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51 Game No. 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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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대 선수 아주 깔끔한 운영이었습니다!
-상대의 빈틈을 정확하게 노리고 간 공격이 완벽하게 성공했습니다! 연습의 흔적이 돋보이는 아주 좋은 경기였습니다.
-어현수 선수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당해버렸죠. 딱 한 순간의 타이밍을 정확히 노린, 김승대 선수의 날카로운 공격이었습니다.
중계진이 하나같이 김승대를 칭찬했다. 보통 사람들이 가장 꺼리는 경기가 마수간의 동족전이다. 흘러가는 내용이 가장 뻔하기 때문이다. 이는 개인리그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결승에서 마수끼리 경기가 펼쳐진다면 담당 PD는 과연 결승 무대 좌석을 사람들로 가득 채울 수 있을지부터 걱정해야한다.
실제로 저번 시즌 MSL이 그랬다.
마수와 마수의 결승전.
5세트까지 가는 접전이었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반대편인 OSL도 사실 사람들이 그리 환영하는 종족전은 아니었다. MSL처럼 동족전이었으니까. 그 것도 지루함을 동반하는 환국끼리의 결승. 하지만 OSL은 흥행에 성공했다. 그 환국이 이영우와 정명혁이었으니까. 환국끼리의 경기가 이토록 재미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두 선수는 엄청난 경기를 펼쳤다. 보통 환환전은 자리 잡고 장기전을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이 둘은 달랐다. 병력이 한 시도 쉬지 않았다. 끊임없이 움직이며 상대의 약점을 노렸다. 관중들은 의자에 등을 붙일 새도 없이 두 주먹을 불끈 쥐며 경기에 집중했다.
이처럼 아무리 지루한 동족전이라도 선수의 역량에 따라 얼마든지 재미있게 바뀔 수 있다. 김승대는 그걸 해냈다. 뻔 하디 뻔 한 닷발귀 전투가 아닌, 상대방을 속이고 타이밍을 빼앗아오는 전략을 멋들어지게 성공한 것이다.
-그 결과 아스트로가 S1을 1:0으로 리드합니다. 이승우 선수가 미친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가운데 다른 선수들마저 이같은 활약을 보여준다면 아스트로 충분히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습니다.
-네. 맞습니다. 하지만 아스트로가 이기는 걸 그냥 보고 있을 S1이 아니죠. 차봉으로 초, 아니 초초초강력한 카드를 꺼냈습니다. 바로 김택윤입니다.
-이건 선전포고죠. 끝내겠다는 거 에요. 현재 1시즌 최다 올킬 기록을 가지고 있는 선수가 김택윤 선수거든요? 위너스리그의 제왕이라 불려도 될 정도로 매 시즌 뛰어난 활약을 펼쳐왔습니다. 그가 나온다는 건 단순히 1킬을 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최소 3킬 이상은 하겠다는 거거든요?
-자. 경기 준비가 완료되었다고 합니다. 아스트로와 S1. S1과 아스트로. 2세트 경기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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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버티네. 승대.”
김택윤과 승대의 게임은 꽤나 무난한 양상으로 흘러갔다.
승대가 올인을 준비할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승대가 선택한 건 타 스타팅 앞마당 멀티를 먹은 후 건물 배치로 입구를 좁히는 심시티로 용족의 초반 공세를 막아내는 것이었다. 요즘 정석이라고 불리는 운영이었다.
“야. 택비비는 여기서도 날아다니네.”
같은 용족인 연호가 혀를 내둘렀다. 상대팀이지만 대단한 건 대단한 것이었다. 나 역시 반쯤은 입을 열린 채 무대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야말로 신출귀몰이다. 잡히질 않는다. 잡히질.
비비는 김택윤이 가장 잘 활용하는 유닛이다.
다른 선수들은 중간 중간 비비를 잃었지만 김택윤은 거의 게임이 끝나기 전까지 처음 생산한 비비를 잃지 않았다. 그렇기에 김택윤 상대로 역닷발귀 따위의 발상은 할 수가 없었다.
