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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로더 신들의 전쟁-45화 (45/575)

00045  Game No. 45   =========================================================================

-센스가 좋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용아를 돌리다니요!

-보통 이 상황이면 당황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이승우 선수 침착함을 되찾았습니다.

-과연 이 플레이가 어떤 효과를 낳게 될지?!

어느새 홍진우의 앞마당에 도착한 용아가 금을 채취하고 있는 일벌레를 때리기 시작했다. 공격을 당하고 있다는 붉은 신호가 들어왔지만 홍진우는 눈치 채지 못했다. 붉은 신호는 이승우 본진에서 싸우고 있는 닷발귀에도 들어오고 있었으니까.

-어? 1킬. 2킬. 3킬. 4킬. 앞마당에 자원을 채취하는 일벌레 모두 잡죠?

단순 계산으로도 엄청난 이득이다.

2마리 용아로 이룬 쾌거.

-이거 진짜 본진만 막으면 모릅니다. 이승우 선수도 가난하지만 홍진우 선수는 더 가난해요!

홍진우가 낭패한 표정을 지었다. 금이 모이는 속도가 줄은 것을 확인한 그가 이제야 앞마당을 확인한 것이다. 이승우 앞마당 쪽에 몰려있던 마견들이 우르르 본진으로 향했다.

끝날 것처럼 보였던 경기가 묘해지기 시작했다.

-본진! 본진 한번 비춰주시죠!

센스 있는 플레이가 나왔다. 분명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지만 본진의 닷발귀 공격을 막지 못하면 아무 소용도 없는 것이었다.

여전히 본진은 쑥대밭이었다.

이승우가 용광포를 건설하면 닷발귀가 달려들어 부수고, 이러한 일이 몇 번이나 반복되었다. 그때 이승우가 놀라운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용광포를 신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짓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것도 하나가 아닌 양 쪽에다가.

닷발귀의 동선이 길어졌다. 용광포끼리 떨어져 있다 보니 쿠션 데미지도 먹히지 않았다.

그와 동시에 이뤄진 이승우의 견제.

언제 이동했는지 신출귀몰 나타난 용아가 다시 일벌레를 쫓았다.

여기서 홍진우는 치명적인 실수를 했다. 화면 구석에서 지어지고 있는 용광포를 놓친 것이다!

결국 하나의 용광포가 지어졌고 그 용광포를 중심으로 비비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하나가 지어지는 것이 힘들지 그 다음 용광포가 지어지는 일은 쉬운 일이었다. 처음에 지어진 용광포 근처에 지어 신전까지 이어나가면 되었으니까.

동시다발적으로 본진에 올라가는 용광포들.

분명 과한 숫자였지만 이승우는 거침없었다. 어차피 막으면 이긴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홍진우가 아뿔싸 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 용광포가 건설되었습니다!

-저게 지어지게 하면 안 되는거죠!

이제와 달려들자니 용광포 위에 떠 있는 비비가 골치 아팠다. 용광포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굉장히 컸다. 용광포가 혈풍을 1대씩 때리는 것도 뼈아팠다.

-모릅니다. 이제 정말 모릅니다.

-아. 안타깝네요. 집중만 잘 했더라면 충분히 잡을 수 있었거든요.

-홍진우 선수가 실수 한 것도 있지만 그 전에 용아를 돌려 홍진우 선수의 실수를 유도한 이승우 선수의 플레이도 칭찬해 마땅합니다.

경기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뒤바뀌었다.

닷발귀들이 길을 잃었다. 이리저리 우왕좌왕하다 비비와 용광포의 공격을 맨몸으로 맞았다. 더 이상 용광포 뒤에 숨어 있던 비비가 아니었다. 어깨를 당당히 펴고 전면전에 나서는 비비였다.

-끼악!

날카로운 비명 소리와 함게 하나 둘 씩 죽어가는 닷발귀.

용아에 일벌레 피해를 받은 탓에 추가 되는 병력의 수도 확연히 줄었다.

결국.

-홍진우 : GG

마지막 닷발귀가 죽는 순간 홍진우는 GG를 선언했다.

****

홍진우 선수의 GG를 보는 순간.

‘이겼다!’

주체할 수 없는 희열이 가슴을 가득 채웠다.

경기를 하는 도중 이 경기는 졌다고 생각했다. 허를 제대로 찔렸다. 전혀 생각치도 못한 유닛을, 생각치도 못한 타이밍에 보았다.

처음 당해보는 빌드니 답이 있을 리가 없었다. 순간 머릿속에 새하얗게 변했다.

그와 동시에 든 생각.

