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48 Game No. 48 =========================================================================
“그래?”
“넵.”
“그럼 조용히 치킨이나 먹자.”
“넵.”
그렇게 사건 하나가 가볍게 마무리 되었다.
그 후로 1시간을 더 먹어치웠지만 결국 치킨이 남고 말았다. 막내 급 선수들이 남은 치킨을 잘 포장해서 냉장고에 집어넣었다. 그 모습을 연호가 뿌듯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치킨이 남기도 하다니. 무언가 자존심이 상하긴 하지만 한 편으론 내일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쁨이 차오르는구만!”
다른 프로게이머들이 은퇴한 후 무엇을 할 지 모르겠지만 연호는 확실히 알 것 같았다.
치킨 집.
그 것도 아주 많은 종류의 치킨을 파는 치킨집 을 할 것 같다. 단지 예상 정도가 아니라 확신 할 수 있다. [신들의 전쟁 매니저]를 걸 수 있을 정도로.
치킨이 다 먹은 우리는 모두 흩어졌다. 미처 하지 못한 연습을 하는 선수도 있었고 휴식을 취하는 선수도 있었다. 난 후자였다. 올킬을 하는 건 매우 즐겁고 짜릿한 힘이지만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맛있는 음식도 먹었으니 오늘은 휴식을 취하면서 체력을 보충해줄 생각이었다.
‘어? 뭐지?’
손을 닦기 위해 화장실로 향하던 발걸음이 순간 움찔했다. 스킬창과 업적창에 불이 들어와 있던 것이다. 불이 들어올 일은 한 가지 밖에 없다.
업적 달성과 새로운 스킬 생성.
임주혁 선수와의 경기가 끝난 후, 그러니까 올킬을 달성했을 때 생긴 것일 텐데 여태 발견하지 못하다니.
‘내가 왜 이걸 못 봤지?’
아마 임주혁 선수에게 이겨 정신이 없을 때 스쳐 지나갔었나보다.
그때 확인 못했으면 어때? 지금 확인하면 되지.
일단 업적창 부터.
[업적이 생성되었습니다.]
[2연속 올킬.]
[프로리그 역사상 몇 존재하지 않은 2연속 올킬을 달성하였습니다. 위대한 업적에 대한 보상으로 스킬 포인트 2가 주어집니다.]
2? 2라고? 순간 내가 잘못 본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에 두 눈을 비벼보았지만 떠 있는 숫자는 여전히 2였다.
주먹이 절로 불끈 쥐어진다. 스킬 포인트 2는 레벨 10을 올려야 얻을 수 있는 수치다. 이걸 2연속 올킬 했다고 주다니!
위너스리그 2경기에서 2연속 올킬을 달성해 스킬 포인트 2가 주어지다니. 왠지 2세트에서 만난 선수가 떠올랐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분의 가호가 틀림없다.
‘그럼 스킬창을 확인해볼까?’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진정한 올킬러 / 패시브]
이번에도 패시브 스킬이었다. 이름이 범상치 않다. 대단한 것들이 하나로 합쳐져 있었다. 바로 내용 확인 들어갑니다!
[스킬을 사용하지 않고 올킬을 했기에 생성되는 스킬입니다. 승수에 따라 체력이 회복됩니다. 연속 된 승수가 올라갈수록 회복되는 체력의 양이 증가합니다.]
오!
좋다. 지금 나에게 딱 필요한 스킬이었다. 이제 2번이지만 치를 때마다 체력 걱정을 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설명을 보아하니 1킬보단 2킬이, 2킬보단 3킬이, 3킬보단 올킬을 했을 때 회복되는 체력의 양이 증가하는 스킬 같았다. 정확히 어느 정도 양이 회복되는지는 나와있지 않았다. 이건나중에 직접 시험해보면 되겠지.
난 히죽 웃으며 화장실로 들어갔다. 안에 있던 연호가 이상한 눈으로 바라봤지만 아랑곳 하지 않았다.
오늘 얻는 것이 참 많다. 존경하는, 닮고 싶은 선수의 칭찬도 받았고 스킬 2개에 스킬 포인트 2개까지 얻었다.
‘항상 오늘만 같았으면.’
그러면 정말 더 바랄 것도 없겠다.
