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열로더 신들의 전쟁-66화 (66/575)

00066  Game No. 66 내가 동네북이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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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질문부터 조지명식이 후끈 달아올랐다.

새로운 흥행구도가 만들어질만한 질문이 나온 것이다.

전 시즌 우승자와 최근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는, 얼마 전까지 2군이었던 선수의 기 싸움.

이는 커뮤니티에도 즉각 나타났다.

<설거지를 설거지라 부르지 못하다니 ㅋㅋㅋ>

<그러겤ㅋㅋ>

<설거지? 말 개함부러하네. 요즘 가장 잘나가는 용족인데?>

<그래봤자 용족이지. 아직 제대로 된 마수 못만났음. ㅇㅇ>

<임동원이랑 붙으면 이승우 2연패 예약요 ㅋㅋㅋ>

<지랄하네. 한 번 붙어봐야 알지. 이영우한테 지긴 했어도 임형규랑 정명혁 잡아냈는데.>

댓글의 내용에서도 알 수 있듯 임동원의 팬과 이승우 팬의 반응이 극명하게 나뉘었다. 어느 누구의 팬이 아닌 이들은 그저 이들의 설전을 흥미진진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중계진을 비롯한 MLS 관계자 역시 이들의 불꽃이 마음에 들었다. 이런 요소들이 모이고 모여 흥행이 되는 것이었으니까.

둘의 이야기는 중계진의 정리로 일단락되었다. 물론 아예 끝난 건 아니다. 가장 중요한 조지명식이 아직 남아있었으니까. 지금은 예고편에 불과하다. 물줄기가 모이고 모여 큰 강을 만들어내듯 작은 설전이 모여 큰 스토리를 만들어낼 것이다.

-확실히 32강에 올라올 정도의 선수들이다보니 자존심이 상당합니다.

-당연한 겁니다. 본인이 듣기 싫은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을 이유는 없죠. 다만 자신이 한 이야기는 주먹이 아닌 신들의 전쟁 실력으로 보여줘야 합니다.

-자. 그럼 화제를 돌려서 다른 선수들의 이야기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중계진이 노련한 진행으로 다른 선수 인터뷰를 이어나갔다.

각자 원하는 상대를 향한 도발이 이어졌다. MSL은 OSL과 조금 다르게 조지명식이 진행된다. 본인이 원하는 자리에 이름을 붙였던 OSL과 달리 MSL은 H조 시드권자부터 본인이 1차전에서 상대하고 싶은 선수를 자신의 조에 데려오는 방식이다.

조별리그 진행 역시 OSL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풀리그 방식으로 최소 4회차가 되기 전까지 다음 라운드 진출자를 알 수 없는 OSL과 달리 MSL은 원데이듀얼 방식으로 1,2차전, 승자전, 패자전, 최종진출전을 거쳐 그 날 다음 라운드 진출자를 확정하는 방식이다. 2승을 하더라도 2승 1패 3자 재경기나 1승 2패 3자 재경기 등의 변수가 존재하는 OLS과 달리 MSL은 2승으로 승자전 진출이든 2승 1패로 최종진출전으로 진출하든 2승만 하면 무조건 다음 라운드 진출이 확정된다.

같은 조에 있는 선수라도 승자전과 패자전이 엇갈리면 1번도 만나지 않을 수도 있고 같은 선수를 2번 잡고 16강에 오를 수도 있다.

OSL과는 다른 룰이기에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다른 건 여기까지였다. 그 다음 라운드인 OSL 8강과 MSL 16강은 모두 다전제로 치러렸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MSL 32강은 하루에 16강 진출자가 결정되므로 컨디션에 큰 영향을 받는다. 만약 컨디션이 최상이라면 생각보다 쉽게 16강에 오를 수 있고 반대로 최악의 컨디션이라면 허무하게 탈락할 수도 있다.

OSL 16강은 MSL에 비해 장기 레이스이기에 1번 정도 실수가 있어도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다만 재경기의 확률이 있어 최악의 경우 다른 선수들보다 5경기 이상 더 치러야 8강에 진출했다.

가장 먼저 H조 시드를 받은 이재성이 선수들의 이름이 붙어있는 판 앞에 섰다.

이재성은 같은 팀에 있는 염우석과 함께 개인리그 운이 없기로 유명한 선수였다. 전 시즌이 있기 전까지 개인리그 최고 성적은 16강.

프로리그에서 매년 30승 이상을 챙기고 있는 거에 비하면 낮은 성적표였다.

언제까지고 개인리그에서 탈락할 것 같았던 이재성이 달라졌다. 비록 8강에서 떨어지긴 했지만 5세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아쉽게 탈락한 것이었다.

