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83 Game No. 83 날아오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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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현 선수 깔끔하게 2킬을 따내며 팀이 2:1로 앞서 나가는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이게 바로 에이스가 해야 할 일이죠. 요즘 팀의 분위기가 말이 아니지 않습니까? 이럴 때 김우현 선수가 나서서 팀의 승리를 만들어줘야죠. 지금까지는 아주 좋습니다.
요즘 IBX의 분위기는 최악이다.
위너스 리그 3연패.
전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 팀의 성적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초라한 성적표다. 이번 시즌 1,2 라운드 성적도 좋았다. 이번시즌도 무난히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것 같았다. 위너스 리그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모두들 그렇게 생각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최악의 결과가 나왔다. 첫 경기를 깔끔하게 잡아냈지만 내리 3연패. 그 사이 만난 팀들이 강팀들이긴 했지만 IBX가 못이길 정도의 팀은 아니었다. 전 경기에서 허무하게 무너졌던 김우현이 힘을 내고 있다. S1을 잡아내며 요즘 기세가 가장 좋은 아스트로를 상대로 말이다.
아스트로란 좋은 보약을 먹고 이젠 비상할 때였다.
-2경기 모두 플레이가 깔끔했습니다.
-중간의 위기가 있긴 했지만 사실 큰 위기는 아니었거든요? 워낙 상황이 유리하다보니 편하게 플레이하다 살짝 위기를 맞은 것뿐이거든요? 이내 정신을 차리고 승리를 따냈습니다.
중계진이 김우현을 칭찬했다. 아주 매끄러운 플레이.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모습이 연달아 터져 나왔다. 마지막에 조금 불안하긴 했지만 워낙 상황을 좋게 만들어 놓은 터라 역전을 당하지 않았다. 그러면 된거다. 이기면 끝인 것이다. 팬들을 즐겁게 해줄 수 있는 경기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프로의 세계였으니까.
가끔 승자보다 잘한 패자라는 말이 나올 때가 있다. 어불성설이다. 패자가 정말 승자보다 잘했다면 경기를 역전시켰어야했다. 그렇지 못했다는 건 승자가 더 잘했다는 뜻이었다. 혹 날빌이든 뭐든 요행으로 이겼다 해도 그 역시 실력이다. 올인을 할 수 있는 배포. 연습이라면 모를까 수백, 아니 수천이 될지도 모르는 사람 앞에서 뒤가 없는 올인을 선택하는 것도 엄청난 용기다.
김우현은 차분히 다음 경기를 준비했다.
2킬을 거두었음에도 여전히 표정은 덤덤했다. 마치 늘 있는 일을 했다는 것처럼.
결승까지 가본 자의 여유였다.
-자. 지금 막 아스트로의 중견 선수의 명단이 들어왔습니다. 의외인데요? 이 상황에서 이 선수가 나올 거라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거든요?
-아스트로에서 중견으로 나설 선수는 신연호 선수입니다.
신연호의 이름이 나오자마자 커뮤니티가 난리가 났다.
<헐 ㅋㅋㅋ 신연호 또 나옴?ㅋㅋㅋ>
<이재명 감독 뇌 속이 궁금하닼ㅋㅋㅋ 맨날 지는 새끼를 왜 계속 내보내는거얔ㅋㅋ>
<항암제 팝니다. 미리 미리 구매 하세요.>
<ㅅㅂ. 이번 경기 나 안봄. 30분 후에 옴.>
<너네는 지금 왜 신연호 나오는지 모름? 깔끔하게 0승 10승 찍어려고 하는거임 ㅇㅇ>
이처럼 신연호의 출전에 대한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최근, 아니 전시즌을 통틀어 신연호가 크게활약한 적이 없었다. 그나마 전 시즌까진 밥값을 했지만 이번 시즌은 9연패라는 최악의 성적을 보여주고 있었다.
상당히 오랜 기간 승리를 거두지 못했단 소리였다.
아스트로에 남은 카드가 없는 것도 아니다.
정통의 에이스인 박현우도 남아있었고 요즘 아스트로의 수호신이라 불리는 이승우도 건재했다.
신연호가 나왔다는 건 이 둘 중 1명은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다는 뜻이었다.
-사실 요즘 신연호 선수의 분위기가 좋지 않습니다. 9연패 중이거든요? 그런데도 나온다는 건 무언가 준비를 했다는 이야기겠죠?
-지금 이 자리가 신연호 선수에겐 얼마나 가시방석일까요? 성적은 진짜 안 나오는데 출격은 꾸준히 했었거든요? 이겨도 보통 이겨야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인식을 확 바꿀 수 있을 정도로 임팩트 있게 이겨야하는데 어디 그게 쉽습니까? 마음은 급한데 경기력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좋지 못한 경기력이 나왔을 때 들었던 조소나 비아냥거림이 지금 신연호 선수의 발목을 잡고 있을 겁니다.
