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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로더 신들의 전쟁-44화 (44/575)

00044  Game No. 44   =========================================================================

-일단 초반 그슨대로 몰아치는 것은 아닙니다.

그슨대로 몰아치려면 지금 마굴을 가서는 안 된다. 일벌레를 더 이상 찍지 않는 지금 어차피 올인 플레이를 하겠다는 건데 중반 운영을 바라보는 마굴을 간다?

말이 되지 않는 플레이였다.

이런 플레이는 동네 아마추어도 하지 않을 것이다.

-빠르게 가시귀를 뽑아서 뚫어보겠다는 건가요?

과거 이런 올인성 공격이 종종 나오곤 했다. 지금처럼 경기가 정형화 되기 전까진.

-이거 통할 수도 있습니다. 요즘 이런 플레이 안 나오거든요? 당황하는 순간 끝입니다. 누가 요즘 이런 플레이를 합니까?

박광춘 해설위원이 흥분했다. 박상철 캐스터가 그를 말렸다.

-아마 본인 시대의 빌드가 나와서 흥분하신 모양인데 조금 흥분을 가라앉히시길 바랍니다.

-박광춘 해설위원님은 저런 공격을 싫으시겠어요? 많이 당하셨잖아요. 홍진우 선수한테.

한종엽 해설위원의 협공.

1:1도 벅찬데 2:1 공격이라니.

박광춘은 문득 서러움을 느꼈다.

-뭐 저도 많이 당했죠. 저런 공격에. 알면 막을 수 있지만 모르면 뚫립니다. 이거.

그 사이 마굴이 완성되었다. 하지만 그슨대굴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홍진우 선수 광풍협곡을 올립니다!

-광풍협곡이라니요! 이게 마수전도 아니고!

남은 건 닷발귀 뿐이다.

****

‘뭐지?’

정찰을 하던 용안이 잡혔다. 어쩔 수 없었다. 마견의 수가 지나치게 많았으니까. 눈으로 확인 한 숫자만 1부대가 넘었다.

‘초반 공격인가?’

첫 번째 용안이 잡히는 순간 바로 두 번째 용안을 내보냈다. 두 번째 용안이 향한 곳은 상대 본진이 아닌 타 스타팅 쪽.

‘역시 멀티는 없어.’

5소굴이나 6소굴 플레이는 절대 아니다.

타 스타팅뿐만 아니라 앞마당과 가까운 자원지역을 가도 소굴을 없었다.

‘무조건 초반 공격이다.’

이제 추측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초반에 마견을 그리 많이 뽑았으니 테크는 분명 느릴 거다.

그렇다면 남은 건?

‘2소굴 그슨대 올인 이겠구나.’

난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2015년에 이런 플레이를 볼 줄이야. 물론 방심하면 안 된다. 상대는 공격에 일가견이 있는 홍진우 선수다. 비록 30대에 접어들었다고 하지만 그 본능은 어디 가지 않는다.

만약 홍진우 선수가 스킬을 지니고 있다면 그건 [폭풍]같은 이름을 지닌 공격력을 잔뜩 올려주는 스킬일 것이다.

‘앞마당에 용광포를 늘리자.’

심시티 용도로 지어놓은 제단이나 용무관이 깨지는 건 상관없다. 그 정도는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앞마당만 지키면 된다. 막으면 무조건 이긴다. 난 앞마당의 용광포를 5개까지 늘렸다.

‘조금 느린데?’

이미 공격이 들어와도 벌써 들어왔어야 할 타이밍.

미리 늘려놓은 용광포가 민망할 정도다.

‘그래도 괜찮아. 상대는 가난하니 이 정도 지었다고 나쁠 건 없지.’

상대가 부유한 플레이를 했을 때라면 용광포를 많이 지은 것이 손해지만 지금은 마수가 더 가난하다. 결코 손해가 아니었다.

그 사이 본진 공중제단에서 비비가 생산되었다.

‘일단 뭐하는지 봐야겠다.’

정찰을 위해 상대 본진으로 비비를 보냈다.

‘뭐야 이게?’

난 당황해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내 본진과 상대 본진 중앙 부근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유닛을 만나고 말았다.

****

2소굴 닷발귀.

같은 마수라면 모를까 환국전이나 용족전에선 나오지 않는 빌드다. 나오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막히면 끝나니까. 뒤가 없으니까.

솔직히 상상조차 되지 않는 빌드였다.

옵저버가 홍진우의 앞마당을 보여주었다.

금을 캐고 있는 일벌레는 3마리로 모두 차있었지만 철을 캐는 일벌레의 숫자는 겨우 2마리밖에 되지 않았다.

헛웃음이 절로 나오는 화면.

