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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로더 신들의 전쟁-39화 (39/575)

00039  Game No. 39   =========================================================================

드디어 인터뷰가 끝이 났다. 난 의자에서 내려와 뒤에 선수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미리 앉아 있던 현우 형이 나를 향해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려주었다. 잘 했다는 의미겠지?

난 비어있는 현우형 옆에 자리 잡았다.

자리 역시 리허설 때 이미 배치가 되었다. 기본적으로 같은 팀이 함께 앉는 구도였다.

“그 정도면 잘했다.”

“떨려서 죽는 줄 알았어요.”

난 가슴을 손으로 마구 문지르며 대답했다. 심장이 터져버리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떨렸었다. 그 상황이 지나고 나니 긴장이 풀린 덕인지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그래도 실수한 건 없었잖아.”

“조금 더 잘했으면 좋았을텐데. 아쉽긴 하네요.”

“그 정도면 잘했어. 걱정 안 해도 돼.”

현우 형과 이야기를 하는 사이 형규도 나와 인터뷰를 마쳤다.

이런 인터뷰가 아직 익숙하지 않은 나와 달리 이미 프로리그 2라운드 내내 마수 에이스 역할을 하며 여러 번 인터뷰를 한 경험이 있는 형규는 아주 능숙하게 인터뷰를 이어나갔다. 중간 중간 중계진과 농담을 주고 받을 때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는거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순발력도 좋았다.

-임형규 선수 아주 유쾌하네요. 이번에 처음 조지명식에 참가하는 선수가 아닌 것 같습니다.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자. 그럼 이번 시즌을 임하는 각오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실까요?

형규가 마이크를 들어 올리며 카메라를 응시했다. 동시에 눈빛이 바뀌었다. 장난기를 온데 간데없이 사라지고 진지함 만이 남았다.

경기 중에 보여주는 날카로운 눈빛.

“모든 선수들이 개인리그에서의 목표는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우승.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반드시 우승을 하고 진 로열로더가 되겠습니다.”

“우오!!!”

형규가 말을 하는 순간 장내가 후끈 달아올랐다. 이처럼 패기있는 인터뷰를 보여준 선수가 드물었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형규는 이번 시즌 처음 본선에 올라온 선수.

눈에 보이지 않는 압박에 아랑 곳 하지 않고 이런 인터뷰를 펼쳤다는 것이 놀라웠다.

-이야! 임형규 선수 야망이 큽니다!

-역시 요즘 잘나가는 선수들은 이유가 있다니까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프로리그, 개인리그 할 것 없이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거죠!

중계진 역시 함박웃음을 지으며 형규의 발언을 높이 평가했다. 특히 엄재웅 해설위원님의 얼굴이 밝았다. 내가 알기로 이 분은 신인의 패기를 굉장히 좋아한다고 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아. 나도 패기 있는 모습을 보여줄걸.

****

조지명식의 가장 하이라이트는 선수간의 도발과 세레머니다. 이 걸 보기 위해 조지명식을 본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솔직히 난 걱정했다.

몰수로더와 승드셋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어떡하지하고.

하지만 다행히 그에 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추측해보건대 얼마 전 프로리그에서 거둔 올킬 때문이 아닐까 싶다. 만약 내가 프로리그에서 올킬을 거두지도 못하고 MSL은 예선 탈락하며 오직 OSL 하나만 본선에 올라왔다면 각종 드립이 난무했을지도 모른다.

양대리거. 그리고 올킬러.

이 둘의 이름은 생각보다 컸다.

그 전의 커다란 실수가 생각나지 않을만큼.

오히려 날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현우 형 말에 따르면 내가 피하고 싶은 선수 중 하나라고 했다. 의아했다. 물론 내가 [신들의 전쟁 매니저]라는, 남들이 가지지 못한 특수한 능력을 지니고 있긴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 나 혼자 아는 사실이다. 내가 무슨 리쌍도 아니고 굳이 피할 이유가 있을까 싶었지만 이어지는 현우 형의 말에 수긍했다.

올해 방송경기에 첫 선을 보인 신인.

그 것도 아직 공식전 10경기도 치르지 않은 신인 중에 신인.

하지만 그 짧은 공식전에서 보여준 건 생각보다 크다는 것.

차라리 이름값이 있는 선수한테 지는 것이 낫지 나한테 지면 잃는 것이 크다는 것이었다. 반대로 이겼을 때 얻는 건 없고.

이겨야 본전. 지면 손해.

