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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로더 신들의 전쟁-69화 (69/575)

00069  Game No. 69 폭스전  =========================================================================

그간 쌓인 것이 많았는지 연호는 한참을 자신의 이야기를 나에게 털어놓았다. 사실 너무 공감이 갔다.

2군으로 있던 6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했던 고민들이고 문제들이었으니까. 토씨하나 틀리지 않았다.

나를 좌절에 빠뜨렸던 문제들.

어찌되었건 현재의 난 연호가 겪고 있는 문제를 이겨냈다. 신들의 전쟁 매니저의 도움이 가장 컸지만 생각의 변화도 컸다.

“내가 이런 말을 한다고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사실 모르겠어. 혹 가르치려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오랫동안 같은 고민을 겪었던 사람의 생각이다 생각하고 들어줘.”

“그래. 말해줘.”

“어떻게 말해야 될지 잘 모르겠어. 혹 이런 말이 널 더 아프게 할지도 모르지만 그냥 내가 겪은 바로는 이래. 사람들의 시선은 생각보다 바꾸기 쉽다는거.”

“쉽다고?”

연호의 믿을 수 없다는 목소리. 난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확실한 어조로 다시 입을 열었다.

“응. 쉬워. 인터넷에 언제부터 승드셋이랑 몰수로더 이야기가 안 나왔는지 알아?”

“글쎄.”

“정확히 내가 도재열을 잡고 16강에 올랐을 때야. 겨우 2경기. 언제고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았던 놀림이 하루 만에 싹 사라졌어. 그 하루만에. 이 말이 뭐냐면. 그러니까 팬들의 인식을 바꾸는 일이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라는거야. 아니 오히려 쉬울수도 있다는 거지. 확실한 무언가를 팬들에게 보여주면, 내가 이렇게 노력하고 있다. 나는 이런 걸 가지고 있다는 걸 보여주면 언제든지 팬들의 인식을 바꿀 수 있다는 거지.”

연호는 아무 말 없이 내 말을 들었다.

“함께 해보자. 같이 전략 연구하고 상대 분석해서 이길 수 있게 해보자.”

내가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진심으로 돕고 싶었다.

잠시 후.

“고맙다.”

대답하는 연호의 얼굴엔 특유의 환한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

****

MSL 조지명식이 끝난 후 신들의 전쟁 최대 커뮤니티인 <신 이야기>가 발칵 뒤집어졌다. 역대급 조지명식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만큼 볼거리가 다양했던 조지명식이었다.

임동원의 설거지 발언부터 시작해서 박천기의 육룡 도마뱀설로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이승우의 예고 올킬로 화룡정점을 찍은 조지명식이었다. 흥행 자체는 OSL보다 성공적이었다. MSL PD도 지금 반응을 보면서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을지도 몰랐다.

<이승우가 예고 올킬 말할 때 박성찬이랑 최태양 표정 봤음?ㅎㄷㄷ 개 살벌하던데.>

<기분 나쁠만하짘ㅋㅋㅋ >

<처음에 살인예고가 폭스한테 한거인듯ㅋㅋㅋㅋ>

<예언자 이승우. 미래를 보고 왔다.>

<근데 솔직히 이승우 오늘 빡칠 만 했음 ㅋㅋㅋ 존나 만만해보였는지 여기 저기서 다 건들임 ㅋㅋ>

<미래에서 왔습니다. 이승우 폭스 올킬 성공합니다.>

<전 시즌 양대리그 우승자한테 도발당할 때부터 이승우 표정 관리 안되었는데 박천기까지 건드니까 아예 폭발함 ㅋㅋㅋㅋ>

<그나저나 박천기도 완전 미친놈ㅋㅋㅋ>

<어쨌든 개 재미있을 듯 ㅋㅋ 오랜만에 제대로 미친놈 나타남 ㅋㅋㅋㅋ >

<나도 이번 시즌은 OSL보다 MSL이 더 기대된다.>

다양한 반응이 실시간으로 쏟아졌다. 대부분 기대감을 품은 댓글들이었다. 깊은 밤이 되어서도 게시판의 N은 꺼질 줄 몰랐다.

****

다음날.

“그래. 잘했다. 그런 자리에서 그냥 가만히 있으면 안 되지.”

내 마음대로 선봉으로 나가 올킬을 하겠다고 예고한 순간 혼날 걸 각오했다. 이미 감독님이 정해놓은 엔트리가 있을텐데 그걸 무시하는 발언이었으니까. 하지만 감독님은 혼내기는 커녕 오히려 잘했다며 칭찬을 해주셨다. 그저 나를 위로하기 위해 하는 말이 아닌 진심이 담긴 칭찬.

“그래. 우리가 그거 보면서 얼마나 통쾌했는지 알어?”