본진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그나마 철 자원 1개당 1마리의 일벌레가 붙어 있긴 했지만 동시간대 다른 마수들에 비하면 말도 안 되게 가난한 것이었다.

요즘 마수가 용족을 상대할 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일벌레를 뽑는 타이밍이다. 너무 빠르게 충원하면 병력에 밀릴 수 있고 너무 느리게 뽑으면 가난해져 원하는 타이밍에 제때 물량을 뽑아내지 못한다.

그 완급을 조절하는 것이 클래스를 나누는 기준이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홍진우의 빌드는 극단적이었다. 나에게 일벌레는 사치다. 당장 병력을 뽑을 수 있는 돈만 있으면 된다는 강한 의지가 전해졌다.

-홍진우 선수  앞마당에 일벌레가 거의 없어요. 폭풍처럼 몰아붙이겠다는 거거든요?!

박상철 캐스터의 절규에 가까운 외침.

-본인의 색을 완벽하게 드러냅니다!

-저 역시 이런 몰아치는 공격에 GG를 많이 선언했었거든요!

이제 알아서 셀프 디스를 하는 박광춘이었다.

관중들도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홍진우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끊임없이 상대를 몰아붙이는 공격 성향에 있었다.

만약 홍진우가 아닌 다른 선수가 지금과 같은 빌드를 선택했다면 날빌이라며 손가락질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혹은 경기를 재미없게 하려 한다며 쓴소리를 들었겠지.

하지만 홍진우였기에 반응은 정반대였다.

올 것이 왔다. 그래. 우리가 바란 건 이런 경기지!

바로 이런 기다리던 것이 왔다는 분위기였고 반가워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관중들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과연 홍진우를 과거 마수 원탑 자리에 올려놓은 공격이 아직도 통할지 궁금해했다.

이래서 선수의 이미지가 중요한 것이다. 욕 먹을 만한 플레이를 환호로 바꾸는 힘이 그 안에 담겨 있었다.

-아직 몰라요. 이승우 선수. 알 수가 없어요. 정찰 나오는 용안을 홍진우 선수가 꼼꼼하게 끊어주고 있습니다.

-아주 좋은 플레이입니다. 정찰을 허용하는 순간 경기가 터지거든요? 아주 좋습니다. 아주 좋아요.

-이러면 비비가 나오기 전까진 마수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죠! 홍진우 선수 정말 날카로운 칼을 빼어듭니다.

만약 이승우가 [날빌러]를 사용했다면 너무나도 쉽게 막혔을 러시다. 본진에 용광포 두어 개만 지으면 그냥 막을 수 있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이승우 선수 앞마당에 용광포 올리죠!

-저게 당연한 선택인 겁니다. 용안이 나갈 때마다 발업이 된 마견이 잔뜩 보였거든요? 누가 봐도 그슨대와 함께 정면돌파를 할 것이라 생각할 겁니다. 하지만 홍진우 선수는 그렇게 뻔한 선수가 아니거든요!

이승우의 앞마당에 일렬로 지어지는 용광포들.

반면 본진엔 하나의 용광포도 지어지지 않았다. 그나마 이승우에게 희망적인 부분이 있다면.

-이승우 선수 입장에서 다행인 것은 공중제단이 본진이 아닌 앞마당 쪽에서 올라갔다는 겁니다. 만약 용광포가 없는 본진에 올라갔다면 닷발귀와 함께 올라온 혈풍에게 아무 것도 해보지 못하고 잡힐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이라도 눈치 채야하는데요.

-눈치 채기엔 너무 늦었죠?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용광포의 사정거리가 닿는 곳에 비비를 생산할 수 있는 공중제단이 지어졌다는 점이었다.

비비는 스플래시 데미지를 지닌 기본 공중 유닛으로 소형 유닛인 닷발귀에 상대적으로 강한 유닛이다. 하지만 그 것도 일정 수가 모여야 그런 것이지 소수일 땐 혈풍에 공중폭사하거나 펼쳐진 닷발귀를 상대하지 못하고 도망 다녀야 했다.

그러는 사이 광풍협곡이 완성되고 6개의 벌레가 알로 변신했다.

어떤 유닛일지는 뻔하다.

모두 닷발귀겠지.

-홍진우 선수 경기 잡아내나요?

-빨라요. 빨라도 너무 빨라요. 벌써 닷발귀가 뜨다니. 이승우 선수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할 겁니다.

-이제 이승우 선수는 겨우 1마리의 비비만이 나왔을 뿐입니다!

거의 비슷한 타이밍에 생산 된 비비와 닷발귀가 서로의 본진을 향해 날아갔다.

공중에서 둘이 마주치는 순간!

-봤어요! 지금 봤어요!