-슬럼프를 겪지 않는 선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은 슬럼프를 겪습니다. 이는 매우 당연한 일입니다. 중요한 건 슬럼프를 어떻게 대하느냐는 것입니다. 9연패라는 수식어가 얼마나 무거운지 잘 알고 있습니다. 오늘 진다면 2자리수로 연패가 늘어나는 건 더욱 더 힘든 일이구요. 그럼에도 중견으로 당당하게 출전했다는 건 이겨낼 준비가 되었다는 겁니다.
김정식과 박용제는 선수 출신이다.
최고라는 소리도 들어봤고 최악이라는 비난도 받은, 산전수전을 겪은 백전노장 중에 노장이 그들이다. 신연호가 겪는 일들은 그들도 겪었던 일이었다. 지금은 해설자로서가 아닌 프로게이머 선배로서 신연호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자. 4경기 준비가 완료되었다고 합니다. 과연 신연호 선수는 연패를 끊고 승부의 균형추를 가져 올 수 있을지 아니면 김우현 선수가 3킬로 매치포인트를 이끌어 낼지. 지금 경기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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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짱을 낀 채 차분한 표정으로 무대를 지켜보는 이재명 감독의 머릿속은 굉장히 복잡했다.
‘내가 옳은 선택을 한 것인가?’
잔잔한 호수에 자그마한 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성이 말했다. 지금 연호를 내보내선 안 된다고. 연습실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는 있지만 프로리그 9연패중이다. 지금처럼 부담스런 자리를 맡길 수 없다. 내보낸다면 부담이 적은 선봉이나 차봉이었어야했다. 애초에 오늘 연호를 내보낼 생각이 없었다.
신연호를 내보낸 순간부터 이재명 감독이 준비해 온 것이 어그러졌다. 신연호의 출전 의사를 들었을 때 단칼에 거절하려고 했다. 하지만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 생각이 바뀌었다.
눈빛이 살아있다.
표정이 살아있다.
죽어있던, 도살장에 끌려가는 돼지 마냥 억지로 부스에 올랐던 전과 달리 승부에 대한 의지로 활활 불타오르는 신연호가 서 있었다.
흔들렸다. 이성과 달리 감성이 말했다.
오늘이 정말 기회를 줄 때라고.
고민은 짧았다. 이재명 감독은 감을 더 믿었다. 그렇게 신연호의 중견 출전이 결정되었다. 이를 눈빛으로 말리는 코치들도 있었다. 말은 하지 않아도 무슨 의미인지 안다.
이승우와 박현우라는 든든한 카드를 두고 위험한 신연호란 카드를 내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겠지.
이 선택이 옳은 선택인지 그른 선택인지는 잠시 후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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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원들의 마음은 하나였다.
제발 연호가 이기기기를 바라고 또 바랐다.
단순히 팀의 승리를 위해서가 아니다. 연호가 연패를 끊고 조금 더 자유로워지길 바랐다.
왠지 오늘은 연호가 이길 것 같다. 전과 눈빛이 달랐다. 주눅들어있던 평소와 달리 상당히 자신감에 차있는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런 눈빛이 언제 나오는지 알고 있다.
승리에 대한 확실한 믿음이 있을 때.
꼭 이겨라.
부탁한다!
팀을 위해기도 하지만 너를 위해서 제발 이겨줬음 좋겠다!
이 간절한 염원이 연호에게 전해지기를 빌고 또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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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난하게 가면 이기겠군.’
아스트로의 중견 카드가 신연호라는 걸 확인한 김우현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아스트로가 이번 경기를 포기한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신연호는 쉬운 상대였다. 분석이 크게 필요 없었다. 경기마다 빌드는 달랐지만 분위기는 같았다.
주눅 들어 있는 플레이.
자신감이 없는 플레이.
상대의 빌드를 확인하기 전까지 전전긍긍하며 그저 맞추는 빌드를 올리는 스타일.
연패가 계속 되면 위축 될 수 밖에 없다. 자연 위험한 선택을 피하게 되고 능동적인 움직임을 피하게 된다.
안전하고 수동적인 움직임.
언뜻 괜찮아 보이지만 공격적인 스타일보다 오히려 약점이 많았다.
이런 선수를 상대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다.
과감하게 멀티를 빠르게 가져가거나 올인으로 끝내버리거나. 둘 다 멘탈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는 빌드다.
조금 더 안전한 건 전자였다.