나는 어떠냐고?
나쁘지 않은 편이긴 하지만 김택윤과 비교하기엔 조금 떨어진다. 능력치만 봐도 대충 짐작할 수 있다. 버프를 받지 않은 공중 유닛 컨트롤은 30이 채 되지 않는다.
“승대 형도 나름 잘 막고 있는데?”
“그러게. 김택윤 상대로 군주 4기 잃은 건 잃은 것도 아니지. 오히려 잘 막은 거라고 해야 하나?”
보통 택비비가 뜨면 모든 마수 유저들이 긴장한다.
그리고 동시 다발적인 전투로 인해 멘탈이 흔들리고 군주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승대는 달랐다. 흔들리긴 흔들렸지만 아슬아슬하게 버텨내고 있었다. 1세트 승리로 손이 제대로 풀린 모양이었다. 비록 군주 4기를 잃었지만 연호의 말처럼 큰 피해는 아니었다. 그 사이 4번째 금광 기지를 가져가고 있었으니까.
테크도 늦지 않다.
곧 마수 군락이 올라간다.
“상황 모르겠는데?”
“그러게. 이제부터 마견 개 사기 되고. 망태할배 뜨면 용혼은 아무 의미 없잖아.”
“아까 공격 1번 잘 막은 게 컸어. 거기서 뚫릴 줄 알았는데.”
프로게이머들의 마수는 마수 군락 이후부터가 진짜다.
보통 용족들은 군락이 올라간 마수를 상대하는 걸 꺼려한다. 주력으로 사용하는 유닛인 용아와 용혼의 효율이 급속도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용혼은 원거리 공격 유닛으로 여의주탑을 건설하면 생산할 수 있는 용족의 지상 유닛이었다. 아주 멍청한 인공지능을 가지고 있어 용족 유저들의 속을 까맣게 태우는 녀석이기도 했다.
왜 이 기본 유닛들이 쓸모가 없어지느냐?
바로 망태할배의 술법인 흑운과 토혈 때문이었다. 흑운은 말 그대로 검은 구름으로 그 안에 들어온 유닛은 적아 상관없이 원거리 공격은 데미지가 들어가지 않는다. 피해를 주려면 근접 유닛이나 스플래시 데미지를 주는 유닛 이어야한다.
이런 유닛들의 가격은 비싸다.
반면 마수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마견이나 그슨대, 가시귀로 비슷한 싸움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 점 자체가 불리한 것이다. 동시에 멀티에 아무리 많은 용광포를 건설해도 의미가 없어진다.
용광포 역시 원거리 공격.
흑운 안에서 데미지를 입히지 못한다.
지룡이든 비렴 같은 방어용 유닛을 꼭 남겨두어야 하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망태할배가 지닌 토혈은 용족의 모든 유닛의 체력을 1로 만들어버렸다. 용력이 남아있긴 하지만 큰 의미가 없었다. 공속업이 된 마견의 공격에 빠르게 깎여나갔으니까.
손이 1번 갈 걸 2번 3번 만들게 하는 것이 군락 체계의 마수였다.
김택윤도 그걸 잘 알기에 군락이 올라가기 전 타이밍을 노려 뚫기를 시도했다. 거기서 승대의 플레이가 빛을 발했다. 생각보다 큰 피해를 보지 않고 막아 낸 것이다. 이미 늘어날 대로 늘어난 마수 소굴이 병력을 마구 뿜어내었고 용혼 위주로 모은 김택윤의 병력을 한 발 뒤로 물러나게 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지금.
“야. 이제 망태할배 나왔다.”
“이러면 진짜 모르는 거 아냐? 멀티도 잘 먹었고 군락도 안정적이고. 업그레이드도 잘 돌렸고. 만약 잡으면 개 대박인데.”
상황은 5:5.
