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65 Game No. 65 선전포고%3C무료 마지막편%3E =========================================================================
편수 조정으로 앞 편 일부의 내용이 일부 딸려왔습니다. 밑에는 전혀 새로운 내용 5000자가 있으니 읽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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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기 직전 마지막으로 거울을 한 번 보았다. 굳게 다문 입술이 지금 얼마나 긴장하고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하고 싶은 대로 하자. 최소한 후회는 남지 않도록.
장막이 걷히고 레드카펫이 눈에 보였다.
예전부터 걷고 싶었던 길.
하지만 TV로 밖에 보지 못했던 길.
막상 레드카펫 끝에 서자 쿵쾅대던 심장이 조금 괜찮아졌다. 스텝의 신호에 따라 레드카펫을 지나 중앙 무대로 올랐다. 아직까지 어떤 세레모니를 할지 정하지 않았다. 그냥 내려올까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무언가 보여주고 싶었다.
나라는 선수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모두에게 각인시키고 싶었다.
중앙무대가 보이고 관중들이 보였다. 기대에 찬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관중들. 그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팬들이 있어야 선수도 존재하는거니까.
나도 모르게 손을 내밀어 엄지를 하늘을 향해 세웠다.
그리고 그대로 천천히 엄지가 땅을 향하도록 돌렸다.
그 순간.
[업적을 달성 하였습니다.]
반가운 창이 떠올랐다.
‘겨우 이거 하나 했다고 업적이 달성 된거야?’
약간 허무한 마음마저 들었다. 겨우 손 한 번 뒤집었을 뿐인데. 왠지 다른 업적들에게 미안해지는군. 원래 생각은 여기서 멈출 생각이었지만 관중 반응에 신이 난건지 아니면 업적 달성에 신이 난 건지 난 더 큰 용기를 냈다.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손날로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누구한테 보내는 경고장인가요?
-이승우 선수에게도 이런 모습이 있었네요? 여태껏 단 한번도 보지 못한 모습입니다!
자. 오늘은 축제다. 지금 자체로도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으로 멘탈이 마구 흔들리고 있지만 일단 아무 생각하지 말고 즐겨야겠다.
나름 2차 도발까지 마친 난 인터뷰를 위해 마이크를 들었다. 업적확인은 중앙 무대로 간 후에 해야겠다.
-이승우 선수. 등장 세레모니 잘 봤습니다. 굉장히 짧은 움직임이었지만 임팩트가 확실했거든요? 처음이 엄지를 하늘로 치켜올렸다가 바닥으로 뒤집었는데. 이거 정확히 무슨 의미가 있는건가요?
-모든 선수들을 꺾어버리겠다는 뜻인가요?
“맞습니다. 꼭 좋은 성적을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내 대답에 중계진의 얼굴에 미소가 번져나갔다. 가장 좋은 도발 세레모니는 한참 상승세를 타고 있는 선수가 하는 도발 세레모니다. 내 입으로 말하기 조금 부끄럽지만 현재 가장 잘나가는 용족을 꼽자면 내 이름이 빠지지 않을 것이다. 당장 커리어는 부족하지만 아무도 가지고 있지 못한 기록을 지니고 있지 않은가?
14연승.
그 전의 김택윤 기록보다 무려 2승이나 앞서있는 기록이다. 비록 이영우에게 연승이 깨지긴 했지만 그걸 흠을 잡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질만한 선수한테 진 것이었으니까. 조금 아깝긴 하지만 이번이 마지막 기회가 아니다. 언제든 15연승, 아니 그 이상을 노려볼 수 있다.
-마지막에 손날로 목을 긋는 시늉을 했던데 혹시 얼마 전에 패배를 안겨준 선수에게 보내는 신호입니까?
최승원 해설위원님의 날카로운 질문에 관중들이 술렁였다. 그게 그렇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구나. 아니 그렇게 받아들여지는 것이 당연하겠다. 14연승을 끊은 상대에게 화가 나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었으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아무런 의미 없다. 그냥 엄지를 뒤집는 것만으론 약해 보여 과거 TV에서 봤던 살인예고 퍼포먼스를 따라한 건 뿐이다. 하지만 이렇게 솔직하게 말하면 안 되겠지?