생각보다 날 도발하는 선수가 적은 이유가 이해가 갔다. 형규 역시 마찬가지였다. 녀석 역시 양대리거였고 아직 위너스리그에서 올킬을 기록하지 못했지만 2라운드 MVP를 받을 만큼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었으니까.

‘하긴 애초에 OSL 분위기와 MSL 분위기가 다르긴 하지.’

OSL은 전세계 최초의 신들의 전쟁리그다.

전통성 면에서 상상도 못할 만큼 자부심이 있는 리그다. 중계진 역시 그러한 것을 종종 드러내곤 했다. 그렇기 때문인지 전반적인 운영이 톡톡 튄 다기보단 진중한 분위기에 가까웠다.

콘서트로 따지면 클래식 콘서트라고 해야할까?

MSL은 그 반대였다.

아이돌 콘서트라 부를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세레머니와 도발이 오고갔다. 아예 자체적으로 세레머니 상을 만들어 수상하라 정도였다. 전체적으로 가볍고 즐거운 축제 같은 느낌.

본선에 올라 온 선수들의 숫자 역시 차이를 만드는 것 같았다.

16명과 32명. 무려 2배차이다. 상대적으로 숫자가 많으니 도발도 많이 일어나겠지.

‘각오 좀 해야겠네.’

다음 주에 있을 MSL 조지명식이 갑자기 걱정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무난한 분위기에서 조지명식을 이어졌다.

그리고 하이라이트라 부를 수 있는 시간이 다가왔다.

-자. 이제 선수들의 조지명식이 본격적으로 시작하겠습니다.

-과연 이번에는 어떤 매치가 성사 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선수들의 면면이 너무나 화려하기 때문에 어떤 선수가 맞붙어도 대단한 매치업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럼 임형규 선수 무대에 나와 본인이 속하고 싶은 조에 자신의 이름표를 붙여주십시오.

바로 조를 선택할 시간이 된 것이다.

현재 시드권자는 전 시즌 4강에 올랐던 이영우, 정명혁, 김택윤, 이제운 4명이 각각 A조, B조, C조, D조 첫번째 자리에 위치해 있었다.

방식은 간단하다.

입장한 순서의 반대 순으로 자신의 이름을 떼어 놓고 싶은 자리에 놓는다. 즉 형규를 시작으로 조 선택이 시작되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선택한 조가 최종 조가 되는 건 아니다.

시드권자들은 하나의 권한이 주어진다.

바로 조의 구성을 임의로 바꿀 수 있는 것.

공동 3위를 차지한 김택윤과 이제운이 1번의 기회가, 준우승을 차지한 정명혁은 2번의 기회가 마지막으로 우승을 차지한 이영우는 무려 3번의 기회가 주어진다.

조가 어떻게 되든 이영우는 자신이 원하는 3명은 모두 자신의 조로 데려올 수 있는 특권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권한은 꼭 자신의 조에 행사할 필요가 없다. 시드권자인 4명을 제외한 12명의 선수를 그가 원하는 조에 배치시킬 수 있다. 자신의 실리를 위해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고 혹 같은 조에 팀원 2명 이상이 포함되면 그들을 찢어놓기 위해 사용하기도 했다.

이는 굉장히 막강한 권한이었다.

아무리 그 전에 선수들이 자신의 조를 선택해도 이영우가 바꾸면 아무 말 없이 따라야했으니까.

-오! A조를 선택 했습니다?

관중들도 술렁거렸다.

형규가 자신의 이름을 떼어 붙인 자리가 이영우 바로 밑이었기 때문이었다. 순간 중앙에 놓인 화면에 이영우의 표정이 잡혔다. 아까 전과 별다른 차이는 없었다. 그저 무덤덤한 얼굴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 사이 형규가 중앙에 놓인 인터뷰 의자에 앉았다.

-놀라운 선택을 했습니다. 임형규 선수. A조를 선택하신 이유가 있나요?

“제 목표는 우승입니다. 언젠가 만나야 할 상대 차라리 먼저 만나고 싶습니다.”

패기 넘치는 인터뷰에 관중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여태 이영우에게 정면으로 도전하는 신인은 없었다. 언제나 몸을 사리고 피해왔다. 어차피 결과가 정해져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영우는 무적이 아니다.

그가 최 전성기 때 보여준 승률을 75%. 다전제의 패배를 제외한다면 승률이 더 올라가지만 어쨌든 항상 이기는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선수들은 이영우와의 대결을 피했다.

