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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로더 신들의 전쟁-47화 (47/575)

00047  Game No. 47   =========================================================================

-빙룡의 숨결이 한 번 더 들어갔어요!!!

-이야. 이승우 선수. 놓치지 않네요. 병력 생산하랴 유닛 컨트롤하랴. 충분히 놓칠 수 있는 화면이거든요? 하지만 이승우 선수는 놓치지 않았습니다. 완벽히 계산을 하고 있었어요.

-이러면 시간 더 끌리죠?

-단순히 끌리는 정도가 아닙니다. 아예 타이밍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그때였다.

미니맵의 빨간 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로 이승우의 병력이었다. 임주혁의 온 신경이 본진에 쏠려있는 동안 본대를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목적지는 바로 멀티였다. 방어 병력이 배치되어 있긴 했지만 밀려드는 이승우의 병력이 워낙 많았다.

-아. 임주혁 선수 우왕좌왕합니다.

-길을 잃었어요. 병력들이! 어디로 가야하는지 모릅니다!

병력이 갈피를 잃었다. 싸우고 싶어도 싸울수가 없었다. 이미 피해가 너무 누적되었다.

단 1번의 공격. 그 공격으로 모든 것이 결정된 것이다.

-임주혁 선수 키보드에서 손 뗐죠!

상황은 걷잡을 수 없다. 모든 멀티가 불을 뿜고 있고 본진은 폐허가 되었다. 추가로 소환 된 병력 탓이었다.

경기는 끝났다. 하지만 아쉬움에 임주혁은 쉽사리 GG를 선언하지 못했다.

승부욕.

비록 30대로 프로게이머로서의 능력은 점점 하락하고 있었지만 승부욕만큼 전성기 때 못지 않았다. 임주혁이 지금도 5할의 승률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도 다 그 승부욕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승부욕으로 어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결국.

-임주혁 : GG

임주혁이 GG를 선언했다.

“와아!”

-이승우 선수 대단합니다! 2연속 올킬을 해냅니다!

-공식전 12연승이라니. 이 선수 정말 괴물입니다. 괴물!

하늘을 뚫을 듯 터져나오는 함성. 그리고 절규에 가까운 중계진의 외침.

오늘도 여지없이 기록이 쏟아져 나왔다. 아스트로에 올킬 자체가 이승우가 처음이었으니 2연속 올킬 역시 최초의 기록이었다. 거기에 더해 용족 선수 최다연승 타이기록을 세웠다.

12연승.

육군을 올킬로 잡아낸 4승이 포함되었어도 정말 대단한 기록이었다.

통합 공식전 12승 1패.

데뷔 첫 경기 몰수패 이후 연달아 12경기를 잡아냈다. 만약 이승우가 앞으로 1승만 더 거두면 용족 최다 연승 타이틀을 홀로 가져가는 것이고 거기에 2승만 더하면 역대 최다 연승 타이틀과 기록이 된다.

이토록 사람들이 열광하고 흥분하는데에 다 이유가 있었다. 새로운 기록이 생기는 역사적인 자리에 함께 했으니까!

-대단합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이승우 선수 얼떨떨한 표정으로 부스에서 빠져나오죠?

-난리가 났습니다. 난리가. 감독이 선수를 끌어안고 방방 뛰고 있습니다.

-그래도 되죠. 아니 무조건 그래야죠. 개인 기록을 뒤로 젖혀두더라도 2연속 올킬을 통해 팀에 2승을 가져다주었는데요.

아직 2경기뿐이긴 하지만 현재 아스트로의 성적은 2승 무패. S1과 CT 역시 같은 2승 0패였지만 승점은 무려 +6점이나 되어 1위에 올라있었다.

-공교롭게도 아스트로의 다음 경기가 S1입니다. 만약 그 경기에 이승우 선수가 출전에 1승 이상을 거두게 된다면 친정팀에 제대로 비수를 꽂는 거거든요.

-그렇죠. 그 전 기록 보유자가 S1의 김택윤 선수니까요.

-S1 선수 입장에선 팀 동료인 김택윤 선수의 기록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승우 선수에게 승리를 허락하면 안 되겠네요.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그 경기가 MBS게임이 아닌 타 방송사에서 진행이 된다는 점이죠.

-정말 아쉽습니다. 타 방송사를 디스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진행해보고 싶었던 경기거든요.

-그럼 오늘 경기 주요 장면 보내드리면서 중계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여태까지 캐스터에 박상철.

-해설에 박광춘.

-해설의 한종엽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 경기도 무조건 봐야겠네!”

