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74 Game No. 74 기록의 사나이. =========================================================================
-아. 천벌 떨어집니다! 천벌이 떨어졌어요! 신노철 선수 당황했죠. 천벌을 고스란히 뒤집어쓰네요.
-정말 완벽한 타이밍입니다!
어느새 천벌의 개발이 완료 되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날벼락에 그슨대가 외마디 비명과 함께 그대로 무너졌다. 겨우 2방의 천벌이 떨어졌을 뿐인데 그슨대의 숫자가 눈에 띄게 줄었다.
이 순간에도 본진에 떨어진 흑완은 여전히 건물을 때리고 있었다.
총체적 난국.
도대체 어디서 부터 손을 써야할지 모를 상황.
여기에 이승우가 고민거리를 하나 더 던져주었다. 용아와 비렴이 다시 진출을 시작한 것이다. 용아만 있다면 그슨대로 충분히 상대할 수 있지만 이젠 천벌을 쓸 수 있는 비렴까지 함께 있다.
도무지 상대가 안 되는 조합이었다.
-신노철 : GG
중앙에 있던 그슨대가 전멸하는 순간 신노철이 GG를 선언했다.
-이승우 선수 오늘도 역사를 써내려갑니다! 용족 최다 연승 기록에 본인의 이름을 올려놓습니다!
-이거 도핑테스트라도 해봐야하는거 아닌가요?
-박광춘 해설위원님. 도핑 테스트라뇨? 지금 우리 이승우 선수가 약이라도 맞았다는 겁니까?
언제부터 ‘우리’ 이승우였는지 모르지만 도핑테스트라는 말에 박상철 캐스터가 과민반응했다. 박광춘은 당황했다. 정말 약을 했는지 확인해보자는 것이 아니라 그 정도로 잘한다는 뜻이었는데.
갑자기 치고 들어오는 박상철이 원망스럽기 까지 했다.
물론 박상철 캐스터도 박광춘 해설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러는 이유는 하나.
그냥 놀리기 위해서다. 박광춘 해설은 참 솔직한 사람이다.
놀라면 놀란 표정을 짓고 당황하면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처음 박광춘 해설을 만난 사람도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 맞출 정도였다.
이 둘의 사이가 절친한 사이가 아니었다면 박상철 캐스터도 지금처럼 박광춘을 놀리지 않았을 것이다. 둘은 모든 사람들이 알 정도로 친한 사이다. 그렇기에 지금 이 상황이 불편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저 이들의 장난을 재밌어 할 뿐이었다.
-네? 아. 뭐 그런 뜻이 아니라. 그냥 그 정도로 잘...
-사과하세요.
-네?
-사과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박상철 캐스터는 애초부터 박광춘 해설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었다. 사과하라는 말에 황망한 표정을 짓는 박광춘 해설.
옆에 있던 한종엽 해설도 거들었다.
-제가 생각해도 그건 조금 심한 것 같네요.
박광춘 해설이 억울한 표정을 지었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2:1의 상황.
소수인 쪽이 무조건 잘못 된 것일 수 밖에 없었다.
-네. 제가 말이 심했네요. 죄송합니다. 그냥 제 말은 잘한다는 뜻이었는데...진지하게 말한 건 아니구요. 그냥 이승우 선수 최고라는 뜻이었습니다.
여전히 억울해 보이는 박광춘 해설의 표정.
오늘도 박광춘은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었다.
-자. 이번 경기로서 이승우 선수는 13연승, 한 번도 용족 선수가 밟아보지 못한 기록을 세우게 됩니다. 정말 대단하네요. 박수가 절로 나옵니다. 이런 선수가 도대체 어디서 뚝 하고 떨어진거죠?
매끄러운 박상철 캐스터의 진행이 이어졌다.
-정말 오늘 제대로 사고 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기세를 몰아 올킬에 성공한다면 또 하나의 기록을 만들게 됩니다.
위너스리그 1시즌 3회 올킬.
여태까지 김택윤이 단독으로 보유하고 있던 기록이다. 현재 최강이라는 이영우도 가지지 못한 기록. 물론 이영우가 주구장창 선봉으로 나왔다면 1시즌에 3회 올킬을 달성했을 수도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영우는 팀의 승리가 우선시 했기에 대부분 대장이나 중견으로 나와 2킬이나 3킬을 기록하는 경우가 많았다.
어쨌든 이승우는 용족이 가지고 있는 모든 기록을 갈아치울 기세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었다.
-이 선수 도대체 한계가 어디인가요? 보는 저희가 겁날 정도입니다!
-이영우 선수에게 패배하고 기가 꺾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걸 반성해야겠습니다. 꺾이기는 커녕 오히려 끊임없이 올라가네요!
