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70 Game No. 70 너는 이미 죽어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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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활기찬 음악이 2015 위너스 리그의 시작을 알렸다.
-오늘 프로리그는 정말 핫한 경기가 준비되어 있죠?
-그렇습니다. 현재 위너스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아스트로와 11위에 있는 폭스와의 대결입니다.
아스트로와 폭스의 대결.
위너스 리그가 시작되기 전까지 둘의 위치는 10위와 11위로 육군을 제외하면 나란히 최하위를 달리고 있는 팀이었다. 하지만 위너스 리그가 시작되면서 둘의 위치는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승우의 미친 활약으로 인해 S1까지 잡으며 멀리 달아난 아스트로에 비해 폭스는 3연패를 내리 당하며 육군과 함께 가장 끝자리에 위치하고 있었다. 이는 의외였다. 오호의 둘을 보유한 폭스가 위너스 리그에서 약한 모습을 보일 줄은 몰랐다. 일단 상대가 나빴다. 위너스 리그 우승 후보라 할 수 있는 세 팀을 연달아 만난 것 자체가 운이 없었다. 만약 그들이 아닌 다른 팀을 만났다면 이처럼 무력하게 무너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폭스엔 오호 중 둘이 있었으니까.
3승의 아스트로와 3패의 폭스.
정 반대의 상황에서 둘이 만났다.
아스트로는 기세를 이어가기 위해, 폭스는 반전의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반드시 이번 경기를 승리로 장식해야했다.
-사실 두 팀의 순위만 본다면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 될 경기가 절대 아니거든요?
박광춘 해설의 말처럼 두 팀의 경기가 화제가 되는 이유는 위너스 리그가 아닌 다른 곳에 있었다.
MSL 조지명식.
그 곳에서 아스트로의 이승우와 폭스의 박천기가 불꽃 튀는 설전을 벌였다. 마지막에 이승우가 던진 예고 올킬은 모든 사람들의 관심을 오늘 경기로 이끄는데 성공했다.
사람들은 궁금해 했다.
과연 이승우가 폭스를 올킬 할 수 있을지. 의견이 분분했다. 확실한 건 못한다는 의견보다 할 수 있다는 의견이 훨씬 더 많았다는 것이다. 이미 2번의 올킬은 이번 시즌에 보여주었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더해 바로 전에 있었던 S1전 2킬로 큰 도움이 되었고. 어쨌든 이영우에게 패배하면서 공식전 연승 기록은 끊겼지만 어디까지나 개인리그에서의 패배였을 뿐, 아직 프로리그 연승 기록은 살아있다.
현재 이승우의 프로리그 연승기록은 10연승.
만약 오늘 올킬을 달성하게 된다면 14연승으로 껑충 뛰어오르며 다시 한 번 새로운 기록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된다.
용족 최다 연승과 용족 프로리그 최다 연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낼 수 있는 상황을 연출할 수 있다.
-그렇습니다. 며칠 전에 있었던 조지명식에서 예고 올킬이라는 역대급 사건이 터졌거든요? 이게 어떤 방향으로 흘러도 화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종엽 해설이 박광춘 해설의 말을 받았다. 오늘 중계진 조합은 박상철, 박광춘, 한종엽으로 아스트로와 육군의 중계진을 맡았던 이들이었다.
일명 예능 조합으로 불리는 중계진이었다. 이들이 함께 하는 날엔 꿀 같은 재미가 보장 되었기에 많은 팬들이 바라는 조합이기도 했다.
-만약 오늘 이승우 선수가 올킬에 성공하게 된다면, 아니 3킬에만 성공하게 된다면 용족 프로리그 최다 연승 기록도 갈아치우는 것이거든요?
그 전까지 프로리그 용족 최다 연승 기록을 지니고 있는 이는 송병호로 김택윤의 공식전 최다 연승 기록과 같은 12연승이었다.
이승우와의 차이는 단 2경기.
이승우의 본인이 예고한 대로 올킬에 성공하게 된다면 가볍게 그 기록을 뛰어넘는 것이고 3킬만 성공해도 새로운 기록을 달성하게 된다. 사람들은 이 사실에도 많은 관심을 보내고 있었다.
-정말 놀랍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습니다. 아니 이런 선수가 어쩌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겁니까? 택뱅이 나눠가지고 있던 기록을 홀로 독식한다니. 꿈만 같은 이야기 아닙니까? 같은 용족 출신인 박광춘 해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오늘도 어김없이 박상철 캐스터의 질문이 박광춘 해설에게 향했다. 이제 익숙한지 당황하지도 않는 박광춘 해설.
-뭐 그냥 좋죠. 헤헷.
그저 웃지요.
박광춘 해설의 해맑은 대답에 관중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살짝 이상해지려는 분위기를 한종엽 해설이 다잡았다.
-얼마 전 이승우 선수 정말 과감한 발언을 했거든요? 그리고 본인의 말을 지키기 위해 선봉으로 나섰습니다.
