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81 Game No. 81 IBX전.(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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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왔습니다!”
“잘 다녀왔냐?”
숙소로 돌아온 우리를 반겨준 건 도 수코님이었다. 감독님은 일찍 잠에 드셨다고 했다. 연습실을 슬쩍 보니 팀원들은 아직 연습에 한창이었다. 보기 좋다. 괜히 마음이 흐뭇해졌다.
“넵!”
“생각보다 일찍 왔네? 법카 까지 들고. 더 놀다 오지 그랬어?”
우리가 숙소에 도착 자정이 되기 전이었다.
확실히 이른 시간이긴 하다. 절대반지와 맞먹는 절대카드를 들고 이 시간에 숙소로 돌아오다니. 이 이야기를 다른 사람이 듣는다면 안타까움에 혀를 찰 것이 분명하지만.
“재밌게 놀았어요.”
일단 오늘 한 것만으로 충분히 만족스럽다.
기회가 오늘 한 번 뿐이 아니지 않은가?
다음엔 더 많은 인원이 나가서 놀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럼 씻고 자.”
“네. 코치님도 안녕히 주무세요.”
씻고 침대에 누워 오늘을 되돌아봤다.
감독님께 참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오랜만에 신들의 전쟁을 잊고 신나게 논 것 같았다. 흑역사가 될 것 같은 기억을 만들었지만 언젠가 그 것도 웃으며 말할 수 있는 일이 되겠지. 승드셋과 몰수로더가 하나의 추억이 된 것처럼 말이다.
그 간 열심히 했기에 쉬라는 의미도 있었지만 이번 주에 예정 된 OSL과 MSL 때문에 이런 휴식을 준 것이기도 했다.
잔뜩 굳어 있는 몸을 풀라는 의미도 있었을 것이다.
이번 주는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주일이다.
OSL 2차전과 MSL 32강이 동시에 있는 주였으니까.
OSL 같은 경우 이번에 패한다고 탈락이 확정되지는 않지만 자력진출이 불가능해진다. 이영우가 3승을 하고 남은 3명이 1승 2패 동률을 이루길 기도하는 것이 전부였다.
가장 좋은 그림은 남은 2경기를 이겨 자력으로 16강에 진출하는 것이었다.
MSL.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이날 첫 경기 상대가 이영우다.
처음이 제일 막막하지만 뒤이어 만나게 될 신상운이나 황정호도 그리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신상운은 처음 만났을 때 쉽게 이기긴 했지만 이번도 그러리란 법은 없었다.
분명 나를 상대로 복수의 칼을 제대로 갈고 있을 것이다. 예전 같은 마인드로 갔다간 크게 당할 수 있다.
빠르면 3일, 늦으면 일주일 후에 치러지는 OSL과 달리 MSL은 하루에 진출자가 결정 난다. 초반에 페이스를 잃으면 제대로 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패배할 지도 모른다. 체력의 배분 역시 생각해두어야 할 문제다. 최소 2경기, 최대 3경기를 연달아 치른다. 같은 3경기라도 프로리그의 3경기와는 다르다.
가장 기쁜 일주일이 될지, 최악의 일주일이 될지 그 여유는 내 손에 달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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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저녁.
오늘도 양대 방송사에서 어김없이 프로리그가 열렸다.
모두 기대가 되는 매치였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온게임TV 쪽에 더 쏠려 있었다.
온게임TV에선 아스트로와 IBX의 경기가 중계 될 예정이었다. 사람들의 관심사는 오늘 이승우와 김윤호가 만날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이 둘은 4일 후 OSL 16강전을 치르게 된다.
사람들은 이 둘의 매치에 관해 자신의 생각을 내놓았다. 경기가 길어지면 에이스인 이 둘이 필연적으로 만날 수밖에 없다는 이도 있었고 김윤호야 출전할지 모르지만 이승우 같은 경우 안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이도 있었다. 나름 설득력 있는 이유를 가지고 있었다. 이번 주 이승우는 그 어떤 선수보다 바쁜 일정을 가지고 있다.
OSL 16강 2차전부터 MSL 32강까지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는 경기들이다. 그렇기에 이재명 감독이 이승우에게 휴식을 줄 거 같다고 예측한 것이다.
두 예측 모두 일견 타당해보였다.
실제로 이 두 선수가 맞붙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오직 신만이 알고 있을 뿐이다.
-오늘도 프로리그로 여러분들을 찾아뵙습니다. 오늘 중계를 맞게 된 성진우 캐스터라고 합니다. 저와 함께 중계를 해주실 두 분의 해설위원을 소개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해설을 맡은 박용제라고 합니다.