맥없이 탈락했던 전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고민하던 이재성이 손을 뻗었다. 그가 손을 뻗는 곳은 마수가 모여 있는 곳이었다.

-이재성 선수! 정인철 선수의 이름표를 떼어냈습니다!

정인철.

마수 선수로 용족전을 기가 막히게 하는 선수지만 환국전에서 큰 약점을 지닌 선수였다. 반면 이재성은 마수전 만큼은 이영우에 비견 될 정도로 엄청난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승률 역시 정인철의 환국전은 4할이 채 되지 못했고 이재성의 마수전은 무려 7할이었다.

-자. 이재성 선수. 왜 정인철 선수를 본인의 조에 데려왔습니까?

실리와 명분.

이 중에서도 대답은 정해져있다.

바로 실리로.

하지만 단순히 예측하는 것과 직접 듣는 건 큰 차이가 있다.

지금처럼.

마이크를 든 이재성이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여기 있는 마수 선수 중 환국전을 제일 못하는 것 같아서요.”

본격적인 도발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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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명식은 숨 가쁘게 이어졌다. 어찌나 빠르게 진행되는지 잠깐 시선을 놓치면 따라가기 힘들 정도였다. 뒤 이어 나온 허영우는 현우 형을 찍었다. 이유는 이재성과 같은 이유였다. 상대하기 쉽다는 것. 나 같으면 당황해서 얼굴이 빨개졌을 만도 한데 현우 형은 태연했다.

마치 남의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기분이 어떻냐는 중계진의 질문에도 그저 침착하게 그 날 경기로 보여주겠다고 대답 했다. 만약 현우 형에게 침착성이라는 스탯이 있다면 최소 90이상은 되었을 것이다.

차례로 시드권자가 자신의 상대를 정했다. 순서는 이렇다.

H조에서 우승자가 있는 A조까지 순서대로 이어나간다. 그리고 다시 H조 시드권자에게 지목받은 선수부터 오름차순으로 다른 선수를 선택하는 식으로 말이다.

이렇게 1차적인 선택이 모두 마무리 되면 32명의 선수는 각자의 조를 지니게 된다. 여기서 4강 이상 시드권자의 권한이 주어진다.

내용은 똑같다.

마음대로 대진표를 바꿀 수 있는 권한.

같은 팀의 선수를 찢어놓을 수도 있고 본인이 상대하고 싶은 선수나 다른 선수로부터 청탁받은 부탁을 들어줄 수도 있고 아예 행사를 하지 않아도 좋았다.

F조의 김재만까지 선택을 끝냈고 이제 E조의 시드권자가 상대를 선택할 때가 되었다.

‘불안한데?’

E조의 시드권자는.

-자. E조의 시드권자는 이영우 선수입니다. 사실 이 자리가 본인도 굉장히 어색할 겁니다. 정말 오랜만에 4강에 들지 못했거든요?

이영우였다. 아까부터 자꾸 나를 쳐다보는 것도 같고.

무언가 싸늘한 기운이 가슴에 콕 박히는 것 같다.

-보통 다른 선수들이라면 선수 생활 통틀어 몇 번 오를 수 없는 4강이지만 이영우 선수는 밥 먹듯이 올랐습니다. 다른 선수라면 8강 정도면 괜찮았다싶지만 이영우 선수는 그렇지 않거든요? 이번 시즌을 임하는 각오가 어떻습니까?

“어. 사실 저번 시즌에 제가 방심했던 것도 큰 것 같아요. 많은 걸 배웠고. 이번엔 그때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구요.”

-지금 상태에서 더 배울 것이 남아있었나요. 이영우 선수?

최승원 해설의 농담을 이영우가 노련하게 받아쳤다.

“아직 남아 있더라구요. 다른 선수들이 쫓아올 수 없게 더 멀리 달아낼 생각입니다.”

-이영우 선수가 바라보고 있는 곳은 당연히 우승이겠죠?

“네. 일단 목표는 우승이구요. OSL과 마찬가지로 최대한 빨리 플래티넘 뱃지를 얻고 싶습니다.”

OSL에 골든마우스, 플래티넘 마우스, 다이아몬드 마우스가 있는 것 처럼 MSL에도 골든 뱃지, 플래티넘 뱃지, 다이아몬드 뱃지가 존재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각각 3회 우승, 5회 우승, 7회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것이었다. 현재 이영우는 골든 뱃지의 소유자였다. 역대 골든 마우스와 골든 뱃지를 모두 가지고 있는 선수는 단 2명 밖에 없다. 그 중 1명은 은퇴를 했기에 실질적으로 이영우 1명밖에 없다고 봐야했다. 확실히 6회 우승자라 바라보고 있는 곳이 다르다.