-폭스 역시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조지명식에서 이승우 선수와 전투력을 불태웠던 박천기 선수를 역시 선봉에 내세웠거든요? 이 경기의 승패가 정말 많은 걸 좌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장은 운명의 갈림길로 마수가 그리 나쁘지 않은 전장이거든요? 비록 승률이 낮은 박천기 선수지만 오직 이승우를 잡겠다는 일념하나로 필살기를 준비했다면 충분히 자신이 원하는 양상으로 경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자. 그러면 잠시 후에 저희는 첫 번째 경기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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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 있지?”
“네. 자신 있습니다.”
감독님의 물음에 난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폭스는 나의 도발을 피하지 않았다. 아니 피할 수 없었겠지. 우승자도 아닌 선수에게 꼬리를 말았다는 소리를 들을 수 없었을 테니까. 선봉으로 나온 선수는 예상대로 박천기였다. 다른 선수면 모를까 박천기한테 지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이미 그를 상대하기 위한 전략도 마련해두었다.
“그래. 그럼 가봐라.”
감독님과 팀원들의 응원을 받으며 부스로 올랐다. 계단을 오르는 도중.
‘어라?’
마찬가지로 부스로 향하는 박천기와 눈이 마주쳤다. 한 쪽 입 꼬리가 올라가는 박천기.
지금 나보고 비웃은 거야? 어이가 없어서 웃음도 나오지 않는다. 너무나도 수준 낮은 도발에 할 말을 잃었다. 아니 아무런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경기로 보여주지.’
프로는 말이 아닌 경기로 보여줘야 한다. 그게 프로다.
키보드와 마우스를 연결하고 가볍게 연습 경기를 했다. 감도를 포함하여 소리까지 모두 완벽하게 체크했다. 좋았어. 연습실과 흡사한 환경을 만든 후에야 난 경기를 나와 옵저버가 만든 방에 들어갔다.
모든 준비가 끝나고 경기가 시작되었다.
내 위치는 2시.
자원 채취 효율이 좋은 스타팅 포인트다. 시작부터 기분이 좋군.
보통 때라면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날빌러]를 사용했겠지만 이번은 그러지 않았다. 전에 형규를 상대했을 때처럼 박천기를 상대하기 위한 전략은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어떤 전장에서 박천기를 만나도 상관없는 전략.
이번 경기에서 가장 비중있게 사용 될 스킬은 [날빌러]가 아닌 [투신]이었다.
‘그래도 4인용 전장보다 3인용 전장인 운명의 갈림길이 더 낫긴 하지.’
물론 가장 쉽게 전략을 걸 수 있는 건 2인용 전장인 태백산맥이겠지만 오히려 2인용 전장이기에 의도를 쉽게 들킬 수도 있었다. 그 점에서 운명의 갈림길은 준비해 온 전략을 시도하기에 좋은 전장이었다.
자원이 모일 때쯤 앞마당에 용안을 보내 솟대를 건설했다. 여기까진 다를 바 없다. 정석대로라면 자원을 채취하며 앞마당에 시야를 확보해야하는 용안이지만.
‘오늘 네가 해야 할 건 그게 아니다.’
그러지 않고 곧 바로 정찰을 10시 방향으로 보냈다.
평소보다 훨씬 빠른 움직임.
뒤 이어 앞마당에 용무관을 건설한 용안도 6시로 보냈다.
동시 2마리 정찰.
내 전략은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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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선수 초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굉장히 빠른 속도로 정찰을 보내거든요? 이게 본인이 전략을 걸기 위한 걸 수도 있지만 혹 박천기 선수의 전략을 미리 알아내기 위한 움직임일 수도 있습니다.
-아직 첫 번째 이유인지 두 번째 이유인지 알 수 없습니다.
박광춘 해설의 말처럼 아직 이승우의 의도를 파악할 순 없다. 정찰에 성공한 용안의 움직임을 봐야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확실히 알 수 있다.
-박광춘 해설께서는 어떤 의도 같습니까?
-글쎄요? 저라면 일단 정찰을 빠르게 할 것 같습니다. 조지명식에서 있던 예고 올킬로 폭스 선수들이 이를 제대로 갈았을 것이거든요? 특히 직접적으로 지목을 당한 박천기 선수는 더욱 더 그랬을 겁니다. 이승우 선수를 쓰러뜨리기 위해 엄청난 걸 준비해왔을 수도 있습니다. 그 점을 이승우 선수도 잘 알테구요. 그러니 일단 정찰을 하는 것이 우선이지 않을까요?
뒤로 갈수록 점점 자신감이 사라지는 목소리.
-자. 과연 이승우 선수는 박광춘 해설을 뛰어넘는 무언가를 보여줄 것인지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반면 역시나 깔끔한 박상철 캐스터의 진행.
박광춘 해설이 약간은 불안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그는 생각했다.
자신의 생각이 제발 맞기를. 만약 틀린다면 박상철 캐스터의 놀림이 곧바로 이어진다. 첫 경기부터 갈굼을 당하는 건 정말 싫었다.
하지만 신은 박광춘 해설의 편이 아니었다.
-박천기 선수의 진영 확인 한 이승우 선수 그대로 용안은 앞마당까지 빼죠?
그리고.