손을 닦고 나온 후 곧바로 침대에 누워 스킬창을 열었다.
저번에 얻은 스킬은 바로 [투신]에 투자했었다. 이번엔 얻은 2포인트는 어디에다 하는 것이 좋을까?
현재 있는 스킬은 총 5개로 액티브는 [날빌러], [엄대엄], [투신]이 있고 패시브엔 [스타급 센스], [진정한 올킬러]가 있었다.
이렇게 놓고 보니 생각보다 숫자가 많다.
스킬 레벨이 가장 높은 건 3포인트를 투자한 [날빌러]였고 그 다음은 2포인트를 투자한 [투신]이었다. 가장 내가 많이 사용하는 스킬을 우선적으로 선택했다. 난 신중하게 스킬을 살폈다. 한 번 포인트를 투자하면 되돌릴 수가 없다.
일단 [진정한 올킬러]는 패스하기로 했다. 아직 그 능력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확인하지 못했다. 그리고 킬수를 늘려야만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지 1킬도 하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스킬이었다.
[스타급 센스]도 비슷한 이유로 패스.
[엄대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남는 건 [날빌러]와 [투신] 2개뿐이었다.
‘최고로 찍을 수 있는 스킬 포인트의 숫자가 5개였지?’
스킬에 최대 투자할 수 있는 스킬 포인트는 5개.
그 이상이 되면 더 이상 레벨을 올릴 수 없다고 [신들의 전쟁 매니저] 가이드에 나와 있었다.
‘[날빌러]에 다 투자해볼까?’
현재 [날빌러]의 레벨은 3. 지금 얻은 2개를 투자하면 속칭 만렙이 된다.
‘만렙이 되면 새로운 것이 생길지도?’
순간 감이 찌르르 왔다. [신들의 전쟁 매니저] 시스템은 복잡하면서 단순하다. 무언가를 이루면 그만한 대가가 주어진다. 하나의 스킬을 마스터한다는 것, 처음 스킬을 배울 때 1포인트가 주어지니 최소 레벨 20이 되어야 할 수 있는 일이다.
이 자체도 충분히 업적이 될 수 있었다.
조금 더 안전한 건 [투신]에 스킬 포인트를 투자하는 것이다. 현재 3레벨인 [날빌러]의 체력소모는 10%.
가장 주도적으로 사용 할 수 있는 [투신]에 모든 스킬 포인트를 투자한다면 체력 소모가 못해도 7~9%까지 줄어 들 것이다.
현재 레벨 2의 [투신] 소모 체력은 13%.
거의 절반에 가까운 소모량을 줄일 수 있다. 즉 경기에서 1번 사용할 수 있는 체력소모로 2번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투신]의 효과는 압도적이다. 전투력이 달라지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 1경기에서 [투신]을 2번 사용할 수 있다면 그 경기는 거의 잡을 수 있다.
‘머리 아프다.’
갑자기 결정 장애에 걸려 버렸다.
안정적인 선택과 모험적인 선택. 양자택일의 늪에 빠져버렸다.
‘용족은 1방이지! 그래 질러보자.’
결정을 내렸다. [날빌러]에 모든 걸 투자하기로.
계속 생각하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결정을 내린 동시에 행동에 옮겼다.
[[날빌러]에 스킬 포인트 2를 투자하시겠습니까?]
당연히 yes!
3/5라고 표시되어있던 레벨 칸이 max로 바뀌었다.
그리고.
[새로운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너무나 반가운 창이 떠올랐다.
‘이럴 수가!’
3개의 스킬이 하루 만에 생겼다. 난 설레는 마음을 가득 안고 스킬창으로 들어갔다.
[지금 이 순간. /연계형-패시브]
[날빌러 스킬과 연계되어 사용되는 스킬. 사용 시 따로 체력이 소모되지 않는다.]
허허.
설명을 들으니 헛웃음이 나온다. 아주 긍정적인 의미의 헛웃음이다. 그렇다면 이제 발동조건과 효과를 살펴볼까나?
[발동조건 : 날빌러 스킬로부터 상대에게 공격 갈 수 있는 빌드를 추천받았을 때.]
