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36 Game No. 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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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도 듀얼 토너먼트로 인사를 하게 된 캐스터 박상철.
-해설의 최승원.
-해설의 황동주입니다.
-그나저나 오늘 경기 상당히 귀추가 주목됩니다. 요새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가 출전하거든요?
-그렇습니다. 오늘 경기에 저번주 이 자리엣서 올킬을 달성한 이승우 선수가 출전합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위너스리그 첫 경기부터 올킬을 잡아낸 선수거든요? 오늘도 기대가 됩니다. 자. 지금 왼편에 있는 선수가 여태 이야기한 이승우 선수입니다.
-약간 굳어있는 얼굴이 긴장되어 보이긴 하지만 막상 게임에 들어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원상태로 돌아올 겁니다. 저번 프로리그 때도 그랬거든요.
이승우는 연신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그 것도 전부 경기 내용으로.
상당히 좋은 현상이었다. 실력으로 사람들에게 인정받는다는 이야기였으니까.
-반대편에 앉아 있는 선수는 CT의 김재현 선수입니다. 종족은 마수입니다.
-사실 현재 상종가를 치고 있는 이승우 선수와 달리 김재현 선수는 페이스가 좋지 않습니다. 이번 시즌 성적 자체도 승률이 낮은 편입니다. 소속되어 있는 팀이 프로리그 2위에 위치한 건 매우 좋은 현상입니다만 정작 본인은 프로리그에서 기회를 많이 부여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오늘 경기에서 이승우를 잡는다면 프로리그에서 출전 가능성이 훨씬 높아지겠죠.
최승원 해설의 입에서 물 흐르듯 자연스레 설명이 줄줄 나왔다. 대본은 딱히 없다. 모두 최승원 그의 머릿속에 있는 내용들이다.
최승원.
본인의 이름인 승원과 본좌를 합친 승원좌라는 별명을 지니고 있으며 OSL의 해변김 김정식과 함께 최고의 해설이라 불리는 해설위원이었다.
무당해설이라고 불릴 만큼 선수들의 심리와 경기 상황을 귀신같이 집어냄과 동시에 현재 어떤 식의 플레이를 해야 승리를 확실히 굳힐 수 있는지, 혹은 불리한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지 완벽히 맞춰냈다.
-자. 지금 경기 준비 다 되었다고 하죠?
-그럼 첫 번째 경기 태백산맥에서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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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심호흡과 동시에 경기를 시작했다. 습관처럼 하는 행동.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다.
상대 선수는 마수.
승률은 높은 편이 아니었다. 보통 마수는 용족에게 강하지만 김재현은 반대로 용족에게 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경기는 스킬을 아낀다.’
스킬을 사용하지 않고 경기를 펼치기로 했다.
쓸데없는 오만이나 자만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언제 어느 때나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제약에 걸려 사용하지 못할 때가 있다. 너무 스킬에 의존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스킬 없이 상대할 수 없는 선수라면 모를까 기본 실력으로 충분히 상대할 수 있는 선수라면 스킬 없이 경기를 펼쳐 봐야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오히려 선수로서의 감을 유지하는데 좋을 듯싶었다.
나름 안전망도 마련되어 있다.
어차피 1경기에 패배한다고 탈락이 확정되는 것이 아니다. 패자전과 최종전이 남아있다. 스킬은 그때 써도 늦지 않다. 물론 최고의 시나리오는 이번 경기와 승자전에서 승리해서 깔끔하게 2승으로 본선에 진출하는 것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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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선수 모두 무난하게 빌드 시작합니다.
-김재현 선수 무난하게 앞마당 가져가고요. 이승우 선수 역시 변수 없이 마찬가지로 앞마당 가져 갑니다.
-아무래도 단판으로 패자조와 승자조로 나뉘다보니 두 선수 모두 무난한 빌드를 준비해왔습니다.
-최승원 해설위원님께선 이 경기 어떻게 보십니까?
-아직 진행된 것이 없어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만 일단 이승우 선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저는 이 선수의 플레이를 보는 것이 이번 시즌이 처음입니다. 전까진 방송경기에 한 번도 나와 보지 않은 선수가 이런 노련함을 보일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동시에 도대체 왜 이런 선수를 S1에선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나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흔히 대기만성이라고 하죠. 처음부터 화려하게 비상하는 선수가 있는가하면 조금씩 꾸준히 날을 갈고 닦아 스스로 툭하고 주머니를 뚫고 나오는 선수가 있습니다. 이승우 선수가 그런 케이스죠. 현재 방송경기에 나오지 못하고 숙소에서 연습만 하는 2군 선수들이 많습니다. 그들에게 희망이 되는 선수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이승우 선수 정찰 나가죠.
