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61 Game No. 61 =========================================================================
-하루하루가 역사인 선수입니다. 만약 이번 시즌에도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면 역대 최초로 7회 우승의 금자탑을 쌓게 되는 동시에 OSL 통산 4회 우승으로 플래티넘 마우스에 도전할 수 있게 되거든요?
플래티넘 마우스는 OSL 5회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상패였다. 3회 우승 시 골든 마우스가 주어지고 7회 우승자에겐 다이아몬드 마우스가 주어진다. 플래티넘 마우스와 다이아몬드 마우스가 어떻게 생겼는지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5회 우승자는 커녕 4회 우승자도 나오지 않았으니까.
만약 이영우가 이번 시즌에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면, 그리고 다음 시즌에도 결승에 진출하게 된다면 세상에 단 1번도 공개 된 적이 없던 플래티넘 마우스가 모습을 보일 것이다.
-과연 이영우는 그 첫 단추를 잘 끼울 수 있을지! 지금 경기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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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은 왕도(王道).
프로리그에서 사용되지 않는, 오직 OSL에서만 사용되는 전장이다. 전체적으로 전장이 크고 자원이 풍부해 용족이 환국을 상대로 할 만한 곳이었다.
‘체력 역시 최고고.’
앞선 프로리그에서 2경기를 치르면서 스킬을 사용했지만 만렙의 [날빌러]와 4 레벨의 [투신]을 사용해서 소모 된 체력의 양은 12% 밖에 되지 않았다. 또한 2경기 모두 일찍 끝났기에 추가로 소모 된 체력의 양은 극히 미미했다.
[진정한 올킬러]의 체력 회복 효과로 인해 현재 남은 체력은 무려 97%였다. 스킬을 연달아 사용하기에 부담이 없다는 소리다.
‘한번 해보자.’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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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위치는 1시였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위쪽과 오른쪽이 겹친 자리라 마음에 들었다. 시작과 동시에 [날빌러]사용.
[앞마당 1제단 2용아 견제]
도감 더블이군.
추천해주는 빌드를 통해 이영우의 빌드를 알 수 있었다. 앞마당에 1제단을 전진해서 짓는 건 상대의 도감 더블을 노리고 하는 빌드다.
역시 이영우는 무적이라 자랑하는 빌드를 들고 나왔다. 그렇다면 바로 깨줘야지. 일단 대각은 아닐 것이다. 대각이면 전진 제단이 아닌 생 더블을 추천해줬을 것이다. 대각 생더블 만큼 사기인 빌드는 없다.
일단 용안을 가장 가까운 가로로 보냈다.
이영우의 위치는 11시 그러니까 가로에 있었다. 역시나 앞마당에 심시티를 하며 도감더블을 가져가기 위해 준비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이영우를 상대로 반드시 피해를 줘야한다.
제단의 집결지를 이영우의 앞마당으로 찍었다. 그리고 첫 번째 용아가 이영우의 앞마당에 도착하는 순간.
‘스킬 [투신] 사용.’
과감하게 [투신]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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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우 선수 본인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도감 더블을 선택했습니다.
-인터뷰에서 직접 밝혔죠. 도감 더블은 어떤 종족을 상대로 해도 좋다라고. 근데 이 도감 더블을 완벽히 소화하는 선수 자체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기에 정석이 되지 못한 겁니다. 솔직히 이영우나 정명혁 제외하고 도감 더블로 상대를 완벽하게 제압하는 선수를 본적 있습니까? 없거든요. 이영우 선수가 무엇을 하는지 뻔히 알아도 초반에 올인을 가기 힘듭니다. 다 막아버리거든요. 그리고 막히면 아무 것도 못하고 끝나거든요.
-이영우 선수의 눈치는 정말 압권입니다. 다들 속수무책으로 당하거든요?
-이승우 선수도 참 대단한 것이 뭐냐면 지금 앞마당 제단을 건설했거든요? 이게 무슨 소리냐? 이영우 선수의 도감 더블을 노리고 왔다는 뜻이에요.
-정말 패기 넘치는 플레이입니다. 보통 이영우를 상대로 안전한 플레이를 지향하거든요? 도감 더블을 가장 잘하긴 하지만 언제 2화통이나 1화통1풍운청을 시도할지 모르는 선수거든요!
-지금 생산 된 용아가 거침없는 발걸음으로 이영우의 앞마당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빌드는 이승우가 이겼다. 전진 제단 용아 견제 자체가 도감 더블을 노리고 만든 빌드였으니까. 하지만.
