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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로더 신들의 전쟁-85화 (85/575)

00085  Game No. 85 미리보는 16강.  =========================================================================

김윤호였다.

여태까지 나왔던 선수들도 대단한 선수들이지만 김윤호는 한층 더 무게감이 있는 선수였다.

우승자란 타이틀을 지니고 있었으니까.

우승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그 시즌을 지배해야 할 수 있다. 김윤호 역시 한때 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줄 정도로 강력한 선수였다.

보통 피지컬 능력으로 상대를 찍어 누르는 선수가 대부분인데 반해 김윤호는 전략적인 두뇌 플레이를 이용해 상대를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어버린다. 순수 심리전 만으론 이영우보다 뛰어난 선수였다. 과거 4강에서 만났을 때 이영우를 2:0상황까지 몰아붙인 적도 있었다. 물론 결과는 3:2 역스윕을 당하고 말았지만.

어쨌든 김윤호의 가장 큰 장점은 두뇌지만 그렇다고 피지컬이 떨어지는 선수는 아니었다. 괴물 같은 심리전에 상급의 피지컬이 함께 지니고 있는 선수가 바로 김윤호였다.

그렇기 때문인지 프로리그보다 판짜기가 큰 변수가 되는 개인리그의 성적이 더 좋았다. 우승을 차지한 건 물론 4강에 오른 것도 부지기수다. 개인리그만 따지자면 이제운 바로 밑의 마수라고 할 수 있었다.

이런 성적을 바탕으로 김윤호는 최고의 마수 라인인 삼김에 포함 될 수 있었다. 삼김은 김윤호, 김재만, 김연훈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이들과 폭군 이제운, 하이엔드 임동원까지 더해 총 5명이 현재 가장 잘하는 마수 선수들이었다.

별명은 브레인과 비형랑.

모두 지략적인 경기 스타일에서 나온 별명이었다. 비형랑은 신들의 전쟁 세계관에 나오는 마수 영웅이다. 최전방에 나서 적을 박살내는 전투형이 아닌 뒤에서 마수군단을 움직이는 총군사 역할을 하는 영웅이었다.

확실히 잘 어울린다.

동시에 굉장히 멋지다. 엄지가 절로 치켜세워지는 별명!

그나저나 나도 이런 별명 안 생기나?

프로게이머 중에 웃긴 별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멋있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많았다.

갓, 신 그 자체로 불리는 이영우를 시작으로 폭군 이제운, 혁명가 김택윤, 총사령관 송병호, 올마이티 허영우 등등 듣는 것만으로 입이 쩍 벌어지는 별명을 가진 선수들이 수두룩 했다.

솔직히 나도 별명을 갖고 싶었다.

승드셋, 몰수로더라는 별명이 있긴 하지만 솔직히 듣고 싶지 않다. 지금이야 웃으면 넘기지만 처음 그 별명이 생겼을 때를 생각하면?

으. 온 몸이 부르르 떨린다.

이제는 좋은 별명을 가질 때도 되었다.

용족 공식전 최다연승 기록과 프로리그 연승 기록을 지니고 있으면 승률 역시 90%에 달한다. 그 중 1패가 몰수패이니 실질적인 승률은 95%에 달한다.

여기에 OSL 16강과 MSL 32강에 오른 상태.

곰곰이 생각해보니 프로리그에 비해 개인리그가 조금 약한 느낌이다.

적어도 양대 4강이나 8강은 가야 할 것 같다.

어떻게든 엄재웅 해설위원님의 눈에 들어야 할텐데.

엄재웅 해설위원님은 신들의 전쟁 해설을 하기 전 만화 스토리 작가로 활동했었다. 그때의 경험 때문인지 선수들의 별명을 짓거나 스토리를 만드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셨다.