옆에 있던 다른 코치님들도 고개를 주억거리며 감독님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맞어. 우리 팀에서도 그런 말을 당당하게 할 수 있는 선수가 있다니. 그래도 네가 올킬 2번이나 잡아냈기에 웃음거리가 되기는커녕 오히려 사람들의 기대감을 부풀리게 했잖아. 이게 얼마나 좋은 거냐?”

“한번 선봉으로 나가보자.”

“그래. 나가서 올킬 한 번 하자!”

모두의 응원에 난 몸 둘 바를 몰랐다. 감독님과 코치님들의 눈빛에서 무한한 신뢰가 느껴진다.

내가 이렇게 누군가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이 기분 좋았다.

“감사합니다.”

의외로 일이 편안하게 풀렸다.

이제 남은 건 약속을 지키는 것 뿐.

스킬만을 믿을 수 없다는 건 이제 잘 안다. 상대의 전력분석 역시 꼼꼼히 해야 한다. 이 2가지가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릴 때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폭스를 올킬 하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와 함께 최약체 라인을 구성하고 있지만 환국 라인인 정말 튼튼하다. 무려 오호 중 2명이 폭스 소속이었으니까.

비록 박성찬의 기세가 전만 못하다고 해도 무시할 순 없다. 우승자란 타이틀이 어디 가는 건 아니었으니까.

MSL 최연소 우승자.

한 때 이영우와 함께 속도의 이영우, 높이의 박성찬이라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 이영우는 그때보다 더 발전했지만 박성찬은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아니 제 자리를 지키지도 못했다. 조금씩 뒤로 밀려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리그 승률 5할 후반대를 보유하고 있는 선수였다.

사실 5할 후반대의 승률이면 잘하는 것이다. 하지만 박성찬의 전성기 시절과 비교하면 새발의 피였다. 당시 1년 승률이 6할 후반대였으니까.

그 간 암흑기를 거쳐 요새 경기력을 차츰 끌어올리는 중이었다.

박성찬도 박성찬이지만 지지 않는 태양이라 불리는 최태양 역시 경계해야 할 선수였다. 그간 유망주로 불리다가 드디어 작년에 화려하게 재능을 피워냈다

양대 동시 4강 진출.

아쉽게 패배하긴 했지만 이영우와 명승부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시즌이 최태양을 오호에 올려놓았다. 이재성 입장에선 조금 억울할 수도 있다. 전까지 더 좋은 모습을 보여  으니까. 만약 최태양이 양대 4강에 진출하지 않았다면 오호의 자리는 그가 대신 차지했을 것이다.

작년 육룡에 대적할 환국 라인을 만들자는 움직임이 처음 생겼고 하필 최태양이 양대 4강을 확정지었을 때 오호를 만들었다.

자연 현재 가장 잘하는 선수 위주로 뽑힐 수밖에 없었다. 염우석 역시 개인리그에서 안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지만 프로리그 역대 다승 5위에 올라있었기에 무관의 제왕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오호에 합류할 수 있었다. 이재성은 조금 애매했다. 염우석처럼 프로리그는 역대급으로 잘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개인리그에서 높게 올라간 것도 아니다.

아마 저번 시즌 8강에 오른 것을 기점으로 이를 제대로 갈고 있을 것이다. 오호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어쨌든 이 두 선수의 원투펀치는 굉장히 훌륭하다.

하지만 마무리를 할 수 있는 다른 선수가 없다. 또한 너무나도 뻔 한 엔트리기 때문에 종종 저격을 받아 무너지곤 한다. 만약 폭스에 준수한 용족과 마수가 존재했다면 그들의 위치는 최하위권이 아니라 포스트 시즌을 노려볼 정도가 되었을 것이다. 그나마 박천기나 신노철이 있는 마수는 그럭저럭 봐줄만 하지만 용족라인이 아예 전멸이었다.

폭스에서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용족 선수의 승률은 겨우 34%밖에 되지 않았다.

그 선수의 이름은 이영우.

맞다. CT의 이영우와 동명이인이다.

하지만 걸어온 길은 천지차이.

첫시즌에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을 뿐이지 CT의 이영우는 그야말로 로열로드를 걸어왔다.  반면 폭스의 이영우가 걸어온 길은 가시밭길 그 자체였다.

맞춤만 잘해낸다면 충분히 올킬로 잡아낼 수 있는 팀이란 말이지. 일단 S1처럼 카드가 다양하지 않으니 연습하기도 편하고.

자. 그럼 연습을 시작해볼까?

****

폭스 연습실.

모든 선수가 살벌한 눈빛으로 대형 화면을 노려보고 있었다.

전쟁에 나가는 병사처럼 살기마저 느껴지는 모습이다. 그렇게 전투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화면에서 비춰지는 건 신들의 전쟁 경기. 그 중에서도 이승우의 경기였다.

경기는 이승우의 승리로 끝났다. 애초에 이승우가 패배한 방송경기는 2개 밖에 없다. 그 중 하나는 몰수패, 그러니 실제로 패배한 건 이영우전 하나 밖에 없었다.

