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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로더 신들의 전쟁-62화 (62/575)

00062  Game No. 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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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생각보다 머리가 띵하다.

패배.

이미 키보드에서 손을 떼었다.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이제 남은 건 GG를 치는 것뿐이었다. 그 것을 알고 있음에도 차마 손이 떨어지지 않았다.

여러 사람이 눈앞에 떠올랐다.

누구보다 승리를 바랄 가족부터 오늘 OSL 개막전을 위해 프로리그 경기에서 엔트리 제외를 선택하셨던 감독님과 숙소에서 승리를 응원하고 있을 팀원들까지.

모두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일단 감독님께 너무 죄송스러웠다. 오늘의 패배를 본인의 잘못으로 생각할지도 모른다. 프로리그 경기에 내보지 말았어야했다고. 그 것과 관련없지만 분명 그렇게 생각하실거다.

‘어렵네. 어려워.’

이길 확률이 낮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질줄 몰랐다.

거대한 무쇠 벽을 주먹으로 두드리는 기분이었다. 아무리 세게 두드려봤자 아픈 건 손이지 벽이 아니었다.

괜히 갓영우라고 불리는 게 아니네.

스킬이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경기는 처음이었다. 래더는 물론이고 프로리그에서도 항상 통해 왔었다. 언제나 승리를 불러왔었다. 처음엔 밀려도 스킬로 따라잡을 수 있었다.

반대로 스킬로 상대보다 몇 발 앞서나갈 수도 있었고. 하지만 이영우와의 경기에선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그나마 [엄대엄]으로 불리하던 상황을 비슷하게 한 번 바꾼 것이 다였다.

그 후론 유리하게 경기를 가져간 순간이 없었다. 웅크리고 있는 이영우는 틈이 없었다. 사지라는 걸 알고 있는데 들어갈 바보는 없다. 조금만. 조금만 더 기다려봤지만 이영우는 끝까지 틈을 내주지 않았다.

결국 이영우가 원하는 타이밍이 전투를 하게 되었다.

병력 운영이 기가 막혔다. 주 병력은 중앙에서 자리를 잡고 소수 병력을 보내서 멀티를 동시에 3군데를 날려버렸고 더 이상 회전력으로 버틸 수 없게 되었다.

오늘 정명혁을 잡아 어느 정도 자신이 붙어있었다. 혹 이영우도 잡을지도 모르겠다고. 욕심이었다.

‘한계가 있긴 하구나.’

아무리 스킬이 효과가 좋아도 기본적인 실력, 그러니까 스탯이 어느 정도 받쳐줘야 이영우와 경기를 제대로 할 수 있을 듯  싶다. [투신]으로 무려 50%나 높인 능력치가 이영우의 기본 실력보다 낮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너무 피지컬에만 집중했어.’

스탯은 굉장히 세분화되어있다. 몇 개의 스탯만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스탯이 조화를 이뤄야 좋은 경기력이 나온다.

현재 내 스탯은 굉장히 불안정하다. 정확히 말하면 균형적이지 못하다.

공격력, 지상 유닛 컨트롤, 생산력 등의 능력치는 [투신]을 이용해 높은 수치를 만들 수 있지만 그 밖의 밸런스라던가 멘탈 관련 능력치는 그럴 수 없다. 이는 스킬로도 어찌 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더군다나 멘탈은 스탯 포인트가 있어도 성장시킬 수 없다. 낮은 멘탈 능력치를 이대로 두었다간 언젠가 또 다시 발목을 잡히고 말거다.

오늘 경기만 해도 그렇다.

정명혁전과 도재열전과 달랐다.

어려운 상대라는 건 똑같았지만 그때는 [날빌러]의 효과를 완벽하게 받았었다.

초반에 [날빌러]가 알려준 빌드가 통하지 않은 순간 이후로 조금씩 집중력이 떨어지고 판단이 미묘하게 틀어졌다. 이영우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감도 떨어졌고.