-김정식입니다. 이렇게 또 만나 뵙게 되서 정말 반갑네요.
오늘 온게임TV 해설위원은 공교롭게도 모두 전 프로게이머 출신이었다. 해설로서의 능력이라면 김정식 해설이 박용제 해설을 몇 수 앞서지만 선수 시절의 커리어는 박용제가 훨씬 좋았다.
일단 프로리그에서 우승 경험 없이 2번의 준우승을 한 김정식 해설과 달리 박용제 해설은 최강 S1 소속으로 1번 우승과 1번 준우승을 차지했다. 단순히 머릿수 채우기가 아닌 팀의 주축으로 말이다.
이보다 더 큰 차이는 개인리그에 있었다.
총 2번 결승에 진출해 1회 우승과 1회 준우승을 한 박용제 해설과 달리 김정식 해설은 개인리그 결승에 오른 적이 단 1번도 없었다. 최고 성적도 4강에 올라 3위를 차지한 것이 전부였다.
실제로 둘은 비슷한 시기에 선수 생활을 했고 중요한 자리에서 자주 맞부딪쳤다. 승률은 박용제가 월등히 높았다.
팀 역시 S1과 CT로 최고의 라이벌을 이뤘었고.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할 것 같았던 둘이 나란히 앉아 해설을 하는 것도 팬들 입장에선 굉장히 재미있는 모습이었다.
-상당히 흥미로운 매치를 앞두고 있는데요. 해설위원님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성진우 캐스터는 일명 성캐라고 불리며 맛깔난 드립으로 인해 사람들의 호감을 이끌어내는 캐스터였다. 리틀 전현석이라고 불릴 정도로 절체절명의 순간을 생동감 있게 잘 표현해내기도 했다.
-일단 승부는 열어봐야 할 수 있겠습니다만. 아스트로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이승우 선수가 어디에 배치되느냐하는 것입니다.
-저 역시 공감합니다. IBX도 상당히 선수층이 탄탄한 팀입니다. 쉽게 무너질 팀이 결코 아니거든요? 종족 밸런스 역시 상당히 훌륭합니다. 현재 순위는 6위지만 상위권팀과 그리 차이가 나지 않거든요? 이승우 선수가 IBX의 탄탄한 선수층을 뚫을 수 있을지 주목 해봐야합니다.
박용제 해설과 김정식 해설이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확실히 이번 경기의 키는 이승우에게 쥐어져 있었다. 그의 활약에 따라 승패가 좌우 될 것이다.
-IBX가 6위로 상위권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지 않긴 하지만 이게 3라운드 들어서 떨어진 순위입니다. 원래는 더 높은 곳에 있었거든요? 위너스 리그 4경기 성적이 1승 3패입니다. 상당히 안 좋아요. 앞서 김정식 해설이 말해주었던 것처럼 선수층이 매우 탄탄하지만 반대로 완벽한 에이스는 없거든요? 이게 1,2라운드 승률과 3라운드 위너스리그 승률을 나누는 가장 큰 차이라고 봅니다. 이러한 역할을 김윤호 선수와 김우현 선수가 이제는 해줘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오늘도 이 두 선수가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면 승리는 아스트로가 가져갈 수밖에 없어요.
IBX는 1회 우승자인 김윤호와 1회 준우승자인 김우현을 주축으로 구성 된 팀이다. 과거 프로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했을 정도로 그 실력이 매우 탄탄한 팀이다.
그 후로 우승을 차지한 적은 없었지만 꾸준히 포스트시즌에 들면서 IBX가 우승을 차지했던 것이 운이 아니었다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
-일단 아스트로에서 첫 번째로 내 놓은 카드는 이승우 선수가 아닙니다. 조금 의외의 선수죠? 윤여준 선수가 선봉으로 나섰습니다. 종족은 용족입니다. 저는 이 선수 처음 보거든요? 아시는 것 있으십니까?
-요즘 아스트로에서 이 선수에 대한 칭찬이 자자합니다. 김택윤 선수와 송병호 선수, 허영우 선수의 플레이를 섞은 것 같다는 이야기가 들릴 정도입니다.
-이야. 저 세 선수를 합치면 도대체 어떤 스타일이라는 걸까요? 직접 그 플레이를 보고 싶어지네요. 이에 맞서 IBX에선 김성진 선수를 선발로 내놓았습니다.
-상당히 안정적인 카드입니다. 본인이 준비해 온 걸 제대로 펼치기만 한다면 어떤 선수를 만나도 이길 수 있는 선수죠.