“당연하지. 이승우가 도재열 잡았을 때부터 기대하던 매치인데.”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남자 둘이 목소리를 높여 대화를 했다.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엔 아직 흥분의 여파가 남아 있었다. 자칫 소음처럼 들릴만큼 커다란 목소리였지만 그 누구도 눈쌀을 찌푸리지 않았다. 표현만 하지 않았을 뿐 이들과 같은 심정이었으니까.

이스포츠 팬이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가 스토리다.

이승우 역시 가진 스토리가 매우 훌륭하다.

2군 생활 6년.

그리고 방출.

보통 그런 선수는 이름도 잊혀진 채 사라지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이승우는 달랐다. 방출당하는 순간 새로운 인생을 맞이했고 현재는 가장 주목을 받는 선수가 되어버렸다.

공식전 12연승이 지니고 있는 무게는 엄청난 것이었으니까.

“이야. 이승우가 그렇게 잘 될 줄 꿈에도 몰랐는데.”

“야. 그래도 넌 CT팬이라서 그냥 그렇지만 난 S1 팬이라서 속이 쓰리다 쓰려. 아니 주운 감독은 어쩌자고 저런 선수를 버린 거야?”

“보는 눈도 이제 다 됐나보다. 잘됐네. 이번엔 CT가 우승할 차례다.”

기승전 라이벌 언급.

S1와 CT는 대대로 라이벌이었고 결승에서 가장 많이 만나는 팀이었다.

“야. 그건 꿈 깨. 이승우 없어도 우리한테 도택명이 있으니까. 아마 이승우도 도택명한테 안될걸?”

“다음 주에 확인하면 되겠네. 다음주에. 난 그냥 도택명이 와장창 깨졌으면 좋겠다. 요즘 이승우 분위기 작살나잖아.”

“그래? 그럼 그날 저녁에 있을 개막전에서 이승우가 이영우 털어버렸으면 좋겠다. 아주 탈탈탈.”

“너 지금 뭐라고 했냐?”

“내가 뭐? 아니 네가 하도 이승우 빨아대길래 나도 이승우 좀 치켜세운건데? 이영우 떡 실신 시키면 진짜 화제겠다.”

“헛소리가 지나치다? 레벨이 다른데.”

“레벨? 지금 그거 도택명한테 하는 소리냐?”

“그럼 누가한테 하는거겠냐? 저번 시즌에 대장으로 나온 이영우한테 올킬당한 팀이 누구였드라? 팀이 3:0으로 지고 있는데 웃고 있어요의 상대 팀이 누구였드라?”

“이 새끼가.”

분명 처음엔 화기애애하게 이승우의 칭찬으로 시작되었던 둘의 대화는 어느새 자존심을 건 말싸움으로 변질되었다.

****

“잘했다.”

“진짜 축하한다.”

경기가 끝나고 부스를 나온 순간부터 차를 타고 숙소로 오는 내내 난 팀원들의 축하를 받았다. 이게 그 정도로 대단한 일인가 싶기도 했지만 잘 생각해보니 대단한 일이 맞는 것 같다.

오히려 너무 대단한 일을 해버려서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뿐이었다.

오늘 경기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홍진우 선수의 기습 닷발귀 러시를 당했을 때 였다. 나머지 3경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마지막 임주혁 선수 전도 마찬가지였다. 가슴이 떨리긴 했지만 그건 우상을 만났기 때문인지 질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 아니었다.

본진에 소환이 완벽하게 들어가는 순간, 그리고 언덕에 병력을 얼리는 순간 승리를 예감했다.

‘이게 [스타급 센스]의 효과인가?’

그냥 불현 듯 이렇게 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얻은 스킬이 처음으로 얻은 [패시브]라서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었다.

‘맞는 거 같기도 하고. 보통 때라면 정신이 팔려서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테니까.’

임주혁 선수의 GG가 나오는 순간 짜릿한 전율이 온 몸을 휘감았다.

올킬을 해서? 아니다.

그보다 나에게 프로게이머라는 꿈을 심어준 사람에게 내 실력을 보여줬기에 더욱 더 기뻤다.

경기가 끝난 후 대기실에서 임주혁 선수와 잠깐 스쳐지나갔다. 너무 놀라 90도 인사를 한 후 얼어있는 나에게 임주혁 선수가 먼저 말을 걸어주었다.

잘했다고. 정말 잘했다고.

그 말 한마디가 2연속 올킬보다 더 기뻤다.

우상으로부터 인정받은 기분. 마치 구름 위에 둥둥 떠오른 느낌이었다.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보이고 꿈꾸는 것 같이 느껴지는.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절대 알지 못할, 그런 기분이었다.

내 생각은 거기서 멈췄다. 옆에 앉아 있던 현우 형이 말을 걸어왔으니까.

“벌써 12연승이라니. 너 진짜 잘나간다?”

질투나 비꼬는 말투가 아니었다. 순수한 감탄.