이영우의 최종병기라는 별명과 이제운의 폭군이란 별명도 모두 엄재웅 해설위원님이 만드신 것이다. 총사령관 역시 마찬가지고. 오늘 해설을 하고 있는 두 해설위원의 별명인 정석과 악마 역시 엄재웅 해설위원님의 작품이었다. 그 밖에 영웅, 환웅, 전투의 신 등등 상당수의 별명이 이 분의 입에서 나왔다.

별명이라면 MSL 쪽의 이승원 해설위원님도 빼놓을 수 없다. 혁명가부터해서 마에스트로, 괴물, 천재 등등 주옥같은 별명들을 탄생시켰다.

지금처럼만 하자.

지금처럼만 한다면 나도 좋은 별명을 가질 수 있겠지.

일단 목표는 육룡을 칠룡으로 늘리는 것이다. 이번 시즌의 활약이 매우 중요하다.

더욱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불타오르는 순간이었다.

****

-김윤호 선수. 맵핵을 켜고 경기를 펼치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저걸 하나도 안 놓칩니까?! 맵을 장악했어요! 장악을!

-저희야 옵저버 화면으로 보고 있으니 모든 상황을 알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판단을 내리는데 김윤호 선수는 본인의 화면만 보고도 저희와 같은 판단을 내립니다. 정말 머리가 좋은 선수에요. 이 선수.

-전 맵이 김윤호 선수 것입니다. 신연호 선수 갈 곳이 없어요! 지금 멀티 하나 밀든 본인이 하나 확보하든 해야 하거든요?!

아쉽게도 연호의 승리는 거기까지였다.

3킬까지 하고 경기를 마무리 지었으면 최상이었겠지만 그러기엔 상대가 너무 강했다.

김윤호는 자신이 왜 현재 최고의 마수 라인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지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초반 유닛인 그슨대를 잘 쓰는 대신 군락 이후의 단계에서 급속도로 힘이 빠지는 정인철과 달리 김윤호는 중후반 유닛의 조합을 슬금슬금 갖추어 상대를 밀어버리는데 능한 선수였다.

지금도 그러한 본인의 장점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병력 자체는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용족이 까다로워할 만큼의 병력만 정확히 움직이고 있다.

한 군데를 막기 위해 대부분의 병력이 움직여야하는 상황.

소 잡는 칼을 닭 잡는데 쓰고 있다는 말이 딱 어울렸다.

자연 빈틈이 많이 생겼다. 그리고 김윤호는 그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자신이 어떻게 우승자가 되었는지 확실히 보여주었다.

용족 입장에선 속이 탈 수 밖에 없다. 보는 내가 이 정도인데 경기를 하고 있는 연호는 오죽할까?

상대를 쓰러뜨릴 수 있을 때 쓰러뜨린다.

분투를 펼쳤지만 더 이상은 버티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연호의 모든 지역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그간 모은 자원을 바탕으로 일시에 병력을 폭발적으로 생산한 김윤호의 병력이 성난 파도처럼 밀려들어온 것이다.

-신연호 선수. 아쉽습니다. 정말 잘했는데요.

-브레인 김윤호에게 2경기나 보여준 거부터 이미 반쯤은 지고 들어가는 겁니다. 그 사이 모든 분석을 끝냈을 거거든요? 괜히 최고의 전략형 마수라 불리는 것이 아닙니다!

연호의 GG선언으로 경기가 끝이 났다.

“잘했다. 신연호!”

“오늘처럼만 해줘요!”

“졌지만 정말 잘 싸웠습니다!”

“파이팅! 힘내요!”

그간 연호가 졌을 때 나왔던 건 야유 소리가 전부였다. 단 1명도 연호를 위로해주는 이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정반대였다. 모두 연호에게 박수를 아끼지 않고 보냈다.

아무도 연호의 패배를 탓하는 이가 없었다.

전에 연호에게 해줬던 이야기가 바로 이 것이었다. 프로게이머는 경기로 모든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과 인식을 바꾸는 건 생각보다 쉽다는 것.

