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73 Game No. 73 승우님 3킬 가신다! =========================================================================
어찌어찌 첫 번째 싸움을 승리로 이끈 박성찬이지만 그 것이 전부였다. 사실 이겨도 이긴 싸움이 아니었다.
2번, 3번 몰아닥치는 용족의 폭풍에 환국의 병력이 눈에 띄게 줄어갔으니까.
겨우 2개의 멀티가지고 전 전장에 멀티를 가져간 용족과 소모전을 펼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그나마 박성찬이었기에 지금까지 버틴 것에 불과했다. 이젠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
화통도감의 불은 전부 꺼져버렸다. 더 이상 병력을 뽑을 돈이 없는 것이다. 마지막 자원 줄이었던 2번째 멀티의 철광도 모두 사라졌다. 텅 빈 공간엔 할 일을 잃은 일꾼들이 멀뚱히 서있을 뿐이었다. 반면 이승우의 자원은 마르려면 멀었고 제단 역시 아직도 쌩쌩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아. 박성찬 선수 GG를 선언합니다. 초반 빌드가 갈린 것이 너무 컸어요. 버텨보려고 했지만 더 이상 힘이 없네요. 사실 지금까지도 굉장히 잘했습니다.
-너무 뻔했죠. 본인과 어울리지 않는 전장에 나온다? 노림수가 있다는 것이 너무 보였거든요.
-물론 보인다고 모두 이길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본인에 대한 믿음과 그 믿음을 실천시킬 수 있는 실력이 필수거든요! 그 점에서 이승우 선수 정말 잘했습니다.
-이로써 이승우 선수가 2킬에 성공합니다! 첫 세트에 이어 두 번째 세트로 너무나도 손쉽게 승리를 가져갑니다.
-동시에 송병호 선수와 함께 프로리그 용족 최다연승 타이 기록을 달성합니다!
-정말 대단하네요. 이승우 선수. 기록의 사나이에요. 기록의 사나이!
-정말 이번 시즌 큰 일 낼 것 같습니다. 오늘 경기만 해도 본인이 예고한대로 올킬을 향해 나아가고 있거든요? 정말 대단합니다.
중계진의 칭찬이 이어졌다.
특급 선수의 등장은 모두를 흥분시킨다.
나이가 어린 신예 선수가 아니다. 어디서 혜성같이 나타난 선수가 아니다.
6년간 2군에 있었던 선수.
그래서 더 극적이다. 그렇기에 드라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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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승리.
이번에도 특별한 세레모니는 하지 않았다. V를 그려 관중들에게 내밀었을 뿐이다. 2승을 뜻하는 것이었다. 약간의 도발이 섞여 있는 세레모니. 다음 상대가 누가 되어도 상관없다.
이미 기세는 내 쪽으로 넘어와 있었으니까.
기쁜 건 2킬 뿐만이 아니었다. 이번 세트 승리로 새로운 기록이 만들어졌다.
“축하한다!”
“우리 팀에서 프로리그 최다 연승 용족까지 나오다니!”
감독님을 비롯한 코치님들, 팀원들의 축하가 쏟아졌다.
프로리그 용족 최다연승 타이기록.
아직 단독 기록은 아니지만 송병호와 같은 12연승의 자리에 올라섰다. 다음 세트에 패배한다고 하더라도 공식전 최다연승과 프로리그 최다연승 기록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그야말로 역사적인 사건.
하지만 난 여기서 만족하지 않는다. 이미 더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올킬.
그리고 14연승으로 새로운 프로리그 용족 다승 기록을 갈아치우는 것.
2경기를 치르는 동안 자신감이 차고 올라왔다.
현재 체력은 82%.
[진정한 올킬러]를 통해 체력 3%가 차올라 80%대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 정도면 2명을 상대하기 충분하다. S1전처럼 개인리그 경기도 앞두고 있지 않다. 내일 경기 역시 없다. 오늘 이 경기에 남은 체력을 온전히 쏟아 부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아끼면 똥 된다.
쓸 수 있을 때 최대한 써야지.
순간 연호와 눈이 마주쳤다. 연호는 말없이 씨익 웃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녀석의 웃는 얼굴을 보니 기분이 좋다. 체력까지 회복되는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물론 회복 된 체력이 0.0001%도 없었다.
“자. 상대 나왔다. 이제 준비하자.”
감독님의 말에 난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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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의 중견 카드는 마수 선수인 신노철이었다.