이대로라면 정말 승부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
만약 승대가 김택윤까지 잡아낸다면 오늘 우리는 S1을 잡을지도 모른다. 사고를 쳐도 제대로 친다는 말이었다. 헛된 꿈이 아니었다. 충분히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었다.
경기는 장기전 양상으로 흘렀다.
그렇게 얼마나 손에 땀을 쥐고 바라봤을까?
“와. 역시 택신이네. 택신. 저 상황에서 저렇게 하냐.”
“괜히 최고가 아니구나. 승대 형도 진짜 잘했는데.”
시간이 흐르며 상황이 다시 김택윤에게 유리하게 흐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견제가 빛을 발했다.
속업이 된 운룡이 비렴을 태우고 다니며 마수의 일꾼을 테러했다.
쏟아지는 천벌.
터져나가는 일꾼들.
거기에 신경을 쓰는 찰나 귀신같이 진출하는 조합 된 병력.
‘대단하네.’
난 순수하게 감탄했다.
스킬을 지니고 있는 나도 하지 못하는 플레이를 김택윤은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었다. 역시 3회 우승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었다.
김택윤의 병력 조합이 아까와 달라졌다.
용혼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대신 비렴 둘을 합체해서 만드는 풍백과 지룡, 비렴이 상당수 보였다.
풍백은 스플래시 유닛으로 10의 체력에 350의 용력을 지녔기에 토혈을 맞아도 큰 피해가 없었다. 9밖에 깎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뒤를 단단히 지키는 스플래시 유닛인 지룡과 마법 유닛인 비렴.
이들에 의해 마수의 유닛들이 속절없이 녹아났다.
아까처럼 효율적인 싸움을 더 이상 할 수 없었고 결국.
-김승대 : GG
승대는 GG를 선언할 수 밖에 없었다.
비록 졌지만 잘 싸웠다. 상대가 김택윤만 아니었다면 충분히 잡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부스에서 나오는 승대의 표정에 아쉬움이 가득 묻어나왔다. 본인도 아는 것이다.
조금만 더 잘했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었다는 것을.
반대편 부스를 보니 얼굴이 벌겋게 상기 된 김택윤이 특유의 웃음과 함께 부스를 나오고 있었다.
“잘했어. 진짜로.”
단순한 위로가 아니다. 진심이다.
천하의 김택윤을 이 정도로 긴장시킬 수 있는 마수는 몇 없다. 아쉬워하는 승대를 모두가 한 마음으로 달래주었다.
“분명 이길 수 있었는데.”
역전패를 당한 것이 분한 모양이었다. 한동안 씩씩거리던 승대는 탁자 위에 올라와 있던 초콜렛을 먹은 뒤에 진정 되었다.
“감독님. 차봉 엔트리 선정해서 알려주세요.”
스텝이 감독님께 엔트리를 요구했다. 우리를 둘러보며 고민하던 감독님. 이윽고 결정하셨는지 종이에 누군가의 이름을 휘갈겨 스텝에게 넘겼다. 종이를 받고 빠르게 사라지는 스텝.
“차봉은 연호 너다.”
우리 팀의 차봉 카드는 연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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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윤 선수의 승리로 승부는 1:1.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습니다.
-정말 보는 내내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김승대 선수 못한 것 하나 없습니다. 정말 잘했어요. 다른 용족선수였다면 이번 경기의 승리를 무난히 가져갔을 겁니다. 왜 택신이라 불리는지 너무나도 잘 보여준 경기라고 생각됩니다.
-확실히 물이 올랐습니다. 힘든 상황에서도 자신이 무얼 하면 되는지 아는 선수는 드물거든요? 그 점이 김택윤 선수를 최고의 선수라 부르는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 이 상황에서 아스트로가 꺼낸 카드는 신연호 선수입니다.
-조금 의외죠? 이승우 선수나 박현우 선수를 꺼내 맞불 작전을 펼칠 줄 알았는데요. 일단은 승부를 피했습니다.
