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72 Game No. 72 이승우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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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경기는 가볍게 이겼다. 용광포 러시가 성공하는 순간 경기가 나에게 기울었다. 큰 실수가 없는 한 승리한 건 당연한 것이었다. 부스 안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박천기의 모습이 보였다. 조금 안쓰럽긴 하지만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준비한 세레모니는 하지 않았다. 아직 할 때가 아니다. 모든 폭스의 선수를 잡고 올킬을 달성하는 순간 세레모니를 할 생각이다. 그래야 세레모니 효과가 극대화가 되지! 괜히 지금 했다가 다음 세트에 지기라도 하면 나에게 닥칠 민망함을 버텨낼 자신이 없다. 관중들에게 90도로 인사하는 것으로 세레모니를 대신했다.
-이승우 선수 박천기 선수를 꺾으며 1승을 가져옵니다.
-프로리그 연승을 11연승으로 늘림과 동시에 1킬에 성공합니다.
-정말 많이 준비한 것이 눈에 보였네요. 처음 움직임 자체가 정말 좋았습니다. 용안의 컨트롤부터 시작해서 짜임새 자체가 훌륭했습니다.
한종엽 해설위원님의 칭찬에 어깨가 절로 으쓱거렸다.
“잘했다.”
감독님 역시 환한 미소로 나를 반겨주었다.
“생각보다 경기가 잘 풀렸네.”
“그러게요. 용광포 러시가 통한 것이 컸어요.”
“컨트롤 예술이더라. 이름만 가리고 보면 김택윤인 줄 알겠다니까?”
“진짜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말도 안 되는 컨트롤이 나왔어.”
코치님들의 칭찬에 구름위를 걷는 것 처럼 기분이 좋아졌다.
“폭스 쪽에선 다음에 누가 나와요?”
그 것도 잠시.
난 바로 다음 경기에 집중했다. 아직 1세트를 이겼을 뿐이지 경기가 끝난 건 아니었으니까. 기분이 붕붕 뜨는 건 올킬을 달성했을 때 느껴도 충분하다.
“박성찬이다.”
박성찬이라.
조금 의외였다. 다음 전장은 용족맵으로 알려진 나주 평야였으니까. 내 생각을 읽으셨는지 감독님이 설명을 덧붙이셨다.
“폭스 입장에서도 답답하겠지. 용족이 나가면 최선이겠지만 팀에 용족이 없잖아. 그렇다고 용족을 저격할 만큼 용족전이 뛰어난 마수도 없고. 어쩔 수 없이 가장 안정적인 선수를 보내는 거지.”
나주평야는 러시거리가 그리 멀지 않은 전장이다. 그래서 공격적이고 변칙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는 최태양이 나올 줄 알았다. 하지만 폭스는 최태양을 아꼈다. 어떤 이유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박성찬에게 어울리지 않는 전장임에도 나온다는 건.
‘준비한 전략이 있다는 것이지.’
기본적으로 박성찬은 우승자 출신이다.
이 말이 무엇이냐?
판짜기가 된다는 뜻이다. 기본실력이 뛰어나다고 항상 우승을 하는 건 아니다. 실제로 해당 년도를 씹어먹을 정도의 승률을 보인 선수도 4강엔 올랐지만 결승에 가지 못한 경우가 허다했다. 반대로 승률이 그저 그래도 다전제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면 우승을 차지할 수 있다. 우승할 당시 박성찬은 승률과 판짜기 모든 면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떡 잎부터 우승할 그릇이었다는 것이다.
개인리그는 물론 프로리그에서 단 한 번도 좋은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는 박천기와 달리 [날빌러] 사용은 필수다. 어떤 짓을 할지 모른다. 빌드를 안다면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어차피 아직까지 사용 된 체력은 10%에 불과하다.
[투신] 7%와 경기소모체력 3%.
그 후로 상황이 너무 유리해서 스킬을 따로 사용하지 않았다. 내 전투력만으로 상대를 밀어버렸으니까.
다만 중간 중간 패시브 스킬이 사용되었다. 5마리의 용아를 밀어넣으며 비비로 군주를 잡아버린 판단. 원래 그러려고 했던 건 아니다. 갑자기 그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아마 [스타급 센스]가 사용 된 듯싶었다.
‘패시브니 언제 사용되는지 알 수가 없네.’