무난한 운영.
무난한 공격력.
모든 것이 무난한 선수였다.
그렇기 때문일까?
개인리그에서 높은 곳에 올라가본 적이 한 번도 없었고 프로리그에서도 그저 그런 성적을 내고 있는 선수였다. 폭스에 뛰어난 마수 선수가 없어서 종족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을 뿐 다름 팀이었다면 백업 선수 였을 것이다.
이 대결은 매우 중요했다.
특히 이승우에게.
이번 경기를 잡아내게 되면 13연승으로 프로리그 단독 최다 연승 기록 보유자가 된다. 택뱅이 나눠가지고 있던 기록을 홀로 독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올킬을 노릴 수 있는 위치인 3킬이 된다.
만약 올킬에 성공한다면?
본인의 기록을 14연승으로 늘리는 건 물론 한 시즌에 3회 올킬을 한 선수가 되어버린다. 이 역시 타이긴 하지만 최다 기록이다.
신노철은 정신을 다잡았다.
절대 질 수 없었다. 저번 S1이 어떤 일을 당했는지 보지 않았는가?
김택윤과 직접 맞붙진 않았지만 김택윤이 있는 S1을 상대로 공식전 용족 최다 연승 기록을 만들어냈다. 시간이 지났음에도 그때의 이야기는 아직도 커뮤니티를 후끈 달아오르게 하고 있었다.
오늘 지면 폭스도 그런 신세가 된다. 아니 더 처참할 것이다. 프로리그 최다연승 기록을 내준 팀과 위너스 리그 최다 올킬을 내준 팀으로 사람들의 입에 계속 오르고 내릴 테니까.
배수진을 치는 각오로 경기에 임한 신노철.
하지만 정신력이 항상 경기를 지배하는 건 아니었다.
-아. 이승우 선수 정말 잔인합니다. 이번에도 용광포 러시가 들어가네요.
-첫번째 경기와 거의 똑같은 테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 신노철 선수 빨리 봤어요. 이제 선택해야죠. 일벌레 다수 끌고 튀어나오거나 아니면 앞마당을 포기하거나!
박상철 캐스터의 절규.
그 옆에서 박광춘도 괴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정말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팀에 무려 2번의 용광포 러시라니! 집 가다가 멱살 잡히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임주혁이 홍진우 상대로 보여준 전설의 3연망이 생각나는 걸 왜 일까?
위기를 맞이한 신노철.
그의 선택은.
-앞마당 취소합니다. 대신 다른 곳에 멀티를 가져가네요.
-으아아아.
-정말 해도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욕심을 낸 것도 아니고 그냥 자기 집 앞마당에 마굴을 펼치겠다는건데 말이죠.
-그렇죠.
-그 와중에 입구 쪽에도 용광포 완성되었기 때문에 지금 뽑은 마견은 고스란히 손해가 되는 겁니다.
앞마당을 취소하는 것이었다. 앞서 경기를 펼친 박천기와는 다른 선택. 굳이 앞마당에서 전투를 하다 일벌레를 잃느니 다른 멀티를 빠르게 확보하겠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 자체도 피해였다.
앞마당이 아닌 먼 곳에 멀티를 가져가다보니 바로 바로 일벌레 충원도 되지 않고 지키기에도 힘들어진다.
-앞마당에 있던 마굴 취소하고 다른 곳에 마굴을 동시에 2군데나 폈거든요? 필연적으로 테크가 느려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것이 무엇을 이야기 하냐? 비비가 나온 이후 이승우 선수의 견제를 막기 굉장히 힘들어진다는 말이거든요.
대응은 달랐지만 경기 내용은 1세트와 비슷하게 흘러갔다.
테크가 느린 마수와 테크가 빠른 용족.
공중제단이 올라가고 있는 용족이이지만 마수는 아직 소굴도 누르지 못했다. 결국 그슨대로 비비를 막아야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 모든 상황은 신노철의 의도가 아닌 이승우가 강제시킨 것이었다. 송곳같이 날카로운 움직임으로 상대에게 피해를 입히고 동시에 하고자 하는 걸 못하게 하는 것.
실현시킬 수 있는 전략 중 가장 최상위에 위치한 것이었다.
이미 불리해진 상황.
그래서 신노철은 도박수를 던졌다.
소굴을 가지 않고 동시에 3군데에 확장 기지를 펼치는 것.
그 빈틈은 그슨대의 물량으로 채운다.