“맞습니다.”
일단 지르자.
대답과 동시에 관중들이 환호성을 터뜨렸다. 보통 이영우와 대결하는 걸 거리끼는 선수들이 많다. 넘을 수 없다는 두려움을 느끼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난 전혀 그렇지 않다. 다 시 한 번 맞붙고 싶었다. 이기면 더 좋겠지만 져도 상관없다.
겨우 1번의 대결에 이렇게 많은 걸 얻었는데 여러 번 붙으면 훨씬 많은 걸 얻을 것 아닌가?
일시적으로 패배감에 젖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오히려 나에게 득이 되는 대결이다.
-오늘 조지명식 불꽃 튀겠는데요?
-그러게 말입니다. 이번에 처음 본선에 올라온 두 선수가 기존 선수들에게 굉장한 도발을 했거든요? 이름을 짓밟히기도 하고 살인예고도 받았고요.
중앙 무대로 오면서 형규와 눈이 마주쳤다. 형규가 잘했다는 듯 엄지를 살짝 추켜올렸다. 인정받으니 기분이 굉장히 좋은데?
그 뒤로도 다른 선수들의 세레모니가 이어졌다. 나와 형규는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다양한 소품을 준비해 나온 선수도 있었고 특별한 세레모니를 준비하지 않은 선수들도 있었다.
압권은 현재 최강이라 불리는 선수들의 등장이었다.
그들 역시 특별한 세레모니를 준비하지 않았다. 하지만 관중들은 숨죽여 그들을 바라보았다.
등장 자체가 세레모니였으니까.
선수들이 등장하는 사이 잠깐 틈이 주어졌다. 이런 시기를 놓치면 안 되지. 난 곧바로 업적을 확인했다.
[초급 도발]
[먼 훗날 흑역사가 될지도 모를 어설픈 도발을 조지명식에서 과감히 시전 했기에 달성 된 업적.]
‘.....’
처음 문장을 읽으며 할 말을 잃었다. 칭찬인지 욕인지 알 수 없는 애매한 말. 하지만 그 것도 잠시.
[멘탈이 한 단계 성장했기에 멘탈 관련 스탯을 찍을 수 있는 스탯이 10 주어집니다.]
‘대박이다!’
레벨을 올리는 것으로 절대 얻을 수 없는 멘탈 스탯이 무려 10개나 부여되었다. 업적 이름이 초급도발인 것을 보아 중급도발과 고급도발도 있는 모양이었다. 초급도발이 이 정도 보상이 주어지는데 중급, 고급은 얼마나 큰 보상이 주어질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 이거 앞으로 도발 세레모니도 연구 해봐야겠는데?
싱글벙글.
자연스레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주어진 10개의 멘탈 스탯을 어떻게 분배할 지 고민이 되었다. 경기 자체를 위해선 집중력이나 판단력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좋아보이지만 먼 미래를 위해 육감에 투자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일단 육감이 높아지면 상대방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이는 강한 선수를 만났을 때 굉장한 이점으로 다가오겠지.
경기에서 이기려면 많은 것이 필요하다. 가장 지양해야할 것이 본인이 생각하는 것만 하는 것이다. 상황에 맞는 수많은 빌드오더가 있지만 그대로 따라가는 것만이 정답이 아니다. 상대의 빌드에 따라, 지금 상황에 따라 조금씩 변형하는 것이 최고의 단계였다. 그러려면 육감은 필수였다.
그야말로 행복한 고민을 하는 사이 모든 선수들이 등장을 마쳤다.
32명.
OSL보다 2배의 선수가 무대를 가득 메우고 있다 보니 무게감이 훨씬 있었다. 그리고 등장 세레모니로 인해 서로에게 보이지 않는 불꽃이 마구 튀고 있다. 긴장감 역시 장난 아니다. 숨을 쉬기 힘들 정도....까진 아니어도 눈을 마주치지 힘들 정도의 긴장감이 장내를 가득 덮고 있었다.