패시브 스킬은 내가 특별히 마음먹는다고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이게 정말 사용되는 건가 싶기도 했는데 경기를 하다 보니 [스타급 센스]를 얻기 전과 얻은 후의 차이가 느껴지긴 했다.
그나마 또 다른 패시브 스킬 [진정한 올킬러]는 패시브 스킬임에도 그 능력이 확실히 확인되었다.
상태창에 보이는 체력은 현재 92%.
1킬을 달성함과 동시에 2%의 체력이 회복된 것이다.
‘좋았어.’
저번엔 2킬 밖에 하지 못해 3킬 이상 체력 회복량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지 못했다. 마음 같아선 선봉으로 나가고 싶었지만 후에 이영우와 개막전이 있었기에 선봉으로 출전하는 건 무리였다.
S1을 올킬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도 있고.
그땐 무슨 자신감으로 그렇게 생각했는지 모르겠네. 어쨌든 오늘이 [진정한 올킬러]의 진정한 효과를 확인할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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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평야에서 박성찬 선수가 나왔습니다.
-의외네요. 사실 최태양 선수가 나오지 않을까 예상했었거든요.
-저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돌아오는 길이 있어 안정적인 진출을 하기 힘들고 돌아오는 용족의 병력을 막기가 힘들다는 점 때문에 용족이 환국을 상대할 때 유리한 것이거든요? 오히려 이러한 점은 최태양 선수의 장점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요소들이기도 하거든요?
-어쨌든 폭스에선 박성찬 선수를 내보냈습니다! 분명 무언가 준비한게 있다는거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해주셨는데요. 경기 양상 어떻게 펼쳐질지 예상 좀 해주시겠습니까?
-제..제가요?
박상철 캐스터의 질문에 목소리가 파르르 떨리는 박광춘 해설.
그 옆에 있는 한종엽 해설은 웃겨 죽겠다는 표정이다.
-네. 경기에 앞서 박광춘 해설의 예상을 듣고 싶습니다.
사뭇 진지한 태도. 박광춘 해설의 표정도 덩달아 진지해졌다.
-과거에 비해 조금 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긴 하지만 요즘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거든요? 특히 용족전에선 굉장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마 그러한 점이 박성찬 선수를 나주평야에 내보낸 이유가 아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성찬 선수가 제대로 준비해왔다면 충분히 이승우 선수를 잡아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광춘 해설이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하지만.
-자. 2세트 준비가 모두 완료되었다고 합니다. 아스트로와 폭스, 폭스와 아스트로. 폭스. 여기서 1세트 더 주면 정말 힘들어지거든요? 그럼 지금부터 2세트 나주평야로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신나게 외치는 박상철 캐스터의 옆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는 박광춘 해설이 아무 말 없이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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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빌러]사용.’
경기를 시작하자마자 [날빌러]를 사용했다. 박성찬이 무슨 꿍꿍이를 가지고 왔을지 너무 궁금했다.
[13용안 빠른 2용아, 2용혼 견제]
추천빌드를 확인하는 순간.
‘그러면 그렇지.’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용아가 찍은 후 더 이상 용안을 찍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인구수를 늘려주는 솟대도 바로 건설하지 않는다. 대신 그 자원으로 여의주탑을 올려 용혼을 한 타이밍 이상 빠르게 생산한다. 일꾼인 용안의 생산은 13기까지. 더 이상 일꾼을 찍지 않고 곧 바로 2번째 용아와 용혼을 추가로 눌러준다.
굉장히 가난한 운영.
대신 환국의 생각보다 훨씬 빠른 타이밍에 2용아, 1용혼 견제가 가능해진다. 만약 환국이 언덕 위에 안정적으로 건물을 지으며 입구를 막는 플레이를 한다면 절대 통하지 않을 빌드.
그리고 이 플레이는 박성찬이 가장 즐겨 사용하는 심시티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박성찬은 빠른 멀티 일 것이다. 박성찬은 용족을 상대 할 때 90% 이상 화통 더블을 선택한다. 거의 전부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다. 이영우의 도감 더블과 달리 화통 더블은 확장 타이밍을 조금 늦추는 대신 용족의 초반 공격을 거의 완벽 방어할 수 있다. 그렇기에 박성찬을 상대하는 용족 역시 대부분 안정적인 빌드를 가져간다.
