력치가 20%가 상승한다는 말이었다. 시간은 오래 지나지 않았지만 OSL 16강에서 붙었을 때와 많은 것이 달라졌다. 일단 기본적인 스탯 자체가 많이 올라갔다. 거기에 더해 [투신]을 마스터했고 [마스터리]까지 생겼다. 3이나 찍은 [비비 마스터리]를 활용하긴 힘들겠지만 그래도 [용혼 마스터리]는 분명 도움이 될 거다.
“어제 이야기해 본 건 어때?”
“아. 그거요?”
“너무 부담스럽게 생각 하지마. 강요하는 건 아니고 코치로서의 의견일 뿐이니까.”
어젯밤 도 수코님이 나를 따로 불렀다. 개인적으로 해줄 말이 있다는 것이었다. 도 수코님이 해주신 말은 오늘 있을 MSL, 정확히 말하면 이영우와의 경기였다.
이영우와의 대결에 너무 많은 걸 보여주지 말고 오히려 전략을 숨길 것.
첫 경기부터 너무 힘을 빼면 안 된다. 차라리 추후에 만날 신상운이나 황정호를 생각해 준비한 전략이 있다면 아껴두라는 것이 도 수코님의 생각이었다.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절대강자인 이영우와의 정면 대결에서 쓸데없이 힘을 쓰지 말고 조 2위를 노리라는 말이었다.
이영우를 이길 수 없다는 기본전제가 바탕에 깔려 있는 말.
그 말을 하면서 도 수코님도 미안해하셨다. 혹 내가 자존심이 상하지는 않았을까 걱정하신 듯싶었다. 하긴 요즘 내 페이스가 워낙 좋으니 정면 대결을 피하라는 말이 좋게 들릴 리는 없겠지. 오히려 반발심이 생길지도 몰랐고.
하지만 난 아무렇지 않았다. 나 역시 도 수코님과 같은 생각을 순간 했었으니까. 물론 결론은 달랐다.
정면 돌파.
다전제라면 얼마든지 전략적으로 1경기를 포기할 수 있다. 용족이 심하게 불리한 전장이라면 차라리 도박적인 수를 써 경기를 버리든 쉽게 승리를 거두든 운에 모든 걸 맡길 수도 있고.
하지만 이번 MSL 32강은 다전제가 아니다. 크게 보자면 첫 번째 경기를 거르고 두 번째, 세 번째 경기에 집중하라는 말이니 비슷해 보이지만 다전제와 근본적인 차이가 존재했다.
일단 다전제는 한 선수와 최소 2번, 많으면 3번 이상의 경기를 치른다. 충분히 상대의 심리를 역이용하거나 도박적인 수를 흔들 수 있다. 이건 대결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대를 어떻게든 이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반면 토너먼트에서 첫 번째 경기를 포기한다는 건 그 선수와의 대결을 피한다는 걸 의미했다. 벌써부터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래. 코치님의 말처럼 이영우를 거르면 생각보다 쉽게 16강에 진출할지도 몰랐다. 상대적으로 신상운과 황정호는 내가 상대하기 편했으니까. 스킬이 잘 먹히는 스타일의 선수들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진출하면 내 마음이 편할까?
아니다. 절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불편할 것이다.
내 마음은 내가 제일 잘 안다. 오늘의 회피를 두고두고 후회 할 것이다. 결과가 어떻든 간에 말이다.
모든 걸 걸고 부딪쳐 승부를 하면 했지 피하고 싶지는 않다. 벌써부터 피하면 나중에 다신 이영우를 이길 수 없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지금 같은 경기가 아니라 8강, 4강 등 둘 중 누군가는 반드시 떨어져야하는 자리에서 만난다면?
그때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다. 피한다는 건 곧 패배를 의미했으니까. 차라리 지금 부딪쳐 무언가를 배우고 싶었다. 절대 강자만이 가지고 있는 미묘한 무언가를 말이다.
얼마의 체력을 소비해도 좋다.
후회가 남지 않을 경기를 하고 싶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영우를 거른다고 다음 경기에서 2승을 차지해 16강에 올라간다는 보장도 없다.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해 패자전에서 탈락하거나 최종진출전에서 탈락할 지도 몰랐다.
물론 이영우에게 모든 체력을 소비하는 것보다 신상운과 황정호에게 배분해서 사용하는 것이 가능성이 더 높긴 하겠지.
“준비 다 됐어?”
“네.”
“그래. 가자. 히어로 센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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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5시.
수많은 사람들이 히어로 센터를 찾았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MSL의 개막전이 있는 날이었기 때문이었다.
MSL은 OSL처럼 주 2회 열린다. 하지만 32강부터 시작하기 때문인지 시간적 여유가 있는 목요일엔 2조의 경기가 프로리그가 열리는 토요일엔 1조의 경기가 진행된다.
개막전인 오늘, 출전하는 선수들의 면면이 상당히 화려하다.
우승자인 임동원이 속해 있는 A조와 역대 최강 이영우가 포함되어 있는 E조의 경기가 예정 되어 있었다. MSL 쪽이 마음을 단단히 먹은 듯싶었다.
먼저 A조의 경기가 5시부터 펼쳐진다. A조의 경기가 끝나는 대로 E조의 경기가 이어진다. 빠르면 6시 30분에 시작되지만 늦으면 8시에 시작될 때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선수들은 목요일 2번째 경기에 들어가는 걸 싫어했다. 하지만 MSL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었다. 한 주에 2개 조만 경기를 치러버리면 32강에만 무려 1달의 시간이 소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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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일찍 오셨네요? 이승우 선수 2번째 경기 아닌가요?”