-이영우 선수 컨트롤 완벽합니다!
-벌써 저런 심시티를 연구해왔나요?
-대단합니다. 정말 대단해요. 대놓고 도감 더블을 노린 용아 공격을 손쉽게 막아내고 있습니다.
-이러면 이승우 선수 불리해지죠? 이영우는 벌써 앞마당을 돌리기 시작하거든요?
관중의 함성이 쏟아질 정도로 정교한 컨트롤을 보여주며 큰 피해없이 용아의 견제를 막아내는 이영우.
괜히 갓이 아니었다.
너무나도 편안하게 막고 있었지만 이영우가 보여주는 플레이는 같은 환국 선수가 본다면 입을 쩍 벌리게 만들 정도로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마치 듀얼 모니터로 각자의 화면을 보고 있는 듯 노는 병력이 없었고 네 다섯개의 손이라도 되는 냥 테크, 확장, 궁병 컨트롤 중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는 것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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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이게 뭐야?
반드시 초반에 피해를 주겠다는 일념 하에 빌드를 이겼음에도 [투신]까지 사용했지만 별 다른 피해를 주지 못했다. 궁병 1기를 잡기는 했지만 이렇게 쉽게 막혀서는 안 되는 공격이었다.
앞마당에 훈련도감과 창고, 군영을 이용한 심시티가 발군이었다. 그 좁은 틈 사이를 궁병은 왔다 갔다 할 수 있지만 덩치가 더 큰 용아는 들어갈 수 없었다. 그 틈을 통과한 궁병을 잡기 위해선 창고, 도감, 군영을 빙 돌아서 가야한다. 그 동안 궁병으로부터 무수히 얻어맞아 용력은 모두 깎인 상태.
2마리의 용아가 들어오면 혼란스러울 법도 하련만 궁병이 각각 살아있는 생명인 것 마냥 사방으로 퍼지며 완벽하게 공격을 막아버렸다.
손해다.
용아 2기와 궁병 1기를 바꾼 셈이었으니까. 내가 한 거라곤 본진 정찰을 한 것이 전부였다. 원래해야 할 것이 많았다. 궁병을 모두 끊어주고 앞마당 일꾼을 견제하거나 화통도감이 건설되는 속도를 늦춰 줬어야했다. 하지만 모두 실패했다.
이영우가 미리 연구해 온 심시티.
망루를 따로 짓지 않았음에도 컨트롤과 심시티로 자연 망루의 역할을 해내고 있었다.
컨트롤 역시 대단했다. 앞마당에 일꾼을 붙이는 것과 테크를 올리는 것을 동시에 하면서 궁병을 그렇게 컨트롤했다.
내 용아 공격이 막히는 순간 유리했던 빌드는 단숨에 불리한 빌드로 바뀌었다. [날빌러]는 상대와 나의 수준 차이까지 고려해서 빌드를 알려주지 않는다. 상대의 빌드에 가장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빌드를 알려줄 뿐이다. 분명 유리한 빌드를 가져갔음에도 아무런 이점도 얻지 못했다. 초반에 용아를 3기 까지 찍는 바람에 앞마당이고 테크도 모두 늦고 말았다.
적어도 둘 중 하나는 앞서야 이영우를 이길 수 있는 상황. 하지만 지금은 모두 뒤진 상태였다.
‘더 늦기 전에 [엄대엄]을 쓰자.’
[엄대엄]이 불리한 상황에서 다시 5:5 상황으로 만들어주는 스킬이긴 하지만 확 기울어져버린 경기까지 5:5로 만들지 못했다. 또한 아직 스킬 레벨이 1 밖에 되지 않기에 체력 역시 가장 높은 15%를 소모했다. 그렇다고 [엄대엄]을 안 쓸 수는 없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격차는 벌어진다. 그때가 되면 [엄대엄]이 안 먹힐 수도 있다. 체력은 체력대로 소모하고 스킬이 안먹히는 건 정말 최악의 상황이다.
아끼다 똥 된다는 말이 괜히 있는 말이 아니었다.
체력 15%가 쑥 빠져나갔다.
‘[날빌러]랑 [투신] 쓴거 보다 크게 빠져나갔네.’
이 둘을 쓰면서 소모 된 체력은 12%.
방금 [엄대엄]까지 포함하면 스킬로만 소모 된 체력이 무려 27%였다.
‘경기 시작 5분만에 27% 나 쓰다니.’
속이 쓰렸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무 것도 못해보고 질 수는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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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선수 초반에 피해를 하나도 못주긴 했지만 뒤늦게 2개의 멀티를 동시에 올리며 균형을 잡습니다.