오늘은 그 것을 역이용했다.
빠른 확장.
용족이 몸을 움츠릴 때 오히려 배를 불리겠다는 생각이다.
분명 좋은 생각.
하지만 상대를 잘못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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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초반 피해가 너무 컸습니다. 이승우 선수도 가난했지만 박성찬 선수는 더 가난했거든요.
-정말 대단한 눈치입니다. 박성찬 선수의 빌드를 너무 완벽하게 맞췄거든요!
-충분히 의심이 가는 상황이긴 했습니다. 박성찬 선수와 어울리지 않는 전장인데 나온다? 분명 무언가 꿍꿍이가 있다는 거거든요.
이승우의 2용아, 1용혼 찌르기에 박성찬은 크게 당황했다. 나온 병력이 궁병 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전에 이영우에게 견제를 갔던 상황과 다르다. 그땐 근거리 유닛인 용아가 전부였지만 지금은 원거리에서 데미지를 줄 수 있는 용혼이 포함되어 있었다.
빠른 앞마당 확장으로 화통도감의 건설 속도도 느린 상황.
그야말로 설상가상이었다. 막을 수 있는 유닛이 일꾼과 궁병밖에 없었으니까.
필사적으로 컨트롤했지만 이승우의 컨트롤이 더욱 더 빛났다.
약이라도 빨았는지 미친 컨트롤이 자연스레 나왔다. 체력이 깎인 용아를 뒤로 돌리면서 용력을 회복하고 그나마 체력이 많은 용아가 앞으로 나서며 탱커 역할을 했다. 동시에 뒤에 있는 용혼이 체력이 빠진 일꾼과 궁병만을 골라 잡아주었다.
그야말로 삼위일체.
완벽한 플레이였다.
분명 부유하게 시작한 박성찬이었지만 금세 이승우보다 가난해지고 말았다. 이승우의 노림수가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시간이 지나고 견제를 떠난 용아와 용혼이 모두 잡혔지만 피해를 충분히 준 이후였다.
상황은 더 나빠졌다. 이승우의 본진에 들어간 유닛이 일꾼 밖에 없을 정도로 박성찬은 몸을 웅크렸다.
러시?
그런 건 생각도 못한다. 지금 있는 병력으로 나갔다간 어떻게 될지 훤히 눈앞에 그려진다. 모인 용족의 병력이 사방에서 덮져 댈 것이고 천자총통은 무엇을 쏘아야할지 망설이다 터지고 말 것이다.
나머지 병력도 마찬가지다.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건 전멸 두 글자였다. 그렇다고 박성찬 입장에서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용족이 전장의 모든 자원을 파먹을 기세로 멀티를 늘리기 때문이었다. 그 상황이 되면 경기는 뒤집을 수 없다. 뒤늦게 병력을 진출시켜봤자 얼마 전진하지 못하고 용족의 병력이 다시 회군해야하는 상황이 나올 테니까.
마치 두더지 게임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박성찬이 두더지고 이승우가 망치를 쥔 사람이다.
두더지 게임은 여러 개의 구멍이라도 있지 지금 이 경기는 두더지 구멍이 하나 밖에 없는 두더지 게임이다. 이승우 입장에선 그냥 노려보고 있다가 나오면 망치로 후려치면 그만인 것이다.
어쨌든 판단을 내려야한다.
진출을 할 적당할 타이밍을.
-아. 박성찬 선수. 나올 수 밖에 없어요. 자원이 없거든요.
-반면 이승우 선수는 자원이 넘쳐납니다. 지금 병력 다 잃어도 되요. 환국 병력과 비효율적인 전투를 해도 상관없습니다. 지금 정도의 물량이 금세 충원되거든요!
-미니맵을 보세요. 일렬로 내려오는 용아의 모습을!
옵저버가 내려오는 이승우의 병력을 보여주었다. 정말 징그럽게 많은 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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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약속했던 1편 오늘 올립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빠르면 내일 중으로 폭스전이 마무리 됩니다.
'작품설정'에 이승우의 기록을 정리해서 올렸습니다. 함께 보는 것도 굉장히 재미있을 겁니다.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
여러분들의 댓글과 추천은 저에게 큰 힘이 됩니다.
한번씩만 눌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