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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로더 신들의 전쟁-71화 (71/575)

00071  Game No. 71 내가 한 수 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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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다!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투신]의 효과가 확실하게 발휘되고 있었다. 2마리 일꾼이 앞마당에 도착하는 순간 [투신]을 사용했다. 평소보다 훨씬 빠른 타이밍에 사용 된 [투신]. 스킬레벨이 4였기에 과감히 사용할 수 있었다. 깎이는 체력이 겨우 7%밖에 되지 않았으니까. 예전이었다면 이처럼 빠르게 [투신]을 사용할 생각을 하진 않았을 거다. 체력을 아껴야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과감하게 쓸 수 있다. 이미 [날빌러]를 쓰지 않아 5%의 체력을 아낀 상황이었으니까.

경쾌한 손의 움직임만큼 용안도 잘 따라주었다. 손으로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과 동시에 움직이는 것 처럼 내가 원하는 대로 딱딱 움직였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을 정도다.

철광을 비집고 들어오려는 일벌레의 움직임을 안에 있는 용안이 정확히 막았다. 동시에 밖에 있는 용안이 견제를 해 일벌레가 철광으로 뭉치는 것을 방해했다. 이런 컨트롤을 하고 있으면서도 앞마당에 신전을 지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내 입으로 직접 말하기 조금 민망하지만 그야말로 신들린 플레이.

[투신]이 아니었다면 결코 해낼 수 없는 일들이었다.

운도 좋았다. 만약 박천기가 공격적인 빌드를 택했더라면 그저 정찰을 빨리하는 것에서 마무리 되었을 테니까. 다행히 박천기는 정석적인 빌드인 12번째 일벌레로 앞마당을 먹는 빌드를 선택했다. 절반쯤은 성공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

앞마당에 펼쳐진 마굴을 파괴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하나의 용광포에 앞마당 마굴이 터진다는 건 날로 먹겠다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마수의 테크를 느리게 하는 것과 앞마당 자원 채취 타이밍을 늦추는 것이 목적이었다.

지금까진 아주 성공적이었다.

철광 뒤에 있는 용광포를 제거하려면 생각보다 마견을 많이 찍어야한다. 더군다나 보냈던 2기의 용안이 모두 살아있기에 더욱 까다로울 수밖에 없었다. 그 사이 내 앞마당은 안정적으로 완성이 되었다. 박천기의 마견이 보통 마수의 타이밍보다 조금 많다. 에라 모르겠다식의 생각으로 내 진영으로 마견들이 달려 올 수도 있으니 용광포를 2개까지 안정적으로 늘려주었다. 자. 이제 이러면 할 것이 없지?

어차피 박천기가 할 수 있는 건 그슨대를 뽑는 것 밖에 없다. 곧 날아올 비비로부터 군주를 지켜야했으니까. 원래대로라면 자폭 유닛인 혈풍으로 비비를 막아야했지만 초반 피해가 워낙 커 마굴을 소굴로 진화시킬 틈이 없었을 것이다. 결국 마굴에서 뽑을 수 있는 대공 유닛인 그슨대를 선택하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혹시 모를 발끈 러시를 대비해 용광포를 2개 늘려주었다. 늘어난 용광포를 확인한 순간 박천기는 좌절하고 말 것이다. 무얼 해야 할지 막막하겠지.

자. 조금만 더 기다리라고.

이제 곧 2번째 쇼가 시작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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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박천기 선수. 암울합니다. 상황이 너무 안 좋아요.

-테크가 너무 느려요. 곧 비비가 나오는데 박천기 선수는 소굴조차 못 올렸거든요? 이거 큽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지금은 소굴을 안올리는 것이 낫습니다. 어설프게 테크 올렸다간 아무 것도 안 되거든요? 차라리 그슨대의 숫자를 많이 뽑아 비비로부터 피해를 보지 않는 쪽으로 가야합니다.

경기는 시종일관 박천기에게 불리하게 전개되었다. 모든 면에서 이승우가 박천기에게 한 발 앞섰다. 나란히 비춰지는 양 팀 감독의 얼굴이 현재 상황을 말해주었다.