-반대로 생각해본다면 신연호 선수가 김택윤 선수를 쓰러뜨릴 수 있는 전략을 준비해왔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지금처럼 당당히 차봉으로 나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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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차봉 인가요?”
연호가 가장 먼저 한 말이었다.
그 다음 한 말은.
“김택윤을 저보고 상대하라는 건가요?”
였다.
감독님이 어이없는 얼굴로 연호를 바라보았다. 어떤 의미인지 나도 대충 알 것 같았다. 해보기도 전에 이미 패배를 인정하는 마인드.
“연호야. 너 그때 연습 한 거 있잖아. 용용전에서. 그거 오늘 써먹자. 김택윤 잡을 수 있다. 연습 때처럼만 한다면.”
감독님 입장에선 화가 날 수 있는 상황. 하지만 화를 내를 대신 연호를 잘 다독이는 것으로 상황을 마무리 지었다. 감독님의 말에 힘을 얻은 연호가 키보드 가방을 둘러메며 씩씩하게 부스로 떠났다.
감독님이 대단한 건지 연호가 단순한 건지.
아. 둘 다 일수도 있겠구나.
연호의 승률이 떨어지긴 하지만 그렇다고 안 내보낼 수도 없다. 팀에서 4번째 승률을 기록하고 있었으니까. 4명 밖에 나갈 수 없는 위너스리그에서 빠지기 힘들다는 말이었다.
중견과 대장은 나와 현우 형이 되겠지?
순서의 차이는 있어도 결국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고착화 되면 안 되는데.’
솔직히 우리 팀의 출전 선수는 상대방이 예측할 수 있다.
나, 연호, 승대, 현우 형.
너무 뻔하다. 그렇다고 다른 카드를 낼 수는 없다. 우리 팀에선 사람이 부족해 1군이지만 다른 팀 2군에 있을 선수들이 대부분이었으니까.
이대로 가다간 곧 저격을 당한다.
맞춤빌드를 당한다는 말이다. 나야 스킬의 활용으로 어느 정도 저격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모든 경기를 그렇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상급 선수와 경기는 스킬을 사용한다 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나조차 이런 상황인데 다른 3명은 어떻겠는가?
더욱 더 저격하기가 쉽겠지.
방법은 하나다. 다양한 카드를 만드는 것. 즉 좋은 선수를 영입하거나 키워야한다. 그러려면 일단 좋은 선수들이 오고 싶은 팀을 만들어야한다.
============================ 작품 후기 ============================
1. 글 제목 거의 확정 지었습니다.
1. 신들의 전쟁-로열로더-
2. 신들의 전쟁-로열로드-
둘 중 하나로 할 생각입니다.
로열로더는 좁은 의미로는(이스포츠 용어) 개인리그 본선 첫 진출에 우승을 차지하는 것이지만 넓은 의미로는 왕도를 걷는 자이니 나름 어울리는 부제라고 생각합니다.
신들의 전쟁이란 제목을 선택한 것은 2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제 글에서 다뤄지는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의 이름이 신들의 전쟁이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정말 신의 경지에 오른 선수들의 불꽃튀기는 대결이란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2. 내일 연재를 쉽니다. 일단 예비군 훈련가서 몸이 피곤한 것도 있고 앞부분 수정+프로리그, 개인리그 일정표를 체계화시키려고 합니다. 지금은 노트에 끄적거리고 있는데 프로리그 1라운드부터 6라운드까지 승패와 개인리그 일정을 달력으로 만들 생각입니다.
앞부분 수정은 추가하는 것이 아닌 글의 분량을 덜어내는 쪽으로 갈 듯 합니다. 편수가 줄어들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이게 편수를 줄이면 새글을 올려도 n이 뜨는지 모르겠습니다. 목요일에서 금요일 넘어가는 자정에는 반드시 연재가 되니 와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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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