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열로더 신들의 전쟁-84화 (84/575)

00084  Game No. 84 대장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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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호 선수! 연패를 끊어냅니다!

-그 동안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을까요? 신들의 전쟁을 쳐다보기도 싫을 정도로 힘들었을 겁니다. 9연패. 정말 벼랑 끝까지 몰렸거든요. 여기서 한 발자국만 뒤로 물러나면 10연패, 두 자리 수 연패를 당하고 맙니다. 그 암담한 상황에서 초인 같은 힘으로 일어섰습니다. 신연호! 무려 육룡의 김우현을 잡아냅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경기 내용 역시 시원했어요. 사이다를 한 잔 들이킨 것처럼 말이죠.

-평소와 달리 잔손질이 별로 없었습니다. 해야 할 것들만 딱 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준비해 나왔다는 거거든요?

-신연호 선수 부스에서 나오면서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마음껏 웃어도 됩니다! 지금보다 더 기뻐해도 됩니다. 무대 중앙으로 와서 춤을 춰도 되요! 옷을 벗...아. 이건 곤란하네요.  아직 경기가 끝난 건 아니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주인공은 신연호 선수입니다!

얼마나 괴로웠을지 정확히 알지는 못해도 대충 짐작할 수 있다. 홀가분한, 무거운 짐을 던져낸 듯한 연호의 표정에서 드러났다. 연패를 끊은 것도 끊은 것이지만 정말 중요한 타이밍, 승부처에서 승리를 따냈다.

이번 경기마저 김우현에게 내주었다면 경기를 가져가기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연호의 활약으로 2:2 동점 상황이 만들어진 상황. 이제는 IBX도 중견을 내놓아야한다.

“고생했다.”

감독님의 짧고 굵은 말엔 연호에게 전해주고 싶은 모든 감정이 담겨있었다.

“감사합니다. 감독님.”

연호의 얼굴이 밝다. 이미 한 사람의 몫을 해냈다. 1킬을 더해 2킬까지 성공한다면 금상첨화겠지. 지금 분위기로 봐서 가능할 것도 같았다.

나 역시 연호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판단 최고였다. 어떻게 그런 빌드를 생각 한거야?”

연호는 [날빌러]가 없다. 그럼에도 확신을 가지고 4제단 올인을 선택했다. 상대의 빌드를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연패를 언급하지 않아도 연호는 안정적인 빌드를 선택하는 선수 중 1명이었다. 앞서 IBX에서 출전한 김성진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지금의 올인이 더욱 더 놀라웠다.

연호가 쑥스럽게 웃으며 답했다.

“그냥 왠지 상대방이 째는 플레이할 것 같더라고. 어차피 연패 중인데 뭐 어떠냐하는 생각에 질렀어. 평소라면 이런 생각했었어도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진 주저 했을 텐데. 지르고 나니 후회도 안 남고 좋다.”

말은 쉽게 해도 마음은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말 할자격이 있는지 모르게지만 대견했다.

그 사이.

“IBX 중견 나왔다.”

“누구에요?”

뻔한 질문을 한다는 듯 감독님이 피식 웃었다.

“누구겠어. 정인철이지.”

“역시. 나오네요.”

모두의 예상대로였다.

정인철.

용족전 스페셜리스트.

개인리그에선 별다른 활약을 펼친 적이 없다. 강한 용족전에만큼 다른 종족전이 받쳐주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가장 낮은 환국전같은 경우 데뷔 후 통산 승률이 3할대에 이를 정도로 낮다. 마수전 역시 나쁜 건 마찬가지다. 4할 후반. 결코 좋은 승률은 아니다. 하지만 용족전으로 넘어간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정인철의 용족전은 무려 7할을 자랑하고 있었다. 이는 역대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다른 종족 선수라면 정인철을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겠지만 용족 입장에서 보니 그야 말로 재앙 그 자체였다.

정인철은 용족이라면 상대를 가리지 않고 때려잡았다. 약한 용족을 학살한 것이 결코 아니었다. 육룡이라 불리는 최고의 용족들과의 상대전적이 대부분 앞서고 있을 정도였다.

마수전의 신이라 불리는 김택윤과도 같은 상대전적 가지고 있었다.

가장 잘쓰는 유닛은 그슨대.

정슨대라는 말이 따로 있을 정도였다. 그 정도로 귀신같이 그슨대를 잘 다룬다. 보통 그슨대는 천벌에 녹아내리는데 정인철의 그슨대, 정슨대는 달랐다. 천벌에 위축되기는커녕 재빠른 움직임으로 피한 후 오히려 비렴을 잡고 빠지는 여유까지 보여주었다.

알면 알수록 무서워지는데?

힘내라. 연호야. 제발 나한테 정인철이 오지 않게 해라!

“이번에도 준비한 거 있냐?”

감독님이 은근한 말투로 말했다. 전 판에서 김우현을 심리전으로 제압한 것이 마음에 드신 모양이었다.