바닥에 그어진 선을 따라 걸어야하는데 조금씩 각이 틀어졌다고 해야 할까?

각 자체는 틀어진 건 아니지만 오랜시 간 틀어진 길로 걷다보면 원래의 길에서 크게 벗어나고 말았다.

신들의 전쟁이 알려주는 능력치의 수치는 아무렇게 정해진 것이 아니다. 현재 나의 능력을 객관적인 수치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내가 오늘 경기에서 보인 문제는 고스란히 낮은 멘탈 능력치과 연관되어 있었다.

특히 다전제라면 더욱 더 문제가 크게 작용할거다. 다전제는 피지컬보다 멘탈이 더 중요하게 작용하니까.

여러 사람과 경기를 펼치는 위너스리그와 한 사람과 여러 경기를 펼치는 다전제는 비슷하지만 확실히 다른 점이 있었다.

이 부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해결책을 내놓아야했다.

‘이제운을 만나도 마찬가지겠지?’

같은 택뱅리쌍 라인이더라도 택뱅과 리쌍엔 사이엔 벽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

그때였다.

“고생했다. 원래 이영우한테 한번 깨지고 각성하는거야.”

언제 들어왔는지 도 수코님이 농담을 던지며 나를 위로했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질 줄 몰랐어요.”

“경험 부족이야. 경험부족. 처음이라 얼어붙어서 그래. 나중에 자주 만나다 보면 괜찮아질 거야.”

“정말 그랬으면 좋겠네요.”

“너무 걱정마. 이영우도 사람이니까. 이영우 환국전 연승 끊은 거 현우잖아. 준비만 잘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어.”

이영우도 승률 100%는 아니었다. 정말 무적이었다면 10회 우승은 너끈히 달성했겠지. 예선에 간 적은 한 번도 없지만 4강이나 8강 같은 다전제에서 떨어진 적도 꽤 있었다.

난 머리를 마구 헝클어트렸다. 붕 떠버린 머리가 내 마음을 대변해주는 것 같았다.

“그나저나 연승 깨져서 아깝다. 다른 조였으면 15연승 노려볼 수도 있었는데.”

연승이라.

사실 처음부터 연승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자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했었다. 매 경기 손이 무거워지는 것 같았고. 차라리 이렇게 이영우한테 깨지고 나니 속이 시원하다.

문제점이 무엇인지 확실히 깨달았으니까.

연전연승하다 높은 자리에서 무너졌다면 더 큰 좌절감을 덮쳤을지도 모른다.

“뭐 이건 언제든 할 수 있는 거니까요.”

“오! 이승우 패기 있는데? 생각보다 충격이 안 큰가보다? 그래. 차라리 좋게 생각해. 어차피 16강에서 이영우랑 붙으면 적어도 결승에 진출하기 전까지는 다신 안 만나잖아.”

도 수코님 말씀처럼 16강에서 한 조에 속했던 선수는 서로 결승에 진출하지 않는 한 다시 만나지 않는다. 16강에서 1번 진다고 탈락하는 건 아니니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해야하나?

비록 지긴 했어도 나아갈 방향을 알게 되었으니 다행이라는 말이 어색하진 않다.

만약 16강이 아닌 8강에서 이영우를 만나 탈락했다면 지금보다 충격이 훨씬 컸을 것 같다.

경험.

그래. 이건 소중한 경험이다.

“참 이왕 이렇게 온 거 다른 경기도 보고 갈래? 너 8강에 진출하면 B조 애들이랑 붙잖아. 어때?”

정명혁과 윤영태.

오호(五虎)와 육룡(六龍)의 대결.

오호에 속해있는 환국과 육룡에 속해있는 용족의 대결을 사람들이 용호상박이라 부르며 많은 관심을 보였다.

타이틀만 보면 최소 8강급의 매치다.

“이왕 온 거 보죠. 뭐. C조랑 D조도 대박이던데.”

“그 쪽도 장난 아니지!”

오늘 개막전이라 그런지 힘을 많이 준게 티가 났다.

