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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로더 신들의 전쟁-53화 (53/575)

00053  Game No. 53   =========================================================================

확실히 센스가 빛났다. 그저 수동적으로 당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역전시키기 위해 무언가를 시도하는 모습.

보통 선수였다면 GG를 선언했을지도 모를 상황이지만 김택윤은 포기하지 않았다. 맞 흑완으로 반전의 기회를 노렸다.

-아. 큰일 났습니다. 신연호 선수 너무 신이 났어요!

-김택윤 선수가 흑완을 뽑을 수 있다는 생각을 전혀 못하고 있네요.

-본진의 여의주탑을 파괴했기 때문이겠죠. 그리고 언덕 시야로 보이는 앞마당에도 테크 건물은 전혀 보이지 않고. 그러니 지금처럼 하는 겁니다.

신연호는 김택윤이 흑완을 뽑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아예 배제했다.

본진 5제단.

그는 발 업 된 용아로 김택윤을 끝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본진에서 5제단을 돌리다보니 용의 신전이나 용무관을 올라갈 리가 없었다. 아니 아예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신연호의 머릿속은 그저 모인 병력으로 김택윤을 끝낼 생각으로 가득했다.

이 것이 정상급 선수와 보통 선수의 차이다.

정상급 선수는 모든 상황을 염두 해둔다. 그리고 승기를 잡았다고 흥분하지 않는다. 냉정하게 자신이 놓친 것이 없는지 다시 한 번 살펴본다. 반면 보통 선수는 승기를 잡으면 흥분한다. 그리고 최대한 빨리 승부를 보고 싶어 한다. 몸이 달아오르기 때문이었다. 병력의 숫자는 신연호가 훨씬 많았지만 여전히 흑완을 볼 수 있는 수단은 존재하지 않았다.

-신연호 선수 이상하다는 걸 깨달아야 해요. 본진은 날아갔고 앞마당 밖에 남지 않은 김택윤이 왜 나가지 않고 있는지 생각해봐야합니다. 정찰 꼼꼼히 해봐야 하구요.

-확실히 이상한 걸 알아차려야 합니다. 앞마당에 용광포의 숫자가 늘어난 것 밖에 없거든요? 돈을 다른 곳에 써야한다는 걸 눈치채야하는데. 아. 그 사이 하늘성소 완성됩니다.

김택윤을 궁지로 몰았던 흑완이 이제는 신연호의 멱줄을 끊으려 하고 있었다. 김택윤의 표정이 많이 여유로워졌다. 용아 1마리를 돌려 신연호가 확장을 가져가지 않고 제단을 늘렸다는 걸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만약 그걸 확인하지 못했다면 굉장히 불안한 마음으로 흑완을 생산했겠지만 지금은 너무나도 편안했다.

흑완이 나오면 나는 이긴다.

김택윤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생각이었다.

-김택윤 선수 확실히 대단합니다. 지금 상황에서 최선의 판단이 무엇인지 알고 있어요. 11시 스타팅에 신전 가져가죠? 어차피 앞마당은 날아 간다 이겁니다.

센스있는 플레이는 연달아 나왔다.

생산 된 2마리의 흑완 중 1마리는 신연호의 본진으로 나머지 1마리는 11시 스타팅 입구에 홀드를 시켜놓았다. 동시에 앞마당에서 자원을 채취하던 용안의 절반 이상을 11시 스타팅 포인트로 이동시켰다. 혹시 이 번 공격이 막힐 것을 대비한 움직임이었다. 김택윤은 적어도 2수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 끝났습니다. 지금 흑완을 뭘로 막죠? 보이지 않습니다. 볼수가 없습니다. 김택윤 선수가 느꼈던 답답함을 이제는 신연호 선수가 느껴야합니다.

-신연호 선수 얼굴 일그러지죠!

흑완을 발견한 신연호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땀을 잔뜩 흘리며 어떻게든 해보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보이지도 않는 흑완을 어찌 잡는단 말인가?

-처절합니다. 처절해요. 지금은 방법이 없거든요?

스플래시 데미지를 지닌 풍백으로 김택윤 치고 있는 자신의 건물을 공격해 흑완을 없애려했지만 김택윤의 대처가 좋았다. 빙글빙글 흑완을 돌리며 스플래시 데미지를 거의 받지 않고 타격을 입혔다.

설상가상으로 2마리의 흑완이 더 본진에 난입했다. 1마리라면 모를까 3마리의 흑완은 무리였다.

결국 신연호가 생각할 수 있는 건 단 하나였다.

엘리전.

신연호가 전 병력을 이끌고 김택윤의 앞마당으로 진군했다.