오늘 경기로 연호는 자신감을 많이 찾을 것이다. 동시에 상대 팀에겐 골치 아픈 카드가 늘어나게 되겠지.

좋다.

연호가 다시 살아난 것이.

이제 우리 팀도 대장이 나갈 차례가 되었군.

난 가만히 감독님을 바라보았다. 감독님의 이마에 깊은 주름이 패였다.

나와 현우 형 중 대장으로 내보낼 선수를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나가도 좋고 현우 형이 나가도 좋다. 전처럼 내보내달라고 보채지 않았다.

그 순간 감독님과 눈이 마주쳤다.

“자신 있냐?”

기회가 왔다. 피할 이유는 없다.

“네. 자신 있습니다.”

****

-아스트로와 IBX. 결국 여기까지 오네요. 정말 치열한 접전이었습니다. 마지막 7세트 대장 대 대장전이 준비되고 있습니다.

-많은 이변이 나온 하루였습니다. 상당히 실험적인 엔트리를 들고 나온 아스트로와 정석적인 엔트리를 짜온 IBX. 어쨌거나 저쨌거나 팬들 입장에서 정말 기대되는 매치가 결국 완성이 되었습니다.

-바로 이승우 선수와 김윤호 선수의 대결이죠!

-정말 모두들 이 대결을 기다리셨을 겁니다. 완성 될 수 있을까 싶었는데 하늘이 도왔는지 이런 매치가 만들어졌네요. 오늘 밤 자기 전에 하늘에 감사하다고 큰절 한 번 해야겠네요.

프로리그에서 가장 좋은 상황은 팬들이 원하는 매치가 만들어졌을 때였다. 관심도가 수직으로 상승하니까.

오늘 같은 경우 며칠 전부터 이승우와 김윤호의 대결성사에 초점이 맞춰졌었다.

16강에서 한조에 속해있는 선수의 경기를 미리 볼 수 있다는 건 엄청난 재미를 선사했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그 선수들이 요즘 가장 핫한 이승우와 3김의 김윤호라면 더 이상 말하는 것이 입 아플 정도였다.

-이번 대결 어떻게 보십니까?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김윤호 선수는 두 말 할 필요가 없는 선수 아닙니까? 그렇다고 이승우 선수가 뒤쳐지는 것도 아닙니다. 요즘 가장 기세가 좋은 선수를 꼽으라면 이영우 선수와 함께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성적이 좋습니다. 경기 내용 역시 매우 시원시원하고요. 경기를 보는 능력이나 판을 읽는 눈이 너무 좋습니다. 에이스의 자질을 제대로 갖춘 선수입니다.

오리무중.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었다.

실력으로 누가 우위라는 걸 판단 할수가 없다. 그 정도로 양 선수가 박빙이었다. 그저 오늘 조금 더 컨디션이 좋고 운이 좋은 선수가 승리를 가져갈 것이다.

-이 경기에 많은 것이 걸려있습니다. IBX는 3연패를 벗어날 수 있는 기회고 아스트로는 팀 역사 최초로 5연승을 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동시에 미리 보는 16강전이기도 합니다. 이 선수들 며칠 후인 금요일에 지금 이 무대에서 다시 한 번 맞붙거든요? 지고 싶지 않을 겁니다. 기세가 꺾이고 싶지 않을 겁니다. 절대 물러날 수 없는 진검승부. 말씀 드리는 지금 이 순간 경기 준비가 완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럼 마지막 7세트 전장 영혼의 울림으로 떠나보도록 하겠습니다.

****

영혼의 울림은 용족이 마수를 상대하기에 썩 좋은 전장은 아니다. 2번째 멀티를 확보하기가 힘들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2번째 멀티에 금광이 없어 용혼의 숫자나 비렴의 숫자를 원하는 만큼 확보하는 것이 힘들다.

그렇기에.

‘[날빌러] 사용.’