편안한 얼굴로 경기를 관전하는 이재명 감독과 달리 최찬익 감독엔 씁쓸한 기색이 감돌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도 안 되죠. 상대의 앞마당에서 보여줬어야 할 그슨대를 자신의 앞마당에서 비비에게 보여주고 맙니다. 역시 이승우 선수 안전하게 용광포 늘립니다. 이러면 뚫을 수도 없죠.

이미 모든 테크를 들킨 박천기는 나온 그슨대 전부를 이승우의 앞마당 쪽으로 전진 배치했다. 조금이라도 위협을 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너무나 초라했다. 겨우 5마리의 그슨대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그래도 가야했다. 박천기로선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무의미하다는 걸 알지만 움직여야했다. 가만히 있다간 아무 것도 못하고 질수도 있었으니까.

뭐하나 좋은 것이 없다.

철광에 바글거려야 할 일벌레의 숫자도 너무 적다. 초반에 마견을 뽑느라 제 타이밍에 일벌레를 찍어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초반에 얼마나 일벌레를 피해 없이 뽑느냐에 따라 중반 이후의 힘이 달라지는 마수에게 지금처럼 가난한 상황은 최악 중에 최악이었다.

많이 생산 한 마견도 계륵이었다. 일벌레가 되었어야 할 마견들이 목적을 잃은 채 전장을 이리 저리 뛰어다니고 있었다. 시야를 확보하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

초반에 마견을 많이 뽑는 경우는 한 가지 뿐이다.

기습적인 공격을 할 때.

상대의 정찰로부터 마견의 숫자를 숨겨두고 용광포가 늘어나기 전 기습을 간다면 용족을 쉽게 쓰러뜨릴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도 아니었다. 이미 이승우의 용안에 의해 마견의 숫자는 하나도 빠짐없이 파악되었다.

-아. 이미 용광포 다 늘어났어요. 아예 피해를 받지 않고 안전하게 가겠다는 거거든요? 아주 좋은 선택입니다. 지금은 올인에 당하지 않으면 무조건 유리한 상황입니다! 용광포의 숫자와 그슨대의 숫자가 그리 차이나지 않을 정도로 안전하게 해주네요.

-초반부터 용아를 한 마리도 잃지 않았기 때문에 용광포를 일점사하기 위해 그슨대가 무리하게 안쪽으로 들어갔다간 용아에게 길이 막혀 뒤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차분하게 심시티로 지어 논 용무관과 관문을 깨야합니다.

박천기의 선택은 한종엽 해설의 말 대로였다. 잠시 들어가려는 움직임을 보였으나 용아와 용광포의 숫자를 보고 이내 포기했다.

자살행위라는 걸 느낀 것이다.

대신 건물이라도 깨기 위해 용광포의 사정거리 밖에 나란히 섰다.

사정거리 업그레이드가 된 그슨대가 이승우의 관문을 외곽 쪽에서 때리기 시작했다.

확실히 건물을 깨는 덴 그슨대가 답이다. 몇 마리 없음에도 용력이 쭉쭉 깎여나가는 것이 보였다. 이대로라면 터질 수도 있는 상황.

그때 이승우가 움직였다.

-이승우 선수! 모인 용아가 앞으로 전진 합니다! 5기지만 굉장히 위풍당당합니다.

-용아의 숫자도 적지만 그슨대의 숫자도 적습니다. 겨우 5마리의 용아에 그슨대가 뒤로 물러 날 수밖에 없네요.

-분명 이보다 많은 병력이 생산 되었을 텐데 즉각 즉각 안 보냈나요? 그렇다면 큰 실수거든요? 안 그래도 상황이 좋지 않은데 이런 실수까지 겹치면 안 됩니다. 박천기 선수. 정신 차려 야해요!

전진 된 그슨대가 뒤로 슬금슬금 물러났다.

동시에.