-이승우 선수 반응 속도 빠르네요. 지금 비비 잡혔으면 아무 것도 못해보고 지는 것이거든요?

이승우의 움직임이 좋았다. 홍진우의 닷발귀를 발견하는 순간 재빠르게 몸을 돌려 앞마당 용광포가 있는 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동시에 본진에 용광포를 건설하는 이승우.

대처는 분명 좋았지만 홍진우의 닷발귀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 본진에 도착한 닷발귀가 지어지는 용광포를 때리기 시작했다. 완성조차 되어보지 못하고 터지는 용광포들.

닷발귀를 몰아내기 위해 앞마당에 있던 비비들이 본진으로 향했지만 득달같이 달려드는 혈풍의 기세에 놀라 발길을 다시 돌려야만했다.

-폭풍이! 폭풍이 몰아칩니다!

-피해를 계속해서 받고 있습니다. 아니 단순히 피해로 끝나지 않을 수 있어요. 이대로 게임이 끝나버릴 수도 있습니다!

한종엽 해설위원의 목소리가 순간 음 이탈이 날 정도로 정신없는 상황이었다.

어떻게든 용광포를 지어보려는 이승우와 그걸 방해하는 홍진우.

단순히 용광포 건설만 저지당하는 것이 아니었다. 닷발귀는 쿠션 데미지라고해서 첫 유닛을 때리면 그 타격이 3번째 유닛까지 전해진다. 물론 첫 번째 때렸을 때보다 확연히 데미지가 줄어들긴 하지만 닷발귀 여럿이 모여 때리면 그 쿠션 데미지로 무시 못 한다. 밑에서 자원을 채취하고 있던 용안의 피해도 컸다.

-피해가 큽니다. 피해가.

-막기만 하면 무조건 이기는 거거든요. 근데 막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역시 폭풍마수 홍진웁니다! 10년도 넘게 신들의 전쟁을 해왔거든요.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경험과 노련함이 뿜어져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빌드를 요즘 데뷔하는 선수들이 생각이나 하겠습니까? 홍진우니까 하는 겁니다. 홍진우니까!

그야말로 현재 상식을 뒤집는 운영.

해설진의 말처럼 홍진우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화면에 비춰진 이승우는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누가 봐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피해는 계속해서 누적되었다. 이쯤 되면 일벌레를 뽑을 만도 하지만 홍진우는 자원이 되는 족족 혈풍과 닷발귀를 추가했다. 반드시 이번 공격에 경기를 마무리 짓겠다는 뜻이었다.

-이대로 가면 힘들죠. 스파키즈를 올킬했던 이승우 선수인데! 1킬에서 발목을 잡히다뇨.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모두가 경기가 끝났다고 생각했다.

성급한 판단이 아니었다.

실제로 경기는 많이 기울어져 있었다. 그 사이 비비가 조금 쌓이긴 했지만 본진으로 갈 수가 없다. 화면 가득 떠 있는 혈풍들 때문이었다. 단순히 혈풍만 있다면 스플래시 데미지를 이용해 처리하겠지만 홍진우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컨트롤을 하며 닷발귀와 혈풍이 동시에 달려들게 되면 부대 단위로 모인 비비가 아니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공1업이 되었다면 상황이 다르겠지만 아직 공1업이 될 타이밍이 아니었다.

이제 남은 건 이승우의 GG밖에 없다고 모두가 생각했다.

객관적인 실력은 확실히 이승우가 홍진우를 한참 앞서있다. 하지만 홍진우는 이승우가 가지지 못한 경험을 지니고 있었다. 이렇게 자신이 가진 무기를 제대로 쓰지 못하고 무너지나 싶었던 이승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승우 선수 앞마당에 나와 있던 용아 2마리가 움직입니다.

-어디로 가는 거죠?

-홍진우 선수 본진 쪽으로 가고 있는데요?

손에 차고 있는 칼을 뽑아 공중으로 던지지 않는 이상 어차피 용아는 공중을 공격할 수 없다. 지금 상황에선 그냥 노는 유닛일 뿐이다.

그렇다면 그냥 놀리는 것보다 어떻게든 활용해주는 것이 좋았다.

무주공산.

홍진우의 앞마당엔 제대로 된 병력이 없었다.

뽑아놓은 마견이 있긴 했지만 아직 이승우 앞마당 근처에 머물고 있을 뿐이었다. 이승우의 플레이가 빛을 발했다. 만약 정면으로 향했다면 모여 있는 마견에 허무하게 잡힐 수도 있었다. 하지만 조금 멀더라도 다른 길로 돌아간 것이 주효했다.

닷발귀와 혈풍 컨트롤에 정신이 없는 홍진우는 그만 미니맵을 놓치고 말았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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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좋은 하루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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