-김택윤 선수 촉이 좋아요. 앞마당에서 일하고 있는 모든 용안 11시로 뺐습니다.

-앞마당 밀어도 소용없죠. 11시에 확장이 있거든요? 신연호 선수 너무 아쉽습니다. 김택윤을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코 앞 까지 다가왔었는데.

용광포 몇 개로 발업 된 용아와 풍백을 막을 수 없었다. 자신의 앞마당이 파괴되었음에도 김택윤은 눈깜짝하지 않았다. 이미 자원은 11시 스타팅에서 잘 돌아가고 있었으니까.

뒤늦게 그 사실을 깨달은 신연호가 키보드에서 손을 놓았다.

입구는 흑완으로 막혀 있어 용아가 올라갈 수 없었다. 현룡이 생산되지 않는 한 11시는 완벽한 섬이었다.

-아쉽죠. 너무나 아쉽죠.

-저 많은 용아와 풍백이 할 수 있는 것이 전혀 없습니다.

-지금 자책하는 마음도 크게 들 겁니다. 괜찮습니다. 오늘의 일을 교훈 삼아 앞으로 더 잘하면 되는 겁니다!

경기는 끝났다. 김택윤의 대역전극으로.

신연호는 흑완을 볼 수 있는 수단을 끝까지 마련하지 못했다. GG를 쳐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신연호는 차마 GG를 칠 수가 없었다.

너무나도 유리했던 경기.

조금만 더 정찰을 꼼꼼히 했더라면.

신을 내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게 현룡이나 용광포를 확보하면서 멀티를 먹었더라면.

경기를 길게 보았더라면.

온갖 후회가 머릿속에서 날뛰기 시작했다.

****

연호의 패배.

팀원 중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중간까지만 해도 연호가 이길 줄 알았다. 빌드에서 완벽히 졌지만 순간적인 센스로 흑완을 상대방 본진에 침투시키는데 성공했으니까.

본진은 허허벌판이었다. 흑완을 볼 수 있는 수단이 없었다. 결국 본진을 헌납하고 만 김택윤.

똑같이 자원을 한군데서 채취하고 있지만 상황이었지만 본진 제단과 여의주탑이 파괴 된 김택윤보다 온전하게 테크를 올릴 수 있는 연호가 훨씬 유리한 상황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성을 지르는 팀원도 있었다.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모두 한 마음이었으니까.

안전하게만 플레이를 했다면 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김택윤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에 흥분을 했고 그 흥분이 판단을 흐리게 만들었다.

너무 조급했다.

9:1로 유리한 상황임에도 서둘러 끝내기 위해 제단을 5개로 올렸고 그 선택은 최악의 선택이 되고 말았다.

역흑완.

전혀 예상치 못한 공격이었고 겨우 1마리의 흑완에 연호는 GG를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슬쩍 감독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좋지 않다. 화가 나신 것이 분명했다. 단순히 패배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연호의 태도에 실망하신 것이다. 승기를 잡았다고 자신이 할 것만 생각하는 연호의 모습에 실망하신 것이다.

연습실에서도 몇 번 지적을 당했던 문제였다.

연호는 잘한다.

어느 것 하나 약점이 없이 준수한 플레이를 펼친다. 하지만 본인이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시점부터 경기가 늘어지거나 조급해진다. 그 중간을 유지하면 딱 좋으련만 아쉽게도 중간이 없었다.

감독님은 항상 연호에게 말했다.

유리한 것이지 경기가 끝난 건 아니라고. 언제든지 역전이 될 수 있다고. 그러니 끝까지 방심하지 말고 너무 빠르게 끝내려 하지말라고.

오늘도 감독님의 말씀을 떠올렸다면 승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연호는 패배했다.

“죄송합니다. 감독님.”

연호 본인도 그걸 잘 아는 듯, 죄인처럼 고개를 푹 숙인 채 나타났다.

“다음부터 잘해라. 난 널 믿는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할지는 모르겠다. 기회는 이제 많지 않아.”

일종의 경고였다. 감독님이니 이렇게 돌려 말하는 것이지 다른 팀이었다면 욕까지 먹었을지도 모를 상황이었다.

방심으로 인한 패배. 그리고 9연패.

선수로서 최악의 악재가 연달아 겹친 셈이었으니까.

그렇게 우리는 다운 된 분위기 속에 4세트를 준비했다.

****

이재명 감독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그 것도 매우.

차봉으로 연호를 선택한 건 모험이었다. 고민이 많았다. 현우를 보낼지 연호를 보낼지.