C조는 김택윤과 김연훈의 경기였고 D조는 전 시즌 MSL 4강 리매치인 이제운과 임동원의 경기였다.

하나 같이 기대가 되는 경기들이다. 일단 진 건 진거고. 후회해봤자 변하는 건 없으니 일단 편하게 경기나 봐야겠다. 생각은 그 후에 숙소에 돌아가서 해도 늦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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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경기는 정명혁과 윤영태의 경기였다.

정명혁이야 두 말하면 입아픈 수준이고 윤영태는 용족 선수로 육룡 중 한명이었지만 육룡 중 유일하게 결승을 못 가본 선수였다.

경기는 초반부터 살벌했다.

-역시 전투의 신! 초반부터 몰아붙이죠!

-겨우 용혼 3개입니다만 정명혁 선수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윤영태의 또 다른 별명은 전투의 신.

전투로 다 진 경기를 역전할 정도로 엄청난 전투력을 자랑한다. 그 전투력은 초반에도 빛을 발했다. 지뢰가 깔려 있는 곳이지만 거침없이 들어가는 용혼.

그리고.

-택견 용혼 나왔습니다!

-이건 볼때마다 신기하네요. 어떻게 저렇게 정교한 컨트롤을 완벽하게 해내는지!

앞 뒤로 절묘하게 움직이는, 일명 택견 용혼으로 올라온 지뢰를 다 제거하며 압박을 하는 윤영태.

그와 동시에.

-윤영태 선수! 지룡을 갑니다.

-확실히 가겠다는 거죠?!

-과연 정명혁 선수가 윤영태 선수의 신들릴 지룡 공격을 잘 막아낼 수 있을지!

지룡은 여의주탑을 건설하면 지을 수 있는 용의 신전에서 생산할 수 있는 유닛으로 매우 느린 속도를 지니고 있지만 스플래시 데미지를 준다. 홀로 있을 때보다 수송선의 역할을 하는 운룡과 함께 있을 때 빛을 발한다.

환국의 천자총통의 공격 딜레이를 이용해 내렸다 태웠다 컨트롤이 가능한 것이다. 현재 정명혁의 체제는 공중을 공격할 수 있는 방어탑인 화살탑을 지을 수 있는 대장간이 거의 완성되어 있었다.

결국 운룡에 탄 지룡은 별다른 피해를 주지 못하고 빙빙 돌 수 밖에 없었다.

-역시 정명혁 선수 눈치가 빨라요. 상대가 윤영태거든요. 당연히 지룡 나온다고 생각하거든요.

-정말 안정적으로 플레이하네요. 자. 이러면서 슬슬 화차 나가거든요? 지룡 절대 잃어선 안 됩니다.

화차는 정명혁의 트레이드 마크다.

화통도감의 부속건물인 영성루에서 속도개발과 지뢰개발을 할 수 있다. 속도개발을 하며 화차는 신들의 전쟁에서 가장 빠른 유닛이라 불릴만큼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 게릴라전에 딱 맞는 유닛이다.

-정명혁 선수 진출로 쪽에 지룡이 딱 버티고 있어야합니다. 빠져나가면 상당히 곤란해지거든요.

-역시! 윤영태 선수. 지룡천왕랑 빌드를 씁니다. 그렇다면 더욱더 지룡을 잃어선 안 됩니다. 아. 빠져나가려던 화차가 지룡의 포에 터집니다.

-윤영태 선수가 괜히 잘한다는 소리는 듣는 것이 아닙니다. 만약 무리하게 일꾼에 피해를 주려고 하다가 천자총통에 터지거나 화살탑의 공격에 공중폭사를 당한다면 환국 진출 타이밍 바로 나오거든요. 피해를 줄 수 없다고 판단 지룡을 빼 견제를 막는데 사용하는 정말 지금 상황에서 베스트입니다. 베스트! 그리고 물 흐르듯 이어지는 천왕랑 테크. 자신의 약한 타이밍과 강한 타이밍을 정확히 알고 있네요. 역시 윤영태 선수입니다!