-어? 지금 이승우 선수 앞마당에 건물 지었죠?
박상철 캐스터의 외침에 옵저버가 급히 이승우의 앞마당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 곳에 특별히 올라가는 건물은 없었다. 원래 있어야 할 건물인 솟대와 용무관이 보일 뿐이었다.
-본인의 앞마당이 아니라 박천기 선수의 앞마당입니다!
경악에 가까운 박상철의 외침.
그제야 부랴부랴 박천기의 앞마당으로 화면을 돌리는 옵저버였다. 박상철의 말처럼 박천기의 앞마당에 이승우가 솟대를 건설했다. 먼저 칼을 뽑아든 것이었다. 자연스레 이승우의 동시 2방향 정찰은 전략을 걸기 위한 것임이 확인이 되었다.
관중들에게 보이지 않았지만 지금 박광춘 해설의 얼굴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살짝 일그러져 있었다. 그의 얼굴이 일그러지든 말든 경기는 급박하게 흐르기 시작했다.
철광 사이에 지어지고 있는 솟대.
그리고 바로 그 옆에 지어지고 있는 마굴.
서로 공존해선 안 되는 건물이 한 공간에서 지어지고 있는 것이다. 만약 마굴이 완성 된 상태였다면 시야에 솟대가 보였겠지만 지어지고 있는 마굴의 시야로는 솟대의 위치를 확인할 수가 없었다.
어느새 80% 이상 완성 된 솟대. 그 사이 6시 방향으로 정찰을 떠났던 용안도 박천기의 앞마당 쪽으로 합류했다.
-이거 용광포 러시를 하려는 것이죠? 이승우 선수 제대로 준비해왔습니다. 초반부터 원하는 대로 하게 하지 않겠다는 거죠!!
-군주 안보내면 너무나도 쉽게 앞마당을 내주게 됩니다! 얼른 확인해야합니다.
박천기도 프로는 프로였다.
일반인이라면 잊었을지도 모를 플레이, 앞마당 외곽으로 군주를 날려 시야를 곧바로 확인했으니까. 완성 된 솟대를 보는 순간 일벌레 6마리가 동시에 앞마당으로 튀어나왔다. 용광포가 건설되는 걸 방해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승우의 대처도 빨랐다.
-아. 길을 아예 막아버립니다!
가운데 용광포가 지어질 공간을 두고 양 쪽이 솟대를 지어 일벌레가 들어올 수 있는 틈을 아예 막아버렸다. 이 틈을 비집고 들어갈 수 있는 마수 지상유닛은 오직 마견 뿐이었다. 하지만 아직 마견숲이 완성되지 않아 마견이 나올 수 없는 상황.
박천기의 선택은.
-일벌레를 비벼 철광 뒤로 넘어가려고 하죠?
철광에 일벌레 여러 마리를 동시에 우 클릭해서 뭉치게 한 후 S를 눌러주면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철광 뒤로 넘어갈 수 있다. 이대로 가만히 있는 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박천기는 가만히 있기 보단 순간적인 센스를 통해 위기를 벗어날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이승우 선수 막아야합니다! 일벌레 2 마리 이상 넘어가면 용광포가 완성되지 않거든요?
이승우는 이번 공격에 사활을 걸어야했다. 현재 이 곳에 투자 된 자원은 솟대 2개와 용광포 1개를 건설할 수 있는 철광 350.
뿐만 아니라 2기의 일꾼이 초반부터 정찰을 떠나느라 철을 채취하지 않았다.
앞마당에 지을 신전의 타이밍을 극단적으로 미뤄가며 던진 노림수다. 실패 시 엄청난 피해를 고스란히 뒤집어쓰게 된다. 이승우 입장에서도 필사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승우의 컨트롤이 박천기보다 조금 더 빛났다.
함께 따라 온 용안을 끊임없이 견제하며 일벌레가 제대로 뭉치지 못하도록 방해를 해주었다. 그 와중에 솟대 안에 갇혀있는 용안 역시 꾸준히 움직여 주었다.
마치 2명이 따로 컨트롤을 하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 결과.
-아. 철광 뒤로 일벌레 1마리밖에 넘어가지 못했어요!!!
-박천기 선수 큰일 났습니다. 결코 1마리로는 지어지는 용광포를 부술 수 없거든요?
-이승우 선수의 컨트롤이 아주 빛났습니다. 지금과 같은 컨트롤이 없었다면 무난히 2기 이상의 일벌레가 철광 뒤로 넘어 갔을테고 용광포가 지어지는 일도 없었을 겁니다.
-아. 망했어요. 일벌레가 열심히 때리고는 있지만 용광포가 지어지는 속도가 훨씬 빠릅니다. 저 일벌레는 이미 죽은 목숨입니다!
고조되는 흥분.
그건 관중들도 마찬가지였다. 90%이상 완성 된 용광포를 보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결국 용광포가 완성되었다. 용광포의 공격에 일벌레가 괴성과 함께 터져나갔다. 동시에 화면에 비춰진 박천기의 얼굴은 짜증으로 실룩이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12시에 1편 올립니다.
오늘 저녁에 1편 더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