‘스킬을 쓸까?’

스킬을 쓴다면 어쩌면 막을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엄대엄]을 사용해 5:5 상황으로 돌려놓을 수도 있었고 [투신]을 사용해 말도 안 되는 전투를 펼칠 수 도 있었다. 그 것을 알면서도 난 고집을 부렸다. 스킬을 쓰지 않고 혼자 힘으로 해보겠다고.

분명 미련한 짓이다. 하지만 지더라도 지금 꼭 겪어봐야 할 일이었다. 차라리 지금 겪는 것이 낫지 후에 높은 곳에서 땅바닥으로 추락하고 싶지 않았다. 스킬이 아닌 내 능력으로 위기를 타파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거기에 더해 육군 타이거즈를 상대로 스킬을 쓰고 싶지 않았던 마음도 있었다. 육군과의 경기마저 스킬을 사용해야만 승리할 수 있다면 문제가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를 악물었다.

어떻게든 정신을 수습했다.

이길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끊임없이 생각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답이 나왔다.

짜릿했다. 나 혼자만의 힘으로 승리를 했다는 사실이.

이제 거칠 것이 없었다. 손은 풀어 질대로 풀어졌다. 생각을 하는 동시에 손이 움직인다.

방송 울렁증?

없어진지 오래다. 이제 방송이든 연습실이든 장소를 가리지 않고 원래 지니고 있던 실력을 선보일 수 있게 되었다.

부스를 열고 나가자 어찌나 환호성이 큰지 귀가 먹먹해질 정도였다.

이 많은 사람이 내 이름을 외쳐주고 있다니.

난 지금 너무 행복하다.

****

-이승우 선수 정말 대단합니다!

-놀라운 경기를 펼쳤습니다. 이런 경기를 역전하다니요!

-솔직히 모두가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승우 선수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끈기 있는 플레이가 역전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정말 박수를 계속 쳐주고 싶은 경기력이었습니다. 그 다급한 상황에서 어찌 그런 생각을...

이승우 혼자 짜릿한 것이 아니었다. 중계진도, 관중도, 아스트로 팀원도 모두 환하게 웃고 있었다. 오직 육군의 선수들과 팬만이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명경기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경기가 오늘 나왔다.

두고두고 2015년 하이라이트 장면에 회자 될 경기였다.

미친 듯한 공격력과 철벽과도 같은 방어력의 대결.

승자는 후자였다. 거센 폭풍에도 벽은 무너지지 않았다.

이런 경기를 이긴 덕에 아스트로의 기세, 정확히 말하면 이승우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 높아져있었다.

-이렇게도 못 막으면 오늘 이승우 선수는 누가 막나요?

박상철 캐스터의 탄식이 모두의 생각을 대변하고 있었다.

****

-이승우 선수 완벽한 운영으로 3번째 경기까지 잡아냅니다!

-이 선수 물이 오를 대로 올랐습니다!

-도대체 누가 잡죠?

육군 타이거즈의 중견은 과거 퍼펙트 환국이란 별명으로 이름을 날렸던 서종혁이었다. 임주혁과 마찬가지로 2세트에 출전한 홍진우 선수를 꺾고 우승을 경험한 바 있는 선수였다.

우승한 선수가 보통 그러하듯 노련한 운영과 날카로운 감을 지녔지만 그도 세월을 당해낼 수 없었다. 초반엔 엇비슷하게 싸웠지만 서로 멀티가 2개 이상 늘어가는 시점부터 밀리기 시작했다. 병력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다.

결국 중앙에 진출한 병력이 용족의 병력에 싸 먹히며 GG를 선언하고 말았다.

-이제 육군은 대장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무너질 수 없습니다. 선봉 올킬이라뇨!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습니다.

-자. 그럼 저희는 광고 후에 다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

세 번째 경기를 마친 난 뿌듯한 얼굴로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위기가 있었던 첫 번째, 두 번째 경기와 달리 세 번째 경기는 무난하게 승리했다.

벌써 3킬.

힘겹게 킬 수를 올렸던 스파키즈와 달리 아직 몸이 가볍다.

피로도 역시 거의 없었다.

‘정말 깔끔했다.’

초반에 위기를 겪었던 첫 번째와 두 번째 경기와 달리 세 번째 경기는 굉장히 무난하게 승리를 거뒀다. 원하는 만큼 자원을 먹고 원하는 만큼 병력을 뽑았다.

이름값이 있긴 하지만 전성기에서 한 단계 내려와 있는 상태라 그런지 상대하는데 그리 어렵지 않았다.