천왕랑은 용족 최종 테크 유닛이다.

특히 천왕랑은 6기 이상 모이거나 공2업이 된 순간부터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다.

천왕랑의 무서운 점은 본체는 얻어맞지 않고 여의주만을 소비해서 전투를 이끌어 간다는 점이다. 이때 상대는 무한정 있는 적을 상대하는 느낌을 받는다.

정명혁도 그저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관측소의 천리안을 사용하여 윤영태가 천왕랑 테크를 타고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다.

눈치 정말 더럽게 빠르네.

생각보다 빠른 발견.

정명혁의 선택은.

-정명혁 선수 천리안으로 천왕랑 테크 확인했어요. 이러면 정명혁 선수가 선택할 수 있는 건 두 가지입니다. 천왕랑이 2기 나오기 직전 타이밍을 노리거나 아예 신기전 사업 돌리면서 안티 천왕랑 체제로 가는 것. 이영우 선수라면 두번째 방법을 택하겠지만 정명혁 선수라면.....역시! 타이밍 잡습니다!

-과감합니다. 어차피 상대가 천왕랑 체제로 올라가서 병력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거든요.

-빠르게 나갑니다. 아. 당황한 것일까요? 지룡이 터지고 맙니다.

-이거 정말 큰일입니다. 이대로라면 못 막습니다.

-정명혁 선수! 일꾼 3기 끌고 내려가죠? 윤영태 선수는 앞마당에 도착하기 전까지 어떻게든 병력을 밀어내야합니다. 앞마당 근처에 화살탑 지어지면 천왕랑 나와도 소용없어요. 그대로 앞마당 날아 가는거에요. 앞마당 날아가고 막는 건 아무 의미 없습니다. 윤영태 선수. 정신 차려야 해요.

정명혁의 천리안 1방에 무난히 흘러가던 경기가 급박하게 변했다. 팀원들도 긴장한 얼굴로 중앙에 떠 있는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이번 싸움이 경기의 승패를 좌우한다.

윤영태가 정명혁의 진출을 막아보려고 노력했지만 소용없었다. 지룡일 잃은 이상 환국의 병력을 막을 수 있는 유닛이 없었다.

발업 된 용아도 없이 오직 용혼의 물량으로 막아야하는데 그러기엔 화차와 천자총통의 화력이 너무나 무시무시했다.

결국.

-윤영태 선수 앞마당까지 진출을 허용합니다. 앞마당 깨지면 천왕랑이 나와도 소용이 없어요.

-그때쯤이면 이미 사업 된 신기전이 오고 있거나 앞마당에 지어진 화살탑에 여의주가 제대로 된 공격도 하지 못하고 모두 터지고 말겁니다.

-역시 정명혁 선수! 완벽한 타이밍에 나와 윤영태 선수를 곤란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천자총통 일부는 퉁퉁퉁!

-이미 끝났습니다. 이건 누가 와도 이길 수 없어요. 이미 정명혁 선수는 화포 연구소 올라갔고 신기전도 생산되고 있거든요? 반면 윤영태 선수는 천왕랑을 모아봐야 기껏 4기인데 그 숫자로는 절대 역전 할 수 없습니다. 역전은커녕 여의주 생산하기에도 빠듯합니다.

-역시 용호상박이네요. 용호상박! 언제나 만족을 주는 매치입니다!

결국 윤영태의 GG로 경기가 마무리 되었다.

윤영태가 아쉬운 얼굴로 고개를 푹 숙였고 정명혁이 잔뜩 상기 된 얼굴로 부스를 빠져나왔다.

오늘 나랑 경기한 사람 맞아?

패배의 충격은 전혀 없어보였다. 같은 용족을 상대했지만 위축되는 모습은 없었다.

완벽한 마인드 컨트롤.

괜히 최정상의 자리를 지키는 것이 아니었다.

============================ 작품 후기 ============================

오늘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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