-자. 이렇게 32명의 선수가 모두 무대에 올랐습니다.
-이렇게 보니 면면이 정말 화려합니다. 올라와야 할 선수들이 모두 올라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재미있는 MSL이 될 것 같은데요?
-저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중계진의 말을 시작으로 조지명식의 메인이벤트가 시작되었다. 앞선 등장 세레모니는 도발 축에도 끼지 못한다. 이제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된다.
-자. 전 시즌 우승자인 임동원 선수에게 질문을 하겠습니다.
임동원보다 커리어가 훨씬 좋은 선수들이 있지만 중계진은 가장 먼저 임동원에게 질문을 던졌다. 당연한 것이었다. 전 시즌 우승자였으니까.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전 시즌 우승자인 임동원을 가장 챙길 수밖에 없었다.
-여러 등장 세레모니가 있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세레모니가 있으십니까?
“아무래도 처음에 등장했던 임형규 선수와 이승우 선수의 세레모니가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내 이름이 나오니 뜨끔 한다.
-어떤 점에서 그렇게 생각하시죠?
“그냥 굉장히 신나신 것 같아요. 처음 올라와서 그런지. 저번달까지 본인이 어떤 위치에 있었는지 잊은 것 같네요. 여기가 아니라 숙소가 잘 어울리는 선수들인 거 같은데. 누가 보면 우승 몇 번씩은 한 선수들 같아요.”
이야. 말을 굉장히 돌려서 하긴 했지만 나와 형규가 얼마 전까지 2군에 있던 사실을 돌려서 말하는 것이다. 자. 표정 유지하자. 표정.
-임동원 선수가 이렇게 말하는데. 임형규 선수와 이승우 선수의 생각이 듣고 싶어지네요. 먼저 임형규 선수에게 마이크 주시죠.
“아.아. 임동원 선수는 조금 시대에 뒤쳐지셨네요. 과거가 뭐가 중요합니까? 현재가 가장 중요하지. 가장 최근 프로리그 2라운드에서 누가 MVP를 받았는지 잊으셨나보네요. 그간 기회가 없어서 개인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뿐입니다.”
형규야. 나이스! 아주 속이 시원해지는 말이다.
나 역시 가만히 있을 수 없지. 형규에게 갔던 마이크가 나에게도 넘어왔다.
-임형규 선수의 생각은 이런데 이승우 선수는 어떻죠?
-사실 이승우 선수는 더욱 더 할 말이 많을 것 같습니다. 자신의 이름을 깊게 새겼거든요?
“앞에 말했던 형규와 비슷한 생각입니다.
-자. 이렇다고 합니다. 임동원 선수 어떠십니까?
그때 보았다. 임동원의 얼굴에 걸려있는 미소를. 기뻐서 웃는 것이 아닌 어이없을 때 나오는 가소로운 웃음이란 걸 단번에 알아보았다.
“글쎄요. 물론 대단한 기록들이긴 하지만 그 기록들이 빛나려면 적어도 우승 1번은 하고 와야 하지 않을까요? 얼마 전까지 그릇을 닦는 것이 더 익숙했던 선수들이 할 행동은 아닌 것 같아요.”
임동원의 말에 나와 형규는 동시에 말을 잃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프로게이머에게 가장 중요한 건 프로리그 MVP도 연승기록도 아니다.
우승.
개인리그 우승이 가장 중요하다.
프로리그를 여러번 우승한 선수는 기억에 남지 않는다.
종족전 최다연승을 한 선수도 가끔 언급이 될 뿐 최강자로 불리지 않는다. 연승기록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최다 연승 기록을 지니고 있는 선수 중 우승 커리어가 없는 선수는 나 밖에 없다. 만약 내가 개인리그 우승을 하지 못하고 선수 생활을 끝내게 된다면 연승 기록은 그다지 주목 받지 못한다.