-조금 늦은 타이밍입니다. 상대도 자신처럼 무난하게 할 거란 걸 예측한 거죠.
경기는 무난히 흘렀다.
서로 앞마당을 먹고 테크를 타는 쪽으로.
이승우는 여의주탑 이후 공중제단을 올렸다.
비비를 찍기 위해서였다.
비비는 스플래시 데미지를 지닌 용족의 공중 공격 유닛이다. 공중 공격 밖에 못하지만 초반 마수의 군주를 잡는데 매우 유용한 유닛이었다.
확실히 비비에 힘을 줄 생각인지 여의주탑에서 공중공격력 업그레이를 돌렸다.
김재현 역시 마견 2마리 이후 추가적인 마견 생산은 없었다. 충분히 마수의 일꾼인 일벌레를 찍으며 부유한 운영을 펼쳤다. 그 후 무난하게 찍힌 마굴.
가끔 마굴을 찍지 않고 소굴 단계에서 그슨대굴을 올려 그슨대로 강하게 밀어붙이는 전략이 나오는 전장이었지만 아직까지 살아있는 용안 덕에 그런 선택은 할 수 없었다. 상대가 다보고 있는데 그런 짓을 했다간 늘어난 용광포에 헛돈만 쓰고 경기를 불리하게 운영할 수밖에 없다.
5분 사이 단 1번의 교전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야 말로 폭풍전야.
서로 배를 불릴 만큼 불렸다.
김재현이 마견의 숫자를 최소화하고 일벌레를 최대한 뽑은 것 처럼 이승우 역시 용광포를 하나에서 더 이상 늘리지 않았다.
그 사이 생산 된 비비가 김재현의 본진 쪽으로 날아갔다.
정찰 겸 군주를 잡기 위해서였다.
김재현의 대처로 만만치 않았다. 수많은 연습을 통해 정확한 타이밍에 혈풍이 생산 된 것이다. 생산 된 혈풍은 군주를 때리고 있는 비비에게 곧장 돌격했다.
혈풍을 피해 곡예비행을 시작한 비비.
혈풍을 벗어나 본진으로 무사히 돌아가려는 듯 했으나.
-펑.
2번째 확장 소굴에서 생산 된 혈풍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공중에서 폭사했다.
이승우가 못했다기보단 김재현의 센스가 빛나는 순간이었다.
“아.”
이승우와 용족을 응원하는 관중들 사이에서 작은 신음이 터져나왔다.
동시에 화면에 비춰진 낭패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승우.
큰 실수다.
후반이면 모를까 이렇게 초반에 비비를 혈풍에 잃는 건 치명적이었다. 더군다나 공1업을 돌리고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이승우가 잡은 군주의 숫자는 겨우 하나.
그마저 본진 근처에 있던 군주를 잡은 것이니 상대 본진에선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다.
특히 이승우는 빠르게 흑완 테크를 타 그 사이 모인 비비와 함께 견제를 갈 생각이었기에 이번 비비 격추는 더욱 더 뼈아프게 다가왔다.
-김재현 선수. 처음부터 기분 좋게 시작합니다.
-언제나 비비를 잡아내면 기분이 좋죠. 지금처럼 군주를 1마리밖에 잃지 않은 건 더욱 더 좋고요. 김재현 선수 소굴 5개까지 늘어납니다.
앞마당과 2번째 확장지역에 각각 1개씩의 소굴이 추가되었다. 이제 잠시 후면 마수는 엄청난 병력을 뿜어낼 준비를 끝마치게 된다.
-이승우 선수 지금 공업 용아로 휘젓겠다는 생각보단 일단 소수병력으로. 어. 그러니까. 흑완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겠다는 거거든요?
-입구 쪽에 건물 지으면서 심시티까지 하고 있는 김재현 선수입니다.
-비비로 꾸준히 마수 진영 정찰하면서 틈이 보이면 흑완으로 찌르고 그게 여의치 않으면 발업 된 용아와 함께 진출해서 압박해주고 눈치 보면서 확장기지 가져가는 그런 체제인 것 같은데요.
-일단 공업은 돌려주고 있네요.
-방업 닷발귀, 혈풍 이런 거 되게 조심해야합니다. 김재현 선수가 한 순간에 힘 쫙 모으고 있다가 그런 식으로 터트릴 가능성도 있거든요. 그런 식의 변수는 언제든지 나올 수 있습니다.