일단 분위기 자체는 현우가 훨씬 나았다. 어쨌든 개인리그를 꾸준히 올라가고 있고 용족전 역시 나쁘지 않았다. 아니 나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굉장히 뛰어난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이영우와 정명혁에 비할 정도로. 박현우의 약점은 아이러니하게도 상성에서 앞서있는 마수전이었다. 어떻게 보면 S1전에서 가장 필요한 선수이다. 마수가 취약점으로 지목되는 S1이었으니까. 하지만 이재명 감독은 모험을 했다.

최근 연습실에서 보여준 연호의 실력.

충분히 번뜩이는 센스가 있었다. 그리고 그 센스가 오늘도 발휘되었다. 분명 이길 수 있는 경기였다. 하지만 졌다. 지고 말았다.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아직은 팀 내에서 손가락에 꼽히는 실력자이기에 계속해서 출전의 기회가 주어지지만 계속 이런 모습을 보인다면 더 이상 출전시킬 수 없다.

프로는 실력으로 말하는 법이니까.

‘중견을 누구로 낸다.’

당장 떠오르는 사람은 2명.

잠시 고민 끝에 중견 카드를 골랐다. 지금은 안정적인 카드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이승우가 오기 전 팀 내 에이스를 맡았던 가장 믿음직한 선수. 그 녀석이 출전할 때가 되었다.

그가 종이에다가 ‘박현우’라는 세 글자를 적어 스텝에게 건네주었다.

****

바로 부스에 들어가 경기를 준비하는 김택윤을 보며 생각했다. 택뱅리쌍이란 벽은 존재한다고. 그리고 굉장히 높고 단단하다고.

마치 [엄대엄]과 [투신], [날빌러]를 동시에 사용한 것 같은 경기력이었다. 하나하나가 놀라웠다. 그 순간에 어떻게 그렇게 생각하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괜히 택뱅리쌍이 아냐.’

묶여 부르는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과연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스킬의 도움을 받는다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킬의 도움이 없다면?

‘힘들겠지.’

나는 스킬이나 버프로 얻고 있는 능력을 저들은 타고난 재능 혹은 노력으로 얻고 있었다. 이에 대해 더 이상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했다. 이 역시 내 운과 재능이라 할 수 있었으니까. 감독님과 대화를 한 이후로 마음의 짐이 사라졌다.

‘현우 형이 연습 때처럼 하면 괜찮을 거 같은데.’

현우 형의 용족전은 대단하다. 나조차 스킬을 사용하지 않으면 이기기 힘들 정도다. 또한 다음 전장 역시 환국에게 웃어주는 곳이다. 내가 감독이었어도 지금 상황에서 현우 형을 냈을 것이다.

현우 형의 유일한 약점은 마수전.

이미 현수라는 마수 카드를 낸 입장에서 남은 자리를 마수로 채운다는 건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아마 도재열과 정명혁이 출전하게 되겠지. 환국전 역시 뛰어난 실력을 지녔기에 남은 카드 역시 충분히 상대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상당히 치열한 수싸움이 엔트리를 짤 때 벌어진다. 그냥 마음가는대로 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팀의 예상 출전 종족, 현재 기세, 약점인 종족전과 강점인 종족전, 전장 등등 굉장히 다양한 요소가 엔트리 선발에 사용된다.

그 모든 걸 종합할 때 중견으로 가장 적합한 카드는 현우 형이었다.

****

-아스트로의 중견 카드는 박현우 선수입니다!

-나올 선수가 나왔죠. 앞서 나온 김승대 선수도 상당히 잘하는 선수지만 박현우 선수와 비교하기엔 조금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S1도 긴장해야할 겁니다. 지금은 이승우 선수의 활약에 조금 묻혀 있는 감이 있지만 그 전까지 아스트로를 먹여 살리던 선수였거든요?

-그렇습니다. 충분히 한 사람의 몫을 해 줄 수 있는 선수 입니다.

-실제로 승률 역시 굉장히 좋습니다. 저번 시즌에도 환국 다승 3위, 전체 14위에 들었던 선수거든요?

전체 12개 팀 중 11위를 도맡아하는 아스트로에서 다승 14위 안에 들은 선수가 나온 것 자체가 기적이다. 만약 다른 선수들이 잘해 에이스결정전까지 끌고 가는 경기가 많았다면 순위는 더 높아졌을지도 모른다.

-이번 시즌 역시 1,2 라운드 박현우 선수가 없었다면 전패를 달리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 정도로 박현우 선수가 기여하는 공이 크거든요?

-이번 경기는 정말 모릅니다. 전장 역시 환국에게 웃어주고 둘의 상대전적은 4:3으로 박현우 선수가 1경기 앞서나가고 있습니다. 이 선수 정말 용족전 기가막히게 잘하거든요.

-자. 양 선수 모두 경기 준비가 완료되었다고 합니다. 이제 전장으로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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