그리고 김우현의 선택 역시 전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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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드 엇갈렸어요!
-이야. 경기가 어떻게 이렇게 되죠?
-아. 이건 거의 끝났어요. 끝!
그 어떠한 종족전보다 용족과 용족의 대결은 빌드가 중요하다. 경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금 신연호와 김우현의 빌드는 극과 극으로 갈렸다.
김우현이 선택한 빌드는 1제단에서 테크 대신 용혼을 꾸준히 뽑으며 앞마당을 가져가는 것이었다. 아마 신연호가 용∙신 3제단을 할거라 예상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신연호의 선택은 달랐다.
-김우현 선수 큰 일 났습니다.
-신연호 선수 정찰 성공하지 못했지만 과감하게 제단을 4개까지 늘려버리네요!
-지금이라도 알아야합니다. 김우현 선수 끊임없이 정찰 넣어서 상대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아야합니다.
-하지만 알 수가 없죠. 전혀 짐작하지 못하고 있어요!
신연호가 선택한 빌드는 4제단 올인.
앞마당을 빠르게 가져간 김우현의 빌드를 잡아먹는 빌드였다.
그 것도 완벽히.
평소의 신연호에게 볼 수 없었던 장면이었다. 4제단 올인은 초반의 힘이 강력하지만 상대가 흑완을 가거나 안전하게 용의 신전을 올려버리면 불리해질 수밖에 없는 빌드였다.
그럼에도 신연호는 과감히 제단을 4개까지 늘렸다. 우연이 아니다. 김우현이 빠르게 확장을 가져갈 거란 미리 예측하고 초반 올인을 준비한 것이다.
신연호가 심리전에서 김우현을 찍어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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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들의 환호에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아직 제대로 된 전투 한 번 나오지 않았지만 벤치의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밝았다.
“이 정도면 끝난 거 아냐?”
승대의 말처럼 승부는 이미 끝났다.
연호의 러시를 김우현은 절대 막을 수 없다. 유닛의 차이가 너무 심하다. 연호가 말도 안 되는 실수를 하지 않는 이상 무난히 승리를 가져갈 것이다. 그냥 자신 있게 러시를 들어가면 끝이다.
그때 연호의 용안이 김우현의 앞마당 정찰에 성공했다. 동시에 입가에 슬며시 지어지는 미소. 본인이 빌드를 먹었다는 걸 확인한 것이다.
본진에 꽁꽁 숨겨두었던 용혼들이 김우현의 앞마당을 향해 진군을 시작했다. 언뜻 봐도 용혼의 숫자가 크게 차이가 난다. 이 차이는 갈수록 더 커진다. 빠르게 앞마당을 선택한 김우현은 테크가 느릴 수 밖에 없다. 스플래시 데미지를 가지고 있는 지룡을 뽑을 수도, 은신 기능을 가지고 있는 흑완을 뽑을 수도 없다. 먹은 자원을 채 활용하기도 전 연호의 용혼이 앞마당으로 들이닥칠 것이다.
연호의 선택이 좋았다.
자신이 연패를 하고 있어 위축 된 플레이를 펼칠거라 예상한 상대가 배를 불리는 플레이를 할 때 역으로 그걸 노리는 빌드를 준비하고 나왔다.
제대로 허를 찌른 것이다.
-아. 용혼의 수가 거의 3배나 차이 납니다. 막을 수 없어요. 이거.
-이제야 상대방의 빌드를 확인한 넋이 나갔죠. 아. 안타까움이 여기까지 전해지네요.
-너무 늦었어요. 이젠 못 막아요. 지금 앞마당 포기하죠? 절대 이길 수 없습니다. 아니 이 용혼도 못 막아요! 신연호 선수 신이 났습니다.
-컨트롤을 해주고 있지만 의미 없어요. 물량 차이가 너무 납니다. 이건 컨트롤로 어찌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추가되는 용혼의 숫자도 배가 차이 납니다.
-아직 GG만 나오지 않았을 뿐 경기는 이미 끝났습니다. 신연호 선수 지긋지긋한 연패의 사슬을 끊어내네요!
연호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나를 비롯한 팀원들의 얼굴에도 마찬가지였다.
그 동안 마음고생 심했을 텐데 잘 버텨주었다.
-김우현 : GG.
연호의 길고 길었던 연패가 끝이 났다. 무려 육룡을 잡아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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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호 1킬 성공했습니다.
과연 2킬까지 나아갈 수 있을지?!
다음 편에 ibx전이 끝납니다.
86편부턴 msl, 이영우와의 리매치가 시작되니 많이 기대해주시길.
여러분들의 추천과 댓글은 절 글쓰는 기계로 만듭니다.
그럼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