최승원 해설의 말처럼 하는 것도 굉장히 좋았지만 김재현은 다른 선택을 했다. 그슨대를 모으기 시작한 것이다. 이승우의 흑완이 빈틈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전장을 돌아다녔지만 결국 틈을 찾지 못했다.
미친 듯이 일벌레는 뽑아 자원에 붙이는 김재현.
전혀 견제를 하지 못한 이승우.
아직 제대로 된 전투가 벌어지지 않았지만 알게 모르게 상황은 마수 쪽으로 조금 기울어져 있었다.
결국 틈을 찾는데 실패한 이승우는 곧바로 2번째 멀티를 가져갔다. 차이가 있다면 김재현이 가져간 2번째 멀티는 금광이 있는 멀티였고 이승우가 가져단 멀티는 금광이 없다는 점이었다.
확장지역의 위치상 금광이 있는 지역을 가져가려면 병력이 둘로 갈리게 된다.
마수의 기동성은 세 종족 중 제일이다.
괜히 병력이 분산되었다가 양방향치기에 용족의 병력이 각개격파 될 수 있다.
-지금 확장 가져가는 선택 아주 좋습니다. 어차피 찌를 수 있는 틈이 없거든요? 무리하게 공격을 시도하는 것보다 상대가 배를 불리는 만큼 자신도 배를 불리는 것이 좋습니다. 많이 먹어야 잘 싸우는 법이거든요?
-김재현 선수 이제 병력 쏟아냅니다.
화면에 우글거리는 마수의 병력들.
그동안 축적 된 자원을 이용해 병력을 쭉쭉 뽑아냈다. 이승우도 놀고만 있는 건 아니었다. 천벌을 개발을 끝낸 비렴을 포함하여 1방 병력을 착실하게 구축해나가고 있었다.
-용족 조합이 슬슬 갖춰지고 있죠? 곧 나갈 겁니다. 그때가 정말 중요한 싸움입니다.
만약 이 전투에서 용족이 크게 승리한다면 이승우가 경기를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마수가 아슬아슬하게 방어에 성공할 경우 용족이 매우 불리해진다.
현재 마수는 최종 테크인 군락을 올리고 있는 상황.
군락에서 뿜어져나오는 하이테크 유닛도 무서웠지만 그보다 마견숲에서 군락이 있을 때 개발이 가능한 광분이 더욱 더 무서웠다.
광분은 마수의 기본 유닛인 마견의 공격속도를 올려주는 업그레이드로 초반에 약하디 약했던 마견을 최강으로 만들어주었다.
그 상황이 되면 효율성에서 용족이 마수를 당해낼 수 없다.
그렇기에 가장 약한 지금 타이밍을 노리고 나오는 것이다.
-자. 나옵니다. 이 싸움이 모든 걸 결정합니다!
-지금 적어도 천벌 8방 이상은 떨어집니다.
위풍당당한 이승우의 병력.
발업 된 용아가 전면을 뛰어단고 그 뒤를 그슨대에 강한 용혼이 든든하게 뒤를 받치고 있다. 동시에 병력 사이사이에 비렴을 놓아 중간에 끊기는 걸 방지했다.
거기에 더해 초반에 뽑아놓았던 비비로 마수의 병력 위치를 끊임없이 확인하였다.
이승우의 병력이 중앙을 넘는 순간 사방에 흩어져있는 마수의 병력들이 일제히 용족의 병력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전투 벌어졌습니다!
-천벌! 천벌! 천벌이 마수에게 떨어집니다.
이승우의 전투능력은 대단했다.
동시에 맵을 뒤덮는 천벌.
체력이 약한 그슨대와 마견이 비명과 함께 터져나갔다.
-완벽한 천벌입니다! 허투루 쓰인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천벌을 피하기 위해 마수의 병력이 사방으로 퍼져나갔지만 소용없었다. 이미 예측했다는 듯 다시 한 번 쏟아지는 천벌.
압도적으로 많아보였던 마수의 병력.
하지만 전투의 승자는 용족이었다. 추가 된 병력과 함께 앞으로 나가는 이승우.
이제 막 군락이 완성되었지만 큰 의미가 없었다.
지금 마수의 병력으로 마견의 광분이 개발 될 때까지 시간을 끌 수 없기 때문이었다. 급한 대로 마견과 마수롤 부랴부랴 생산했지만 이미 대세는 기울었다. 잔뜩 모여있을 때도 상대하지 못했던 걸 궁여지책으로 생산하는 병력으로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눈덩이 굴리 듯 불어난 용족의 병력이 마수의 오합지졸을 밟고 드디어 본진으로 입성했다.
-김재현 : G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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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