“아. 미리 연습 좀 해보려구요.”
“이야. 역시 이승우 선수 대단하시네요.”
보통 뒤에 경기가 있는 선수는 6시 쯤 되어야 히어로 센터에 모습을 드러낸다. 먼저 와서 다른 선수의 경기를 보는 선수들도 간혹 있긴 했지만 그보다 본인의 컨디션을 컨트롤하기 위해 늦게 오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하지만 난 A조 선수보다 빠른 시간에 경기장에 도착했다. 실험해보고 싶은 것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OSL은 연승이 끊겼지만 MSL은 아직 연승이 살아있다.
무려 14연승. 어쩌다보니 모든 올킬은 MSL에서 기록해버렸다. 이제 6승만 더 이기면 [집택신]이 생겨 버린다. 사실 6승이 쉬운 길은 아니다. 설상가상으로 첫 번째 문에 이영우마저 버티고 있었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히어로 센터에서 래더 경기를 펼쳐 6연승을 달성한다면 [집택신]이 활성화 되지 않을까?
그 생각이 들었을 때 소리를 지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르키메데스인가 아리스토텔레스인가 어쨌든 얼마 전 TV에서 본 그 사람이 유레카를 외쳤을 때 이런 기분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진작 이런 생각을 못했지?
너무 오래전, 그러니까 아스트로에 들어오기 전이라 까마득하게 잊은 듯 했다. 하긴 그간 많은 일들이 있었지. 애초에 [집택신]을 프로들과의 경기에서 얻을 수 있다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집택신]을 처음 얻었을 때를 떠올려보면 꼭 프로가 아니어도 래더 B나 A인 상대를 이기면 [집택신] 조건이 채워졌다. 이때부터 몸이 달아올랐다. 얼른 히어로 센터에 가 생각이 맞는지 실험해보고 싶었다.
히어로 센터 무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공간에 선수들의 연습을 위해 마련 된 컴퓨터가 있다. 경기가 있기 전 손을 푸는 용도로 사용되는 컴퓨터였다. 곧 A조의 경기가 시작해서 그런지 방은 비어있었다. 아직 E조의 선수들이 오려면 조금 시간이 남아있었고.
좋았어.
그럼 경기를 해볼까?
“정말 래더 경기로 손 풀려고?”
연습실까지 함께 따라온 도 수코님이 걱정스런 얼굴로 물었다. 처음 연습실에서 래더로 손을 풀고 싶다는 말에 도 수코님은 깜짝 놀라셨다. 전략 노출 등의 문제도 있었지만 프로게이머가 아닌 아마추어와 경기를 해 오히려 감이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계셨다.
“네. 가볍게 하려구요.”
하하. 저도 다 생각이 있답니다!
물론 말해드릴 수는 없구요!
적극적으로 스킬도 쓸 생각이다. 그간 능력치가 많이 올라 [투신]까지는 필요 없을 것 같고 [날빌러] 정도면 충분할 것 같다. 체력 역시 문제없다. 만약 연승이 적용 된다면 버프가 생성되는 순간 체력이 모두 회복되니 얼마든지 스킬을 사용해도 무방하다. 만약 내 생각과 달리 연승이 적용되지 않는다면 1경기 혹은 2경기에서 멈추면 그만이다. 10%의 체력이 소모되겠지만 그건 A조의 경기가 펼쳐지는 동안 충분히 회복 될 수 있는 양이었다. 체력 회복에 대한 실험도 많이 해보았다. 그 결과 체력 구간 별로 회복 속도가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처음부터 그랬는지 후에 변했는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최근엔 이랬다.
가장 회복 속도가 빠른 구간은 90%~100% 구간이다. 이땐 차오르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르게 체력이 차오른다. 그 다음 빠른 구간은 80%~90%구간. 체력이 10%씩 낮아질수록 회복되는 속도가 점층적으로 느려진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체력이 50%이하로 떨어지면 정말 극악의 속도로 회복 된다. 동시에 스킬사용이나 스탯, 그리고 체력 회복 속도까지. 이 모든 것이 고장 나 버린다. 웬만하면 체력을 50% 이하로 떨어뜨리지 않도록 유지해야했다.
그 사이 래더 접속했고.
자. 먹잇감을 찾아볼까?
높은 등급을 가진 래더들이 많았지만 내가 찾는 조건은 따로 있었다.
승률을 높은 이들을 거르는 건 아니었다. 승률이 얼마가 되어도 상관없었다. 아니 오히려 너무 승률이 낮은 이는 피할 생각이었다. 연승이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조건은 단 하나
용족이면 된다.
용족은 찾은 이유는 단 하나다. 만에 하나 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서였다. [날빌러] 하나로 가장 큰 이득을 볼 수 있는 용족끼리의 대결이었으니까. 용족이면 다된다. 정체를 감춘 프로게이머인 바코드 아이디로 상관없었다. 곧 MSL이 시작 되서 그런지 바코드 아이디는 없었다. 꿩 대신 닭이라고 적절한 상대를 찾았다.
래더 승률은 70%
등급은 B.
적절하다. 아주 적절한 대상!
-game? +++++++++
답은 바로 왔다.
-gogogo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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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은 쉽니다.
아마도요?
글쓰는 기계가 되면 올라올지도 모르겠네요. ㅎㅎ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
아. 승 10패는 오타 아니고 의도한겁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