“흐음.”

연호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뜸을 들였다. 설마 IBX의 모든 선수를 상대로 전략을 짜온 건가? 그렇다면 오늘의 승리는 단순한 운이 아니다. 철저한 계산과 준비로부터 온 것이었다.

반성해야겠다. 이렇게 열정적으로 경기를 준비하는 연호의 모습에 순간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

“아뇨. 없어요.”

“.......”

...다는 취소.

도대체 준비한 듯한 뉘앙스는 왜 풍긴 거야?

김이 샜지만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해맑게 웃고 있는 연호에게 무어라 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해라.”

감독님을 비롯한 코치님들은 연호에게 별다른 지시를 하지 않았다. 여준이가 부스로 갔을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그때는 어떤 빌드를 사용해야 할지부터 시작해서 어떤 상황을 이끌어야하는지 세세하지 지도했다.

독님의 생각을 정확히 알 순 없지만 대충 짐작할 순 있었다. 현재 연호는 기세가 좋다. 다른 사람의 지시를 따르기보다 본인의 감을 믿는 것이 더 좋은 상황을 만들 수 있다.

평상시와 달리 지금 연호의 멘탈은 단단하다.

이때 자유롭게 풀어준다면. 혹 지더라도 좋은 경기를 펼친다면 다음에도 좋은 경기력을 충분히 보일 수 있다.

“하고 싶은 대로요?”

“그래. 져도 되니까 시원하게 지르고 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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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작 된 5세트.

“연호 약 맞았어요?”

“그러게. 나도 확인해보고 싶다.”

도 수코님과 감독님의 대화에서 알 수 있든 연호는  그야말로 미친 활약을 보여주었다. 용족의 재앙이라는 정인철을 상대로 오히려 압도하고 있었다.

놀란 건 우리 뿐 만이 아니었다.

“지금 신연호가 게임하는 거 맞지? 김택윤 아니지?”

“그러게. 신연호가 저렇게 잘한다고? 신막 신연호가?”

신막은 신들의 전쟁 막장의 줄임말로 선수가 들을 수 있는 최악의 멘트 중 하나였다.

믿을 수 없다는 듯 화면을 바라보는 관중들.

칭찬인지 욕인지 순간 헷갈리긴 하는데. 아마 칭찬이겠지?

사람들이 경악에 가까운 탄성을 쏟아낼 정도로 연호가 보여주는 경기력은 뛰어났다.

일단 과감했다.

선택에 망설임이 없다. 그리고 물러섬이 없다. 어떤 경우든 반드시 이득을 챙겨 돌아갔다. 경기를 바꿀만한 이득까진 아니었지만 사소한 이득이 쌓이다보니 꽤 큰 피해를 누적시켰다.

그리고.

-이야. 이 상황에서 본진에 흑완을 드랍하네요! 정인철 선수. 아직 모르죠? 까마득하게 모릅니다. 아. 큰일 났어요. 왜 그 곳에 혈풍이나 군주를 두지 않았나요?

-정신이 없었죠. 신연호 선수가 너무나도 잘 흔들어주었으니까요. 지금 혼이 쏙 빠진 정인철 선수입니다.

-정인철 선수 다른 화면 보고 있어요. 본진! 본진! 본진! 일벌레 다 썰려요! 경고등도 안 들어오는데 아이고. 망했어요!

-신연호 선수 오늘 신내림이라도 받았나요? 움직임이 너무 경쾌합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 정인철의 본진에 4 흑완을 드랍 해 일꾼을 썰어 버렸다. 연호의 견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일벌레를 모두 썰어버린 후 지상유닛 업그레이드를 하고 있는 진화실까지 깨버렸다. 마수가 용족에게 앞서는 것이 하나도 없다. 업그레이드면 업그레이드, 테크면 테크. 자원이면 자원. 모든 면에서

“이렇게만 해준다면, 아니 이 반만 해줘도 걱정 없겠는데요?”

도 수코님이 혀를 내둘렀다. 경기력이 장난 아니다.

눈을 뗄 수 없는 화려한 플레이.

견제면 견제. 공격이면 공격.

모든 것이 다 통했다.

경기를 하는 입장에서 제일 신나는 상황이다.

왼쪽을 치면 왼쪽이 비어있고 오른쪽을 치면 오른쪽이 비어있다. 순간 판단을 잘못해 악수를 두었음에도 상대가 전혀 눈치 채지 못한다. 상황이 이렇게 좋다보니 덩달아 플레이도 좋아졌다.

그야말로 눈이 호강하는 경기력.

관중들은 처음 보는 것이겠지만 우리에겐 너무 익숙한 경기력이었다. 연습실에서 항상 봐왔으니까. 그때의 경기력이 고스란히 살아나고 있었다. 표정도 밝다. 경기를 즐기고 있는 표정. 신이 난거다. 완전히 몰입한 연호는 누구도 말릴 수 없다.