****
3킬에 성공했다. 이번 경기에도 역시 스킬을 아끼지 않고 사용했기에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승리를 따낼 수 있었다.
그 순간.
[업적을 달성하였습니다.]
반가운 창이 떴다. 동시에 체력이 7% 회복되었다.
[진정한 올킬러]의 효과.
3킬을 한 덕분이었다. 생각보다 회복 되는 양이 많다. 1킬과 2킬의 체력 회복량을 합친 것보다 큰 수치구만. 올킬을 하면 얼마나 많은 체력이 회복 될 지 궁금해졌다. 적어도 7% 이상 회복이 되겠지?
자. 이제 업적을 확인해볼까?
한 번 겪어서 안다. 아마 프로리그 용족 최다 연승에 관한 업적이겠지. 엄청난 기대는 하지 않는다. 어차피 공식전 연승 보다 보상이 적을테니까.
[프로리그 용족 최다 연승인 13승을 달성하셨습니다. 13연승은 신들의 전쟁 용족 선수로는 처음 얻게 되는 기록입니다. 업적의 대가로 스탯 포인트 10이 주어집니다.]
확실히 공식전 연승보단 약한 보상.
그래도 없는 것보다 낫다.
난 모든 포인트를 피지컬 중 가장 낮은 수치를 지니고 있는 공중 유닛 컨트롤에 투자했다. 지금 수치는 38.
여전히 다른 스탯에 비해 낮긴 하지만 그대로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출 수 있게 되었다. 여태까지 너무 불안했다. 환국전에서 웬만하면 천왕랑을 가지 않고 나가를 간 것도 낮은 공중 유닛 컨트롤에 있었다.
천왕랑은 양날의 검이다.
잘 쓰기만 하면 아무리 불리한 상황도 역전시켜주는 보물이지만 반대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자원과 인구수만 축내는 골칫덩이가 된다.
아무래도 공중 유닛 컨트롤이 낮다보니 자신이 없었다. 의도적으로 나가를 뽑았을 정도니까. 그래도 환국전은 낫다. 대체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았으니까.
문제는 마수전이었다.
마수전에서 비비는 필수다. 초반이 되었건 중반이 되었건 후반이 되었건 비비가 활용되지 않는 순간이 없다. 아예 비비를 생략하는 빌드도 있긴 하지만 변칙적으로 해야 상대에게 통하는 것이지 그걸 주구장창 해버리면 약점을 간파당해 쉽게 무너질 것이다.
오늘 경기도 그렇다.
비교적 약한 상대인 박천기와 신노철을 만났음에도 비비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많은 수를 잃었다. 폭발적인 생산력과 압도적인 전투력에 비하면 많이 아쉬운 모습이었다.
그래도 이번에 10을 높이면서 걱정을 조금 덜 수 있게 되었다. 여전히 부족하긴 하지만.
이제 남은 선수는 최태양 1명.
폭스의 진정한 에이스였다. 다른 선수가 나올 가능성은 없다. 그냥 4:0으로 지겠다는 뜻이니까. 경기를 역전하면 좋지만 그게 안 될 경우 최소 자존심이라도 챙기려 할 것이다.
그렇기에 대장엔 최태양이 적격이었다. 혹시나하는 기대를 품을 수 있었으니까. 일단 내가 경기에서 져도 최태양이 올킬을 해내진 못할 것이다. 스타일 상 위너스 리그에 잘 맞는 선수는 아니었으니까.
이번 경기를 잡아갈 확률은 90% 이상.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물론 가장 좋은 건 내가 최태양을 잡고 4:0, 올킬로 경기를 끝내는 것이다. 다른 팀원들에게 부담을 넘기지 않아서 좋고 나는 올킬을 해서 좋고. 준비한 세레모니도 할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4세트 전장은 폭풍의 언덕이었다.
나쁘지 않다.
할만 한 전장.
일단 최태양의 견제를 조심하면 반쯤은 먹고 들어간다.
-옵저버 : 양 선수 경기 준비 끝났나요?
-이승우 : 네. 다 끝났습니다.
-최태양 : 네.
-옵저버 : 그럼 경기 시작하겠습니다.
카운트 다운과 함께 경기가 시작되었다.
****
경기를 시작하자마자 [날빌러]를 사용하였다.
역시.
[날빌러]가 추천해주는 빌드는 안전한 빌드였다. 초반에 몰아붙일 생각이군.
둘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아예 부유하게 가더나 공격적으로 나오거나.
최태양의 선택은 후자였다. 정확한 빌드는 알 수 없다. 강한 FD일 수도 있고 2화통 러시일 수도 있다. 아니면 5화통 타이밍 러시를 잡아버릴 수도 있고.