-이승우 선수 비비가 그슨대 위에 있는 군주를 때리기 시작합니다!

-그슨대는 지금 용아 때문에 정신이 없습니다. 군주가 비비에게 찢기고 있는 모습을 그냥 지켜볼 수 없다는 말입니다!

정말 센스 있는 플레이다. 5기의 용아는 미끼에 불과했다. 이승우가 원했던 건 그슨대를 물리는 것이 아닌 군주를 죽이는 것이었다.

용족 앞마당 근처에 놓아 둔 군주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단순 시야 확보의 역할도 있지만 은신 유닛인 흑완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아줌과 동시에 압박을 떠난 그슨대의 힘을 극대화시키는 역할이 더 크다.

울며 겨자 먹기로 간 땡 그슨대긴 하지만 용족의 비렴, 정확히 말하면 천벌이 떨어지기 전까지 그슨대는 어마어마한 힘을 발휘한다. 천벌이 나오기 전 그슨대의 발길을 돌릴 수 있는 건 오직 2가지, 많은 수의 용광포 혹은 흑완이다.

일단 전자는 막아도 손해다.

용광포의 숫자를 무지막지하게 늘리게 만해도 땡 그슨대는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다. 관문이나 테크로 가야 할 자원이 용광포로 사용 된 것이니까. 용광포를 들고 움직일 수 없는 이상 방어 이상은 할 수 없다.

남은 건 흑완인데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슨대를 막을 수 있는 거지 이마저 군주가 용족 본진 근처에 있다면  아무런 위협이 되지 못한다. 높은 공격력에 비해 낮은 체력을 지닌 흑완은 보이는 순간 그슨대의 일점사에 잡히고 말 것이다.

하지만 군주가 없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눈이 먼 그슨대는 흑완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1부대가 있어도, 2부대가 있어도 아니 10부대가 있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큰 일 났습니다. 이미 주변에 있는 군주는 비비가 다 정리했거든요? 지금 잡힌 군주가 근처에 있는 마지막 군주거든요? 이 말이 무슨 말이냐. 앞으로 그슨대는 이곳에 오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입니다!

-테크를 포기하고 온 러시입니다. 분명 피해를 줬어야하는 타이밍에 피해를 못줬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군주는 지켰어야죠. 만약 그슨대를 제 타이밍에 보냈다면 지금처럼 군주가 죽는 일은 없었을거든요?!

-지금 상황이 많이 안 좋습니다. 테크면 테크. 확장이면 확장. 포기한 것들이 많거든요? 포기만 했지 얻지는 못했습니다. 손해도 보통 손해가 아닙니다.

소굴에서 속도 업이 되지 않은 군주의 속도는 너무 느리다. 본진에서 다른 군주를 앞마당을 보내도 소용없다. 채 반도 도착하기 전에 이미 그슨대를 막을 조합이 완성 될 테니까.

박천기가 그슨대를 뒤로 쭉 뺐다. 있어봤자 할 것이 없다. 조만간 나올 흑완에 썰리느니 차라리 살리는 것이 나았다. 물론 그 조차 차악인 것이지 최선은 아니었다.

-모든 테크가 다 올라간 이승우 선수와 달리 박천기 선수는 아직 소굴도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있는 건 그슨대가 전부거든요?

-숫자가 굉장히 많아 보이지만 완성 된 용족의 조합을 상대하기엔 너무나도 부족합니다. 조만간 발업 된 용아와 비렴이 나오거든요?

잘 조합 된 용족의 병력에 비해 마수의 조합은 너무나도 초라했다. 누가 봐도 상대가 안 될 정도. 지금 가도 유리한 싸움을 할 수 있지만 이승우는 자신이 완벽히 이길 수 있는 타이밍을 기다렸다. 박천기 입장에선 잔인한 기다림의 시간이었다.

이승우가 움직인 건 용혼의 숫자가 확보 되었을 때였다. 조합으로 상대가 되지 않는다. 용아, 용혼, 비렴이 지상을 장악하고 있고 하늘엔 비비가 제 세상인 것마냥 날아다니고 있다.