[효과 : 날빌러가 추천한 빌드와 상대방의 빌드가 엇갈렸을 때 상대방에게 피해를 극대화할 수 있는 타이밍을 알려준다. 단 상대의 대처 능력에 따라 예상보다 적은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조금 애매하긴 하지만 그래도 좋은 스킬이다.
그간 [날빌러]로 상대의 약점을 알아도 확실히 끝내지 못하는 경기가 종종 있었다. 그럴 경우 [투신]을 함께 연계해서 사용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자동으로 상대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타이밍을 알려주니까. 체력도 아끼고 그야말로 일석이조다.
다만 조금 마음에 걸리는 몇 가지 있었는데 우선 상대의 대처 능력에 따라 막힐 수 있다는 점.
‘하긴 무조건 통할 수는 없는 법이지.’
간혹 빌드에서 이겨도 상대의 실력이 극에 달해 있으면 예상외로 큰 피해를 주지 못하고 어영부영 막히는 경우가 있긴 했다.
‘이영우나 이제운이라면 가능하지.’
현재 최강인 리쌍.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꼭 리쌍이 아니더라도 대역전 경기가 가끔 나오긴 했다. 그런 경기를 지면 한 동안 잠을 이루지 못한다던데. 이건 넘어가고. 상대가 정석적인 빌드를 했을 땐 [지금 이 순간]이 아예 발동되지 않는다는 단점도 있긴 했다. 아예 찌를 타이밍이 없으니까. [투신]과 달리 체력이 소모 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언제고 사용가능한 스킬이 아닌 상대가 배를 불렸을 때만 사용이 가능했다.
‘그래서 연계형-패시브 스킬이구나.’
이제야 뒤에 붙은 구분이 이해가 갔다.
‘다음에 잘 써먹을 수 있을까?’
육군전을 스킬을 사용하지 않고 이겼지만 곧 있을 S1전은
스킬을 사용하지 않고는 이기기 힘든 경기다. 거기에 더해 그날 밤에 있을 이영우와의 개막전까지. 육군을 상대했을 때처럼 스킬을 아꼈다간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질지도 모른다. 쓸 수 있다면 최대한 스킬을 활용해야한다.
산 넘어 산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거겠지?
그나마 S1을 만나기 전에 스킬을 연달아 얻어서 마음이 든든하기는 하지만 불안한 마음도 없잖아 있었다. 그전까지 만난 상대와 차원이 다른 선수들이었으니까.
도재열과 신상운이 뛰어난 선수이긴 하지만 김택윤이나 정명혁, 이영우와는 비교할 수 없다.
‘한 번만 더 이기면 13연승이네.’
몇 승을 했는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집택신 사용가능한 승수를 계산하기 위한 것이지 최다연승 기록을 깨기 위한 건 아니었다. 의식했다면 오히려 12연승을 하지 못했을 것 이다.
이 기록이 S1전에 갱신 될 수도 있고 멈출 수도 있다. 묘한 부담감이 어깨를 짓누른다. 안다. 이 부담감이 결코 좋게 작용하지 않을 것이란 걸. 하지만 사람인 이상 완전히 떨쳐낼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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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리그에 참가하는 12개의 게임단 중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은 어디일까?
도택명이라는 에이스카드를 보유한 S1을 뽑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최종병기이자 신이라 불리는 사나이, 이영우가 있는 CT라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용족의 팬은 육룡 중 둘이자 최고의 용족 선수들이라 불리는 송병호와 허영우, 뱅허가 속해 있는 나무전자가 최고의 팀이라 할테고, 마수의 팬은 역대 최강의 마수라 불리는 이제운이 있는 화성을 최고의 팀이라 말할 것이다.
이토록 의견이 분분하지만 거의 절반 이상의 팬들이 지목하는 팀이 있다.
바로 육군 타이거즈다.
성적은 항상 꼴찌.
그럼에도 육군 타이거즈를 응원하는 팬들은 항상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이유는 간단했다.
한때 최고의 선수들이라 불렸던 이들이 집합해 있는 팀이었으니까. 이제는 과거의 영광이지만 그들의 인기는 현재 진행형이었다. 잘생긴 외모와 번뜩이는 플레이로 신들의 전쟁 상징이 되어버린 임수혁과 그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면 무수한 준우승을 경험한 홍진우.
날카로운 눈매와 완벽한 경기 운영을 가진 서종혁.