일단 나도 목표가 우승이긴 한데 왠지 느껴지는 무게감이....

간단한 인터뷰가 잠시 이어졌다. 어떠한 질문이 와도 이영우는 당당함을 잃지 않았다.

오만이나 자만과는 다른 자신감 넘치는 모습.

언젠가 나도 꼭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었다.

-자. 그럼 이영우 선수 자리에서 일어나주십시오!

비장한 음악이 깔리며 이영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두 이영우의 손 끝을 주목했다. 긴장하는 선수들도 꽤 있었다. 일단 이영우와 같은 조를 하는 것도 싫었지만 1차전에서 맞붙는 건 더 싫었다. 패자전으로 가는 것이 확정되는 것과 마찬가지였으니까.

이영우가 거침없이 걸음을 옮겼다.

어라?

이대로 가면 용족이 있는 곳인데?

갑자기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불안감이 미친듯이 솟구쳤다.

아.

왜 이런 예상은 단 한 번도 틀린 적이 없는 걸까?

이영우가 하나의 이름표를 꺼냈고 모든 선수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되었다. 일일히 살피지 않아도 어떤 눈빛인지 알 수 있다.

연민, 안타까움, 안도.

그래. 맞다.

이영우가 뽑은 이름표엔 이승우 세 글자가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자. 이영우 선수 이승우 선수를 뽑았는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별다른 이유는 없구요. 그냥 진 로열로더 후보라서 그런 것도 있고. 저번에 상대해보니까 쉽더라구요. 일단 32강은 쉽게 통과하고 싶어서 이승우 선수를 뽑았습니다.”

하하하.

되게 솔직하시네요?

“......”

그렇게 비수가 또 한 번 날아와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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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우의 거침없는 언변에 난 잠시 정신이 살짝 가출 했었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땐 어느새 우승자인 임동원까지 상대 지목이 끝나 있었다. 생각보다 놀라운 조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실리를 선택할 줄 알았던 최상위 시드권자들이 실리보단 명분이 있는 선택을 한 것이다.

가장 먼저 놀라움을 선사한 선수는 이제운이었다. 그가 자신의 상대로 선택한 선수는 김택윤이었다.

마수가 용족에게 상성이 앞서는 종족이긴 하지만 김택윤은 그런 상성을 무시한다. 더군다나 여기는 MSL이다.

김택윤이 이뤄낸 3회 우승은 모두 MSL에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MSL에서 만큼은 이영우에게도 뒤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가 김택윤이었다. 그랬기에 순간 눈을 의심했다. 다른 이름을 잘못보고 뽑은 건 아닐까하고. 하지만 이어지는 인터뷰에서 결코 잘못 뽑은 것이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다.

이제운은 확실히 김택윤을 뽑았다.

이유는 하나였다.

얼마 전 프로리그에서 당한 치욕적인 패배를 갚고 싶다는 것이었다.

으. 얼마나 멋진 말인가?

다른 선수 같으면 오히려 맞대결을 피했을 텐데 이제운은 피하기는커녕 적극적으로 다시 맞붙고자 했다. 하긴. 그런 성격이니 지금의 폭군 이제운이 만들어졌겠지.

B조와 A조에서도 놀람은 이어졌다.

준우승을 차지한 김연훈은 전 시즌 OSL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던 정명혁을 뽑았다. 준우승자자 중에 누가 더 강한지 겨뤄보자는 것이었다.

의외의 선택이었다. 이영우만큼은 아니지만 정명혁 역시 상대하는 것이 꺼려지는 선수였으니까.

임동원의 선택도 만만치 않았다.

처음부터 우승자의 포스를 마구 뿜어대던 그는 무려 송병호를 자신의 상대로 꼽았다. 이유는 김연훈과 같았다. 우승을 해본 적이 있는 선수이기에 뽑았다는 것.

동시에 자신의 계획을 밝혔다.

임동원의 계획은 모두의 입을 쩍 벌어지게 만들었다.

-A조를 우승자 출신 선수들로만 꾸리겠다.

보는 관중들에겐 역대급 죽음의 조 탄생으로  굉장히 짜릿한 32강이 되겠지만 MSL 입장에선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강자들은 적당히 분산되서 16강에서 만나는 것이 그들에겐 가장 좋은 상황일 테니까. A조가 우승자로 가득 차는 건 시간 문제다.

본인의 권한만으로 조를 전부 바꿀 수 있었으니까. 우승자가 가장 마지막에 권한을 행사하기에 막을수도 없었다.

이야. 진짜 막나가는구나.

중계진의 노련한 진행과 함께 2번째 지목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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