초반에 반드시 피해를 줘야한다. 더군다나 김윤호가 어떤 전략을 사용할지 전혀 모르는 상태. [날빌러]가 있어 초반 전략을 알아낼 수 있다는 건 큰 장점이었다.

‘젠장.’

찌를 틈은 없었다. 상대는 매우 안정적인 빌드를 선택했다. 무난히 앞마당을 먹는 선택. 그렇다면 나 역시 무난히 앞마당을 가져가야겠지. [날빌러]가 추천해주는 빌드가 아닌 99제단에 [투신]을 연계해 공격 할까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굳이 위험한 도박을 던지고 싶지 않았다. 만약 개인리그였다면 했을지도 모른다. 패배해도 혼자 책임지면 되었으니까.

지금은 조금 다르다. 내가 지면 뒤가 없다. 팀은 그대로 패배하게 된다. 5연승 역시 물 건너가는 것이다. 물론 언젠가 깨질 연승이긴 하지만 내 손으로 깨고 싶진 않았다. 최대한 이기고 싶었다.

일단 상대가 올인이 아닌 후반을 바라본다는 걸 알게 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그렇다고 아예 마음을 놓은 건 아니다. 극후반으로 가면 영혼의 울림에선 용족이 마수를 이기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세 번째 신전을 가져가기 전 타이밍을 잡아 공격을 갈 생각이었다. [투신]이 있긴 하지만 안심해선 안 된다. 생각보다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았으니까. 그 한 타이밍을 놓치면 아무리 스킬이 있어도 이기기 힘들어진다.

그 한 순간에 모든 걸 쏟아내야 했다.

****

-이승우 선수 세 번째 신전을 지을 생각이 없죠? 설마 잊은 건가요?

-아닙니다. 이승우 선수 애초에 확장을 더 늘릴 생각이 없습니다. 지금 본진 제단 숫자 좀 볼 수 있나요?

김정식 해설의 요청에 옵저버가 이승우의 본진을 비추었다.

지어진 제단의 숫자는 무려 8개.

-이승우 선수 공격을 선택했습니다. 제단의 수가 8개라는 건 뚫어버리겠다는 겁니다!

8제단 올인.

보통 마수는 타 스타팅을 확보하며 6개의 소굴을 짓는 빌드로 시작한다. 최근 트렌드라고 할 수 있는 빌드다.

이 빌드의 가장 큰 특징은 소굴을 이용해 입구를 좁히는 심시티를 한다는 것이었다. 그걸 뚫기 위해 만들어진 용족의 빌드가 지금 이승우가 하려는 8제단 올인이었다. 확장을 포기하는 대신 많은 수의 용혼을 확보해 심시티로 막아놓은 건물을 부수고 입구를 넓혀 용족이 전투하기 유리한 상황을 만드는 것.

평소보다 훨씬 강한 힘을 갖췄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 병력이 막히게 되면 뒤가 없다는 단점 때문에 자주 사용되는 빌드는 아니었다. 일단 2개의 금광으론 금을 많이 잡아먹는 용혼과 비렴을 다시 모을 수 없다.

용혼이야 그렇다 쳐도 비렴이 없으면 새까맣게 전장을 메우는 마수의 병력을 상대할 수 없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 3번째 신전은 구경도 못하고 끝날 가능성이 높았다.

경기가 간단해졌다.

뚫으면 이승우가 이기고 막으면 김윤호가 이긴다.

============================ 작품 후기 ============================

허허.

원래 오늘 이영우가 나와야하는데 내일로 미뤄졌네요.

오늘의 퀴즈!

과연 이승우는 뚫을 수 있을까요?

1. 뚫는다. 2 못뚫는다.

많이 많이 댓글 남겨주시길!

추천과 댓글을 많이 받아서 제가 글쓰는 기계가 되었나봅니다.

오늘도 절 글쓰는 기계로 만들어주세요.

그럼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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