이승우의 공격을 어떻게든 막아내기만 하면 경기를 다시 자신 쪽으로 가져올 수 있다. 막기만 한다면 말이다. 이 모든 확장을 지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모두 지키면 금상첨화지만 2개만 지켜도 5:5 상황까지 될 수 있다.
이승우는 공중 유닛과 지상 유닛의 공격력 업그레이드를 동시에 돌려주며 공격에 힘을 주는 모양새였다. 발업, 공업 된 용아와 공업 된 비비가 동시에 전장을 휘저으면?
신노철 입장에서 골치 아플 수밖에 없다.
먼저 공격을 선택한 건 의외로 신노철이었다. 그는 쌓인 그슨대를 긁어모아 이승우의 본진 쪽으로 진격했다.
그 모습을 확인한 이승우가 차분히 용광포를 늘려주었다. 지금은 얼마든지 용광포를 늘려주어도 된다. 뚫리지만 않으면 되는 것이었으니까. 이미 비비로 본진 근처에 있는 군주를 싹 다 잡아주었다. 아직 마굴을 소굴로 진화시키지 않은 상황.
이 말인 즉.
-흑완 나옵니다. 3부대가 넘는 그슨대 쓸쓸하게 발길을 돌려야합니다!!
-저 많은 그슨대가 할 일이 없습니다. 할 일이! 전부다 백수에요!
아무리 물량이 많아도 안 보이는 흑완을 상대할 수 없는 법이다. 그슨대가 허겁지겁 발길을 돌렸다.
잠시 후.
-이승우 선수 이번엔 정면공격이 아닌 견제를 선택합니다!
이번에 이승우가 선택한 건 용혼이 아니라 수송유닛인 운룡이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운룡에 흑완을 태워 본진을 급습하는 것이었다. 아직 군주의 속도 업이 되지 않은 상황.
만약 본진에 있는 군주가 잡힌다면 그야말로 쑥대밭이 되는 것이었다.
-좋네요. 운룡만 날아가면 눈치 챌 수 있거든요? 앞마당에 모여 있던 용아들도 함께 전진시킵니다. 이곳을 보라는 거죠!
성동격서.
정면에서 용아가 뛰쳐나가지만 진짜 공격은 6시 쪽을 경유해서 날아가는 운룡에 탄 흑완이다. 신노철은 운룡의 존재를 눈치 채지 못했다. 용아에 온 신경을 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아. 무사하게 내렸어요. 큰일 났죠. 본진에 있는 모든 건물들이 깨지게 생겼습니다!
4마리의 흑완이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마수의 본진에 도착했다.
무주공산.
방어를 위해 남아있는 병력은 전혀 없었다. 정면에서 압박해오는 용아들 때문에 모든 그슨대가 전장에 투입 된 탓이었다. 그야말로 흑완 세상이었다. 흑완이 신나게 일벌레를 썰기 시작했다.
-아. 몰라요. 신노철 선수 전혀 모릅니다!
1방에 유닛이 죽으면 알림음이 나지 않는다.
더군다나 용족이 끊임없이 전투를 거는 상황.
본진에 일벌레가 죽고 있다는 걸 알기란 쉽지 않았다. 결국 본진의 일벌레가 전부 죽었다. 신노철이 본진에 흑완이 드랍되었다는 걸 안 건 더 이상 죽일 일벌레가 없어 흑완이 건물을 때릴 때였다.
탄식을 내뱉는 신노철의 얼굴이 화면에 잡혔다. 전장 중앙에 몰려 있던 그슨대들이 방황하기 시작했다. 본진을 막기 위해 일부 그슨대를 보냈지만 흑완에 모두 썰리고 말았다. 중간에 날아가는 군주를 비비로 귀신같이 끊어주었기 때문이었다.
참으로 답답한 상황.
-아. 신노철 선수 그냥 칼을 빼듭니다.
-이대로 있어 봤자 죽도 밥도 되지 않는다는 걸 본인이 갖아 잘 알고 있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누가 승리를 가져다줍니까? 뭐라도 해봐야죠!
테크를 올리지 않고 그슨대만 죽어라 뽑은 덕에 그슨대의 숫자는 어마어마하다. 용광포와 용아만으론 막기 힘들 정도.
아까부터 숨겨 온 군주도 있었기에 흑완이 있어도 충분히 뚫을 수 있다.
용아와 용광포의 숫자를 확인한 신노철이 자신 있게 그슨대를 안으로 들이밀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