“그러게요. 벌써 12연승이라니.”

“대단하다. 진짜.”

현우 형이 엄지를 척 치켜 올렸다.

12연승.

내가 이런 대기록을 세우다니. 그 전까진 의식하지 않았는데 대기록을 코앞에 두니 조금 힘이 들어가는 기분이다. 안돼. 이런 건 오히려 독이라고 했어.

그때였다.

“감독니임?”

눈치를 살피던 연호가 앞에 앉은 감독님을 은근한 목소리로 불렀다. 냄새가 난다. 기름 냄새가. 그리고 그 기름에 튀겨진 치킨 냄새가.

“오늘 승우가 올킬 했는데 뭐 없습니까? 승우가 아까부터 치킨이 먹고 싶다고 중얼거리던데.”

난 그런 말 한 적 없는데라고 톡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팀을 위해서 꾹 참았다.

“그래. 먹자. 먹어. 오늘 같은 날 먹어야지!”

위너스리그 2연승의 여파인지 감독님의 목소리를 굉장히 높아져 있었다. 뻥 안치고 랍스터를 사달라고 해도 사줄 기세였다.

재주는 내가 부리고 치킨은 연호가 얻어내다니. 무언가 억울한 느낌이 들었지만 좋은 것이 좋은 거다. 행복은 나누면 2배가 되니까.

****

“으아! 배부르다.”

난 볼록 튀어나온 배를 손으로 움켜쥐며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말 미친 듯이 먹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대부분 나와 같은 모습을 취하고 있었다.

거실 바닥엔 닭 뼈가 잔뜩 쌓여있었다. 하나같이 깔끔하다. 살이 붙어있는 뼈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배부르다고 살을 제대로 발라먹지 않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야. 딴 거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언제든 말해. 더 시켜 줄테니까.”

감독님이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더 먹으면 죽을 것 같아요. 진심으로요. 전 더 이상 못 먹겠습니다.”

연호가 가장 먼저 백기를 들었고.

“저도요. 움직이면 다 쏟아질 것 같아요.”

승대가 뒤이어 투항했다.

“사내 녀석들이 겨우 이 것 밖에 안 먹고말야.”

분명 많은 돈을 쓰셨을 감독님이지만 표정은 굉장히 행복해보였다.

“승우야. 더 먹고 싶은 거 있냐?”

표정을 보아하니 먹고 싶은 게 없더라도 먹고 싶은 걸 말해야할 것 같았다. 하지만 더 이상 음식을 먹었다간 생명이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 역시 손사래를 치며 물러났다.

“진짜 많이 먹었어요. 진짜로요.”

“그럼 다행이다.”

그렇게 말한 후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감독님.

“감독님 그러다 휴대폰 뚫어지겠어요. 이미 확인 하신 건데. 안 본다고 순위 안 떨어져요.”

감독님이 보고 계신 건 프로리그 순위, 정확히 말하면 위너스리그 순위였다.

아스트로가 가장 꼭대기에 올라있는 순위표. 그걸 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절로 나시나보다.

“지금 내가 꿈꾸고 있는 것 아니지? 누가 내 뺨 좀 때려줄 사람?”

“제가 때려도 됩니까?”

옆에 가만히 있던 도 수코님이 나섰다. 감독님 표정을 보니 더 이상 나서면 안 될 것 같았지만 도 수코님은 진지했다. 왼쪽 소매를 걷어붙이고 있었으니까.

“제가 왼 손잡이인데.”

“그래? 그럼 그 손을 하늘로 번쩍 쳐들어.”

“이렇게요?”

도 수코님이 왼 손을 공중으로 높게 들어올렸다. 그리고 먹이를 노리는 매의 눈빛으로 감독님을 바라보았다. 팀에 들어온 지 얼마 안되어 정확히 모르지만 그 사이 쌓인 일이 좀 있었나본데?

“그래. 그렇지.”

감독님이 박수를 짝 쳤다. 칭찬에 어깨를 으쓱하는 도 수코님.

“그리고 그 손으로 네 뺨을 힘껏 후려쳐.”

“....네?”

잘못 들었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도 수코님.

감독님이 네가 제대로 들었다며 천천히 설명해주었다.

“어디 감독의 몸에 손을 대려고 하고 있어? 벌이다. 네 뺨을 네 손으로 후려쳐라. 왜? 싫어? 그럼 내가 후려쳐줄까?”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판단은 빨랐다.

============================ 작품 후기 ============================

오늘도 외쳐 eee!

저번편은 댓글 160개까지 왔더군요.

개인적인 목표는 추천 222와 댓글 222입니다.

임유환의 이름이 임주혁으로 바뀌었습니다.

오전 9시에 1편 더 올리겠습니다.

재미있으셨다면 추천 빠바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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