“그러게. 반쯤 모험은 한 것 이었는데 연호가 이렇게 잘해줄 줄이야.”

감독님도 많이 놀란 눈치다.

2킬이다.

그 것도 김우현과 정인철을 상대로.

상당히 크다.

선봉으로 나와 2킬을 하는 것도 물론 좋지만 2:1로 밀리고 있는 타이밍에 중견으로 나와 2킬을 해 3:2, 매치포인트를 만들어 버린 것이 훨씬 좋은 것이었다.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지만 결과가 얼추 보였다. 예전의 연호라며 모를까 지금의 연호는 결코 역전패를 당하지 않을 것이다.

모든 변수를 사전에 꼼꼼히 차단하고 있다.

견제를 받을 수 있는 지역에 시야를 미리 밝히는 것은 물론이고 안전하게 용광포까지 건설해두었다. 빈틈 자체가 없었다. 어떻게든 틈을 찾으려 정인철이 여기저기 들쑤셨지만 소용없었다. 오히려 조급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걸 상대에게 알려주는 꼴이 되었다.

-아. 용족전 스페셜리스트 정인철이 맞나요? 너무 초라합니다. 아무 것도 못했어요!

-오늘 신연호 선수 왜 이러나요? 왜 이렇게 잘하나요?

-완전히 살아납니다. 2킬 입니다. 2킬.

-9연패 뒤에 2킬이라 더 의미가 있습니다! 쉽지 않거든요. 연패를 끊은 것만으로 대단한데 연승까지 해주고 있습니다. 팀을 위기에서 구한 것이나 마찬가지에요!

-만약 신연호 선수가 출전하자마자 패배했다면 팀이 3:1로 위기에 몰리는 거 거든요? 오히려 본인이 매치포인트를 만들어버립니다.

-이재명 감독 오늘 기분 좋겠습니다. 그간 마음고생 심했을 신연호 선수에게 오늘 먹고 싶은 거 다 사줘야겠습니다!

-그건 일단 오늘 경기를 이겨야겠죠!

-제가 조금 성급했군요. 죄송합니다. 너무 신이나서 그만.

-그럴수도 있죠. 자. 지금 신연호 선수 중앙으로 병력 진출합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경기는 점점 연호에게 기울었다.

마수를 상대하는 최종 조합이 모두 완성되었다. 스플래시를 주는 지룡과 비렴, 풍백이 맵을 장악했다. 연호가 얼마나 여유가 있냐면 지룡의 데미지 업은 물론 용력 방어력 업을 3단계까지 해줬을 정도였다. 먹는 자원 자체가 마수보다 많은 상황이니 꿈의 조합이 절로 갖춰졌다.

-상황이 신연호 선수에게 너무 유리합니다. 지금 이 경기를 정인철 선수가 역전하려면 동시에 3군데 이상의 멀티 견제를 나가서 2군데 이상 큰 피해를 입혀야 합니다. 동시에 본인은 견제에 당하면 안 되구요. 절대 피해를 받아선 안됩니다. 어차피 언젠가 업그레이드 상황은 맞춰지거든요? 최소 10분 이상 피해를 받지 않고 버티고 신연호 선수의 자원 채취에 타격을 주든 본진 제단을 밀어버리든 둘 중 하나를 해야합니다.

그야말로 입으로 하는 신들의 전쟁, 입신전이다.

듣는 것만으로 벅찬데 이걸 손으로 해야 한다고?

이제운은 데려와야 가능할 것이다.

그나저나 정인철이 용족을 상대로 이렇게 무기력한 경기를 펼치다니. 연호가 잘하는 것인지 정인철의 오늘 컨디션이 안좋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딱히 알고 싶지도 않았다.

-신연호 선수 2킬에 성공합니다!

-정말 대박입니다!

중계진들은 연호의 승리가 마치 본인의 승리인 것마냥 기뻐했다. 다른 선수가 2킬을 했다면 이런 반응이 아니었을 것이다. 오랜 기간 부진의 늪에 빠져있던 선수가 살아나니 이런 반응을 보여준 것이었다.

“대박이다!”

감독님이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아이처럼 기뻐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연호의 연승.

같은 팀인 우리마저 예상하지 못했는데 IBX에서 예상했을리 만무하다. 이미 IBX는 초상집 분위기였다.

중견으로 출전한 연호는 상대의 대장을 불러내는데 성공했다.

IBX의 대장은.

-올 것이 왔습니다. 드디어 나오죠?

-누구나 예상할 수 있죠.

-김윤호 선수가 IBX의 대장으로 출격합니다!

============================ 작품 후기 ============================

1시간 내로 다음편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정답은 2킬이었습니다!

맞춰주신분들이 상당히 많아서 기쁩니다.

동시에 제 생각이 읽혔다는 슬픔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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