팀원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기 위해 부스를 나가려는 순간.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너무나 반가운 창이 떠올랐다.

당장 스킬의 내용을 확인하지는 못했다. 정신없이 팀원들과 승리의 기쁨을 나눴으니까.

‘부스에서 확인해도 늦지 않지 뭐.’

“너무 흥분하지 말고. 알겠지?”

감독님이 주문하신 건 딱 하나였다.

흥분하지 말라는 것.

이제 3킬, 1번만 더 이기면 2연속 올킬이라는 대 기록을 작성하게 된다. 최초의 기록이라면 더욱 더 좋았겠지만 시즌을 통틀어 1번이 나올까 말까한 기록이긴 하다.

감독님 말씀이 옳다.

그래. 이런 때일수록 더 냉정해져야지. 하지만 난 흥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에게 이런 날이 오다니.’

육군 타이거즈의 대장 카드는 바로 임주혁 선수였다.

어느 정도 예상 된 시나리오였다. 전성기에서 내려 온 지 한참 지났지만 놀랍게도 임주혁 선수는 아직 5할의 승률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번 시즌 프로리그 역시 마찬가지다.

11승 11패.

귀신같이 맞춘 5할이었다. 피지컬로는 현재 프로 게이머들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하지만 머릿속에 들어 있는 온갖 전략과 예상 할 수 없는 플레이로 승리를 따왔다.

그렇게 거둔 11승중엔 이영우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 경기는 나도 TV로 봤다.

보통 같은 환국전에서 쓰이는 유닛은 화통도감의 메카닉 유닛이나 풍운청의 공중 유닛이다. 딱히 정해진 건 아니지만 모두들 당연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임주혁 선수는 달랐다.

과감하게 훈련도감의 유닛으로 주 병력을 구성한 것이다.

일종의 타이밍 러시.

임주혁이 노리는 타이밍은 딱 1번 밖에 없었다. 만약 그 러시가 막히면 경기는 끝이다. 뒤가 없는 빌드. 중계진은 물론이고 심지어 팬까지 통하기 힘들다고 했다. 그러나 그 전략은 거짓말처럼 통했다.

바늘구멍처럼 작던 틈을 억지로 벌려 비수를 쑤셔 넣었다.

가장 약한 타이밍에 들어간 궁병과 의원.

아직 제대로 된 병력이 나오지 못한 이영우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아무리 이영우가 최강의 게이머라고 해도 이런 상황에서 나오는 건 GG선언 뿐이었다.

그렇게 임주혁 선수는 모든 사람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1승을 챙겨 넣었다.

이처럼 임주혁 선수는 기발한 전략으로 승리를 얻곤 했다.

나도 S1에서 들은 이야기인데 피지컬이 떨어지면서 경기에 나서지는 못하지만 개인리그나 프로리그에 나가는 환국 선수를 위해 전략 전술을 직접 짜준다고 했다. 그 결과 정명혁은 개인리그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쾌거를 이뤘다.

팀에서 도는 소문으론 전역 후 팀으로 복귀하는 임주혁 선수는 선수가 아닌 코치진 쪽으로 올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어쨌든 임주혁 선수는 굉장히 특별한 선수다.

이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심장이 쿵쾅거린다. 누구나에게 우상이 있다. 존재 자체로도 꿈이 되고 희망이 되는.

나에게 임주혁 선수가 그런 존재였다.

처음 프로 게이머의 꿈을 꾸게 해주는 선수.

지금이야 내 종족이 용족이지만 처음엔 환국으로 시작했었다. 당시 임주혁 선수의 모든 경기를 챙겨봤다. 혹 놓치면 재방송 시간까지 기다렸다.

움직임 하나하나에 흥분했고 경기를 내려다보는 듯 한 운영에 주 주먹을 불끈 쥐며 탄성을 질렀다.

지금 프로게이머를 하고 있는 대부분의 선수가 임주혁 선수를 보고 자랐다. 특히 환국 선수라면 두 말하면 입 아플 정도였다.

직접 본 것이 처음은 아니다.

2군 이긴 하나 나 역시 S1에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처럼 경기를 직접 펼치는 건 처음이었다. 아직도 꿈만 같았다.

현재 최강이라 불리는 선수들과 경기를 한다고 해도 지금처럼 떨리진 않을 것 같았다.

‘너무 흥분하지 말자.’

적당한 흥분은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다주지만 지나친 흥분은 눈앞에 있는 것도 보지 못하게 한다. 난 조금씩 마음을 가라앉히며 부스로 향했다.

============================ 작품 후기 ============================

추천 꽝 박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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