애초에 시즌 기록으로 남는 우승과 언제 깨질지 모르는 연승 기록은 무게가 다르다. 지금이야 14연승으로 내가 용족 최다 연승기록을 지니고 있지만 김택윤이나 송병호 혹은 새로운 신예가 나타나서 이 기록을 깨버릴지도 모른다.
시간이 흐르면 크게 의미가 없을 수도 기록.
임동원을 말을 듣는 순간 가슴 속에 있는 무언가가 꿈틀거렸다. 그릇이라는 직접적인 언급이 있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고 어쩌면 6년간 참고 숨기며 살아왔던 것이 그제야 모습을 드러낸 것일지도 모르겠다.
화가 났다.
오늘 처음으로.
임동원 선수 입장에선 2군 선수들을 무시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저 조지명식의 분위기를 띄우려고 가볍게 던진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에게 그렇게 가볍게 들리지 않았다.
자격지심일 수도 있다. 지금도 숙소에서 설거지를 하며 1군 꿈을 꾸는 녀석들의 얼굴들도 스쳐지나갔다. 이들의 노력을 농담으로라도 가볍게 말해선 안 되는 것이었다. 실력은 부족할지라도 꿈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으니까.
중계진이 나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전 마이크를 들었다.
그리고.
“임동원 선수도 이번 시즌에 우승한 것이 처음으로 압니다. 3회 우승한 김택윤 선수도 있고 5회 우승한 이제운 선수도 무려 6회나 우승을 차지한 이영우 선수도 여기 있습니다. 그런 선수들 앞에서 말하기 조금 부끄럽지 않나요? 아. 우승하고 오라고 했죠? 이번 시즌에 우승하고 다시 앞에 서죠.”
평소의 나답지 않은 모습.
호흡이 살짝 거칠어졌다.
안 봐도 뻔하다. 얼굴도 붉어졌겠지.
하지만 괜찮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모두 쏟아냈으니까. 지키지 못할 약속일 수도 있다. 나중에 놀림거리가 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지금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것이 더 싫다.
============================ 작품 후기 ============================
안녕하세요. 가도입니다.
누군가에겐 불편한, 다른 누군가에겐 오히려 기쁠 수 있는 소식을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10월 31일 토요일부터 로열로더-신들의 전쟁이 유료가 됩니다.
일단 편수는 72편에서 65편으로 줄어들게 되고 66편부터 프리미엄 연재가 시작됩니다. 따로 앞에 표시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전체 유료 전환은 1권인 25편을 제외한 26편부터 됩니다.)
연재주기는 월~토까지 1일 1연재를 해서 주 6회를 기준으로 삼겠습니다. 일단 오후 1시에올리도록 하겠습니다.
하루에 2편씩 올라오는 날도 있을 겁니다.
유료화가 된다는 건 굉장히 조심스러운 일입니다. 이미 1번의 실패를 맛 본 저에겐 더욱 더 그렇고요.
나중에 ‘15시즌 승우는 어땠지? 지금은 이런 느낌인데 과거엔 지금과 달랐네. 많이 성장했구나.’ 혹은 ‘2015시즌 OSL 시즌2가 가장 명승부가 많이 나오고 스토리가 좋다. 난 이 에피소드를 봐야겠어.’, ‘뭐니 뭐니 해도 승우가 처음 올킬을 했을 때가 최고지!’ 같이 그저 1번 보고 지나가는 글이 아닌, 2번 3번 다시 보아도 재미있는 글이 되도록, 그래서 구매가 전혀 아깝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솔직히 대여로도 충분한, 1번이면 충분한 굳이 또 보고 싶지 않은 글을 쓰고 싶지 않거든요. 꼭 소장하고 싶은 글이 될 겁니다. 두고두고 다시 읽어볼만한 글이.
여러분들과의 소통도 소홀히 하지 않을 겁니다. 여태 그래왔던 것처럼 J에서도 많은 댓글 남겨주세요. 휘둘리지는 않겠지만 잘못되는 걸 방치하지도 않겠습니다.
요즘 날씨가 찹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저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그럼 모두 좋은 하루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