어차피 만날 거라면 차라리 변수가 있는 단판으로 만나거나 가장 높은 자리에서 만나길 희망했다. 그런 상황에서 형규가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이영우 밑에다 붙인 것이다.

-이야. 아까부터 느꼈지만 패기가 상당합니다. 16강에서 이영우 선수를 이기면 좋겠지만 이기지 못하더라도 남은 두 선수를 잡고 조 2위로 올라가게 되면 결승에 올라설 때까지 다시는 이영우 선수를 안 만나거든요? 만약 다른 조에 속했다가 8강이나 4강에서 이영우 선수를 만나는 것보다 차라리 가장 먼저 이영우 선수를 만나겠다는 전략적 선택으로 볼 수도 있겠네요.

듣고 보니 그럴싸하다.

엄재웅 해설위원님의 말처럼 16강에서 만난 사람은 해당 조 2명이 전부 결승에 올라가지 않는 한 다시 만날 일이 없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임형규 선수 나름의 생각이 있겠습니다만 모두가 피하는 자리에 들어가는 건 매우 놀라운 일이거든요?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호랑이의 입 속으로 머리를 들이민 겁니다. 나와 한 번 붙어 보자고. 자. 여기서 이영우 선수의 생각을 들어보겠습니다.

이미 마이크는 형규가 A조에 자신의 이름을 붙였을 때부터 이영우의 손에 들려 있었다.

-이영우. 선수 지금 기분이 어떻습니까?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최근에 이런 일이 없었지만 과거에는 종종 있었거든요.”

한 해에 열리는 모든 개인리그 결승에 올라가기 전 이영우의 개인리그 우승 기록은 없었다. 실력으론 당시 4회 우승자인 이제운과 함께 최고라 평가받고 있었지만 그만큼 커리어가 받쳐주지 않았기에 무관의 제왕이란 말과 함께 여러 선수들의 도전을 받았었다.

하지만 신들의 전쟁 역사상 최고의 기록을 낸 해를 지난 이영우는 4회 우승 2회 준우승자로 달라져있었고 선수들의 도전도 뜸해졌었다.

-하고 싶으신 말 없으십니까?

“글쎄요. 그런 속담이 있더라구요. 하룻강아지 범 무서울 줄 모른다고. 범이 얼마나 무서운지 이번에 알려드릴게요.”

현존 최강의 선수이기에 결코 오만하게 들리지 않는 말.

형규의 얼굴에 어색한 미소가 퍼졌다. 나름 패기있게 도전했지만 속으로 떨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 태도만큼은 높게 쳐줄만 했다.

-임형규 선수 그럼 자리에 돌아가주십시오.

몇 마디 더 이야기를 나눈 후 인터뷰가 마무리 되었다. 그렇다면 다음차례는.

-그럼 이제 이승우 선수를 자리로 모시겠습니다!

-같은 진 로열로더 후보로서 어떤 패기를 보여줄 지 정말 궁금합니다.

아. 해설위원님.

너무 부담 주지 마요.

안 그래도 떨리는데.

난 내 이름표를 떼서 천천히 조를 살폈다.

‘에휴.’

절로 한숨이 나왔다. 딱히 붙일만한 곳이 보이지 않는다. 이영우가 최강이긴 하지만 다른 조에 위치한 시드권자 역시 너무나 막강한 선수들이었다.

이영우, 이제운, 정명혁, 김태윤.

모두 랭킹 7위 내에 위치한 선수들이다.

여태 OSL은 뜬금 4강이라는 의외의 선수가 4강까지 오르는 이변에 전통처럼 있어왔다. 하지만 저번 시즌엔 이변이 일어나지 않았다. 최고의 강자라 불리는 이들이 4강에 합류한 것이다.

4강에 오르지 못한 송병호 선수는 8강에서 이제운 선수에게 아쉽게 패배하고 말았다. 다른 선수였다면 송병호 선수도 충분히 4강의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정도로 저번시즌 4강에 진출한 선수들의 실력이 대단했다.

잠시 고민하던 난.

-이승우 선수! 김택윤 선수 이름 밑에 자신의 이름표를 붙입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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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수코 대사에서 대사에서 푹 쉬어라고 안하고 푹 셔라고 한 건 의도적인 오타입니다.

연재가 늦어 죄송합니다.

내일 연재도 아마 지금 이 시간에 할 것 같습니다.

끝으로 CNF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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