-정말 배짱 한 번 두둑하네요. 트리플을 동시에 먹다니. 솔직히 상대가 이영우면 타이밍을 찌르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이런 과감한 선택 못하거든요?
-이런 배짱이 있으니까 14연승이나 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초반 빌드의 엇갈림으로 이영우가 한 발 앞서나가는 듯 했으나 이승우가 동시에 2개의 멀티를 가져가는 도박수를 던졌고 그 수가 성공함과 동시에 경기는 다시 균형을 이루었다.
이영우의 정찰 일꾼을 사전에 잘 끊어주는 바람에 트리플을 들키지 않은 것이 컸다.
상황은 다시 5:5가 되었다.
-이영우 선수 특유의 자리 잡기 시작합니다.
-상대 선수에겐 지옥이죠. 지옥!
이영우의 전매특허 자리 잡고 버티기가 나왔다.
딱히 엄청난 전략전술은 아니다. 말 그대로 버티는 것이다. 적당히 멀티 먹고 적당히 버티다 업그레이드 잘 된 200병력이 1번 나오는 것이 다다.
굉장히 재미없고 뻔 한 운영이지만 이 전략에 용족 대부분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방법은 둘 중 하나.
빈틈을 찾아 공격을 들어가거나 200 병력이 나왔을 때 기가 막힌 전투로 승리를 거두거나.
하지만 이영우가 그걸 쉽게 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묵직한 산처럼 버텼다.
상대가 지칠 때까지. 모든 힘이 빠져 스스로 무너질 때까지.
이것이 이영우의 가장 무서운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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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승우 선수 결국 신을 넘을 수 없네요.
-왜 자신의 성 대신 갓이라는 말이 들어가는지 아주 잘 보여준 경기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이승우 선수가 도대체 못한 게 뭔가요? 이렇게 해도 이길 수 없으면 이영우는 어떻게 해야 이긴단 말입니까?
경기는 거의 끝이 났다.
이영우의 승리로.
전장은 이미 이영우의 손에 들어가 있었다. 원래 용족이 환국을 이기려면 멀티가 최소 1개 이상은 더 많아야한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환국이 용족보다 멀티가 많은 상황이었다. 업 잘 된 이영우의 병력은 위풍당당 그 자체였다. 아무리 많은 수의 용족 병력이 쏟아져 와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상대를 전멸시켰다.
용족이 100을 잃었다면 환국이 잃은 건 30정도.
이승우가 바보라서 그렇게 싸운 것이 아니었다. 이승우는 잘했다. 다만 이영우가 더 잘했을 뿐이다.
이승우 입장에서 먹는 것도 적게 먹고 효율성에도 상대가 안 되니 이길 방도가 없었다.
이승우의 연승 기록도 여기까지로 보였다. 15연승이란 대기록을 가지고 있던 이영우 본인의 손으로 기록을 지키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제 남은 건 이승우의 GG선언 밖에 없었다.
다른 환국이었다면 초반 용아 찌르기에 큰 피해를 주며 경기를 유리하게 가져올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하필 상대가 이영우였고 이승우가 초반에 날린 수는 상대의 목이 아닌 스스로의 목을 옥죄고 말았다. 그 차이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무너지지 않을 수도 있었다.
결국.
-이승우 선수 키보드에서 손을 뗐습니다! 그리고 팔 사이에 얼굴을 묻습니다.
-아쉽죠. 너무나도 아쉽죠. 초반의 전략 실패가 너무나도 뼈아프게 다가왔습니다. 그 것만 아니었다면 승부 몰랐거든요?
-괜히 갓영우라고 부르는 게 아닙니다. 자신이 가장 잘하는 스타일로 완전 찍어 눌렀거든요? 당당하게 나를 만나지 않아 14연승을 한 것이다라고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아쉽네요. 이승우 선수. 프로리그에서 나온 패기가 이번 경기엔 나오지 못했습니다. 오늘 2경기를 펼치고 온 것이 독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이제 1패일 뿐입니다. 아직 로열로더의 길은 끝나지 않았거든요! 오늘의 역경을 딛고 일어나 더 높게 날아오를 수 있습니다!
이승우에 대한 위로가 쏟아졌다. 만약 좋지 못한 경기력을 보였다면 이런 위로는 없었을 것이다. 보여줄 수 있는 건 다 보여줬다. 그랬기에 중계진도, 팬들도 이승우의 경기를 보고 쓴 소리를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