화면에 꺼지자 한 편에 자리 잡고 있던 최찬익 감독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폭스가 창단 된 후부터 지금까지 지휘봉을 쥐고 있었다.

과거 폭스도 화려한 시절이 있었다.

이영우와 함께 최고의 개인리그 커리어를 지니고 있는 이민열이 폭스의 에이스로 활동하던 시절, 그리고 박성찬이 이영우와 함께 환국을 이끌어나갈 인재로 주목받던 시절.

하지만 그 후로 폭스는 다시 날아오르지 못했다.

끊임없는 추락만이 계속되었고 근래 이스포츠의 팬이 된 사람들은 폭스가 명문팀이란 사실 조차 몰랐다.

“자. 보다시피 이승우는 눈치가 굉장히 빨라. 그리고 전술적인 움직임이 뛰어나고. 어설픈 듯 하면서 전투를 할 땐 모든 걸 집중해서 쏟아내는 경향이 있고. 그래서 섣불리 전투를 걸었다간 금세 경기가 불리해지고 말지.”

스킬의 존재를 모르는 입장에선 그렇게 보일 수 밖에 없었다.

‘봐도 모르겠군.’

최찬익 감독이 복잡한 표정으로 꺼진 화면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말해놓고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움직임을 보일 수 있지?

어쩔 때보면 아예 생각이 없어 보이기도 했고 어느 순간엔 말도 안되는 전투력으로 상황을 휩쓸어버렸다. 가장 무서운 건 빌드를 거의 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마치 맵핵이라도 쓰고 있는 것처럼.

‘그럴리는 없겠지만.’

온라인 매치라면 모를까 방송경기에서 맵핵을 쓰는 건 말이 안된다. 개인화면이 방송국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맵핵을 쓴다?

미친놈이 아니고서야 그럴 리가 없다.

‘그냥 감이 좋은 건가?’

어쨌든 폭스 입장에선 이승우의 질주를 막아야했다. 대놓고 선봉 올킬을 예고했다. 그대로 당해줄 수 없다. 아니 당해서는 안된다.

이승우에게 올킬로 폭스가 무너지는 순간.

‘팀의 사기는 최악으로 떨어진다.’

연달은 패배로 팀의 분위기는 이미 가라 앉을 대로 가라앉았다. 아스트로전은 바닥을 치고 올라가는 경기가 되어야지, 반대로 바닥을 뚫고 들어가는 경기가 되서는 안 된다.

“자. 그럼 다음 경기 보자.”

일단 할 수 있는 건 이승우의 경기 패턴을 분석해서 맞춤 빌드를 준비하는 것이었다. 이윽고 화면에 다시 이승우의 경기 화면이 송출되었다.

선수들이 다시 눈을 빛내며 화면에 집중했다.

****

흐르는 물처럼 시간도 멈추지 않고 흐른다. 어느새 결전의 날이 밝았다. 폭스전이 몇 시간 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모여서 아침식사를 할 때.

“정말 세레모니 할거야?”

연호가 걱정스런 얼굴로 물었다. 난 가슴을 탕탕 치며 자신있게 답했다.

“예고 올킬도 했는데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지. 그리고 이 정도는 보여줘야 올킬 세레모니지.”

“괜찮겠어?”

“당연하지. 넌 이 형님이 세레모니 하기를 기도해라!”

폭스전을 준비하면서 경기만 준비한 것이 아니다. 세레모니도 함께 준비했다.

아주 엄청난 걸로.

그전처럼 행동으로 하는 세레모니가 아니다. 미리 소품까지 준비했다. 제대로 준비한거지.

올킬을 하는 순간 난 무대 중앙에서 준비한 세레모니를 마음껏 펼칠 것이다.

스스로를 위한 세레모니기도 하지만 연호를 위한 세레모니기도 했다. 내가 한 것처럼 너도 충분히 위기를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을 반드시 전해 줄거다. 그렇기에 난 오늘 경기에서 결코 질 수 없다.

어느 정도 자신도 있었다.

일단 저번에 [초급도발]로 받은 멘탈 스탯 10개는 전부 판단력에 찍었다. 그나마 집중력과 정신력은 30 이상이었기에 20밖에 안 되는 판단력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판단력이 10 올라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경기를 펼칠 때 조금 판단하는 속도가 빨라진 것 같기도 했다.

그냥 기분 탓일 수도 있고.

어쨌든 모든 상황이 좋았다.

아직은 말이다.

============================ 작품 후기 ============================

4연참입니다!

내일 쉬고 월요일날 폭스전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일단 월요일엔 지금 시간에 올리고 추후 연재 시간은 조금 더 생각해본 후 따로 후기로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과연 승우는 올킬에 성공할 수 있을지?!

추천 댓글 많이 남겨주세요!!

많은 힘이 됩니다!ㅎㅎ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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