-자. 저희는 잠시 후 1세트와 함께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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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할 수 있어. 파이팅!”
“으. 저 떨려요.”
“괜찮아. 연습실에서 했던 대로만 하면 돼.”
S1 전에서 나로 인해 기회를 빼앗겼던 여준이가 우리 첫 번째 카드였다. 상대 입장에선 깜짝 기용이라 할 수 있었지만 우리 팀 에선 충분히 짐작했던 선발이었다.
요즘 여준이의 실력이 눈에 띄게 상장하고 있다.
그야말로 괄목상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할 정도였다.
감독님 역시 여준이를 눈여겨본 모양이었다. 이렇게 선봉으로 내보낸 걸 보면 여준이를 굉장히 믿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김성진은 굉장히 안정하게 하는 스타일이니까 오히려 배 한 번 불려봐. 저번에 신인상대로도 공격적인 플레이 안하고 그냥 본인 할 것만 하더라. 어떤 선수를 만나도 똑같아. 너한테도 똑같이 할 거야. 부담 갖지 말고 그냥 배째 버려. 그 정도는 해야 네가 이길 수 있어. 만약에 공격적으로 오면? 막을 수 있을 만큼 막아보고 못 막으면 그냥 GG쳐버려. 그렇게 지면 네 잘못이 아냐. 우리의 판단 미스지. 그러니까 절대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더블신전을 가든 1제단 트리플을 가든 정찰 막고 무조건 째버려. 알겠지?”
김성진은 IBX의 주축을 이루는 환국 선수 중 1명이었다.
코치님의 말처럼 김성진은 안정적인 운영을 지향했다. 어떠한 경우가 와도 그랬다. 그 결과 프로리그에선 꽤 높은 승수를 쌓고 있는 반면 개인리그에선 제대로 된 힘을 쓰고 있지 못했다.
판에 박힌 듯 하는 플레이가 항상 같았기 때문에 판짜기에 쉽게 무너졌기 때문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여준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코치님의 말을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다시 코치님께 이 것 저 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상당히 좋은 자세다.
여태까지 본 바로는 여준이는 전략 이해도와 이행도가 굉장히 높은 아이였다. 코치님이나 감독님이 주문하는 걸 즉각 수정할 정도로 말이다.
“딴 건 모르겠고 최소한 삭발만 당하지 말자. 삭발만.”
원래 이름인 IBX보다 이발소라는 별명을 신들의 전쟁 팬들은 훨씬 많이 사용했다. 이유는 딱히 없다. 그냥 어느 순간 IBX가 이발소의 약자라는 드립이 퍼지고 퍼져 지금의 상황을 만든 것이다. 이발소라는 별명답게 IBX가 프로리그에서 상대 팀을 4:0으로 이기는 걸 삭발식이라고 했다.
일명 삭발, 4:0 패배를 당하면 각종 커뮤니티에 패배한 선수들의 얼굴에 삭발한 머리가 합성하여 <삭발식>라는 제목과 함께 올라온다.
팀의 패배를 떠나 그런 꼴은 절대 당하고 싶지 않았다.
“자. 가봐라.”
진심으로 난 여준이를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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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1세트 준비가 완료 되었다고 하는데요. 그럼 첫 번째 전장인 태백산맥으로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의 힘찬 함성이 필요합니다!
성진우 캐스터의 말과 함꼐 함성이 쏟아졌다. 성진우 캐스터가 만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분위기는 띄우는 데엔 성진우 캐스터만한 사람이 없었다.
경기가 시작되었다.
윤여준이 1시였고 자연스레 김성진이 7시에 위치했다.
솟대 밖에 건설되지 않는 극 초반.
김정식 해설이 두 눈을 빛냈다.
-윤여준 선수 아직까지 제단이 없거든요?
-실수로 안 지은 건 아닐 거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제단이 지금 까지 없다는 건.
김정식 해설이 말하는 그 순간 윤여준의 용안이 앞마당 쪽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역시 생더블입니다! 윤여준 선수 대단하네요. 경험이 거의 없는 선수임에도 이런 과감한 선택을 하다니!
앞마당에 신전을 대놓고 지어버리는 윤여준.
더 놀라운 건 정찰을 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아예 초반 압박은 배제한 상황. 다른 선수였다면 위험한 플레이였겠지만 항상 안전한 플레이를 하는 김성진이기에 과감히 정찰을 생략하고 자원 채취에 집중한 것이다.
결론만 두고 보자면 매우 좋은 플레이였다.
김성진은 오늘도 안전한 빌드를 올리고 있었으니까.
IBX의 벤치에 있는 이들의 얼굴에 초조함이 조금씩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