처음부터 꼬인 박천기는 빼앗긴 제공권을 다시는 되찾지 못했다.

용족이 제공권을 장악하면 상황을 쉽게 풀어갈 수 있다. 역 닷발귀로부터 비렴이 잡힐 걱정도 할 필요가 없었다. 그저 원하는 대로 자원을 먹고 원하는 병력을 뽑아 합류시키면 그만이었다.

눈밭을 굴러가는 눈덩이마냥 용족 병력의 몸집이 점점 ㄷ거대해졌다.

흔히 내가 잡아도 이길 수 있는 상황이 펼쳐졌다.

그리고.

-이승우 선수 드디어 움직입니다.

-이미 전부터 이길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완벽한 상황을 기다린 것이거든요? 지금이 바로 그 타이밍입니다.

-파도처럼 밀려드는 이승우 선수의 병력을 박천기 선수는 막을 수 없습니다. 이승우 선수가 파도라면 박천기 선수는 모래성이거든요. 버틸 힘이 없습니다. 그저 무너지는 수 밖에 없습니다.

반전은 없었다.

기적도 없었다.

모두의 예상처럼 박천기의 멀티가 하나 둘 깨지기 시작했다. 수많은 병력을 쏟아 부은 박천기와 달리 이승우의 병력은 처음의 덩치를 거의 유지했다.

-이승우의 천벌이 전장을 뒤덮습니다.

-정말 징글징글하네요!

기가막힌 천벌 사용 때문이었다. 어찌나 잘 사용하는지 비렴의 술력이 무한처럼 보일 정도였다. 천벌에 마수의 병력은 전투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죽어나갔다.

-박천기 : GG.

-박천기 선수 GG를 선언합니다. 박천기 선수 입장에선 처음부터 끝까지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습니다.

-그만큼 이승우 선수가 잘한 거죠.

박천기가 할 수 있는 건 GG선언 밖에 없었다. 정말 죽기보다 GG를 치기 싫었을 것이다. 자신이 며칠 전에 한 말이 지금 이 순간에도 아른거릴 테니까. 하지만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경기는 이미 기울었다. 어차피 GG를 치지 않아도 경기는 끝난다. 건물이 모두 파괴당해 엘리를 당할 테니까. 엘리를 당하는 건 더 큰 굴욕이다.

키보드에 얼굴을 묻는 박천기의 몸짓엔 경기에 대한 진한 아쉬움이 물씬 풍겼다.

조금 더 침착했더라면, 조금 더 집중했더라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느껴질 정도였다.

아무 것도 해보지 못했다.

차라리 치열한 접전 끝에 패배를 했더라면 지금만큼 좌절감이 느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유리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상대가 이끄는 대로 질질 끌려가다가 패배를 선언했다.

굴욕적이고 자존심이 상하는 패배.

반명 가볍게 경기에서 승리한 이승우의 얼굴은 밝았다. 이미 자신의 승리를 예견했다는 듯 환한 미소가 가득 번져 있었다.

============================ 작품 후기 ============================

입만 살았던 박천기는 결국 아무 것도 해보지 못하고 졌습니다.

정의는 살아있네요. 다음 경기는 조금 빠르게 진행하겠습니다. ㅎㅎ

오늘 정말 최악의 하루였습니다.

예기치 못한 사고로 휴대폰을 새로 구매하고 채 정신을 추스르기도 전 곧 바로 조별과제를 하러 학교로 향하는, 정말 정신 없는 하루를 보냈습니다.

원래래로라면 오늘 집에 17시 정도에 도착합니다. 그래서 1편을 써서 올릴 생각이었거든요. 하지만 제가 집에 돌아 온 시간은 22시가 넘은 시간이었습니다. 씻지도 못하고 부랴부랴 1편을 써서 12시에 맞춰 올립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해 정말 죄송합니다.

일단 월~토까지 1일 1연재를 원칙으로 하고 여유가 되면 하루 2편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제 글을 기다려주신 독자분들꼐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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