이건 정찰로 서서히 알아 가면 된다.
그래. 이번 경기는 안전하게만 하자. 안전하게만.
****
-아. 오늘 폭스 정말 안 되네요. 이승우 선수가 하는 건 전부 당하고 왜 본인들이 하는 건 하나도 안통하나요?
-마가 끼었다고 해야 할까요? 정말 폭스에겐 기억하고 싶지 않은 하루입니다. 아니 이렇게 눈치가 빠르면 어떻게 하겠다는 겁니까?
경기가 시작한지 10분.
그리 오랜 시간은 아니었지만 이미 이승우가 많이 유리한 상황이었다. 중앙 화면을 바라보는 최찬익 감독의 낯빛이 검게 죽어있다. 폭스의 선수들 역시 다르지 않았다. 표정 관리를 하지 못하고 벌겋게 달아오른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오늘 경기에 출전했다가 패배한 선수들의 기분은 최악 중에 최악이었다.
‘젠장.’
박천기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미처 정리하지 못한 손톱이 살을 파고 들어왔지만 아프지 않았다. 그보다 지금 느끼는 패배감이 그를 더 아프게 했다.
자신은 그렇다 쳐도 이렇게 팀 전체가 무기력하게 무너질 줄 몰랐다. 커뮤니티가 난리가 날 것이다. 이승우의 올킬을 찬양하는 이들로 넘쳐 날 것이고 반대로 폭스에게 쓴 소리를 아낌없이 내뱉을 것이다. 아니 쓴 소리를 넘어 도가 지나친 악플까지 달릴 것이다. 다 자신이 자조한 일이었다. 그래서 팀원들에게 미안했다. 조지명식에서 도발을 하지 않았더라면 악플까지 가지 않고 쓴 소리에서 멈추었을 테니까.
“괜찮아. 다 재미있게 하려고 그런 건데.”
그때 2세트에서 패배한 박성찬이 박천기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그는 폭스의 주장을 맡고 있었다.
“미안하다. 나 때문에.”
박천기가 고개를 떨어뜨렸다.
“다음에 잘해서 이기면 되지 뭐.”
그 사이 경기는 종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최태양 선수. GG를 못치고 있어요.
-최태양 선수도 알 겁니다. 이미 경기가 끝났다는 걸.
-아쉬워서 그렇습니다. 아쉬워서. 자신이 GG를 치면 폭스가 4:0 올킬을 당해버리거든요.
-올킬을 면하기 위해 고군분투했습니다만 이승우의 벽은 너무나도 높았습니다.
-이영우 선수에게 당한 패배를 화풀이하려는 것처럼 보이네요! 이 선수 정말 압도적으로 잘합니다!
박광춘 해설의 말처럼 화풀이를 하려는 것인지 이승우란 폭풍은 사그라질 줄 몰랐다. 오히려 세트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더 거세졌다.
앞마당의 군영이 깨졌다.
창고 역시 대부분 깨지거나 불이 붙어있다. 화통도감은 더 이상 병력을 생산하지 않았고 이미 최태양의 본진은 용족의 병력이 환국의 병력보다 훨씬 더 많았다.
이영우가 와도, 아니 이영우 10명이와도 역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제 남은 건 하나.
-최태양 선수 GG를 선언합니다!
-정말 대박입니다. 이승우 선수 본인이 예고한대로 올킬을 해냅니다.
-이런 경우가 있었나요? 그 누구도 하지 못한 일을 이승우 선수가 해냅니다.
-그냥 올킬도 아닙니다. 프로리그 용족 최다연승은 14연승으로 늘리면서 한 올킬입니다! 이승우 선수 부스에서 나오죠!
****
최태양의 GG를 확인한 순간 부스의 문을 힘껏 밀어 밖으로 나갔다. 지체할 시간이 없다. 대기석을 바라보니 이미 탁자 위에 내가 준비한 상자가 올라와 있었다. 아마 경기가 기울어졌을 때부터 꺼내놓은 모양이었다. 난 거침없이 상자 쪽으로 걸어갔다.
-어? 무언가 준비해 온 모양인데요?
-그런 것 같죠? 세레모니를 준비한 것 같은데요?
-상자 안에 준비한 물건이 있는 모양입니다.
-상자 안에 도대체 무엇이 들어있을까요?
중계진들의 의아해하는 목소리를 들으며 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 어떠한 것을 상상해도 그 이상이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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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편입니다.
일단 일요일을 제외한 6일 간 매일 1편을 기본으로 하겠습니다.
많은 댓글과 추천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에게 굉장히 큰 힘이 되거든요!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럼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