남자다운 외모에 넓은 등을 지닌 영웅 박효석까지.
보통 팀에서 한 둘 있다는 우승자들이 육군 타이거즈엔 무려 7명이 우승을 경험해본 선수들이었다. 우승 트로피 개수 또한 모두 합치면 20개를 훌쩍 넘어갈 것이다.
트로피 싸움으론 어느 팀도 상대할 수가 없는 것이다.
흔히 육군 타이거즈에 대해 오해하는 것들이 있다. 군대에서 게임을 하니 매우 편할 것이라는 추측이 바로 그 것이었다.
오히려 반대다.
육군 타이거즈의 선수들은 다른 군인과 마찬가지로 일과 시간엔 본인의 주 업무를 담당한다. 그리고 일과시간이 끝난 후 식사를 하고 연습실에 올라와 신들의 전쟁을 연습한다.
TV를 보거나 탁구를 치는 등 개인 정비를 하는 인원도 있긴 했지만 그 조차 1시간을 넘지 않았다. 그 밖의 시간은 모두 연습에 할애했다. 즉, 육군 타이거즈 선수들은 군인과 프로게이머의 역할을 모두 충실히 이행하고 있었다.
“에휴. 고생했어.”
이제 막 연습 경기를 끝낸 홍진우가 방금 전 자신을 이긴 김선웅에게 다가갔다. 김선웅은 우승자가 즐비한 육군 타이거즈에서 우승 트로피가 없는 인원 중 하나이다.
우승은커녕 4강에도 들지 못했다. 그럼에도 김선웅이 육군 타이거즈에 들어올 수 있었던 건 오직 준수한 실력 때문이었다. 최초에 육군 타이거즈가 생겼을 때만해도 실력보단 스타성을 보았다. 우승을 경험했다거나 한 종족의 상징으로 불리었던 선수들.
하지만 작년부터 조금씩 달라졌다.
실력도 함께 보는 것이다. 그렇게 선발 된 첫 번째 선수가 바로 김선웅이었다.
승률은 55%로 굉장히 높은 건 아니지만 육군에선 가장 높았다. 다승 역시 팀 내 선두를 하고 있는 에이스 카드였다.
“아닙니다.”
김선웅이 잔뜩 얼어붙은 목소리로 답했다.
“야. 여기서는 말 편하게 해도 되.”
홍진우가 특유의 착한 웃음을 띠우며 김선웅의 어깨를 주물렀다.
원칙은 입대한 개월에 따라 선후임을 나누지만 암묵적으로 프로게임단에서의 서열대로 대화를 나눴다. 대부분 얼굴을 아는 사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간부들 앞에서 대놓고 그럴 수 없으니 일과시간엔 서로에 대한 존칭과 계급명을 붙이긴 했다.
“너 진짜 잘한다. 이거 계속 유지해. 그럼 나가서 정말 잘 될 거야.”
“감사합니다. 선배님.”
“그래. 그래. 그럼 연습하고 있어.”
김선웅을 격려해준 홍진우가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어디간거야?’
그가 찾고 있는 사람은 임주혁이었다. 연습을 위해 자리를 떠나지 않는 임주혁이 보이지 않았다.
“주,주혁이 형 못 봤어?”
홍진우가 임주혁 옆 자리에 배치 받은 선수, 최태현에게 물었다.
“잘못 들었습니다?”
바짝 얼은 목소리로 답하는 최태현. 약간 울상을 짓는 것 보니 정말 못들은 모양이다. 하긴. 홍진우의 발음은 안 좋기로 굉장히 유명했다. 오랜 기간 합숙 생활을 같이한 CT의 팀원들도 잘 못 알아들을 정도라고 했다.
“주혁이 형 못 봤냐고?”
“아. 커피 한 잔 드신다고 자판기 쪽으로 가셨습니다.”
“아. 그래? 열심히 하고. 다음 프로리그에는 경기에 꼭 나가보자.”
“넵. 감사합니다.”
솔직히 홍진우가 하는 말의 반도 채 알아듣지 못하는 최태현이었지만 할 수 있는 말은 감사합니다 밖에 없었다.
연습실을 나온 홍진우는 팔을 휘적거리며 자판기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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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에 올릴 수 있으면 또 올리겠습니다.
그럼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